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9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95화(95/482)
TOP 8라운드가 치러지고 있는 무대 아래편에서 모든 걸 총괄하여 지켜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고현덕 CP.
그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양 계속 팔짱을 끼운 채 주위를 살펴댔다.
“고 CP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그때 옆에 서 있던 김영호 PD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음….”
그러나 고 CP는 침음을 흘리더니, 대답 대신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오늘 라운드로 5명 제치는 거지?”
“네, 맞습니다.”
오늘 TOP 8라운드가 끝나면 곧장 준결승 라운드를 치르게 될 TOP 3가 결정된다. 또한 오늘 라운드에서 진출하게 될 3명은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물론 시청자들이 납득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참가자이자, 사전투표 결과까지 참작하여 진출자를 선정한 것이니, 조작이라는 잡음은 나오지 않을 터였다.
디만….
고현덕은 무언가 더 자극적인 그림이나 연출은 없을지 골똘히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 뭔가 아쉬웠다. 이 참가자들을 데리고 더욱 빼먹을 그림은 없을까.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상 기록적이랄 수 있는 시청률이 나오고는 있다지만, 계속 시즌이 이어질 만큼 입지가 단단한 프로그램이 되려면 더 확실한 수치가 필요했다.
“하아….”
고현덕은 얼마 없는 머리칼을 헤집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참가자들로 더 빼먹을 만한 그림이라….
잠깐만.
꼭 참가자로 빼먹지 않아도 되지 않나?
고현덕은 고개를 휙 돌려 심사위원석에 앉은 이들의 면면을 쭉 살폈다.
저들은 하나같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들이 아니던가?
그래, 저 사람들을 이용하면 될 일인데.
“김 PD, 메인 작가한테 오늘 대본 좀 수정하라고 해.”
“네? 대본을 어떻게….”
“다음 라운드는 TOP 3가 아니라 TOP 5로 간다.”
그 말에 김영호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CP님, 실례지만 라운드를 하나 추가하려면 생방송 편성을 한 번 더 짜야 하는데 이래저래 문제 될 사항이 많습니다.”
“괜찮아. 다음 TOP 5 라운드를 준결승으로 가고, 곧장 TOP 2를 결승 라운드로 진행하면 편성 추가 안 해도 되잖아.”
고현덕은 이미 결정을 내린 듯 막힘없이 받아쳐 냈다. 마치 그의 눈은 이미 ‘K-싱어스타 시청률 신기록!’이라는 기사를 본 듯이 반짝였다.
그리고는 김영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무대와 마주하고 있는 심사위원석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김 PD, 저 잘난 심사위원들을 놔뒀다가 국 끓여 먹을 건가?”
“예?….”
“지금껏 우리가 너무 참가자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 같더라고.”
고현덕이 계략을 꾸미는 악당마냥 음흉한 미소를 띤 채 부연했다.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한 명씩 마크해서 준결승을 준비하게 하는 거지.”
“예… 예?”
“그러면 심사위원들은 제 자존심이 걸렸으니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겠나?”
이내 이 정도면 알아들었으리라는 뜻으로 김영호의 어깨를 잘게 다독이며 덧붙였다.
“그럼 코칭해 주는 장면 따놓으면 쓰기도 좋고, 덩달아 훨씬 좋은 퀄리티의 무대도 나오지 않겠어?”
“예, CP님 말대로 정말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네요. 그럼 곧장 심사위원분들에게 의견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무슨 의견을 물어봐?”
고현덕이 눈매를 좁히며 첨언했다.
“콧대 높은 심사위원들이라 한사코 싫다고 하겠지. 그렇지만, 출연료를 두 배로 태우더라도 꼭 오케이 받아 와.”
시청률에 대한 욕심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김영호였기에 그의 의견은 몹시 탐스러운 과실처럼 느껴졌다.
아니, 아니지.
정말 좋은 의견임이 분명했다. 뭐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 확실히 자극적인 그림과 함께 높은 퀄리티의 무대를 보장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
“예, 어떻게든 오케이 받아 오겠습니다.”
이윽고.
돌아서 걸어가는 김영호의 뒷모습에 잘 훈련된 사냥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 * *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어느덧 TOP 8의 무대가 끝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운 무대였으며,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은 무대였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3명을 탈락자로 내정해 놓은 채였기에 심사위원들 사이에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내.
광고 화면으로 돌아가자, 김영호 PD가 심사위원석을 찾았다.
“여러분, 잠시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아까 전 고현덕이 제시한 대로 바뀐 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전했다.
“김 PD, 그건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조건이지 않나?”
제일 먼저 반기를 들고 일어선 건 원진섭이었다.
“네, 물론 사전에 협의한 조건은 아닙니다.”
김영호는 아주 차분하게 대응했다.
“하나, 계약 조건에 제작진들의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제이블이 고압적인 투로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건 부당한 요청이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냥 통보하면 끝이에요?”
그의 말에 이영아가 거들면서 나머지 심사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현승만 빼고.
물론, 이건 심사위원들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섭외가 들어왔을 때부터 고지된 내용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대뜸 일대일 밀착 마크로 코칭을 해 주라니? 심지어 원하는 참가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야, 뭐 이러나저러나 상관없긴 한데….
현승이 제 옆으로 나란히 앉은 심사위원들을 곁눈질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작게 내저었다.
‘심사위원끼리 개싸움 붙여 보겠다는 거네.’
누구 머리통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위원들이 오케이만 한다면 꽤 자극적인 그림을 뽑아 먹기엔 안성맞춤인 라운드가 될 터였다.
“그렇게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영호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차분한 어조로 텀을 두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협조를 부탁드리기 위해 고액의 선 계약금부터 회차당 높은 출연료를 지급해 드린 겁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부정하실 수 없으실 거고요.”
심사위원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따로 반박할 만한 말이 없던 까닭이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전회차 출연료와 계약금을 합치면 강남권은 안 되더라도….
수도권 내 40평대 아파트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액수를 챙겨 가는 셈이니까.
그래.
제아무리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라 해도 ‘억’ 단위의 금액을 받아 놓고,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김영호는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는 밀어붙이듯 말을 덧붙였다.
“물론, 보수 또한 섭섭지 않게 출연료에 포함해서 나갈 겁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구십 도로 고개를 숙이며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저희 사정 좀 살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그의 정수리를 바라보던 심사위원들은 자기들끼리 눈치를 살피며 헛기침을 해댔다.
“감사합니다.”
김영호는 다시 한번 눈치를 살피며 지레 감사를 전했다. 이들의 침묵은 곧 수긍의 의미일 테니까.
역시나.
심사위원들은 별도로 반박도, 수긍도 하지 않았다. 거절은 할 수 없지만, 탐탁지도 않아서일 거다.
다만.
HS는 헬멧을 쓰고 있는 채라 표정도 안 보이는데, 아까부터 묵언수행 중이라 수긍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전 미팅 때나, 하차 사건 때를 돌이켜 보면 그의 성격상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결국.
김영호는 HS의 곁으로 다가가 넌지시 물었다.
“저기, HS 씨도 협조해 주시는 거 맞으실까요?”
“뭐, 마음대로.”
심드렁하다 못 해 귀찮다는 듯한 HS의 말투에 김영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한 발짝 물러서 전체적으로 한번 고개를 숙여 보이며 인사를 전했다.
“그럼 감사하게도 심사위원분들 모두 다 협조해 주시는 걸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영호는 HS가 제일 난관일 거라 예상했던 바와 달리.
‘의외군….’
순조롭게 넘어가 줘서 다행이라 여기며 걸음을 옮겼다.
* * *
여덟 명의 참가자가 긴장한 얼굴로 무대 위에 일렬로 서서 MC가 결과를 발표하기만을 기다렸다.
“자,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말에 강하준도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바짝 마른 입술을 한번 축이고는 제 두 손을 꼬옥 부여잡았다.
나름 만족스러운 무대를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 점수도 나쁘지 않았고, 미리 사전투표 결과도 확인해 봤을 때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경연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
제작진의 변덕과 여러 기획사의 개입으로 판이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하는 법이지 않나?
안정권이라고는 하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일주일간 진행된 사전투표와 심사위원 점수 그리고 생방송 동안 진행된 실시간 문자 투표까지 합산한 점수를 토대로 1위부터 5위까지 다음 준결승에 진출하게 될 텐데요.”
5위까지?
강하준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눈매를 좁혀 보였다. 분명 미리 전해 듣기로는 곧장 TOP 3로 준결승을 진행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고새 바뀐 모양이었다.
이래서 경연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라 한 거다.
갑작스레 바뀐 규정, 그래도 TOP 5라면 확실히 안정권이니 조금 더 마음이 놓였다.
“자, 다음 준결승에 올라갈 영광의 참가자는 누가 될까요? 바로 5위부터 공개하겠습니다.”
MC가 무대 전광판을 향해 손짓하자, 각 참가자와 채점 항목이 적힌 표가 떠올랐고.
“5위 김석훈입니다.”
“4위 심다인입니다.”
“3위 이유주입니다.”
차례대로 호명된 이들의 빈칸이 점수로 채워졌다.
“대망의 1위와 2위만을 남겨 놨는데요. 자, 2위와 1위는 동시에 전광판을 통해 발표하겠습니다!”
강하준은 곧장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자신이 5위 안에 드는 건 거의 확정이랄 수 있으니, 1위 아니면 2위라는 건데….
사실 윤제이도 5위 안에 안 들 리가 없다. 고로 그녀와 순위 다툼을 하게 된 셈이라는 건데,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와 맞붙게 되었으니 다시금 입술이 바싹 말라 갔다.
“아-!”
MC의 외마디와 함께 관객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승 후보랄 수 있는 윤제이와 강하준이 나란히 2위, 1위를 차지합니다-!”
전광판에 강하준의 이름 옆으로 1위라는 글씨가 새겨졌지만,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지는 못했다, 심사위원 점수에서 윤제이가 보다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한 까닭이었다.
결국.
사전투표나 실시간 문자 투표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또다시 윤제이에게 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호명되지 않은 이보연, 임호진, 차태희 참가자는 아쉽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MC가 탈락자를 읊자, 생존한 참가자들은 마치 자신이 탈락이라도 한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그들을 위로했다. 모두 철저히 교육받은 이미지메이킹일 뿐이었다.
또한.
탈락한 참가자들도 아쉬운 건 맞을 테지만, 슬픔에 사무치진 않을 터였다. 어차피 분명 이미 계약한 소속사가 모두 있을 테니 본격적으로 활동을 준비하겠지.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따라 준 무대였던 것 같아서 너무 아쉽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내 탈락자들이 아쉬움 가득 묻은 한마디를 남긴 채 무대를 떠나자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 TOP 5 여러분에게는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MC의 말에 강하준은 귀를 쫑긋 세웠다, 다음 라운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슬슬 꺼내려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라운드는 심사위원이 멘토가 되어 참가자 한 명씩을 맡아 준 결승 무대 준비를 도와주게 될 겁니다.”
일순 강하준의 눈이 반짝이며 마른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MC의 말대로라면 HS가 자신의 멘토로서 경연 무대를 함께 준비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제발….’
앞으로 공손히 모은 두 손을 꼬옥 맞잡으며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HS와 함께….’
MC는 스태프가 가지고 나온 네모난 통을 무대 중앙으로 가지고 나와 부연했다.
“자, 그럼 1위를 차지한 강하준 참가자부터 차례대로 나와서 심사위원의 이름이 적힌 볼을 뽑아 주시면 됩니다.”
강하준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통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올 한 해 운을 다 끌어다 써도 좋으니, 제발 HS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뽑게 해 달라는 마음으로 통 안을 한참 휘저었다.
이윽고.
신중에, 신중을 더해 하나를 골라 꺼내 들었다.
“자….”
MC는 강하준이 뽑은 종이를 펼쳐 내용을 확인하더니 흥미롭다는 양 웃어 보였다.
“강하준 씨의 멘토가 될 심사위원은…!”
그리고는 애를 태우듯 말을 이어 나갔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보컬이랄 수 있죠. 이영아 심사위원입니다!”
강하준은 애써 좋은 척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참, 애석했다. 이영아 심사위원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HS가 아니라는 게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밀려온 탓이었다.
짝짝짝짝짝짝-!
제 속도 모르고, 관객석에서는 옅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자, 이제 2위를 한 윤제이 참가자가 바로 뽑아 주시면 됩니다.”
윤제이는 쭈뼛거리며 통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금세 종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
그리고는 MC에게 건네자 그는 또다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종이를 펼쳐 보더니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설마.
“오, 이 정도면 정말 운명이 아닐까 싶은데요.”
HS는 아니겠지.
“윤제이의 멘토가 되어 줄 심사위원은 바로-!”
그래, 아닐 거야….
“요즘 잘나가는 신흥 작곡가, HS입니다.”
결국 이번에는 강하준이 표정 관리를 실패했다. 아쉬움과 애석함이 뒤섞여 묘하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짝짝짝짝짝짝-!
정말 그의 속도 모르고….
다시 한번 관객석에서는 옅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3위, 4위, 5위까지 모두 종이를 하나씩 뽑아 들자 전광판 위로 큼지막한 문구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 강하준 X 이영아 」
「 윤제이 X H S 」
「 이유주 X 제이블 」
「 심다인 X 김광진 」
g「 김석훈 X 원진섭 」
이윽고.
결승으로 가기 전 마지막 문턱인 준결승의 멘토 선정이 완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