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8화
108화 축하연 (2)
공작의 등장에 연회장은 겨울 바람이라도 몰아친 것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공작의 등장보다도 귀족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작은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으면 손 좀 놔주겠나?”
토피칸 자작은 공작의 말에 황급히 손을 떼어놓았다. 공작은 냉담한 얼굴로 어깨를 툭툭 털었다.
“진짜 골드픽시 공작이잖아……?”
“여간해서는 사교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던데…….”
“데미안 학센과 친분이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귀족들은 공작을 바라보며 쑥덕거렸다. 몇몇 귀족들은 공작이 무슨 의도로 참여했을지 재빨리 고민했다.
“골드픽시 공작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학센 가문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학센 가문의 뒷배가 골드픽시 공작가라니. 엄청난 일이군요.”
귀족들이 떠드는 동안 데미안이 다가왔다.
“오, 데미안 경! 초대장을 보내 줘서 고맙네. 조금 늦었지만 그건 이해해 주게나.”
데미안을 발견한 공작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참석해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으하핫, 그렇다니 다행이군. 자네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네만…… 그건 나중에 풀도록 하지.”
공작이 학센 백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학센 공, 괜찮으면 담소를 나눌 수 있겠나?”
“저, 저야 영광입니다.”
학센 백작은 속히 대답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군. 그리고 토피칸 공?”
골드픽시 공작의 외침에 토피칸 자작은 자리를 벗어나다 말고 돌아왔다.
“가, 각하…… 무,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도 같이 가도록 하지?”
그 순간, 토피칸 자작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저, 저는 좀 급한 일이…….”
“내가 같이 가자고 말하고 있지 않나.”
공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토피칸 자작은 눈물을 삼키며 공작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 *
토피칸 자작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학센 공, 내가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네!”
바로 같은 탁자에 앉아 있는 골드픽시 공작 때문이었다.
철혈공, 황금의 악마, 피로 물든 능력주의자 등등.
골드픽시 공작에게 붙여진 별명은 하나 같이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그만큼 골드픽시 공작은 두려운 인물이었다.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없애버리는 건 물론, 설사 가신이라 할지라도 능력이 부족하면 가차 없이 내처 버리는 걸로 유명했다.
공작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가까이하기를 꺼렸다.
그런 괴물 같은 인물이 옆에 있으니 바늘방석에 앉은 듯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각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무슨 소리! 최근 10년 동안 백작위를 받은 가문은 학센 가문이 유일하지 않은가! 이만하면 충분히 대단한 일이지!”
심지어 토피칸 자작은 공작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고 말았다.
토피칸 자작이 서부에서 영향력이 크다 해도 골드픽시 공작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나 다름없었다.
골드픽시 공작은 서부뿐만 아니라 애플 왕국 전체에 막대한 힘을 휘두르는 인물이었으니까.
지금 토피칸 자작은 목을 반쯤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백작이 되면 그만큼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네. 자네를 대신해서 영지를 관리할 사람을 누구를 뽑아야 할지. 그들을 어떻게 감시해야 할지. 복잡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그래서 저도 걱정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작은 영지만 관리해 왔던 터라…….”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토피칸 자작은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냉철하고 철두철미하기로 유명한 공작이 무척 살가운 태도로 학센 백작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니 걱정이 많겠군. 걱정 말게. 내가 도와줄 테니 말이야.”
“정말이십니까?”
“정말이고 말고. 지식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람을 보내게. 아니지, 빠른 시일 내에 사람을 파견하도록 하겠네.”
심지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토피칸 자작이 아는 골드픽시 공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제가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될지…….”
“부담가지지 말게나. 데미안 경이 내게 준 도움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대화를 나누던 도중, 골드픽시 공작이 토피칸 자작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토피칸 공, 아까부터 계속 말이 없군.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멀쩡합니다!”
토피칸 자작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런 자작을 바라보며 공작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너무 긴장할 필요 없네. 설마 내가 그대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토피칸 자작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공작 딴에는 농담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토피칸 자작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학센 공, 말이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한 가지 조언을 해도 되겠는가?”
“얼마든지 경청하겠습니다.”
“그거참 고마운 말이로군. 사실 조언이라 해도 별거 없다네.”
골드픽시 공작이 손짓해서 술을 나르고 있던 시종을 불렀다.
그리고 시종이 들고 있던 쟁반에서 술잔을 세 개 집어 학센 백작과 토피칸 자작에게 내밀었다.
“권력이란 대단히 달콤하고 감미로운 법이라네. 누구나 취할 수밖에 없는 향기로운 술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만취한 사람은 한심한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거든.”
학센 백작은 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경계하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근데 이게 말이야. 나만 경계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권력이란 다른 사람들도 미치게 만들거든.”
골드픽시 공작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자네의 주변에 모여들겠지. 그중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걸세. 대부분은 자네의 권력을 탐하거나, 빼앗으려 할 게야.”
골드픽시 공작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러니 다가오는 사람들도 모두 경계하게나. 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내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위험하지는 않은지 말이야.”
그리 말하며 골드픽시 공작은 남은 술을 쭉 들이켰다.
“만약 의도가 불순한 자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가?”
“내쫓으면 되는 겁니까?”
“하하핫, 그걸로는 부족하지. 다시는 날 얕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짓밟아 버려야지.”
그리 말하며 골드픽시 공작이 토피칸 자작을 쳐다봤다.
토피칸 자작은 자신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토피칸 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글쎄요…….”
“대답해 보게. 어디 한번 듣고 싶군.”
“한…… 한 번은 기회를 줘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만…….”
골드픽시 공작은 작고 길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번이 한 번일세.”
골드픽시 공작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토피칸 자작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이만 가 보게. 난 학센 공과 할 말이 있으니 말이야.”
토피칸 자작은 냉큼 자리를 벗어났다.
완전히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 *
학센 백작과 이야기를 마무리한 골드픽시 공작은 따로 데미안을 불러서 독대했다.
“데미안 경에게 이렇게 교활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네.”
골드픽시 공작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날 불러들여서 가문에 힘을 실어 주다니.”
“혹시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랬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데미안 경의 부탁이니 불쾌하지 않았네. 오히려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을 기회인 것 같아서 기뻤지.”
일전에 데미안은 골드픽시 공작가에 암약하고 있는 흑마법사들의 정체를 폭로한 적이 있었다. 덕분에 골드픽시 공작은 가문을 지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놀랍군. 자네가 거물이 될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거든.”
교단을 도와서 유명한 흑마법사를 처단했을 뿐만 아니라 왕궁에서 벌어진 역모까지 막아 냈다.
지금의 데미안은 가히 애플 왕국의 영웅이라 할 만했다.
“진짜 우리 가문으로 들어올 생각 없는가?”
“할 일이 많아서 그건 곤란할 듯합니다.”
“필요한 물건은 무엇이든 구해다 주도록 하지.”
“죄송합니다.”
데미안의 단호한 대답에 골드픽시 공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의 뜻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일찍 가 보도록 하겠네. 다른 일정이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골드픽시 공작은 스프링 성을 떠났다.
* * *
축하연은 일주일 동안 진행이 되었다.
첫날 공작이 와 준 덕분에 이후에 도착한 손님들은 모두 얌전하게 행동했다.
“학센 공! 저는 버틀리아 남작가에서 온 모탈이라 합니다!”
“오늘을 축하하기 위해서 가보를 들고 왔습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아니, 얌전하다는 말에는 조금 어폐가 있었다.
찾아오는 귀족들마다 죄다 아부를 떨기에 바빴다. 어떻게든 학센 백작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데미안의 위치, 골드픽시 공작가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나 정보가 빠른지, 태도를 일순 바꿔 학센 백작을 대하는 귀족들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학센 가문은 백작 승격 축하연을 무사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마지막 손님까지 배웅한 뒤, 가족들은 각자 데미안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드디어 끝났구나! 다들 고생 많았다!”
“처음에는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이게 다 형님 덕분이죠! 공작 각하를 초대하신 덕분에 다들 조용해졌잖습니까!”
가족들의 시선이 모두 데미안에게로 향했다. 데미안은 헛기침이 나왔다. 어쩐지 쑥스러웠던 것이다.
“별거 아닙니다.”
“별거 아니기는! 네가 아니었으면 분위기가 엉망이 될 뻔했다!”
“맞아요! 그 누구였지 토피칸 자작? 그 막돼먹은 인간이 엄청 행패를 부렸을걸요!”
데미안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가족들의 칭찬을 듣고 있자니 왠지 멋쩍었던 것이다.“
“데미안, 이리 가까이 오거라.”
“무슨 일이세요?”
데미안은 어리둥절해하며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아버지가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얘기해 주었다.
“고생했다. 우리 아들, 우리 훌륭한 아들. 정말 고맙다.”
그 순간,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왈칵 터져 나왔다.
전생에 데미안은 도르고의 명령으로 가족들을 모두 죽였다.
죽음의 순간, 가족들의 절규가, 원망이, 울음이 잊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귓가에 선명했다. 매일 악몽을 꾸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한마디에 잠시나마 끔찍한 기억을 잊을 수 있었다.
감정을 흘리지 않기 위해 데미안은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하지만 이 순간의 감정만큼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 * *
축하연이 끝났지만 가족들은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이곳을 거처로 삼을까 한다.”
이제 백작가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현재 학센 백작가가 소유한 영지는 각기 다른 곳에 흩어져 있었다.
기존의 영지, 올리바아가 코퍼헤드 백작가에서 받아 온 땅, 마지막으로 가르가리 평야.
세 영지 중에서 가르가리 평야가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니 스프링 성에 머무는 편이 영지를 관리하기에 좋았다.
“아버지 좋으실 대로 하세요.”
데미안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가문 일은 모두 가족들에게 맡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가문에는 믿음직한 올리비아가 있었다. 그녀의 능력이라면 이만한 영지도 무리 없이 경영해 낼 듯했다.
가문의 행사도 끝났으니 이제 개인적인 용무에 집중할 차례였다.
“이제 교단을 찾아가 볼까.”
시체놀음을 처단하고 토벌대를 구한 대가로 데미안은 교단의 비고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거기에 이번에 마검을 파괴하면서 얻은 핵까지 봉헌하고 보상을 얻을 생각이었다.
“덤으로 성검도 수리하고.”
기대감을 안은 채 데미안은 여행을 갈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