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6화
106화 백작위 (2)
학센 자작가가 백작가로 승격되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서부 전체로 퍼져 나갔다.
소식을 들은 서부의 귀족들은 그야말로 들끓기 시작했다.
귀족들이 보기에 학센 자작가는 백작가로 승격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모를 별 볼 일 없던 가문 주제에 백작가가 말이 돼?”
“학센 가문은 쥐꼬리만 한 밀밭이 전 재산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작은 가문이 어떻게 백작가로 승격이 될 수 있습니까!”
“알아보니 기사는커녕 경비병조차 없더만! 그딴 가문이 어떻게 백작가야!”
사실 학센 가문은 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작지 않았다.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독립해 나오면서 가문의 땅을 반이나 가져온데다 결정적으로 데미안 학센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들클래스라는 경지, 교단과의 친분, 역모를 막아선 왕국의 영웅.
데미안 학센의 활약상을 생각하면 학센 자작가가 백작위를 받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질투심이란 사고방식을 좁게 만드는 법이었다.
“자식이 잘났을 뿐인데 가문이 호강을 하는군.”
“데미안 학센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곳이지.”
서부의 귀족들은 학센 자작가와 데미안 학센을 별개로 놓고 헐뜯기 시작했다.
서부 귀족들의 반응이 유독 격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러다 혹시 학센 자작가가 새로운 대귀족이 되는 거 아닙니까?”
대귀족이란 따로 임명받는 작위가 아니었다.
그 지역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가문에게 붙여지는 명예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목매는 게 귀족이란 족속들이긴 했다.
명성만큼 따라오는 것도 분명히 있었으니.
원래 서부의 대귀족 자리는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퍼헤드 백작가는 최근에 마상시합을 열었다가 흑마법과 연관되어서 큰 곤혹을 치렀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녀인 올리비아 코퍼헤드가 토지의 반을 물려받고 독립하기까지 했다.
이제 코퍼헤드 백작가는 허울 좋은 대귀족일 뿐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서부에서 힘 좀 꽤나 쓴다는 가문들은 죄다 차기 대귀족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마당에 학센 자작가가 대뜸 백작위를 받았으니 곱게 보일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귀족들에게 초대장이 날아왔다.
초대장의 내용을 보던 귀족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뭐? 백작위를 받은 기념으로 축하연을 열어?”
“학센 자작, 이 자가 단단히 미쳤군!”
귀족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불길 속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았다.
“여러분! 보십시오! 학센 자작가가 대놓고 야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들을 초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가신이 될 가문을 물색하기 위함입니다!”
“학센 자작도 대귀족을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서부의 귀족들 눈에 학센 가문의 행보는 대귀족이 되겠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시골 촌뜨기가 괜히 무리하고 있군요.”
“손바닥만 한 밀밭이나 경영하던 인간이 축하연이라? 가당찮은 소리!”
“동네잔치 정도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나참, 어이가 없어서.”
서부의 귀족들은 학센 자작가의 행보를 비웃기 시작했다.
“축하연을 열 장소나 제대로 구했나 모르겠군요.”
“보나 마나 그 낡은 저택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죠.”
“음식은 제대로 준비하려나 모르겠습니다? 갔는데 쇠죽 같은 음식이나 나오는 거 아닙니까?”
“음악은 대체 얼마나 한심할지…… 길거리에서 굴러먹는 서커스단을 데려다가 연주시키는 거 아닙니까?”
“전 다른 것보다 어떤 꼬라지를 하고 나올지 궁금합니다. 촌구석에 있는 인간들이 패션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서부의 귀족들은 보나 마나 형편없는 축하연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전 참가할 생각입니다. 얼마나 한심한 축하연이 될지 기대가 되거든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칠 수는 없지요.”
서부의 귀족들은 의기투합했다.
덕분에 축하연의 참가자들만 늘어나게 되었다.
* * *
“여기가 스프링 성이로구나!”
서부 귀족들이 한창 불타고 있을 무렵.
데미안과 가족들은 가르가리 평야에 세워진 성에 와 있었다.
“어머, 성이 정말 아름답네요.”
“어머니, 저길 보세요. 대체 누가 조각한 걸까요?”
가족들은 스프링 성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스프링 성은 기능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미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성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성벽은 잘 빚은 도자기처럼 아름다웠다.
그와 대비되는 검은 지붕이 첨탑 위를 뒤덮고 있었다.
정문에는 섬세하게 조각된 조각상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데미안! 정말 전하께서 이 성을 우리에게 양도하겠다고 하셨단 말이냐?”
아버지, 학센 백작이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성을 가지는 것은 모든 귀족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는 없었다. 그만큼 가격 자체도 비쌌고, 운영비도 크게 들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위치에 있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그런 마당에 이렇게 멋진 성을 그냥 얻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지에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역시 전하께서는 통이 크시구나!”
성을 둘러보던 가족들은 연회장으로 향했다.
대형 파티를 위해서 마련된 연회장은 굉장히 넓고 화려했다. 수백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듯했다.
“어머, 이런 곳에서 축하연을 열면 정말 멋있을 것 같구나!”
어머니가 연회장 곳곳을 둘러보며 기뻐했다.
학센 백작은 그런 아내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참, 새아가, 요리사랑 악단은 어찌 되었느냐?”
“예, 아버님.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최고의 실력자들로 섭외했어요.”
학센 백작의 물음에 올리비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자주 부르던 자들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혹평을 들은 적이 없답니다.”
올리비아는 코퍼헤드 백작가의 장녀로서 가문의 행사에 여러 번 참여했다. 덕분에 이런 쪽으로 인맥이 상당히 넓었다.
“모든 준비가 순조롭구나. 축하연도 별 탈 없이 끝나겠어.”
학센 자작이 크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데미안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 아직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응? 그게 무엇이냐?”
“축하연에 사용할 연미복을 준비해야 합니다.”
데미안의 말에 학센 백작이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핫, 이 아버지를 너무 얕보는구나. 연미복이라면 한 벌 가지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 낡아 빠진 옷이요?”
데미안은 알고 있었다. 지금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연미복이 다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상시합 기념 연회가 있던 날, 아벨이 꺼낸 낡은 연미복을 보고 알게 되었다.
깜짝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아버지의 옛날 연미복을 빌려왔다는 대답이 돌아왔었다.
데미안의 망나니짓 때문에 가세가 기운 탓에 제대로 된 연미복도 없었던 것이다.
“낡아 빠졌다니! 이래 봬도 이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유행했던 옷이다!”
“낡아 빠졌을 뿐만 아니라 유행까지 다 지냈다는 소리 아닙니까. 그런 거 입고 나오면 다들 우습게 봅니다.”
사람이란 외형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귀족들 사이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할 터.
데미안은 가족들에게 그런 낡은 연미복을 입힐 생각이 전혀 없었다.
“으으음.”
하지만 아버지는 영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데미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항상 옷차림에 무관심했다.
이럴 때는 다른 방식으로 설득해야 했다.
“어머니랑 누님도 새 옷이 필요하지 않으세요?”
데미안이 두 사람을 돌아봤다. 어머니와 누님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여보, 사실 나도 새 연미복을 맞추고 싶어요.”
“아버지, 저도 그래요.”
두 사람까지 이렇게 나오니 학센 백작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네 말대로 하겠다만…… 지금 옷을 맞추려고 해도 몇 개월은 걸릴 거다.”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수소문해서 여유가 있는 재봉사를 구해 볼게요.”
그러자 이번에는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축하연처럼 중요한 자리에서 입을 옷을 그런 어중이떠중이한테 맡길 수는 없지.”
“하지만 아주버님, 그럼 옷을 맞출 곳이 없는 걸요.”
“저번에 보니까 달빛파도라는 곳이 실력이 괜찮더만.”
데미안의 말에 가족들은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달빛파도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거기는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의상실이란다.”
“옷 제작을 맡기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해.”
가족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럼에도 데미안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대책을 마련해 뒀으니까요.”
“대책이라니?”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유일하게 아벨만이 데미안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형님, 설마……!”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지.”
* * *
랜드워크 도시의 의상실 ‘달빛파도’의 사장 피터 로이드는 질 좋은 홍차와 함께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으흥~ 흐응~.
점심을 배불리 먹고 즐기는 티타임.
피터 로이드가 하루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간이었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이 휴식을 방해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피터 로이드는 홍차를 든 채 창문으로 다가갔다. 유리창 너머로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보였다.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은데. 우산을 미리 꺼내 놔야 하나.”
먹구름을 관찰하던 피터 로이드는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불쾌하다 못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기억이었다.
“그날도 그랬지…… 딱 이런 날씨였어…….”
벌써 몇 달이나 지난 일이었지만 아직도 생생했다.
그날도 피터 로이드는 홍차와 함께 휴식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낯선 남자가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댁이 옷을 좀 잘 만든다면서?
얼굴은 잘생겼지만 태도가 글러먹은 놈이었다.
‘달빛파도’는 서부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의상실이다.
유명한 걸 넘어 주문을 맡기려는 귀족들이 몰려들어서 3년 치 예약이 꽉 밀려 있을 정도인 곳이다.
그런데 옷을 좀 잘 만들어? 살면서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래도 손님은 손님이었다. 피터 로이드는 분노를 억누르며 응대했다.
-연회에 입을 연미복을 맞추려고 하려는데.
-지금 주문이 밀려 있어서 예약을 하셔야 합니다.
-예약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주문이 밀려 있어서 최소 3년 뒤에 받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피터 로이드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청년을 쳐다봤다.
네가 그렇게 무시하던 ‘달빛파도’가 이렇게 대단한 곳이라는 것을…….
-너무 오래 걸려. 연회가 코앞이라 당장 옷이 필요해.
청년이 말에 상념이 끊겼다. 피터 로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보니까 만들어 놓은 옷들 많네.
-안 됩니다. 여기 있는 옷들은 모두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피터 로이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제안을 받아 봤지만 번번이 거절했었다.
달빛파도에서 제작되는 옷들은 모두 맞춤 제작된 것이었다.
태생부터 이미 주인이 정해져 있는 아이들이다.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게 피터 로이드의 신념…….
청년이 손을 뻗었다. 허공에서 나타난 검은 구멍에서 금화가 와르륵 쏟아져 나왔다.
-돈은 세 배로 지불하지.
피터 로이드는 입을 쩍 벌린 채 금화들을 바라봤다. 군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아, 안 됩니다! 예약한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피터 로이드는 간신이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구멍에서 금화가 더 떨어졌다. 수북하게 쌓인 금화가 피터 로이드의 눈동자를 어지럽혔다.
-다섯 배.
-어떤 옷으로 골라 드릴까요?
결국 피터 로이드는 청년의 금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식 때문에 수십 년간 지켜 온 내 신념이 꺾이고 말았지…….”
지금 생각하면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덕분에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청년이 가져간 옷들을 새로 작업하느라 들어간 노력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그땐 내가 잠깐 미쳤었어. 앞으로는 아무도 내 신념을 꺾지 못할 것이야.”
피터 로이드가 먹구름을 바라보며 굳게 다짐할 때였다.
“계십니까.”
딸랑, 의상실의 문이 열렸다. 피터 로이드는 환하게 웃으며 손님들을 돌아봤다.
“어서 오십시오. 달빛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달빛파도의 사장 피터 로이드…….”
들어온 손님들을 본 순간, 피터 로이드의 눈동자가 커졌다.
피터 로이드는 검지로 손님을 가리키며 덜덜 떨었다.
“다, 다다, 당신은……!”
“오랜만에 보는군.”
그날 봤던 청년, 데미안 학센이 씩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 대체 이곳에는 왜……!”
“의상실에 올 이유가 뭐가 있겠나. 옷 맞추려고 왔지.”
데미안이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니 네 명의 사람이 더 들어왔다.
“오, 이곳이 달빛파도구나.”
“어머나, 저 옷 좀 보세요. 엄청 아름답네요.”
데미안 학센의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들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옷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바라보던 피터 로이드는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왔다.
“조만간 축하연을 열 계획이라서 옷을 맞추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우, 우리 달빛파도는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에이, 또 그런다. 저번에 보니까 미리 만들어 놓은 옷들도 많더만.”
“그건 주인들이 모두 정해져 있는…….”
“돈이라면 충분히 지불하지.”
데미안 학센이 또 허공에 구멍을 만들어 냈다. 금화가 와르륵 쏟아졌다.
“다섯 배.”
피터 로이드의 머릿속에 빠르게 돌아갔다.
인원이 모두 여섯 명이니 다섯 배로 팔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터였다.
“……그건 안 됩니다.”
하지만 피터 로이드는 두 번 다시 신념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이번에야말로 단호하게 거절을…….
“일곱 배.”
더 많은 금화가 와르륵 쏟아져 나왔다. 피터 로이드는 가소롭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똑같은 사람에게 꺾였으니 이번에는 무효라고 생각하면서 피터 로이드는 가족들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