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3화
103화 설명 (1)
데미안은 마검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시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걸까. 마치 재를 가득 담아놓은 도자기가 깨진 것 같았다.
에레보스의 부식이 영향을 미친 것은 외부뿐이었다. 내용물이 저런 것은 마검의 영향일 확률이 컸다.
마검과 융합한 육체가 사람의 장기를 유지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때, 에레보스의 기운이 급격하게 사그라들며 주변이 부식되던 것도 멈췄다.
“시간이 다 됐군.”
현재 에레보스는 남아 있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아 가동시간이 극히 짧았다.
그뿐만 아니라 힘을 다시 회복하는 시간도 무척 길었다. 아마 한동안 에레보스를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
장창 끝에 있던 에레보스가 툭 떨어졌다. 에레보스를 묶고 있던 철사가 부식된 탓에 끊어진 것이다.
철사뿐만이 아니었다. 장창도 에레보스가 닿아 있던 부분은 닳아 없어져 있었다.
“쓸 만하기는 하지만 이런 점이 골치 아프단 말이지.”
그나마 데미안이 마력으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전투하는 동안 버틴 것이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부식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래서 데미안의 마력이 주입된 사물도 부식에 대한 저항력을 가질 수 있었다.
데미안은 장창에서 부식된 부위를 잘라 내고 에레보스를 다시 철사로 휘감았다. 마지막으로 소환을 해제해서 다시 문신으로 바꿨다.
그런 뒤, 데미안은 마검의 시체로 다가가 무얼 찾으려는 듯 발끝으로 잿더미를 파헤쳤다. 그러자 작은 돌멩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작은 돌멩이.
마검의 핵이었다.
마검은 악마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핵에는 악마의 힘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검의 핵은 흑마법사들에게 굉장히 귀중한 물건들이었다. 반면, 데미안에게는 그다지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교단에 넘겨야겠군.”
흑마법사 다음으로 이 물건에 환장하는 곳이 바로 교단이었다.
흑마법사들과 달리 교단에서는 핵을 이용해 악마의 힘에 대한 저항 방법을 연구하고 대비책을 강구했다.
이걸 가져다주면 분명히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안 그래도 교단에 한번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잘됐네.”
데미안은 시체놀음에게서 토벌대를 지킨 대가로 교단의 비고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
그래서 조만간 교단을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그때 마검의 핵도 넘길 계획이었다.
“겸사겸사 이 녀석도 고쳐야겠어.”
데미안은 망가진 성검을 살펴보며 말했다.
마검과의 전투에서 성검이 크게 망가지는 바람에 신성력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무기였던지라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고생했다. 당분간 쉬어라.”
데미안은 성검을 소중하게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적은 쓰러졌지만 아직 데미안 학센이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머리를 싸맬 시간이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얼버무린담.”
데미안은 주변을 둘러봤다. 전투의 여파로 박살이 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박살만 난 것도 아니고 에레보스에 의해서 부식된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전투 현장이 아니었다. 굉장히 수상쩍었다.
가장 큰 문제는 데미안이 알렉산더 애플을 쓰러트린 것을 어떻게 해명하냐는 것이었다.
알렉산더 애플은 일시적이긴 했지만 마검을 소유할 땐 하이클래스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만인이 보는 앞에서 리암 블루그린을 쓰러트림으로써 강함을 증명하기까지 했다.
그런 인물을 미들클래스라 알려진 데미안 학센이 쓰러트렸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데.”
애플 왕국이라면 몰라도 교단에서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데미안을 의심하며 심문할 게 분명했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막을 펼쳐 놓은 덕분에 외부 사람들은 내부의 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리암 블루그린한테서 알렉산더 애플이 내상을 입었고, 그 바람에 마검의 저주가 가속화되어서 자멸했다고 말하면 충분하겠지.”
리암 블루그린이 알렉산더 애플과 싸울 때, 강력한 공격을 몇 번이고 적중시켰다.
물론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마검 덕분에 알렉산더 애플의 신체가 너무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미안은 알렉산더 애플이 실제로는 내상을 심하게 입었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다소 억지가 좀 있기는 하지만.”
급조한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다들 데미안 학센의 말을 믿어 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통상적인 상식에서 어긋나는 말들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미들클래스가 마검을 사용하는 하이클래스를 쓰러트렸다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그럴듯했으니 말이다.
“부식의 흔적도 마검의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둘러대야겠어.”
물론 마검의 진짜 능력은 가시나무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문제없었다. 또 다른 능력이라고 말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정리하고 나가야겠군.”
다음으로 데미안은 주변의 흑마력을 끌어모아서 팔찌에 저장했다.
마검이 지니고 있던 고농도의 흑마력이 팔찌를 가득 채웠다.
그러고도 아직 많은 양의 마력이 남아 있었다.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챙길 것을 모두 챙긴 뒤, 데미안은 장막을 해제했다.
균열로 가득했던 장막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 * *
밖으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왕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성의 맨 위층은 알 수 없는 검은 장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저 안에 데미안 학센이 알렉산더 애플과 갇혀 있었다.
“아직 지원군은 오지 않은 것인가?”
국왕이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리암 블루그린이 쓰러진 것을 보자마자 국왕은 왕국의 다른 하이클래스들과 교단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들에게 연락을 보내느라 왕기에 대대로 내려오던 값비싼 마도구를 소모했으나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러다가 데미안 경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올리버 애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국왕은 무력감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국왕의 입장에서 데미안 학센은 아들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역모를 파헤친 영웅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보기 드문 인재이기도 했다.
그런 인물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데미안 형…….”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안타깝다는 얼굴로 장막을 바라봤다.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더라면 데미안을 도울 수 있었을 텐데.
“다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미하엘은 고개를 홱 돌렸다.
베로니카 산체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사과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여유로운 거야? 형을 버리고 온 주제에!”
“버리고 온 게 아니라 쟤가 말했다니까? 저 아저씨 데리고 도망치라고 말이야.”
베로니카 산체가 바닥에 누워 있는 리암 블루그린을 가리켰다.
리암 블루그린은 상처가 너무 심해 치료를 받고 기절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진짜 형을 놔두고 오면 어떻게 해!”
“괜한 걱정이라니까. 저 녀석은 절대로 안 죽어.”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그거야 나랑 약속했거든. 내 손에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겠다고 말이야.”
베로니카 산체가 확신이 넘쳐흐르는 얼굴로 말했다. 미하엘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장막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소리치자 모든 사람이 장막을 쳐다봤다.
장막이 사라지니 반파된 건물만 덩그러니 보였다.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킨 채 그곳을 바라봤다.
“……데미안 형?”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서 있는 사람은 데미안 학센밖에 없었다. 알렉산더 애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미하엘이 즉시 데미안을 향해 달려갔다. 먼 거리를 순식간에 건너뛰었다.
“오, 미하엘이냐.”
데미안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 모습에 미하엘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어, 어떻게 되신 거예요? 알렉산더 애플은요?”
데미안이 바닥을 가리켰다. 미하엘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했다.
바닥에 뭔가 이상한 것이 놓여 있었다. 사람과 비슷한 무언가가 도자기처럼 깨져 있었다.
“설마…….”
미하엘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렉산더 애플를 쓰러트리신 거예요?”
“그건 아니고 저쪽이 알아서 자멸해 주더라.”
미하엘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자멸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결국 알렉산더 애플은 죽었고, 데미안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데미안 형! 정말 엄청나세요! 진짜…… 이건 말도 안 되게 대단하세요!”
“그냥 저쪽에서 자멸한 거라니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겨우 미들클래스의 경지로 마검을 가진 하이클래스가 자멸할 때까지 버텼다.
이게 대단한 게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대단하단 말인가.
“역시 살아 있었구나!”
뒤이어서 베로니카 산체가 도착했다. 그녀는 뒤에서 데미안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네가 살아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어! 나한테 죽기 전까지 절대로 안 죽을 거라고 약속했…… 꺄아악!”
데미안이 베로니카 산체의 손가락을 꺾었다. 베로니카 산체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풀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어디서 개소리야. 내가 언제 너한테 죽어 주겠다고 했어?”
데미안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을 때였다. 뒤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서 위로 올라왔다.
국왕과 올리버 애플, 귀족들이었다.
“이럴 수가…… 정말로 살아 있었군!”
“데미안 경! 걱정했습니다!”
국왕과 올리버 애플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달려왔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알렉산더는?”
데미안은 이번에도 말없이 시체를 가리켰다. 국왕은 알렉산더 애플의 시체를 보고 흠칫 놀랐다.
“이게…… 정말 그 녀석이란 말이냐?”
“마검을 사용한 대가입니다.”
“그렇군…… 들어본 적 있네. 마검은 사용자를 파멸로 이끈다지.”
국왕은 천천히 알렉산더 애플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멍청한 녀석…….”
국왕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검은 재가 하늘로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