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0화
110화 낯선 손님 (2)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숲.
그곳에서 데미안은 검후와 대치하고 있었다.
“아가씨…….”
“데이빗, 걱정할 거 없어요. 금방 끝낼 거니까요.”
데이빗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검후를 바라봤다. 그와 달리 검후의 얼굴은 무척 자신만만했다.
‘금방이라. 오만하군.’
미하엘 라이언블룸도 그렇고 천재들은 이게 문제였다. 오만해도 너무 오만했다.
‘나처럼 겸손할 줄 알아야지.’
자신 같은 천재도 적을 만나면 절대로 방심하지 않는데 그보다 못한 검후가 저러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살면서 항상 승리만 거듭해 왔을 테니까.
그런 일만 겪었다면 미하엘처럼 모든 일을 따분해하거나, 검후처럼 오만해지는 건 당연하겠지.
‘이번 기회에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려 주마.’
데미안이 가만히 있자 검후가 재촉했다.
“뭐 하세요? 어서 준비하지 않고.”
“준비라면 이미 끝났는데?”
데미안의 말에 검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맨손이잖아요.”
“그러니까 준비가 끝났다는 거지.”
데미안이 빈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 태도에 검후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지금 날 바보로 아는 거예요? 당신은 검사잖아요!”
“검사라고 맨손으로 싸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안 그래?”
실제로 데미안은 권각술에도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전생에 그가 싸웠던 마스터 중에는 무투가도 많아서 그들의 경지와 기술을 모두 흡수했었다.
게다가 데미안이 이번 결투를 수락한 이유는 신기술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데미안이 이번에 고안한 신기술은 무기가 아니라 맨손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무기 들어요.”
“왜? 설마 맨손으로 질까 봐 걱정되는 건가?”
무엇보다 맨손으로 싸우는 게 검후의 오만함을 고치기에도 좋았다.
살면서 이렇게 무시를 당해 본 적은 처음일 테니 말이다.
“……그래요? 이걸 보고도 그럴 수 있는지 한번 보죠.”
검후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손잡이가 짧고, 검신이 무척 좁았다.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레이피어(rapier)라는 무기였다.
본래 레이피어는 도시에서 호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무기에 비하면 전투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검후의 손에 쥐어지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곧바로 숨통을 끊을 것만 같이 섬뜩함이 느껴졌다.
“마지막 기회에요. 검을 뽑으세요.”
데미안은 두 손을 내보이며 쥐락펴락했다. 결국 검후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러다 손목이 잘린 다음에 후회해도 난 책임 없어요!”
검후가 레이피어로 데미안을 겨누었다. 칼끝과 데미안이 일치한 순간,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지면을 미끌어지듯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사람의 형상을 한 화살을 보는 듯했다.
“핫!”
기합소리와 함께 검후가 레이피어를 내질렀다. 칼끝이 정확히 데미안의 미간을 꿰뚫으려 했다.
‘훌륭하군.’
단숨에 거리를 좁히는 보법, 레이피어를 내지르는 동장, 그 모든 것을 보조하는 마력의 흐름.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어지간한 미들클래스들은 이번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막는 것도 버거우리라.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은 데미안이었다.
일찌감치 움직임을 읽고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레이피어가 허공을 꿰뚫었다.
“잘 피하시네요!”
검후는 곧바로 뻗었던 팔을 다시 당겼다. 처음의 자세로 되돌아갔다.
“후우.”
검후가 호흡을 길게 들이마셨다. 그 직후, 레이피어가 사라졌다.
스무 번이 넘는 공격이 뿜어져 나왔다. 레이피어가 분열된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엄청난 속공이었지만 데미안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내질러오는 레이피어를 한 걸음씩 움직여서 피했다.
“큿.”
공격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검후의 검술이 바뀌었다. 레이피어를 찔러넣지 않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가벼운 만큼 참격의 속도도 빨랐다. 붓으로 허공에 선을 긋는 것처럼 연달아 레이피어를 휘둘었다.
데미안은 이마저도 간단하게 피해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후의 몸이 사라졌다.
그 직후, 사방에서 참격이 날아왔다. 검후는 보이지 않는데 공격만 가해지고 있었다.
‘나이는 어려도 검후는 역시 검후로군.’
검후의 검술은 ‘쾌속(快速)’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었다.
상대와의 최단거리를 어느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여 극한의 속도로 움직여 찌르는 검술.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검후의 모습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너무 빠르기에 오히려 화려했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칼날은 하나인 법.
데미안은 레이피어의 움직임에 맞춰서 손바닥을 휘둘렀다. 데미안의 손바닥과 검면이 서로 맞닿았다.
사선으로 그어지던 레이피어가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검후는 당혹스러워했다.
데미안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발을 내딛으며 허리를 틀었다. 그대로 뒷발을 휘둘러서 검후의 관자를 후려쳤다.
굉장히 깔끔하고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발꿈치가 머리를 강타하기 직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검후의 피부 위에 황금색 오러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넓게 퍼지며 막을 형성했다.
발꿈치와 장막이 서로 충돌하자, 거친 소리와 함께 검후의 몸이 옆으로 밀려 나갔다.
“이것 봐라?”
데미안이 뻗은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설마 미들클래스의 경지로 호신기를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기사라면 누구나 마력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다.
충격이 가해지는 부위에 마력을 집중시켜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호신기는 이것의 발전된 형태였다.
오러를 이용해서 보호막을 형성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기술이었다.
대단히 유용하지만 난도가 높았다. 하이클래스가 되어야 구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걸 검후는 미들클래스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하이클래스의 호신기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훨씬 약하고, 구조도 꼼꼼하지 못했다. 구현되는 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어찌 됐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과연 격이 다른 재능이었다.
“……당신한테 그런 말을 들어도 안 기쁘거든요.”
검후가 단단히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댁이야말로 내 공격을 모두 피해 낸 것도 모자라서 빈틈을 만들어내서 공격을 꽂아 넣었잖아요.”
데미안이 느낀 감정이 놀라움이었다면 검후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경악이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이렇게 무력하게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안 되겠네요. 이쪽도 제대로 해야지.”
황금색 오러가 검후의 몸을 뒤덮었다.
호신기를 순간적으로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사용함으로써 몸을 완전히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멋지군. 정말 멋져.”
오러는 강력한 만큼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검후는 오러를 이용해서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단순히 마력량이 많은 게 아니라 그만큼 오러를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뜻이었다.
“호신기라…… 잘됐군. 신기술을 사용하기에 제격이야.”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체온이 급격하게 치솟아 올랐다. 마력이 거칠게 폭주하며 신체능력과 감각이 극도로 활성화되었다.
본래 데미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지 않았다.
벌성지광약은 강력하지만 선을 넘는다면 폐인이 되어 버리는 위험한 마나연공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벌성지광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을 방법이 생겼다.
면리금침(綿裏禁針).
암시장의 경매장에서 데미안이 손에 넣은 마나연공법.
면리금침은 마력이 흐르는 통로인 혈도를 조작할 수 있는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면리금침을 운용하면 혈도를 강화시키거나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저번 사건처럼 상대방의 파괴하거나 비틀어서 고통을 줄 수도 있었다.
데미안은 면리금침을 이용해서 혈도를 강화시켰다. 그러자 신체에 가해지던 부담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
벌성지광약을 이용해서 신체와 감각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만큼 혈도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면리금침 덕분에 혈도는 파괴되지 않았다.
“당신, 지금 대체 무슨 짓을…….”
검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데미안에 몸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뭘 준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어요.”
검후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호신기가 더욱 짙어졌다.
적이 어떤 공격을 할지 모르니 방어를 굳히려는 듯했다.
“좋은 판단이야.”
데미안이 씩 미소를 지었으며 말했다. 그리고 땅을 박찼다.
전신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가볍게 발을 굴렀을 뿐인데 지면이 박살 났다. 그 반동으로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이전에 벌성지광약을 운용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세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데미안은 검후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다.
“어……?”
검후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쾌속의 검술을 사용하는 이가 적의 움직임을 놓친 것이다.
“말도 안…….”
검후는 황급히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이 검후의 복부를 손바닥으로 강타했다.
호신기가 장타를 막으려는 순간, 데미안이 마력을 방출했다.
방출된 마력이 검후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동시에 검후의 혈도를 틀어막았다.
혈도가 막히자 검후는 더 이상 호신기를 유지하지 못했다.
데미안의 장타가 검후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허억……!”
검후의 입에서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나무 기둥에 처박힌 뒤,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아직 개량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괜찮은 기술이로군.’
방금 데미안이 사용한 것은 면리금침을 활용해서 공격과 동시에 적의 혈도를 봉쇄하는 기술이었다.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으면 적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 만들어 내게 되었다.
‘내 생각대로 호신기도 쉽게 뚫을 수 있고 말이야.’
호신기는 대단한 기술이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적의 내부에 마력을 주입시켜서 내상을 입히는 내가중수법은 막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검후 역시 데미안이 흘려보낸 마력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아가씨!”
그때, 데이빗이 황급히 달려와서 검후를 부축했다. 검후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데이빗은 데미안을 돌아보며 항의했다.
“정말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가씨처럼 연약한 분을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후려치다니!”
연약?
데미안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세상에 검후 같은 여자를 연약하다고 말하다니.
“호들갑이 지나치군. 댁이라면 알지 않나. 보기와는 다르게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걸.”
복부를 때리는 순간, 데미안은 손에 힘을 뺐다. 덕분에 검후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마스터 클래스가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하지?”
데미안의 말에 데이빗의 몸이 덜컥 굳었다.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냐.”
데이빗이 목소리를 뇌까리자,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처음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