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2화
112화 신성 교단 (1)
“다시 봐도 엄청난 곳이란 말이지.”
외부의 성벽만 해도 저렇게 높고 견고한데 내부에는 그보다 더 거대한 성벽이 두 개나 더 세워져 있었다. 성벽이 3중으로 성채를 보호하는 구조였다.
성벽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도 공성전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말이 해자지, 실제로는 거의 강이나 다름없었다.
전생에서도 도르고는 본단을 함락시키기 위해서 언데드 군단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들어가 볼까.”
데미안은 말을 이끌고 본단으로 향했다. 해자 위에 세워진 다리를 따라서 성문 앞에 섰다.
성문의 양옆에는 거신상 두 개가 창을 들고 있었다.
데미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두 거신상의 눈동자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데미안의 앞을 가로 막았다.
창날의 크기가 워낙 크기에 벽이 앞을 가로 막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이 두 거신상은 평범한 구조물이 아니라 골렘(Golem)의 일종이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이 두 거신상은 아킬레스의 선물이라 불리는 골렘이었다.
아킬레스라는 성인이 평생 동안 연구해서 만들어 낸 것들로 교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쟁병기 중 하나였다.
막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데 양산까지 가능하여서, 전생에서는 거신상 한 기가 수만 마리의 언데드과 맞먹는 전과를 올렸었다.
-멈춰라. 본단은 낯선 자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거신상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은 거신상을 향해 말했다.
“데미안 학센이다. 교단에서 약속한 보상을 받으려고 왔다.”
-잠시 기다려라. 네 신원을 확인해 줄 사람을 찾아보겠다.
한동안 거신상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데미안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창들을 치웠다.
높은 성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 틈 사이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남자처럼 짧게 깎았으나 그럼에도 눈길이 확 끌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교단의 오대성인 청염의 일대제자인 아그네스였다.
“데미안 님!”
아그네스가 총총 달려왔다. 언제나 무표정하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신 겁니까? 데미안 님이 오기만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이 좀 많아서요.”
“아, 들었습니다. 애플 왕가에 잠입한 흑마법사들을 색출해 내셨다면서요? 그 과정에서 마검과도 싸우셨구요.”
아그네스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바퀴벌레 같은 것들입니다. 어디에서나 병균을 뿌리고 다니죠. 데미안 님께서 처단하셔서 다행입니다. 신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아그네스가 성호를 그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를 따라서 본단 안으로 들어갔다.
* * *
두 사람이 함께 걷고 있자 사방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저 남자는 누구지?”
“신성력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외부인인 것 같은데?”
“뭐? 외부인이 어떻게 본단에 들어온 거야?”
대부분 경계심으로 가득한 시선이었다.
신성교단의 본단은 기본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인 따위가 어떻게 아그네스 경과 함께…….”
“전 아그네스 경의 표정이 저렇게 풀려 있는 건 처음 봤습니다.”
“젠장, 눈에 거슬리는군.”
데미안은 쑥덕거리는 성기사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본단을 구경했다.
대리석으로 제작된 도로. 오래되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
모두 낯익은 풍경이었다. 전생에 본단에 한번 방문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이유로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도르고의 명령을 받아 본단을 함락시키기 위해서 찾아왔다.
도르고는 언데드 군단을 모두 투입시키고도 본단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피해만 커졌다.
결국 도르고는 멀리 파견을 나가 있던 데미안을 급하게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도르고의 명령대로 귀환한 데미안은 하루 만에 본단을 함락시켰다.
그날, 언데드 군단에 의해서 학살을 당하던 교인들이 내뱉었던 울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데미안 님?”
앞서 걷던 아그네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표정이 안 좋으십니다. 혹시 피곤하신 겁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데미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아그네스는 영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비고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하를 만나 뵙고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성하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존재는 한 명뿐이었다.
신성교단의 지도자인 성황밖에 없엇다.
“성하께서는 지금 축성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계십니다. 괜찮으시다면 그동안 저희 스승님께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그네스의 스승.
교단의 오대성인 중 한 명인 청염 브리건딘을 말하는 것이었다.
“저희 스승님께서 데미안 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데스나이트 시절에 싸워 봤던 마스터 클래스 중에서 청염은 특히나 강력한 실력자였다.
인상 깊은 강적이었던 만큼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적이 아닌 아군으로 만난 청염은 어떤 인물일지 말이다.
“한번 가 보죠.”
데미안은 호기심을 품은 채 아그네스를 따라갔다.
* * *
아그네스를 따라서 데미안이 도착한 곳은 본단의 북쪽 지역이었다.
“이곳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종파에 속한 인원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어쩐지 주변을 걷고 있는 성기사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아그네스 경이잖아?”
“옆에는 누구지? 누구인데 감히 아그네스 경이랑 함께 있는 거야?”
“외부인 같은데? 설마 아그네스 경의…… 에이, 아니겠지.”
마치 바깥쪽과 짜고 친 듯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종파의 성기사들이었다.
이곳 역시 데미안을 경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이 저희 종파에서 사용하는 건물입니다.”
아그네스는 이윽고 한 건물 앞에 도착해 담장의 문을 열고 데미안을 정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화단에 물을 주고 있었다.
허리는 굽었고, 팔다리는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얼굴에는 주름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마치 너무 오래되어 금방이라도 꺾일 것 같은 고목을 보는 것 같았다.
“스승님, 데미안 경을 데려왔습니다.”
아그네스가 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은 묘한 감상에 사로잡혔다. 노인이라 그런지 데미안이 기억하는 모습과 완전히 똑같았다.
이 노인이 바로 교단의 오대성인인 청염 브리건딘이었다.
“오, 아그네스. 이 늙은이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고생이 많구나.”
노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무리 봐도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할아버지 같았다. 오대성인 같은 거물로 보이지 않았다.
“그대가 데미안 학센이구려.”
“그렇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청염이 악수를 청했다. 데미안은 청염의 손을 맞잡았다.
‘단단하군.’
청염의 손바닥은 온통 굳은살로 가득했다. 살짝만 움켜쥐었을 뿐인데 마치 족쇄로 옥죄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직접 보니…… 얼굴이 정말 잘생기셨구려. 우리 아그네스가 정신을 못 차릴 만하오.”
“스, 스승님! 이상한 소리하시면 안 됩니다! 데미안 경이 오해를 하시잖습니까!”
“오해는 무슨 오해.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아그네스 네가…….”
“그, 그만! 그만하세요!”
아그네스가 황급히 소리쳤다. 청염은 쯧쯧 혀를 찼다.
“남자 때문에 이 늙은 스승한테 소리까지 지르다니. 이 하극상을 어쩔꼬.”
“스승님!”
“알겠으니 가서 먹을 거나 좀 내오거라.”
그 말에 아그네스가 몸을 움찔했다.
“스승님…… 설마 그럴 생각은 아니시겠죠?”
“걱정 말 거라. 데미안 경은 우리 종파의 은인이다. 내가 설마 험하게 굴려고.”
청염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그네스는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다 뭉그적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이쪽으로 앉으시구려.”
아그네스가 사라지자 청염은 정원의 한쪽에 놓여 있는 나무 탁자에 앉았다.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기 위함인지 나무 탁자까지 갖춰져 있었다.
데미안은 맞은편에 앉자 청염이 입을 열었다.
“데미안 경을 보자고 한 이유는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함이라오. 그대 덕분에 제자들이 무사히 돌아왔소.”
청염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오대성인.
교단 내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치고는 너무나도 쉽게 정수리를 보여 주고 있었다.
“제자들은…… 내가 정말 특별한 존재들이라오. 저 아이들은 내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청염이 애틋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두 분을 구했을 것입니다.”
“겸손하기까지 하시구려. 정말 아그네스에게 듣던 대로 훌륭한 분이오.”
청염은 감격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데미안에게 은패를 내밀었다.
육각형으로 생긴 은패에는 복잡한 인장이 찍혀 있었다.
“내 직인이 찍힌 은패요.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느 교회든 가서 그 은패를 내미시오. 그러면 곧바로 내게 연락이 올 것이오.”
오대성인은 마스터 클래스보다 훨씬 윗줄에 있는 강자였다.
인류최강을 꼽을 때, 제국제일검과 함께 항상 거론되는 이들이었다.
그런 강자가 데미안에게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소중하게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데미안은 은패를 챙겨 넣었다.
언제나 최악에 상황에 대비하자는 게 데미안의 신념이었다. 이 은패가 언젠가 중요하게 쓰일 지도 몰랐다.
문득, 데미안은 청염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참 신기한 분이시구려. 이렇게 가늠하기 힘든 분은 처음이오.”
청염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의 얼굴을 살펴봤다.
“자랑은 아니지만 사람을 보는 눈은 정확하다고 자신하오. 그런데 그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려.”
과연 마스터 클래스다웠다.
데미안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있었다. 남들에게 미들클래스로 보이게끔 가장을 해 놨다.
청염 역시 데미안의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속임수에 넘어가지도 않았다.
“초면에 실례지만 내 부탁을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소?”
“무엇입니까?”
“내게는 고약한 취미가 하나 있다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을 보면 직접 확인을 해 보고 싶어지지.”
데미안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떠올랐다.
그 순간, 청염이 데미안의 머리를 걷어찼다.
앉은 자세에서 행해졌다고 보기에는 놀랍도록 신속하고 위력적인 발차기였다.
데미안이 바로 반응해 팔뚝을 교차하여 공격을 막아 냈다.
충격으로 인해서 뒤로 튕겨져 나갔다. 데미안은 화단을 망가트리며 뒤로 밀려나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미안하오. 하지만 그대의 실력이 너무 궁금해서 말이오.”
청염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마치 맹수를 보는 것 같았다.
‘저 성질머리는 어딜 가질 않는군.’
청염은 오대성인 중에서도 가장 사나운 인물이었다.
오죽하면 흑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정도였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어쩌겠소. 제대로 맛을 봐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염이 돌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