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1화
101화 가시나무 (2)
“하.”
알렉산더 애플은 실소를 흘렸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군.”
-케헤헷, 내가 맞춰 볼까? 새파랗게 어린 놈한테 무시당해서 개같지?
“그래, 그 말이 정확하군. 겨우 미들클래스 따위가 날 죽이니…… 쓰레기니…….”
알렉산더 애플이 뒤통수를 매만졌다. 분노 때문에 뒷목이 뻐근한 듯했다.
“네가 어떻게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걸 추궁할 때가 아닌 것 같구나. 그래. 지금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
알렉산더 애플이 마검을 들어 올려 칼끝으로 데미안 학센을 가리켰다.
“건방진 네놈한테 하이클래스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해 주마.”
“하이클래스?
데미안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기껏해야 마검의 힘을 빌려서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른 주제에 기고만장해하고 있군.”
알렉산더 애플의 실력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마저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지. 어린애가 장검을 쥐고 있는 것과 같아. 너는 지금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고, 설사 안다 해도 제대로 휘두를 수조차 없어.”
데미안의 눈에는 모두 보였다.
지금 알렉산더 애플은 하이클래스라는 허울만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 리암 경에게 계속 압도당했지. 왜? 제대로 된 하이클래스가 아니니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니까.”
연이은 도발에 알렉산더 애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두 눈이 있어도 장님이나 다름없구나. 그 리암 블루그린은 내게 패배한 것을 보지 못했느냐?”
“그거야 마검의 능력에 허를 찔렸기 때문이지. 그 능력이 아니었다면 너는 결국 리암 경에게 지고 말았을 거다.”
알렉산더 애플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반면 마검은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케헤헷, 뭘 좀 아는 애송이로군. 내가 없었으면 리암인지 뭐시기한테 죽었을 거야.
“닥치지 못해?”
-파트너, 이럴 때 화를 내면 진짜 없어 보인다고. 최소한 자존심은 챙겨야지. 안 그래?
“닥치라고 했지.”
알렉산더 애플은 데미안을 쳐다봤다. 분노로 인해서 두 눈동자가 시뻘겋게 물들어 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재수 없는 놈이구나.”
“이거 마음이 통했군. 나도 널 처음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재수 없는데다 오지랖만 넓은 놈이라고 생각했지.”
“이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당장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알렉산더 애플이 분노를 토해 내며 돌진했다. 데미안을 향해 마검을 휘둘렀다.
데미안도 앞으로 달려 나가며 공격을 손쉽게 받아 냈다.
그가 검을 받아치자마자 알렉산더 애플이 곧바로 연격을 날렸다.
데미안은 연격마저도 모두 막아 냈다.
“제법이구나! 그럼 이쪽도 진지하게 상대해 주마!”
-케헤헷, 나한테 맡기라고 파트너!
마검이 더 많은 양의 흑마력을 알렉산더 애플에게 주입했다.
마검을 쥐고 있는 팔뚝에서부터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동시에 알렉산더 애플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크하하핫!”
알렉산더 애플이 광소를 터트리며 데미안 학센을 더욱 몰아붙였다.
마검이 쉴 새 없이 허공을 갈랐다. 데미안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두 사람 모두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허공에서 터져 나오는 불똥만이 공방을 주고받고 있음을 말해 줬다.
그때, 두 사람의 검이 서로 교차했다.
성검과 마검이 서로의 목을 베었다.
마검에 베이기 직전, 데미안은 목을 젖혔다. 마검은 목깃만을 베어 냈다.
반면 데미안의 성검은 알렉산더 애플의 목을 베어 냈다. 하지만 쇠를 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갔다.
각자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옷이 잘린 경우는 처음이군.”
데미안이 목깃을 매만지며 말했다. 회귀한 이후, 데미안의 옷자락을 건드린 사람은 알렉산더 애플이 처음이었다.
“마검의 능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모양이야.”
데미안이 마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애플은 그 말에 대꾸할 여유가 없었다.
“네놈…….”
마검의 흑마력을 받아들인 덕분에 알렉산더 애플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있었다.
실제로 데미안의 참격보다 알렉산더 애플의 참격이 훨씬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데미안 학센은 그 모든 참격을 받아 냈다. 마치 알렉산더 애플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마지막에는 반격까지 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목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급소를 베어 냈다.
마검 덕분에 신체의 경도가 오러를 버틸 정도로 강해지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즉, 알렉산더 애플은 압도당한 것이다.
기술로도, 경험으로도 모두 밀리고 말았다.
“어떻게 미들클래스 따위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대체 네놈은…… 네놈은 정체가 뭐냐!”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인데 되게 놀라는군.”
데미안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
“말했잖냐. 너는 기껏해야 남의 힘을 빌리고 있을 뿐이라고.”
하이클래스란 무엇인가.
그저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인가? 막대한 마력을 가진 사람인가?
아니다. 하이클래스란 기술의 극에 도달한 사람이다.
“자신의 검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주제에 하이클래스라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그런 멍청이에게 질 만큼 데미안의 능력은 하찮지 않았다.
“이 애송이가……!”
알렉산더 애플의 얼굴에 핏줄이 돋아났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얼굴이었다.
-파트너, 진정해. 저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그때, 마검이 알렉산더 애플을 말렸다.
-저 녀석이 보통이 아니면 뭐 어때. 그래 봤자 저 녀석은 파트너를 상처 입힐 수 없어.
마검의 말이 맞았다. 데미안의 검은 알렉산더 애플의 목을 베어 내지 못했다.
-길게 끌고 가면 결국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어. 게다가 저 녀석은 무기도 망가졌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데미안이 들고 있던 성검에 쩍 금이 생겼다.
그 사이로 신성력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성검은 순식간에 평범한 검으로 변했다.
“…….”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성검을 바라봤다. 마검이 가지고 있는 예기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성검까지 망가트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케헤헷! 저 녀석 얼굴 좀 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잖아! 내 몸을 받아 냈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마검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데미안이 한 방 먹은 걸 보자 알렉산더 애플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크하하핫! 그 귀한 성검이 고철이 되어 버렸구나! 꼴좋다!”
데미안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성검을 쓰다듬었다. 굉장히 좋은 검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망가질 줄은 몰랐다.
“미안하구나. 대신 네 손으로 복수하게 해 주마.”
비록 갈라지고, 신성력은 사라졌지만 성검은 아직 훌륭한 검이었다.
데미안이 성검을 바로 잡았다. 그 모습에 알렉산더 애플과 마검이 비웃음을 보냈다.
“저 녀석, 우리랑 또 해 볼 생각인 모양이군.”
-케헤헷, 이번에야말로 본때를 보여 주자고.
데미안이 돌진했다. 알렉산더 애플도 마검과 함께 달려들었다.
“우선 그 검부터 박살 내 주마!”
알렉산더 애플이 마검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그러나 데미안은 마검을 받아치지 않고 몸을 한쪽으로 숙이며 공격을 피했다. 알렉산더 애플이 곧바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데미안이 몸을 뒤로 살짝 젖히자, 이번에도 마검은 허공을 갈랐다.
“잘도 피하는구나!”
알렉산더 애플이 연달아 마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데미안은 너무나도 손쉽게 공격을 피했다.
공격이 연달아 허공만 베자 알렉산더 애플의 표정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이쪽의 공격이 명백히 훨씬 빠르고 강했다. 그런데 공격이 닿질 않았다.
“어떻게 내가 피하는지 궁금하지?”
심지어 데미안은 여유롭게 말까지 하고 있었다.
“이미 다 외웠거든.”
데미안은 한 번 본 검술은 무엇이든지 습득할 수 있었다.
리암 블루그린 때 한 번, 방금 전 격돌에서 또 한 번.
이미 두 번이나 봤다. 마검의 검술을 이미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어디서 헛소리를……!”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지금부터 알려 주면 되겠지.”
“오냐, 어디 한번 해 봐라!”
알렉산더 애플이 격노하며 마검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몸을 살짝 틀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마검이 데미안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 순간, 데미안이 성검을 내질렀다. 길게 뻗은 성검이 알렉산더 애플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용없…….”
어깨의 살점이 촥 갈라졌다. 피가 터져 나왔다.
“……어?”
-……어라?
알렉산더 애플과 마검이 동시에 당혹스러워했다.
그사이, 데미안은 성검을 회수하며 다시 휘둘렀다. 이번에는 알렉산더 애플의 팔뚝을 베었다.
이번에도 살점이 베이고, 피가 흩뿌려졌다. 알렉산더 애플은 더더욱 당혹스러워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대체 무슨 수작질을 한 것이냐!”
베로니카 산체.
전생에 살망귀라 불렸던 그녀는 살인에 집착한 끝에 겁살검(劫煞劍)이라는 경지에 도달하여 마스터가 되었다.
겁살검에 도달한 이후, 베로니카 산체는 뭉툭한 나뭇가지로도 사람의 몸을 물처럼 썰어 댈 수 있게 되었다.
마검으로 인해서 신체를 강화시켜 봤자 소용없었다. 겁살검이 있으면 살을 베어 낼 수 있었다.
“크아악!”
데미안이 연달아 검을 휘둘러서 알렉산더 애플의 몸을 베어 냈다. 알렉산더 애플은 비명을 토했다.
“말도…… 말도 안 돼! 미, 미들클래스 따위한테…… 내, 내가! 이 내가!”
알렉산더 애플의 눈동자가 서서히 공포로 물들었다.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이 목전까지 왔다는 사실이 말이다.
-파트너! 뭘 무서워하는 거야! 내가 있잖아!
그때, 마검이 소리쳤다. 그 말에 알렉산더 애플이 정신을 차렸다.
-날 사용해! 놈을 꼬치로 만들어 버리자고!
그 즉시, 알렉산더 애플이 마검을 역으로 쥐고 칼끝으로 힘껏 땅을 내려찍었다.
그 직후, 두 사람이 서 있는 땅 전체에 가시나무가 솟아났다.
* * *
전투가 시작된 내내 데미안은 마검의 특수한 능력을 경계했다.
마검 ‘가시나무’는 이름답게 광범위한 영역에 가시나무를 솟아나게 해서 적을 공격했다.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이고 파괴력도 강력했다. 하이클래스의 오러가 맺혀 있는 무기를 박살 낼 정도였다.
정면에서 맞서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미리 대책을 세워 놨다.
-날 사용해! 놈을 꼬치로 만들어 버리자고!
알렉산더 애플이 마검을 내리꽂기 직전,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근육에 저장되어 있던 마력이 단숨에 신체를 활성화시켰다. 감각들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감각이 날카로워지자 뇌에 들어오는 정보량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알렉산더 애플의 움직임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 시선의 처리, 머리카락의 흔들림.
알렉산더 애플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검이 땅에 닿고, 흑마력이 땅바닥을 향해 퍼지는 것이 세세하게 보였다.
데미안은 발을 내딛었다. 가시나무들이 땅을 뚫고 머리를 내밀었다.
데미안은 비어 있는 공간만 골라서 밟았다. 덕분에 가시나무들을 피해서 알렉산더 애플의 코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데미안이 코앞에 도달했음에도 알렉산더 애플은 알아보지 못했다. 온 세상이 멈춰 있는 탓이었다.
데미안이 벌성지광약을 풀었다. 멈춰 있던 세상이 다시 움직였다. 가시나무들이 길게 튀어나와서 온 세상을 뒤덮었다.
“……어?”
그제야 알렉산더 애플은 데미안을 알아봤다. 알아보고도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파트너! 피해!
마검이 외친 찰나, 데미안이 성검을 휘둘렀다.
알렉산더 애플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 * *
그 순간, 알렉산더 애플의 손이 움직이더니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목에 붙였다.
동시에 마검을 크게 휘둘렀다. 데미안은 마검을 피해서 뒤로 물러났다.
잘린 단면에서 검은 연기가 일어났다. 상처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커, 커헉! 크허억!”
알렉산더 애플이 비명을 토해 냈다.
“네, 네 덕분에 살았다!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데미안은 방금 몸을 움직인 자가 알렉산더 애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검이 육체를 움직여서 머리를 붙잡고 다시 붙인 것이다.
-케헤헥, 파트너가 죽으면 나도 곤란하니까 특별히 도와준 거야.
마검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파트너, 난 방금 깨달았어. 저 녀석은 너무 위험해. 이대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설마 도망이라도 치자는 거냐?”
-케헤헥, 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당했으니 되갚아 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럼 이길 방법이 있다는 거냐?”
-케헤헷, 있지. 있고말고.
마검의 말에 알렉산더 애플이 반색했다.
“그런 게 있으면 빨리 사용했어야지!”
-아직은 때가 아니었거든. 원래는 더 나중에 사용하려고 했어.
“됐으니까 빨리 사용해! 당장 저 녀석을 죽여 버리란…….”
알렉산더 애플의 몸이 덜컥 굳었다.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검이 자신의 몸에 꽂혀 있었다. 가슴을 관통한 채 등 뒤로 튀어나와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쿨럭.”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바람에 알렉산더 애플은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파트너, 미안하게 됐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방법밖에 없더라고.
마검이 액체처럼 변하더니 알렉산더 애플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 직후, 알렉산더 애플의 변화가 일어났다. 마검과 비슷한 재질로 보이는 금속이 전신을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 자식…… 내, 내 몸에 무슨 짓을……!”
금속이 얼굴까지 완전히 뒤덮이며 이목구비가 모조리 사라졌다.
잠시 후, 가운데가 세로로 갈라졌다. 그 아래가 가로로 갈라졌다.
세로로 갈라진 선이 좌우로 벌어지더니 피를 굳힌 것처럼 시뻘건 동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로로 갈라진 선이 위아래로 벌어졌다. 상어처럼 뾰족뾰족한 이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검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리고 천천히 양팔을 좌우로 벌렸다.
-하아…….
이내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육체가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