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3화
113화 신성 교단 (2)
청염이 발끝을 창처럼 내질렀다.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팔뚝으로 발끝을 쳐 냈다.
막은 것도 아니고 쳐 냈을 뿐인데 팔뚝이 아려왔다. 마치 쇳덩어리에 부딪힌 것 같았다.
‘역시 마스터답군.’
마스터쯤 되면 맨몸만으로도 괴물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과장이 아니라 마스터의 몸은 날붙이로 벨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계속 상념에 빠져 있을 틈은 없었다. 청염이 맹공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염의 발차기가 연달아 쏟아졌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지극히 단출하지만 빠르고 파괴적이야.’
과연 오대성인다웠다. 회귀한 이후, 많은 기사를 만나 봤지만 이렇게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공격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데미안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청염의 공격을 모두 파악한 다음에 손과 팔뚝을 이용해서 모조리 쳐 냈다.
둔탁한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데미안이 곧잘 막아 내는 모습을 본 청염의 표정이 묘해졌다.
“허어, 검사라고 들었거늘. 권각술은 또 어디서 배운 거요?”
“비상시에 사용하려고 조금 배워 놨습니다.”
“조금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종파의 성기사보다 훨씬 낫구려.”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청염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군. 조금 더 격하게 나가도 되겠구려.”
데미안은 그런 청염을 가만히 살펴봤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청염의 주 무기는 두 주먹이었다. 발차기도 이따금씩 사용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적을 상대할 땐 주먹을 사용하는 빈도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방금 전 공방에서 청염은 다리만 사용했다. 그것도 오른쪽 다리만 말이다.
“어르신께서는 권법을 주로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데미안의 물음에 청염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주먹을 사용하면 금방 끝나지 않겠소. 다리만 사용하는 건 내 나름의 배려요.”
그 말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회귀를 한 이후로 상대방에게 ‘배려’를 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다른 경우라면 모를까 적에게 받는 ‘배려’란 무시를 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시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허리춤에 달아놓은 천리검을 들어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지금 뭐 하는 게요?”
청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사가 검을 집어넣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이 드신 분을 상대로 어떻게 무기를 들 수 있겠습니까. 계속 맨손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청염의 얼굴이 잠시 멍해졌다. 이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나이 드신 분이라? 설마 이 청염을 봐주겠단 소리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께 노인을 공경하라고 항상 배워 온지라…….”
청염이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렸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다만, 그러다 흠씬 두들겨 맞아도 난 모르오.”
이번에도 먼저 움직인 사람은 청염이었다.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오른쪽 발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몸을 틀면서 공격을 피했다. 청염은 그 즉시 뻗은 발을 회수했다. 그리고 데미안을 향해 오른발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모든 공격이 방금 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공격을 막을 때마다 팔뚝에 누적되는 충격도 더욱 커졌다.
‘역시 마스터의 벽은 높군.’
한쪽 발만 사용하고 있는데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청염은 진심으로 싸우고 있는 게 아니었다.
데미안의 수준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 적당히 툭툭 건드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걸 뚫으려면 나도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한다.’
마스터란 기술의 극의를 넘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들이다.
그 길 위에 서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위 클래스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데미안으로는 마스터 클래스를 이길 수 없었다.
설사 머릿속에 수많은 마스터의 기술과 경지가 담겨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가면 내가 진다.’
사실 마스터와의 대련이니 데미안이 패배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대로 져 주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최소한 손은 사용하게 만들어야겠다.’
데미안의 감각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청염의 움직임을 읽었다.
그때, 청염의 오른발을 하늘 높이 뻗었다.
“막으면 팔이 부러질지도 모르오!”
청염의 발꿈치가 데미안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데미안은 몸을 뒤로 뺐다. 청염의 발꿈치가 아슬아슬하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발꿈치가 그대로 땅에 내리꽂혔다. 마치 쇠망치를 내려친 것처럼 발꿈치가 지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반동으로 청염이 허공으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허리를 틀었다.
동시에 데미안을 향해서 한 번 더 오른쪽 정강이를 내리쳤다.
* * *
“이것도 받아 낼 수 있나 보겠소!”
청염이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 청염이 펼치고 있는 기술은 비장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동작은 크지만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데다 내려찍는 동작이라서 속도까지 빨랐다.
어지간한 이들은 다 이 공격을 간파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청염은 데미안 학센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청염의 다리가 데미안의 쇄골을 찍어 누르려는 찰나, 데미안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동시에 몸을 돌렸다. 어깨가 한 바퀴 회전하며 청염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아니?”
이것만큼은 청염도 예상치 못했는지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허공에 떠올랐던 데미안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그대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데미안의 몸이 먼저 땅에 닿고, 간발의 차이로 청염이 뒤늦게 착지하게 되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은 데미안이 다리를 낮게 휘둘러서 청염의 다리를 걷어찼다.
아무리 청염이라 해도 허공에서 공격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다리가 걷어차이자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이대로는 바닥에 얼굴이 닿을 판이었다.
오대성인으로서 그런 추태를 보일 수는 없는 법. 청염은 하는 수 없이 손으로 땅을 짚으며 자세를 잡았다.
몸을 일으킨 청염이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방금 어떻게 한 것이오? 마치 본인의 공격을 읽기라도 한 것 같은데.”
“내지른 공격이 운이 좋게 성공했을 뿐입니다.”
데미안이 옷에 묻은 흙을 털어 내며 말했다. 데미안의 해명에도 청염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여전했다.
“……재미있구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이었다. 이내 청염의 얼굴에 사나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렇게 재미있는 상대는 처음이오. 오대성인 중에서도 없었지.”
청염이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것만으로 분위기가 격변했다.
허허로운 노인은 더 이상 없었다. 금방이라도 적을 물어뜯을 것 같은 맹수만 남아 있었다.
“손은 안 쓰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걸 마음에 두고 있었소? 그대를 만만하게 본 것은 사과하리라.”
청염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보였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제대로 해 봅시다.”
지금 청염의 관심사는 오로지 데미안과의 격투뿐이었다.
‘곤란하군. 청염의 야성을 깨워 버렸어.’
방금 전에는 청염이 봐주고 있기에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마스터는 인간을 초월한 괴물이었다. 아무리 방심하고 있다 해도 미들클래스 따위가 빈틈을 찌를 수 없었다.
개의 이빨로는 잠자는 사자를 죽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본성을 드러낸 청염은 달랐다. 그나마 남아 있던 빈틈도 완전히 닫혀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지.’
데미안도 자세를 잡고, 곧 이어질 청염의 공격에 대비했다.
“멋지군. 정말 멋진 친구야.”
청염이 두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지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갑자기 전신이 무거워졌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놀란 얼굴로 땅을 내려다봤다. 과거에 본 적이 있는 기적이었다.
‘광명?’
오대성인 중 한 명인 광명은 무엇이든 ‘강화’시킬 수 있는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근력, 민첩 같은 신체능력부터 무기의 절삭력, 심지어 중력까지 강화시킬 수 있었다.
“광명! 이게 무슨 짓인가!”
아니나 다를까 청염이 어딘가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데미안도 청명이 쳐다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여성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사한 금발은 봄을 연상시켰다. 입가의 미소는 사람의 정신을 홀리는 마력이 있었다. 풍만한 몸매는 품이 넓은 천 옷으로도 다 가릴 수 없었다.
광명(狂明).
오대성인 중 한 명이자 종파 ‘눈부신 고통’의 종주.
그녀가 두 사람의 격투에 개입한 것이다.
“청염 어르신,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이런 일을 당했는데도 진정하란 말이냐!”
“저는 성하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랍니다.”
광명이 옆으로 물러나자, 한 노파가 지팡이를 짚으며 나타났다.
꼽추처럼 허리가 굽고, 등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한쪽 다리는 불편한지 절고 있었다.
무척 불편해 보이는 몸이었다. 하지만 성황의 얼굴을 본 순간, 그런 부분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성황의 두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을 담아놓은 것처럼 깊고 고요했다.
데미안조차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잃고 눈빛에 빠져들 정도였다.
“청염, 제가 광명에게 부탁했습니다. 두 사람을 말려 달라고요.”
성황이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맑은 음색이었다. 그 덕분에 데미안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청염은 곧바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도 청염과 똑같이 행동했다.
“청염…….”
성황이 피곤하다는 얼굴로 청염을 내려다봤다.
“본단의 손님한테 주먹질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성하! 데미안 경의 동의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청염을 쳐다봤다. 그러자 청염이 애타는 표정을 보냈다.
“데미안 경, 정말입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짜고짜 절 공격했습니다.”
그렇다고 넘어가 줄 데미안이 아니었다. 냉큼 성황에게 일러바쳤다.
그러자 성황의 눈썹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청염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오늘 일은 절대로 그냥 넘기지 않을 겁니다.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성황의 말에 청염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 성하……!”
청염이 간절한 얼굴로 성황을 불렀다. 하지만 성황은 고개를 홱 돌리며 외면할 뿐이었다.
“데미안 경은 저와 함께 가도록 하죠. 보상 건을 논의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데미안은 냉큼 대답했다.
“청염, 당신도 같이 오세요. 보상을 논할 때, 당신의 의견도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청염이 기가 팍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성황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청염을 대할 때와 달리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데미안 경, 가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