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5화
105화 백작위 (1)
왕성을 떠난 데미안은 곧장 학센 영지로 돌아왔다.
저택으로 들어서려는데 빅터가 빗자루로 입구를 쓸고 있는 게 보였다.
“흐아암.”
대체 밤에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빅터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젊은 놈이 뭔 하품이야.”
“헙! 누, 누구냐!”
“너는 매번 반응이 똑같냐.”
데미안의 말에 빅터가 깜짝 놀라며 빗자루를 창처럼 겨누었다.
이내 데미안의 얼굴을 보고 반색했다.
“도련님!”
“그래, 나다.”
“무사하셨군요! 계속 걱정하고 있었습니다요!”
빅터가 호들갑을 떨며 데미안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참, 이럴 때가 아니지. 어서 들어가시죠! 다들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계십니다요!”
데미안은 빅터의 말대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응접실로 들어가자 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어안이 벙벙해 하다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데미안!”
가장 먼저 아버지가 달려왔다. 학센 자작은 데미안의 몸을 매만지며 이리저리 살폈다.
“역모 사건에 휘말렸다고 들었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알렉산더 애플을 쓰러트린 이후, 데미안은 며칠 동안 왕성에 머물렀다.
교단의 조사에도 어울려 줘야 했고, 국왕이 이런저런 핑계로 도통 놓아주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 동안 역모 사건의 전말이 왕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 모양이었다.
“다친 곳은 없는 모양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여보, 제가 뭐라고 했어요.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죠?”
“부인의 말이 맞소.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학센 부인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학센 자작은 실소를 흘렸다.
“요즘 계속 밖에만 있었으니까 당분간은 집에서 푹 쉬어. 또 나가려고 하면 혼낼 거야.”
누님인 루이즈가 엄한 얼굴로 말했다. 워낙 인상이 순한 사람이라 전혀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형님,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아주버님, 무사하신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동생 내외도 걱정되었는지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러다 문득, 아벨이 물었다.
“그런데 형님, 소문 중에 이상한 내용이 섞여 있던데요.”
“이상한 내용이라니?”
“형님께서 하이클래스를 상대로 승리를 했다느니 뭐니 그러던데요.”
“아, 그건 와전된 거야.”
그 말에 아벨이 큰소리로 웃었다.
“역시 그렇죠? 아무리 형님께서 대단하셔도 하이클래스를 이기는 건…….”
“승리한 게 아니라, 하이클래스가 죽을 때까지 버텼지.”
“?!?!?!”
아벨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도 경악한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혀,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역모를 저지른 사람이 왕제인 알렉산더 애플이었거든. 그 녀석이 흑마법을 사용해서 공간을 격리하는 바람에 그 안에 갇히고 말았지.”
데미안이 이토록 자세하게 말하는 이유는 소문을 내기 위함이었다.
소문이 최대한 구체적으로 퍼질수록 사람들이 데미안을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 형님?”
“왜 그러냐?”
“어쨌든 형님께서 하이클래스를 이긴 거 아닙니까?”
그 물음에 데미안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정면에서 상대하지 못하고 버티다가 적이 자멸했는데. 그게 어떻게 이긴 거냐.”
데미안의 말도 맞았다. 하지만 아벨을 비롯한 가족들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어쨌든 데미안은 살아남고, 하이클래스는 죽었으니 이긴 게 아닌가?
“참, 아버지. 선물입니다.”
가족들이 어이없어하는 동안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 양피지를 꺼냈다.
아버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뭐냐?”
“학센 자작가를 백작가로 승격시킨다는 국왕 전하의 교지입니다.”
그 말에 백작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른 가족들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데, 데미안! 그게 정말이니?”
“이게 전하의 교지라고?”
가족들이 양피지를 바라보며 아우성거렸다. 반면 학센 자작은 아무 말 없이 양피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반응에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기쁘지 않으세요?”
“기쁘지. 기쁘고말고. 선대 조상들께서 못 이루신 꿈을 내 대에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
모든 귀족은 백작이 되는 것을 선망했다.
남작, 자작과 달리 백작위는 그만한 자격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작과 남작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백작은 숫자가 무척 적었다.
누군가는 백작이야말로 진정한 귀족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걸 얻기 위해서 또 네가 위험한 일을 겪지 않았더냐?”
아버지가 서글픈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이 아비가 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기는 하지만 하이클래스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다. 숫자에 따라서 국력을 결정짓는 초인들이 아니더냐?”
아버지는 교지 대신 데미안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고작 이딴 것 때문에 하마터면 널 잃을 뻔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기뻐할 수 있겠느냐.”
아버지의 말에 데미안은 무언가 북받치는 걸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다.
하이클래스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이 정도 일은 자신에게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고.
“……아버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데미안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이걸 구해 오느라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기뻐해 주지 않으시면 섭섭합니다?”
데미안이 애써 웃으며 양피지를 흔들었다. 그래도 아버지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여보, 데미안 말이 맞아요. 저 아이의 공을 당신이 기뻐해 주지 않으면 누가 기뻐해 주겠어요.”
학센 부인도 나서서 남편을 설득했다. 그제야 학센 자작은 양피지를 받았다.
“학센 자작은 들으라. 본인은 만인의 위에 군림하는…….”
학센 자작은 돌돌 말려 있는 양피지를 풀고, 교지의 내용을 낭독했다.
“……그리하여 학센 자작가를 백작가로 승격시킴을 천명하는 바이다.”
아버지의 낭독이 끝나자마자 가족들은 손뼉을 쳤다.
“참, 전하께서 영지를 하사하시겠다는구나.”
“어느 영지인가요?”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유난히 가문의 세를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았다.
“새아가라면 잘 알지도 모르겠구나.”
학센 백작이 올리비아에게 교지를 보여 줬다. 한참 들여다보던 올리비아가 놀라서 소리쳤다.
“가르가리 평야랑 인근의 숲을 모두 하사하시겠다고요?”
“좋은 토지인 모양이구나?”
“좋고 말고요! 뭘 심어도 풍년이 들기로 유명한 땅이에요! 이렇게 양질의 땅을 그냥 주신다니…….”
올리비아가 놀라는 것을 보니 국왕이 얼마나 좋은 토지를 내줬는지 실감이 되었다.
국왕은 단순히 말로만 감사를 표한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전하께서 정말 큰 은혜를 베푸셨구나.”
학센 백작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그러다 겸연쩍은 얼굴로 가족들에게 물었다.
“백작위가 된 건 좋은데……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백작이 되었으니 예전처럼 살 수는 없었다. 많은 것을 바꿔야 했다.
문제는 학센 백작은 물론, 그 누구에게도 그런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곤.
“우선 새로 하사받은 영지에 찾아가서 인수인계를 받고 앞으로 방침을 세워야 합니다.”
올리비아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여식으로서 아버지가 어떻게 가문을 돌보는지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해 왔다.
“역시 이런 건 새아가가 잘 아는구나.”
학센 백작이 안심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학센 백작의 물음에 올리비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우리 학센 자작가가 백작가가 되었음을 서부의 모든 귀족에게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꼭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어차피 저절로 알려질 텐데.”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학센 백작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어머니인 학센 부인은 달랐다.
“그거 좋구나! 여보, 우리 연회를 열어요. 아주 성대하게 열어서 서부의 귀족들을 모두 초대하는 거예요!”
학센 부인이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학센 백작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꼭 그럴 필요가 있겠소?”
“당연히 있죠! 설마 잊으신 거예요? 다른 가문들이 우리 학센 자작가를 얼마나 무시했는데요! 영지가 작다느니 가난하다느니…….”
어머니가 주먹을 움켜잡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동안 쌓인 게 어지간히 많은 모양이었다.
“그 인간들을 모두 불러다가 본때를 보여 주는 거예요! 더 이상 우리 가문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요!”
“어머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가문의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올리비아도 학센 부인의 말에 동감했다.
“으, 으음…….”
학센 백작은 그래도 영 탐탁지 않아 보였다.
“여보! 뭘 망설이는 거예요! 복수할 좋은 기회잖아요!”
학센 부인이 남편을 다그쳤다. 학센 백작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께서 또 저러시네.”
아벨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형님, 저희가 가서 아버지를 좀 도와드리는 게…… 형님?”
무심코 옆을 돌아본 아벨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이 무서운 얼굴로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라…… 어머니께서 저렇게 이를 갈 정도로 우리 가문을 무시하는 것들이 많았단 말이지?”
그제야 아벨은 자신이 단단히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데미안은 아버지를 도와줄 아군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판에 기름을 부을 사람이었다.
“그 많은 사람을 초대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소? 우리 가문에 그만한 돈이 없지 않소.”
“돈이라면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돈을 꺼냈다. 영롱하게 빛나는 금화가 와르륵 쏟아졌다.
사실 데미안도 이제 주머니 사정이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암시장의 경매에 참가하면서 많은 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회 비용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었다.
“어머니, 돈 걱정은 마시고 아주 성대하게 치르도록 하죠.”
“역시 우리 아들밖에 없다!”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데미안까지 이렇게 나오지 학센 백작으로서는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알겠소. 부인의 뜻대로 하시오.”
결국 연회를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 정말 사랑해요!”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학센 백작을 끌어안았다.
어머니에 품에 안긴 채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연회라.’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자작가에 불과했던 우리가 백작이 되었으니 다들 곱게 보지 않겠지.’
순탄한 자리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분명 가문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자들로 넘쳐날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을 텐데.’
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들 순박하게 살아온 시골 귀족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올리비아는 믿을 만했지만 단 한 명인데다 권위가 부족했다.
‘나도 이런 자리에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진데.’
칼을 휘두르는 일이라면 모를까. 귀족들의 암투 같은 것은 데미안도 영 잼병이었다.
‘안 되겠군.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결국 이 문제는 학센가에 권위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학센 백작가에 권위가 있었더라면 다들 아부하기에 바빴을 테니까.
‘그렇다면 밖에서 빌려오면 되지.’
다행인 점이라면 데미안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인맥이 많다는 점이었다.
‘공작 정도면 충분하겠지?’
데미안은 속으로 공작에게 보낼 초대장을 어떻게 적을지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