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4화
114화 신성 교단 (3)
성황은 데미안을 데리고 알현실로 향했다.
알현실은 천장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푸른 하늘이 한눈에 보였다.
덕분에 밝은 햇살이 알현실 전체를 비추었다.
성황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중앙에 있는 성좌(聖座)에 앉았다.
그 광경에 데미안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 이곳을 와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도르고의 명령으로 성채를 함락시킬 때였다.
당시 데미안은 성황을 붙잡기 위해서 언데드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에 도착했다.
믿기 힘들게도 성황은 도망치지 않고 이곳에 앉아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황은 데미안이 데리고 온 언데드들에 의해서 도르고의 앞까지 끌려갔다.
언데드들은 노인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머리채를 붙잡고 개처럼 끌고 갔다.
바닥에 피부가 쓸리고, 돌뿌리에 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성황은 나약해지지 않았다. 도르고에게 온갖 모독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단의 우두머리라는 작자가 꼽추였을 줄이야. 신의 가장 가까운 대리인치고는 너무 추악한 생김새인 걸?
-수치스러운 일이군요. 피와 살이 있는 제가 뼈밖에 남지 않은 당신에게 추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네 목숨은 지금 나한테 걸려 있어.
-전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아, 당신은 절 이해하지 못하시겠군요. 그러니까 그런 몰골이 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죽음을 피하고 계시는 걸 테니까요.
도르고는 크게 분노하며 데미안에게 성황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괴로워하고 있군요.
가까이 다가온 데미안에게 성황이 나지막이 말했다.
-포기하면 안 돼요. 그랬다가는 당신의 죄가 더욱 커질 겁니다. 명심하세요. 당신이 유일한 희망…….
목이 날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성황은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 가까이 오세요.”
성황의 말에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데미안은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기다가 붉은 천이 깔린 곳에서 멈췄다.
“데미안 학센, 그대의 공로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습니다. 유란의 간부 아기토를 처단했고, 그 뒤로도 여러 번 흑마법사를 처치하거나 흑마법을 사용한 자를 고발했죠.”
성황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만 해도 본단은 그대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만, 토벌대 건으로 또 갚기 힘든 은혜를 입고 말았습니다.”
시체놀음의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데미안 덕분에 교단은 토벌대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당신 덕분에 많은 성기사와 병사들이 목숨을 건졌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데미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성황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여기에 더불어…… 제가 알기로 최근에 또 사악한 존재를 처단했다고 들었습니다.”
성황의 말에 데미안은 마검의 핵을 꺼냈다. 핵을 본 성황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이것이 애플 왕국을 뒤흔들었던 마검의 핵이로군요.”
“이것을 교단에 바치려 합니다.”
“역시 듣던 대로 독실한 분이시군요.”
성황이 성호를 그으며 말했다.
“토벌대를 구출한 공로는 비고의 출입을 허가하는 것으로 갚기로 했지만 마검의 핵은……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혹시 따로 부탁할 일이 있습니까?”
성황의 말에 데미안은 아공간에서 성검을 꺼냈다.
“마검과의 전투에서 성검이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성검을 수리하고 싶습니다.”
성검은 신성교단에서 제조되었다. 그런 만큼 수리하는 것도 간단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성황의 반응이 이상했다.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데미안 경, 상급 성검이 아니라 아래 단계의 성검들은 한번 파괴되면 수리를 할 수 없답니다.”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부서진 부분을 고치고, 멀쩡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신성력을 다시 주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성검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데미안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성검을 내려다봤다.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검이라 아쉬움이 더욱 컸다.
성황은 한참 고민하다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성검을 수리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마검의 핵을 바친 공로로 중급 성검을 하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급 성검.
그 말에 데미안보다 청염이 더 크게 놀랐다.
“성하! 지금까지 외부인에게 중급 성검을 하사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급 성검은 기껏해야 신성력으로 사용자를 보호하는 효과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중급 성검부터는 달랐다.
기적이 부여되어 있었다.
기적이란 사제나 기사들이 신성력을 이용해서 발현하는 이능을 말했다.
중급 성검에 부여된 기적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급 성검부터는 성기사들도 많은 업적을 세우고 자격까지 갖춰야 받을 수 있었다.
“데미안 경의 공로를 생각하면 이 정도 물건은 내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다가 데미안 경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임에도 토벌대에 합류해서 교단을 도왔습니다. 이만하면 이미 같은 식구라고 할 수 있죠.”
성황의 말에 청염의 얼굴에 갈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혹시 압니까. 언젠가 데미안 경이 진짜 우리의 식구가 될지.”
온화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성황이었지만, 두 눈동자에는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데미안을 성기사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아그네스와 똑같은 눈빛이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직은 신의 뜻을 따르기에 부족한 몸입니다.”
“그럼 부족함이 채워지면 바로 본단에 합류하겠군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교단에 합류할 생각이 없었기에 데미안은 필사적으로 핑계를 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성황이 아쉽다는 얼굴로 물러났다. 데미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황은 문 옆에 서 있는 사제를 불렀다.
“가서 몰타를 불러오세요. 성검과 관련해서 상의할 일이 있다고 말을 전해 주세요.”
사제는 성황의 말을 들은 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누군가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다.
“성하! 절 불렀다 하셔서 찾아왔습니다!”
그 누군가는 쪼르르 달려와서 성황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성검 때문에 상의할 일이 있다고요? 드디어 제가 올린 ‘대흑마법 결전용 광성분쇄 군세멸절 성검(對黑魔法 決戰用 光聖粉碎 軍勢滅絶 聖劍)’의 기획안을 통과시켜 주실 생각이시군요? 역시 성하께서는 제 기획서의 가치를 알아보실 줄 알았습니다!”
데미안은 다소 놀란 얼굴로 옆을 쳐다봤다.
어린아이처럼 땅딸막한 신장.
근육이 가득 들어차 있는 다부진 체격.
얼굴을 완전히 뒤덮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
드워프.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손재주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아종족이었다.
“몰타, 그것 때문에 당신을 부른 게 아니에요.”
“예에? 그럼 바쁜 저를 왜 부르신 겁니까? 물론 성하의 부르심을 받으면 기쁘긴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
“여기 있는 데미안 경에게 중급 성검을 하사하려고 합니다. 몰타의 안목이 필요해요.”
몰타가 데미안을 돌아봤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이제야 데미안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성하, 제 눈이 삐뚤어진 모양입니다. 아무리 봐도 성기사가 아닌 듯합니다만.”
“정확히 본 게 맞습니다. 데미안 경은 성기사가 아닙니다.”
“성가사가 아니라 하면…… 외부인이란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외부인한테…… 중금…… 성검을…… 하사…… 하시겠다고요?”
“맞습…….”
성황이 말을 하기도 전에 드워프가 고함을 내질렀다.
-절대로 허락할 수 없습니드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한 외침에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천장에서 먼지가 부스스 떨어졌다.
“제가 그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데요! 성기사들한테 주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외부인? 외부인이라고요? 안 됩니다! 절대 안 돼요! 제 눈에 쇳물을 들이붓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안 됩니다!”
“그래도 데미안 경이 세운 공로를 생각하면…….”
“공로고 뭐고 자시고 간에 외부인이잖습니까! 중급 성검이 어떤 물건인데요! 그렇게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저런 외간남자의 손에 덜컥 맡겼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단 말입니다!”
몰타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성황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몰타를 바라봤다.
“몰타, 데미안 경은 이번에 마검을 처단한 뒤에 얻은 핵을 우리에게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몰타의 몸이 움찔 떨렸다.
“마, 마검의 핵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마침 ‘대흑마법 결전용 광성분쇄 군세멸절 성검’을 개량하기 위해서 마검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
“그걸 받는 대가로 데미안 경에게 중급 성검을 하사하기로 했습니다.”
몰타가 망연히 성황을 올려다봤다.
“서, 성하! 그, 그런…….”
“계속 반대한다면 마검의 핵을 연구할 때, 당신을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성황의 단호한 말에 몰타는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몰타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했던지 앓는 소리까지 냈다.
“그럼 몰타를 핵의 연구에서 제외할 수밖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신! 자격을 증명하면 내주도록 하겠습니다!”
몰타가 재빨리 대답하자, 성황이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냈다.
“자격을…… 증명하라고요?”
“예! 데미안 경이 철의 시련을 통과하면 저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성황은 못마땅한 얼굴로 몰타를 바라봤다.
“몰타…… 성검을 내주기 싫다고 그런 억지를 부리면 안 됩니다.”
“어, 어째서 안 됩니까! 원래 교단의 성기사들도 성검을 얻으려면 모두 다 철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지 않습니까!”
“철의 시련은 영급 성검을 하사받는 성기사들만 치르지 않습니까.”
영급 성검이라는 말에 데미안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교단에서 제작된 성검은 하, 중, 상, 최상, 특 중 한 가지 등급을 부여받는다.
하지만 간혹 특별한 등급을 부여받는 성검이 존재했다.
그 특별한 등급이 바로 영급(英級)이었다.
성검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서 금속에 신성력을 주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혹 신성력에 의해서 변질되는 금속이 발생했다.
변질된 금속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구조와 성질이 완전히 달랐다. 마치 새로운 금속으로 거듭난 것처럼 말이다.
이 변질된 금속으로 제작된 성검은 전투를 거듭할 수 록 강도와 예리함이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발산하는 신성력의 양도 늘어났다.
최종적으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적이 깃들었다.
즉, 영급 성겁이란 한 마디로 성장하는 성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급 성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데미안이 말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향했다.
“데미안 경? 그게 무슨 소리세요?”
“으하핫! 외부인! 잘 생각했다! 뛰어난 무기를 받으려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법이지!”
몰타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대신 이건 알아둬야 해.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면 중급 성검은 내어 줄 수 없…….”
“대신 제가 철의 시련을 통과하면 영급 성검을 주십시오.”
그 말에 몰타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성황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데미안 경, 아무리 그래도 영급 성검은…….”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머뭇거리는 성황과 달리 몰타가 큰소리로 말했다.
“네가 철의 시련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몰타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이 시련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성황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양쪽 다 같은 의견이니 저도 반대할 수 없군요. 데미안 경이 철의 시련을 통과한다면 영급 성검을 내어 주겠습니다.”
“들었지? 당장 따라와라!”
몰타가 데미안에게 손짓을 했다.
데미안은 성황과 청염에게 인사를 한 뒤, 몰타를 따라갔다.
* * *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성황의 몸이 비틀거렸다.
“스베트라나!”
청염이 황급히 다가와서 성황을 부축했다.
“그 녀석에게서 무엇을 봤길래 그렇게 힘들어 하는 것이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자 청염은 존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성황 역시 청염을 친근하게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시체더미를 봤어요.”
성황의 말에 청염의 얼굴이 굳었다.
“시체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어요. 너무 많아서 발을 디딜 곳조차 없었어요. 피가 강이 되어서 흐르고 있을 정도였죠.”
“……그런 심상을 봤다고?”
성황 스베트라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었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베트라나가 처음 신성력을 각성하면서 얻게 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통해서 지금까지 수많은 이단자를 색출해 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가둬야 하는 게 아니냐.”
청염의 말에 성황은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서…… 검은 기사가 울고 있었답니다.”
“검은 기사?”
“예,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였어요.”
성황은 방금 봤던 광경을 떠올렸다.
기사는 피눈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절규를 내뱉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쥐어뜯고, 주먹질을 했다. 그래도 모자라다는 듯 단검으로 난도질을 했다.
무척 잔인하고, 섬뜩하며…… 서글픈 광경이었다.
“저는 데미안 경이 위험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요.”
그리 말하는 성황은 데미안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