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1화
111화 낯선 손님 (3)
마스터.
진정한 초인이라 불리며 단 한 명만으로도 국가를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진 절대자.
기사라면 누구나 마스터가 되기를 선망한다. 하지만 이 수준에 도달하는 기사들은 티끌보다도 적었다.
매년 전 대륙에서 탄생하는 수십만 명의 기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천재들만이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마스터에 도달하면 검술의 극의를 넘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그 길을 바로 ‘경지’라고 불렀다.
검성의 만류통찰, 살망귀의 검살검이 바로 그것에 해당되었다.
“모든 기운을 완벽하게 감췄는데 어떻게 내가 마스터라는 사실을 알아봤지? 아가씨조차 내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저 말대로 데미안은 데이빗에게서 어떤 기운도 감지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데미안이라 할지라도 현재로선 마스터와의 격차를 넘을 수 없었다.
“딱 봐도 귀한 가문 여식 같은데. 혼자서 여행을 다닐 것 같지 않아서 의심했지.”
“마스터라고 맞춘 건?”
“댁을 아무리 살펴봐도 마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찍어 봤는데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어.”
사실 찍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기운을 감지하진 못했지만 데미안에게는 경험과 지식이 있었다.
마스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가벼움과 절도 있는 움직임이 보였다.
데미안만이 알아차릴 수 있었던 미세한 부분이어서 데이빗이라 해도 거기까지 숨기진 못했을 것이다.
“체면이 말이 아니군. 까마득한 후배한테 정체를 들키다니.”
데이빗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선배라고 불러드릴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들을 생각은 없다.”
데이빗은 검후의 옆에 걸터앉으며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엄청난 실력이로군. 아가씨를 이렇게 빨리 쓰러트릴 줄이야. 거기다 손대중까지. 너 같은 녀석은 제국에서도 본 적이 없어.”
당연한 말이었다. 데미안 같은 재능이 이 세상에 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랬다면 전생에 데미안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불가능했을 테니까.
“만약 내가 아가씨를 다치게 했으면 가만 놔두지 않았겠군?”
“글쎄 과연 내가 어떻게 했을까.”
데이빗이 데미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데미안은 눈치 챘다.
온 세상이 조용해져 있었다.
새의 날갯짓 소리도, 곤충의 울음소리도 모두 잠잠해졌다. 심지어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데미안은 데이빗이 기운을 퍼트려서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공간이 완전히 잠식될 때까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래서 마스터가 진정한 초인이라 불리는 것이다.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기현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으키니 말이다.
“그랬어도 죽이지 않았겠군.”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살기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만약 데이빗이 조금이라도 살의를 품었다면 사방에서 살기가 날아와 데미안의 정신을 난도질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데미안에게 조금도 악감정이 없다는 뜻이었다.
쯧.
데이빗이 혀를 차며 기운을 거둬들였다. 고요했던 세상이 순식간에 시끄럽게 변했다.
“그런 것까지 알아차릴 줄이야. 너무 유능하니까 재미가 없는걸.”
데이빗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먼저 결투를 신청한 사람은 아가씨야. 다쳐도 할 말 없지.”
호위역이긴 하지만 검후를 마냥 감쌀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이번 일로 크게 배웠을 테니 좋은 기연을 얻은 셈이지.”
이건 데이빗의 말이 맞았다.
검후는 평생 승리만 거듭해 왔다. 그녀의 눈에는 이 세상이 난관 하나 없는 평탄한 땅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데미안을 만남으로써 벽을 경험했다. 앞으로 검후가 보는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게 분명했다.
“난 아르투스 베르버라고 한다. 아가씨의 가문을 섬기고 있는 마스터지.”
아르투스 베르버.
데이빗은 물론 아르투스 베르버 역시 전생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이상한 일이군. 검후의 휘하에 있는 마스터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모종의 이유가 있어서 은퇴했다거나 혹은 데미안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이미 고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째서 마스터가 호위를 맡고 있는 거지?”
마스터의 위상을 생각하면 호위를 맡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전력이었다.
설사 검후처럼 귀중한 인재의 호위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모님…… 아니, 아가씨의 어머님께 갚기 힘들 만큼 큰 은혜를 입었거든.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 아가씨의 호위 역을 자청했지.”
그리 말하며 아르투스 베르버는 무척 부드러운 눈빛으로 검후를 바라봤다.
“나에 대한 건 아가씨께 비밀로 해 줬으면 좋겠군. 아가씨께서는 자기 힘으로 여행하고 있다 생각하고 계시거든.”
“맞춰 주느라 고생이 많겠어.”
데미안의 말에 아르투스 베르버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 * *
“으앗!”
검후는 이튿날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결투는 어떻게 됐죠? 저는 왜 여기 누워 있는 거예요?”
데미안과 데이빗은 모닥불 앞에 앉아서 차를 마시다 말고 그녀를 돌아봤다.
“아가씨! 정신 차리셨군요!”
데이빗이 찻잔을 내다 버리며 검후에게 달려갔다. 검후는 그런 데이빗을 옆으로 내동댕이쳤다.
“데미안 학센! 대체 그건 뭐였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건가요? 제 호신기는 어떻게 뚫은 거구요?”
검후는 데미안의 앞에 앉아서 온갖 질문을 쏟아 냈다. 데미안은 귀찮다는 얼굴로 차를 홀짝였다.
“남의 기술을 그렇게 쉽게 알려고 하면 쓰나.”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서로 교환하는 게 어때요? 저는 제가 익히고 있는 기술들을 모두 알려 줄게요!”
“아, 아가씨! 그건 안 됩니다!”
데이빗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데미안은 다른 의미로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가 날 가문의 공적으로 만들 생각인가?’
검후는 제국의 공작가인 리히테아워 가문 출신이었다. 당연히 그녀가 익히고 있는 기술들도 리히테아워 가문의 것이었다.
비전이 유출되었는데 어느 가문이 가만히 있겠는가. 즉시 척살대를 보낼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 사실 데미안은 검후의 기술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전생에 검후와 싸우면서 검술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이다.
“필요 없다.”
데미안의 단호한 거절에 검후는 풀이 죽었다.
“아까 보니까 검을 휘두를 때 보법이 서툴더군. 당분간 하체 단련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어? 정말요?”
“그리고 속도에 치중하다 보니 모든 공격이 너무 가볍다. 마나연공법 중에는 일시적으로 무게를 늘리는 것도 있어. 그쪽을 찾아봐.”
데미안의 지적에 데이빗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마스터클래스였기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데미안의 지적이 정확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정확한 수준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검후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미래의 검후가 걸었던 길을.
심지어 데미안 나름대로 보완해서 알려 주고 있었다.
“어, 하지만 가문의 교관들이 말할 때는…….”
“교관의 말이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았을 텐데? 오히려 마음 가는 대로 휘두르는 쪽이 더 낫지 않았나?”
“마, 맞아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검후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그런 인물을 범인들이 가르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문의 가르침은 기초적인 것만 빼고 다 잊어. 앞으로는 네가 길을 개척한다고 생각해.”
데미안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검후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러다 대뜸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잠깐만요. 내가 왜 당신한테 가르침을 받고 있죠?”
“고마운 일 아닌가?”
“고맙긴요! 당신은 내가 쓰러트려야 할 상대라고요! 이상한 소리는 그만하고 당장 붙어요!”
검후가 몸을 일으켰지만, 다시 땅에 풀썩 쓰러졌다.
“어? 어어?”
검후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지금 검후는 면리금침에 의해서 혈도가 막힌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겠지만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도, 마력을 운용할 수도 없으리라.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데미안은 검후를 내버려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포를 정리하고, 식기들을 아공간에 넣었다.
“자, 잠깐만요! 어딜 가려는 건가요!”
“아침이 되었으니 다시 이동해야지. 갈 길이 멀거든.”
“어디로 가는데요?”
“신성교단.”
그 말에 검후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신성교단은 국외에 있었다. 그녀는 애플 왕국으로 가고 있었으니 서로 방향이 달랐다.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겠군.”
“그, 그전에 저랑 한 번만 더 싸워요!”
“그 몸으로?”
데미안이 검후를 깔보듯이 내려다봤다. 그의 표정은 본 검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검후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빼냈다.
별다른 장식이 없이 은으로만 되어 있는 반지였다. 오래 되었는지 곳곳이 닳아 있었다.
“받으세요!”
검후가 데미안을 향해 반지를 던졌다. 데미안은 영문도 모른 채 반지를 받았다.
“아, 아가씨! 그 반지는……!”
“데이빗은 조용히 있으세요.”
검후의 날선 외침에 데이빗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학센, 잘 들으세요. 제 이름은 레이첼 리히테아워! 제국의 위대한 7가문 중 한 곳인 리히테아워 공작가의 후계자입니다!”
데미안은 이미 검후의 이름과 가문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에는 데미안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희 가문에서는 큰 은혜를 입었을 때, 가문을 상징하는 물건을 건네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지는 가문의 후계자임을 증명하는 반지입니다!”
검후, 레이첼 리히테아워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반지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담겨 있었다.
“전 애플 왕국에서 볼일이 끝나면 바로 가문으로 돌아갈 겁니다. 당신이 그 반지를 가지고 오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보답을 하도록 할게요!”
“겸사겸사 너랑 결투도 하고?”
“그거야 당연하죠!”
전생에 검후는 강자들을 만나고 싶다면서 대륙을 유랑하다가 제국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유랑을 일찍 끝낼 생각인 듯했다.
“뭐, 보답을 해 준다는데 안 갈 수는 없지.”
데미안은 아공간에 반지를 챙겨 넣고 말 위에 올랐다.
“씨이…… 꼭이에요! 꼭!”
“그래.”
“잊으면 가만 안 놔둘 거예요! 영원히 쫓아갈 거예요!”
검후의 외침을 들으며 데미안은 숲을 떠났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국경을 넘은 뒤, 신성교단으로 향했다.
신성교단은 하나의 국가나 다름이 없었다.
어지간한 왕국 못지않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데다,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때문에 데미안은 신성왕국의 영토에 들어선 이후에도 본단이 있는 곳을 향해 한참을 더 이동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데미안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데미안은 언덕 위에서 앞을 내다봤다. 멀리 떨어진 곳에 성채가 세워져 있었다.
성채의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데미안이 얼마 전에 들렸던 애플 왕국의 수도보다 두 배 가량 더 클 것 같았다.
그만큼 거대한 성벽이 성채를 둘러싸고 있었고, 마치 절벽이 떠오를 만큼 높고 견고해 보였다. 내부에는 그보다 더 높은 성벽이 겹겹이 세워져 있었다.
신성교단의 본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