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2화
102화 가시나무 (3)
데미안은 마검을 바라보며 구역질 난다는 듯이 말했다.
“알렉산더 애플에게 힘을 빌려준 이유가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였군.”
마검은 어떤 식으로든 사용자를 파멸로 몰고 간다.
미치게 만들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거나.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방식이 바로 신체를 강탈하는 것이었다.
사용자의 신체를 빼앗은 다음에 망가질 때까지 놀리다가, 쓸모가 사라지면 새로운 사용자를 찾아 몸을 빼앗길 반복했다.
-정답! 정답이야! 내가 파트너한테 계속 흑마력을 넘겨줬잖아? 그 덕분에 파트너의 몸은 나한테 적합하게 변했어.
마검은 무희처럼 한 발을 들고 회전했다. 굉장히 가볍고 날렵해 보였다.
-결과는 대만족! 진짜 내 몸인 것처럼 딱 맞지 뭐야.
마검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별안간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래서 더 아쉬워. 시간을 더 들였더라면 이런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형태로 빼앗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말에 데미안은 섬뜩함을 느꼈다.
만약 마검이 알렉산더 애플의 몸을 온전히 빼앗았다면? 알렉산더 애플을 연기하며 인간 사회에 파고들었다면?
애플 왕국은 큰 혼란에 빠졌으리라.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파트너의 원한을 갚아 줘야지!
마검이 손뼉을 쳤다. 박수 소리에 데미안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파트너는 날 위해서 자기 한 몸을 희생했어! 내가 아니면 그 유지를 누가 잇겠어?
알렉산더 애플.
이제는 마검으로 변해 버린 몸에서 고농도의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흑마력의 농도가 너무 짙은 탓에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였다. 시커먼 마력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엄청난 기운에 몸이 뒤로 밀릴 정도였다. 데미안은 몸을 숙이며 성검을 땅에 꽂아 넣었다. 그래도 몸이 계속 뒤로 밀려 나갔다.
-하하핫! 아하하핫!
마검이 광소를 터트렸다.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마력량이 더욱 늘어났다.
-내 힘을 내가 사용하고 있어! 남한테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가 사용하고 있다고!
데미안이 펼쳐 놨던 장막 전체가 뒤흔들리더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데미안이 펼친 흑마법은 7위계의 고위 흑마법이었다.
일정 공간을 완전히 격리하는 흑마법으로 오러를 퍼부어도 파괴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것을 단순히 흑마력을 방출한 것만으로 망가뜨리고 있었다.
-넌 모르겠지! 지금 내가 얼마나 기쁜지 말이야!
마검이 한 손을 길게 뻗었다. 손바닥에서 검이 돋아났다.
검에서 칠흑 같은 오러가 솟아났다. 오러블레이드라고 착각할 만큼 농도가 짙었다.
-괴물 친구, 그럼 이제 2차전을 시작해 볼까?
말하기 무섭게 마검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마검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머나? 근데 벌써 끝나겠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순간, 마검이 검을 내리쳤다.
오러가 뿜어져 나오며 거대한 참격을 만들어 냈다.
참격에 의해서 건물이 완전히 쪼개지고, 장막이 갈라졌다.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공격이었다.
-어라?
마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방향이 틀어졌어? 대체 무슨 짓을…….
마검이 당황한 찰나, 데미안이 몸을 회전시켰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든 성검이 마검의 목을 베었다.
* * *
거친 소리와 함께 마검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마검은 놀랐다는 얼굴로 정면을 쳐다봤다.
-와…… 한 방 먹었네?
정통으로 목을 베었음에도 마검은 멀쩡했다. 오히려 성검의 날이 나가 버렸다.
“더럽게 단단하군.”
인간의 몸이었다면 살망귀의 경지로 베어 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저 육체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마검과 융화가 되어 있었다.
-말해 줘. 방금 뭘 한 거야? 내가 분명히 칼을 휘둘렀거든? 네가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거든? 근데 네가 검을 이렇게, 이렇게 하니까 갑자기 방향이 틀어지던데?
마검이 검을 내리치기 직전, 데미안은 성검을 이용해서 만류통찰을 사용했다.
마검의 공격이 워낙 강했기에 조금 애를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궤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설명해 줘도 이해 못할 텐데.”
-와, 이거 자존심 상하네. 근데 봐도 모르는 거 보니까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마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이 빠른 놈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괴물 같은 친구네. 내 목을 칠 때 섬뜩했던 거 알아? 아무 소용도 없었지만.
마검이 손으로 목을 톡톡 두드렸다. 데미안을 조롱하는 기색이 다분한 동작이었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오래 살려 둬서 좋을 게 없어 보이는걸?
마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짙은 살의가 자리 잡았다.
전력을 다하려는 마검의 모습에 데미안은 혀를 찼다.
“곤란한 상대로군.”
알렉산더 애플과 달리 마검은 온전한 하이클래스였다.
모든 능력이 초인의 영역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뛰어난 기술로 다루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인데 마검의 특수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광범위한 영역에 가시나무를 돋아나게 해서 공격하거나 전신을 경화시켜서 보호하고 있었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 능력이 특히 골치 아팠다.
알렉산더 애플 때는 살망귀의 경지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속으로 뒤덮인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저걸 어떻게 뚫는담.”
데미안이 습득한 경지들을 동원하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에게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었다.
“마침 잘됐군. 그 녀석을 시험해 볼 곳이 필요했는데.”
데미안이 정면으로 손을 뻗었다. 손목의 문신이 사라지더니 허공에 길쭉한 창이 나타났다.
-창? 검사가 갑자기 웬 창이야?
마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심지어 날이 부러져 있네? 그런 고철로 뭘 하겠다는 거야?
데미안이 창대를 땅에 꽂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에레보스, 깨어날 시간이다.”
창의 끝에 묶여 있던 에레보스가 주변의 흑마력을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 직후, 기괴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 세상이 진동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들썩였다. 태풍이라도 몰아치는 것처럼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그 속에서 마검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에레보스를 쳐다봤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검?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에레보스가 흑마력을 흡수하고, 제힘을 해방하자 느낄 수 있었다.
저것이 어떤 물건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름 끼치는 물건인지.
-아니야, 비슷할 뿐이지 우리랑은 달라!
마검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마검은 서로를 알아봤다. 모두 악마에 의해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서로를 동족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건 달랐다. 동족이 아니었다.
“역시 너도 똑같이 말하는군.”
전생에서 에레보스를 봤던 마검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저것은 마검이 아니다.
저것은 우리와 동족이 아니다.
저것은 존재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너도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잡담은 이쯤 하지. 아직 2차전이 끝나지 않았잖아.”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금방이라도 공격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겨우 그것뿐인데 마검은 섬뜩함을 느꼈다. 모든 감각이 들고 일어나며 경고했다.
위험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안 된다.
-……해 볼 생각이라면 나도 피하지 않겠다.
하지만 마검은 경고를 따르지 않았다.
-네가 들고 있는 그 녀석이 퍽이나 대단한 녀석인 것 같은데…….
마검이 손을 들어 올렸다. 땅을 뚫고 튀어나와 있던 가시나무들이 휘어지더니 데미안을 겨누었다.
-그렇게 대단한 놈이 맞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마검은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었다.
저 무기가 뭔지는 몰라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가시나무 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구멍투성이로 만들어 주지.
마검이 손가락으로 데미안을 가리켰다. 하늘을 뒤덮은 가시나무들이 데미안을 향해 쏟아졌다.
그때, 데미안이 창을 세웠다. 장창의 아랫부분으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 순간, 장창을 중심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은 천천히 퍼져 나가며 세상을 집어삼켰다. 파동에 닿는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건 또 무슨…….
마검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할 때였다.
넓게 퍼져 나간 파동이 가시나무들에 닿자 순식간에 회색으로 물들었다. 곧이어 외곽에서부터 소멸되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에레보스의 첫 번째 권능은 주변의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능력이었다.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기에 부식능력은 굉장히 약했다.
하지만 흑마력을 흡수시키면 일시적으로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이, 이럴 수는 없어! 내, 내 가시나무들이!
파동이 마검까지 집어삼켰다.
그 순간, 마검은 전신이 몇십 배로 무거워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이상 현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부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크어어억!
실시간으로 몸이 소실되고 있었다. 흑마력을 끌어내서 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검은 다급하게 몸을 뒤로 돌렸다. 빨리 이 영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워진 몸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신이 소멸되는 고통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검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데미안이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데, 데미안 학센!
데미안이 가까이 올수록 부식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몸도 더욱 무거워졌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마검이 애타게 소리쳤지만, 데미안은 멈추지 않았다. 몸이 더욱 빠르게 분해 되었다.
-제발……! 오지 마……!
데미안이 마검의 앞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사, 살려 줘…….
마검이 애타게 말했다. 데미안은 관심 없다는 듯 에레보스를 들어 올렸다.
“예전에 맹세를 한 적이 있지. 너희 같은 것들을 절대로 살려 두지 않겠다고 말이야.”
마검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그가 애원하려는 찰나,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내리쳤다.
마치 계란이 깨지는 것처럼 간단하게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