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0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09화
109화 낯선 손님 (1)
그렇게 교단으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데미안은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말을 타고 스프링 성을 떠났다.
교단까지 가는 길은 굉장히 멀기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며칠을 이동한 끝에 데미안은 애플 왕국의 국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 벌써 해가 저물고 있어 더 이상 이동은 무리였다.
“근처에 마을이 없네.”
감각을 퍼트려서 확인해 봤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데미안은 숲에서 야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런 일을 예상하고 아공간 속에 야영 물품들을 꽉꽉 챙겨 놨다.
마른 나뭇가지들을 주워와서 모닥불을 피웠다. 그리고 주전자를 올려놓고 물을 끓였다.
물이 끓는 동안 비스켓과 육포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그런 뒤, 끓인 물로 차를 우려냈다.
데미안은 노을을 바라보며 차를 홀짝였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한가로운 적은 오랜만이었다.
“전생에는 이런 날이 오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혼자 있으면 데스나이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 갇힌 채, 도르고의 노예가 되어서 사람들을 학살하던 그때가 말이다.
처음에는 신체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자신의 육체가 사람들을 죽이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까득.
과거만 생각하면 아직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방금 겪은 것처럼 생생했다.
감정의 격류가 너무 거세서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
데미안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젠장…….”
하루빨리 그 빌어먹을 아크리치 도르고를 사멸시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남은 일생 동안 평온을 누릴 수 있는 날은 찾아오지 못 하리라.
“놈을 죽이려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지, 더더욱 강해져야 해.”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지금의 데미안으로서는 도르고를 이길 수 없었다.
흑마법사들 중에서 격이 다른 실력을 보유한 자들을 고위 마법사라 불렀다.
고위 흑마법사들이 어느 벽을 넘어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하면 대흑마법사라 칭했다.
대흑마법사 중 극히 일부만이 스스로를 언데드로 바꾸고 리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도르고는 리치 중에서도 정점에 있는 아크리치였다.
오랜 역사 동안 아크리치에 도달한 이는 도르고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도르고가 지니고 있는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 봤자 시간문제일 뿐이야.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강해지면 돼.”
데미안은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전생에 무수히 많은 마스터를 죽이고, 인류를 멸망시킬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태어난 그 어떤 천재들도 데미안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전생의 기억과 경험, 아크리치 도르고에게 주입된 흑마법 지식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권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전생에 도르고는 데미안을 절대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고대의 신물에서 일곱 개의 권능을 추출해 내어 데미안에게 부여했다.
각각의 권능은 도르고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대한 힘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강해지면 도르고를 죽일 수 있었다.
죽이는 수준을 넘어서 흔적도 없이 소멸시킬 자신이 있었다.
“현재 상태에서 경지가 조금만 더 오른다면 도르고 따위는 무섭지 않아. 하지만…….”
전생에서 깨달았다.
모든 일은 최악을 가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고 방심했다가는 치명적인 실수를 낳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위험 요소도 없이 완벽하게 도르고를 사멸시키기 위해서는 하이클래스로는 부족했다.
“마스터. 그 경지에 올라야 한다.”
지금 데미안에게는 경매장에서 구입한 정령의 심장과 국왕에게 받은 시 서펜트의 내단이 있었다.
이 두 개를 흡수하면 마스터의 경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다만, 단순히 마력량만 늘린다고 해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었다.
하루빨리 나만의 마나연공법을 완성시켜야 했다. 그것을 근본으로 중심을 세워야 마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데미안이 마나연공법을 계속 수집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후안이 찾아오기 전까지 준비를 끝마쳐야지.”
도르고는 끊임없이 옮겨 다니기에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다.
전생에 데미안은 후안의 용병단과 함께 의뢰를 맡았다가 도르고와 마주쳤다.
그래서 이번 생에 만난 후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해 놨다. 도르고와 마주쳤던 그 의뢰를 맡게 되면 자신에게 즉시 알리라고 말이다.
“반드시 죽여 버린다.”
데미안이 조용히 증오심을 삭히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대형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처럼 땅이 계속 울려대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데미안은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봤다.
이내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멀리서부터 숲의 나무들이 하나씩 땅으로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심상찮은 무언가가 나무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잖아?”
데미안은 그것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아압!”
기합 소리와 함께 바로 코앞에 있는 나무가 쓰러졌다. 그 너머로 소녀와 청년이 보였다.
“데이빗, 봐봐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했죠?”
소녀가 뒤에 있는 청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바람에 금발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얼마나 관리가 잘되어 있던지 한 올 한 올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아이고, 아가씨. 그렇다고 숲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시면 어떻게 합니까.”
청년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청년은 자신의 덩치보다 두 배는 큰 배낭을 메고 있었다.
“길을 잃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덕분에 불빛까지 제대로 도착했잖아요?”
소녀가 데미안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겁먹지 마세요! 당신을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소녀가 두 손을 골반 위에 얹으며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거만해 보이는 자세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단지 길을 묻고 싶을 뿐이랍니다! 애플 왕국으로 가고 싶은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만 알려 주세요!”
안타깝게도 데미안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녀가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충격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검후가 왜 여기서 있는 거야?’
제국제일검과 함께 인류최강을 놓고 다퉜던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
* * *
검후(劍后).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굉장히 오만하고 거만한 칭호였다.
검의 황제라니. 이 세상에 어느 누가 그런 칭호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검후와 실제로 싸운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말끔하게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검후의 실력은 압도적이었으며 경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강자였지.’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과 싸웠던 대다수의 마스터는 첫 번째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검후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 결판이 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몇 번이고 격돌했다.
데미안에게 모든 기술이 간파당하고, 경지까지 도둑맞았음에도 검후는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여섯 번째 전투에서 검후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소녀의 모습은 데미안이 기억하던 검후와 똑같았다. 저기서 몇 년만 더 나이를 먹으면 완벽했다.
‘전생과 똑같이 생겼군.’
데미안이 기억하는 검후와 눈앞의 소녀는 완전히 똑같았다. 나이가 많이 어리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저기요? 왜 말이 없나요?”
데미안이 한참 동안 말이 없자 검후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아하! 이제 알겠다. 대가를 바라는 거군요?”
난데없는 소리에 데미안은 조금 당황했다.
“대가?”
“모르는 척하실 필요 없어요! 아버지한테 이미 다 배웠거든요! 남한테 일을 시키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요!”
검후가 손짓했다. 뒤에 서 있던 남성이 한숨을 내쉬며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받으세요.”
검후가 데미안에게 금화 한 닢을 튕겼다. 금화가 빙글빙글 돌더니 데미안의 앞에 툭 떨어졌다.
“자, 대가도 받았으니 알려 주세요. 애플 왕국은 어느 쪽이죠?”
“필요 없다.”
데미안은 금화를 다시 검후에게 던졌다. 검후는 의아한 얼굴로 금화를 받았다.
“그보다 애플 왕국에는 무슨 볼일이지?”
“사람을 찾고 있어요. 미하엘 라이언블룸이라고 아시나요?”
그 말에 데미안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전생에 미하엘 라이언블룸은 적수를 찾지 못해서 나태하게 살다가 검후에게 패배했다. 그 이후, 다시 수련에 매진하여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검후가 미하엘을 찾는 것을 보니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 모양이었다.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찾아서 뭘 하려고?”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기사가 기사를 찾는 이유가 뭐겠어요? 서로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죠!”
검후가 불끈 움켜쥔 주먹을 하늘 높이 뻗으며 말했다.
‘궁금하군. 지금 두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말이야.’
재능만 따지자면 검후가 미하엘보다 훨씬 뛰어났다. 전생에서도 미하엘은 단 한 번도 검후를 꺾지 못했다.
하지만 전생과 달리 지금의 미하엘은 데미안을 만남으로써 훨씬 빨리 각성하게 되었다.
여기에 데미안의 조언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원래는 미하엘 라이언블룸과 싸울 생각으로 왔는데…… 오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더라고요.”
“이상한 소문이라니?”
“데미안 학센이라는 남자가 미하엘 라이언블룸을 이겼다지 뭐예요.”
검후가 무척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교단을 도와서 흑마법사를 처단하기까지 했다거나, 최단기간에 미들클래스에 올랐다거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들도 같이 전해지던데요.”
“그거참 대단한 인간이군.”
“그렇죠? 그래서 저도 호기심이 막 생기더라고요. 대체 어떤 인물일까. 얼마나 강할까.”
어느새 검후의 시선에 데미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당신이 데미안 학센이죠?”
데미안이 찻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눈치 한번 빠르군.”
“역시 맞았군요. 하긴, 이렇게 강한 사람이 흔할 리가 없죠.”
데미안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력을 감출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검후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기억하는 검후는 화려한 외모와 달리 누구보다 호승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데미안 학센! 오늘이야말로 당신을 꺾겠어요!“
-오늘은 이만 후퇴! 다음에 다시 싸우도록 해요!
-이번에는 쉽지 않을걸요! 당신을 쓰러트릴 기술을 개발해 왔거든요!
몇 번이고 데미안에게 깨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매번 진심으로 데미안을 이기려 했었다.
-……결국 한 번도 당신을 못 이겼네요.
-그동안 재미있었어요. 당신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
마지막 순간에도 검후의 태도는 여전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데미안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먼저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중에 또 싸우도록 해요. 그때는 진짜 당신과 대화를…….
목이 잘려 나가기 전까지 검후는 멋대로 데미안과 결투를 약속했다. 그야말로 검후다운 최후였다.
검후를 죽인 이후, 데미안은 한동안 끔찍한 기분에 사로잡혀야 했다.
“당신이 데미안 학센이라면 할 일은 하나밖에 없죠.”
검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다리를 늘리며 몸을 풀었다.
“한판 붙자는 건가?”
“당연하죠. 그것 말고 우리가 할 게 있나요?”
검후의 말에 데미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검후는 검후였다. 데미안이 알던 모습과 똑같았다.
“그거 좋지.”
안 그래도 궁금했다.
과연 이 시점의 검후는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말이다.
‘겸사겸사 새로운 기술도 시험해 봐야겠군.’
손가락의 관절을 꺾으며 데미안이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