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9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93화(93/482)
TOP 11라운드가 치러진 다음 날, 총 3명의 탈락자가 발생했지만 아쉬움도 잠시였다.
[ 김근영, TOP 11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 ] [ [포토] 탈락한 ‘지영선’ 위로해주는 ‘이유주’…. ] [ TOP 11 첫 탈락자 이재진, “속상하고 아쉬워.”…. ] [ 음악 평론가들이 선정한 K-싱어스타 우승 후보는? ] [ K-싱어스타, TOP 11 전 음원, 사과뮤직 단독 공개! ]스르륵, 스르륵-.
[ [영상] ‘K-싱어스타’ 윤제이, TOP 8 결정전 무대! 이영아 심사위원 “황홀하다.” 극찬!…. ] [ ‘K-싱어스타’ 윤제이, 2위로 진출 확정! 실시간 음원차트 1위 싹쓸이… ‘강력 우승후보’ ] [ 이게 바로 K-싱어스타의 영향력? 강하준 무대 영상 클립, 너튜브 단기간 최대 조회수 기록.] [ [영상] ‘K-싱어스타’ 강하준, 1위의 위엄! 너튜브 영상 조회수 하루아침에 ‘300만’ 돌파! ]기사나 너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는 현재 K-싱어스타로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탁.
현승은 한참을 들여다보던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그래, 정말 이제는 최종 결승에서 발표할 경연곡을 마무리 지어봐야 할 때였다.
카똑-!
그래야 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제 시간을 방해하는 카똑이 도착했다.
[ 04일_연습_녹음.MP4 ] [ 월요팅입니다,,,! ] [ 식사는 하셨나요? ] [ 제가 꼭 한번,,, ] [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 [ 시간나실 때,, ] [ 언제든 연락주세요,,! ] [ 밤에도, 낮에도,, ] [ 언제든지 달려가요,, ] [ 당신이 저를 부르신다면,, ] [ 무조건 달려갈게요,, ] [ 無조건,, 無조건 ]현승은 제 이마를 짚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발, 제발 한 번에 보내라고.
이두석 어르신의 명언 문자에 이어 요즘은 강하준의 카똑 테러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곡을 보내 준 이후로는 꼭 이렇게 하루에 한 번씩 연습한 녹음 파일과 함께 연락을 보내 왔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귀찮기는 해도 분명한 이점이 있었다. 시간이 애매한 와중에 파일만으로 연습 과정을 체크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효율적이라 여겨졌다.
무엇보다 오늘 보내온 녹음 파일을 들어봤을 때, 어제 지적한 부분이 개선된 걸 보면 확실히 좋은 방향성으로 흘러가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 정말로.
이대로라면 모쪼록 녹음도 조속히 끝낸 뒤 희망 시즌에 발매일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
‘얼른 다 마무리 짓고….’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이 종방하고, 여름시즌 앨범까지 발매되고 나면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다녀오겠노라고 다짐했다.
‘집도 좀 자주 들어가고….’
현승이 잡념에 빠져들고 있던 찰나였다.
띠링-!
여동생인 현아가 문자를 보내왔다.
[ 사랑하는 오라버니 혹시 또 심부름시키실 건 없으신가요? ]용돈이 필요한 건가.
[ 소녀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집은 안 들어오시나요? ]아무래도 용돈이 필요한 게 맞나 보군.
“돈을 보내 달라고 하지, 참.”
현승은 곧장 현아의 계좌로 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입금한 뒤 답장을 보냈다.
[ 아껴 써라. ]모쪼록 동생이 원할 때, 바로 용돈을 보내 줄 수 있는 오빠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질 따름이었다.
* * *
현아는 제 오빠로부터 아껴 쓰라는 문자와 동시에.
[ Web 발신 ]한국은행
입금 1,000,000원
민현승
입금 알림 문자를 받았다.
“허-?”
금액의 단위를 재차 확인한 현아가 어이없다는 양 눈매를 찡그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용돈이 필요하여 연락한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현아는 현승이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K-싱어스타’의 생방송 경연 무대를 직접 방청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없는지 부탁하려 했던 거였다.
잠깐.
이왕 이렇게 된 거, K-싱어스타 방청 티켓 암표가 얼마인지나 알아봐도 되지 않을까?
제2의 오빠, 강하준을 꼭 실제로 보고 싶었으니까-!
“좋았어.”
곧장 현아는 없는 게 없다는 오이마켓에 현재 거래되는 암표가 있는지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아이….”
생각보다 암표는 구하기 어려웠다. 있어도 택배 거래로 해야만 했는데, 중고 택배 거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던 현아는 직거래로 살 수 있는 암표를 찾아다녔다.
탁-.
이내 현아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자신은 거의 오빠의 지원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해결하고 있는 처지이지 않은가?
“아니다, 아니야.”
더군다나 돌연 뜻하지 않게 너무 큰 금액의 용돈까지 뜯어내게 된 꼴이 되어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 이건 아니야.”
오빠에게 백만 원 정도야 까짓거 이 정도쯤이야 라고 치부할 수 있는 액수일지도 모른다.
하나.
오빠의 고생이 담긴 이 돈을 단순히 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할 수는 없었다.
“돌려주자.”
현아는 곧장 도서관을 나와 현금인출기를 찾아 나섰다.
* * *
두 번째로 찾은 LS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은 여전히 기품 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봐도 진짜 크긴 크다….”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은 사옥을 올려다보기도 잠시.
현아는 제 가방 안에 챙겨 놓은 돈 봉투가 잘 있는지 재차 확인하며 사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아니, 이 오빠는 왜 전화를 안 받아….”
현승이 전화를 받지 않는 탓에 로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굴려야만 했다.
가방 안에 백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불안한 와중에 게이트 너머로 들어가지 못해서 계속 바라만 봐야 했다.
그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가 자신을 지나쳐 게이트로 유유히 걸어갔다.
‘강…하준?’
팬의 감으로서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방금 자신을 지나쳐 게이트로 향하고 있는 남자는 강하준이었다.
‘강하준이 여기에 왜….’
영문은 모르겠지만, 현아는 무언가에라도 홀린 듯 그를 따라 게이트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저기, 누구시죠?”
“예?”
“출입증이나 방문자 확인 없이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하나, 머지않아 게이트 문턱에서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하고야 말았다.
제 맘속의 오빠인 강하준은 게이트 너머로 자취를 감춰 버린 채였다.
젠장, 실물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현아는 지금 자신을 제지한 보안요원이 세상에서 제일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여기 전속 작곡가로 일하는 오빠를 만나러 왔는데요-!”
“오빠라는 분의 재직이 확인되어야 들여보내 드릴 수 있습니다.”
이내 현아는 “끙.”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언제부터 제 오빠를 보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건지.
이제 유명 인사라면 유명 인사니까….
왠지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내심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속없는 투정이다.
그래.
남들은 잘나가는 작곡가라며, 곡 하나 만들어서 돈 참 쉽게 번다고 가볍게 말할지언정 동생인 자신은 오빠가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백만 원도 돌려주려고 온 거고.
뚜르르르르-.
속 타는 통화연결음만 계속 울려 대기도 잠시.
─ 뭐야, 용돈 더 필요해?
드디어 스피커를 통해 반가운 오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게 아니고!”
─ 응, 아니면 뭔데.
“나 오빠 보러 사옥 로비에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어….”
─ 지금 LS 엔터 사옥에 왔다고?
“웅, 게이트에서 안 들여보내 줘.”
─ 연락해 둘 테니까 HS 만나러 왔다고 하고 들어와.
“알겠어! 작업실로 바로 올라가면 되나?”
오빠는 “어.”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통화를 종료했다.
잠시 뒤.
금세 확인 절차가 끝났는지, 현아는 무사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똑, 똑, 끼익-!
작업실 앞에 도착한 현아가 노크하는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갑자기 말도 없이 웬일이야.”
문 안에서는 현승이 심드렁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오빠한테 줄 거 있어서 왔어.”
현아는 한 번 와 봤다고 제법 익숙한지 걸음을 옮겨 작업실 소파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그리고는 가방 안에서 신줏단지 꺼내듯 조심스레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생각해 보니까 오빠 계좌번호를 내가 모르더라고.”
“알려 준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겠지.”
“맞아, 그래서 직접 돈 다시 돌려주려고 온 거야.”
현승이 봉투를 집어 들며 “돈?”하고 봉투 안을 열어 보고는 되물었다.
“아까 내가 용돈이라고 보내 준 돈 아니야? 왜 다시 돌려줘?”
“오빠가 줬던 용돈 아직 남았어.”
“그럼 아껴 놨다가 나중에 쓰지. 뭣 하러 돌려주러 와.”
“나 아직 학생이야. 그렇게 큰돈은 부담스러워.”
그 말에 현승이 더 말을 잇지 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제 동생은 이런 아이였다.
전생에서도 돈을 번 이후로는 생활비마저 한사코 거절하며, 보내는 돈을 전부 가족 적금으로 차곡차곡 모으던 아이.
알뜰살뜰하고 제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엄마를 닮은 모양이었다.
아마….
이번에도 제 오빠가 고생해서 번 돈이라는 생각에 곧장 돈을 뽑아서 달려온 거겠지.
“근데 나 오빠한테 부탁할 게 있어.”
아니, 아닌가?
“K-싱어스타 생방송 직접 방청할 수 있게 오빠가 좀 힘 써 줄 수 있나?”
확실히 그 이유만은 아니었나 보다.
“오빠는 심사위원이니까 가능하지 않아…?”
현승은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어려운 부탁은 아니다. 제작진 측으로 요청한다면야 자리 빼 주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건….
전생에 있던 일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오빠, 나 아빠 모시고 생방송 보러 가도 돼?”
아마 K-싱어스타 시즌 7의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일이었다. 그 전 시즌에서도 심사위원을 맡았었는데 별안간 보러 온다기에 의아했었다.
그리고 자신은 사람 많아서 복잡하고, 귀도 안 들리는 아버지 데려와서 무슨 고생이냐며 편하게 티비로 보는 게 최고라고 에둘러 거절했다.
그땐.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거절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자신의 일터에 가족을 부르는 게 뭔가 쑥스럽고 창피한 마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이제는….
보여 줘도 되지 않을까? 가족이니까.
“아냐, 어려운 일이면 괜찮아!”
현아는 자신이 한참 대답이 없자,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라 지레짐작한 모양이었다.
“누가 어렵대?”
“응?”
“두 자리 비워 놓을게.”
현승은 현아의 머리에 손을 꾹 얹으며 덧붙였다.
“파이널 라운드 때 아버지 모시고 와.”
이왕이면 제가 만든 곡이 처음으로 경연에서 불리게 될 파이널 라운드 때 부르는 게 좋겠지.
“웅! 아빠랑 갈게! 오빠 짱!”
현아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기도 잠시.
“아, 맞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제 두 손을 맞부딪혀 보이고는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
“뭔데?”
“아까 내가 여기 로비에서 강하준을 본 것 같아.”
“강하준?”
“응, K-싱어스타에 나오는 사람 말이야!”
“걔가 뭐?”
“아니, 아까 보니까 여기 게이트를 그냥 출입하길래….”
“당연하지.”
현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응?”하고 되물었다.
“LS 엔터 소속 연습생이니까.”
“헐.”
“어디 가서 떠벌리면 안 된다.”
현승은 별 대수롭지 않게 말하다 말고, 돌연 날카롭게 눈매를 세우며 물었다.
“민현아, 너 설마 K-싱어스타 방청하고 싶다는 이유가 강하준 때문이냐?”
“어? 아, 아니! 오빠가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그런데 한번 가 보고 싶기도 했고….”
당황하여 말을 얼버무리는 모양새를 보아, 강하준을 보러 오는 게 백 프로 확실해 보였다.
하, 강하준한테 곡 주기로 한 거 취소할까.
여동생을 둔 오빠들이 으레 그렇듯, 현승도 어쩔 수 없는 오빠였다.
제 여동생의 남자(?)는 별 이유 없이 마음에 안 들곤 하는 법이니까.
하나.
강하준은 제 여동생의 존재조차도 모를 텐데, 그런 이유로 곡을 줬다 뺏을 수는 없고.
보러 오라고 한 마당에 다시 오지 말라 하면 현아가 실망할 테니 그럴 수도 없다.
그래, 강하준은 이제 연예인이지 않나?
제 여동생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마음 정도야 쿨하게 이해해 줘야겠지.
‘그냥 떨궈 버릴까…?’
현아는 제 오빠의 표정이 매섭게 변해 가는 걸 보고는 놀라며 물었다.
“오빠-? 표정이 왜 이렇게 심각해?”
“아니야, 파이널 라운드 때 보자.”
현승은 잠시나마 강하준이 파이널 라운드까지 살아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