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6화(116/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6화
116화 철의 시련 (2)
-넌…….
미라가 입을 열었다.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메마른 음성이었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 무슨 수로 기관을 작동시킨 것이냐? 아니, 기관을 작동시켰다 한들 봉인을 풀 방법이 없었을 텐데?
미라의 눈동자가 데미안의 손목으로 향하더니, 그곳에 그려진 에레보스의 문신을 발견했다.
-네놈……!
미라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삐쩍 마른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이것을 네놈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우리 중에서 본체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여자밖에 없거늘!
데미안은 팔을 빼기 위해서 손에 힘을 줬다. 하지만 미라의 악력이 생각보다 강했다.
-알겠다! 그 여자가 배신을 했구나!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그 여자를 받아들여서는 안 되었는데!
미라가 데미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리석은 놈!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느냐!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빛을 보게 해서도 안 돼! 영원히 어둠 속에 감춰 놔야 할 물건이다!
데미안인 미간을 좁혔다. 미라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미라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제 곧 멸망이 들이닥칠 게다! 온 세상이 어둠에 잠길 것이야!
미라가 시뻘건 안광을 뿜어댔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그것을 취하겠다! 그것의 힘으로 멸망을 막아 내겠다!
미라의 가슴에서 근육 다발이 뻗어 나와서 에레보스의 조각을 뒤덮었다.
미라를 중심으로 막대한 흑마력이 폭발했다.
그 여파로 데미안은 뒤로 날아갔다. 데미안은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착지했다.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데미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쳐다봤다.
미라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관절을 펼 때마다 우드득 소리가 났다.
“이봐, 내가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그러는데. 통성명부터 하는 게 어때?”
-어서 내놓으란 말이다!
“대화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군.”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어서 천리검을 꺼내려 할 때였다.
미라의 주변에 검은 입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내 매끈한 형태의 구체가 만들어졌다.
수십 개의 구체가 미라의 주변을 맴돌았다. 구체에 닿을 때마다 돌로 된 벽과 바닥이 뭉텅 뭉텅 깎여 나갔다.
흑마력이 아니라 부식의 권능을 결집시킨 것이었다.
“조각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시겠다?”
에레보스의 조각은 거대한 힘의 덩어리였다.
조각을 손에 넣은 자들은 가공할 만한 힘을 얻고, 에레보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은 농사나 짓던 촌부가 에레보스의 조각을 손에 넣고 하이클래스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에레보스의 조각을 사용한 이는 모든 이성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천리검으로는 어림도 없겠어.”
데미안은 에레보스의 선택을 받았기에 부식의 권능으로부터 안전했다.
하지만 천리검은 그렇지 않았다. 데미안이 마력을 주입하면 부식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기는 하지만 완전하지 않았다.
특히 저 검은 구체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망가져 버릴 게 분명했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다시 닫았다. 그리고 에레보스를 구현시켰다.
에레보스를 보자마자 미라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순순히 내놓지 않겠다 이거냐!
미라가 데미안을 향해 손을 뻗자, 검은 구체가 데미안을 향해 쏘아졌다.
데미안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구체들의 궤적을 모조리 읽어 내어 구체를 막기 위한 최적의 경로를 찾았다.
데미안이 창을 휘두르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구체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일부만이 아니라, 모든 구체가 일시에 소멸해 버렸다.
“응?”
-이게 무슨…….
미라가 놀란 얼굴로 가슴을 내려다봤다. 조각이 박힌 자리부터 회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 안 된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내게는…… 내게는 사명이 있단 말이다……!
신체 전체가 순식간에 회색으로 물들었다. 곧이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미라가 있던 자리에는 조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진짜 영혼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사념체였군.”
그 광경을 멀거니 쳐다보던 데미안이 짧게 말했다.
지성이 있는 생명체가 사망할 때 남기는 미련을 사념체라 불렀다.
미련이 강하면 강할수록, 또 생전의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사념체도 강해졌다.
“내가 영혼으로 착각할 정도의 사념체라…….”
아마 살아생전에는 마스터 클래스 이상의 실력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강해 봤자 사념체는 사념체일 뿐이었다.
에레보스의 조각은 강력한 만큼 대가도 컸다. 사념체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각의 힘을 사용하자마자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이런 곳에서 죽어 있던 거지?”
미라에 대해서 고민하던 데미안은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에레보스를 사용하면 멸망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지.”
전생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에레보스의 조각을 모으던 도르고 역시 한 번도 멸망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
“사념체 따위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필요는 없지.”
사념체는 원본의 찌꺼기 같은 것이어서 제대로 된 지성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다.
무엇보다 과거에 데미안이 에레보스를 사용했을 때, 이상한 징후를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에레보스는 숨겨 놓는 것보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게 더 안전해.”
데미안만 에레보스를 모으고 있는 게 아니었다.
도르고 역시 휘하의 세력을 이용해서 에레보스의 조각들을 모으고 있을 터.
실제로도 데미안이 가지고 있는 에레보스의 칼자루는 도르고를 섬기는 흑마법사 집단에서 찾아낸 것이 아니던가.
에레보스를 숨겨 놔 봤자 도르고는 어떻게 해서든 찾을 게 분명했다.
도르고의 손에 에레보스가 악용될 바에는 차라리 데미안이 소유하고 있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래도 경계하고 있는 게 좋겠어.”
전생을 겪으면서 데미안이 배운 교훈은 언제나 대비하라는 것이었다.
약간의 방심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고, 그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조짐이 보이면 내가 나서야겠다.”
미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에레보스는 멸망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멸망을 막을 수도 있었다.
데미안의 재능과 에레보스의 위력을 생각하면 어떤 위험한 일이든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에레보스, 흡수해라.”
데미안은 조각을 향해 에레보스의 손잡이를 내밀었다.
조각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하더니 부러진 칼날에 달라붙었다.
조각을 찾으면 이렇게 저절로 복원되어 형체를 이룬다. 덕분에 순서대로 조각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야 좀 무기처럼 보이는군.”
날이 아주 약간 길어졌을 뿐이지만 한결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제 무기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데미안은 에레보스를 다시 문신으로 변환시켰다.
“이건 또 뭐지?”
조각이 있던 자리에 반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재질로 보아서 어떤 생물의 뼈를 깎아서 만든 것 같았다. 중앙에는 정체 모를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부식 속에서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데미안이 반지를 향해서 손을 뻗을 때였다. 갑자기 공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은 재빨리 반지를 챙긴 뒤, 밖으로 뛰쳐나갔다.
데미안이 나오자마자 돌벽과 바닥이 우후죽순 자라나더니 공간을 모조리 메웠다.
그 광경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굴이 아니라 마법을 이용해서 공간을 넓힌 거였어.”
미라가 있던 공간은 아공간과 비슷했다. 공간의 틈새를 넓혀서 원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장소를 만든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수준 높은 마법이었다. 대마법사조차 이런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다.
“성직자가 이런 고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다른 사람이 걸었다는 건데…….”
데미안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시련장을 둘러싸고 있던 철벽이 회전했다. 공간의 입구였던 자리가 철벽에 뒤덮였다.
천장에 있던 입구가 열렸다. 빛이 쏟아지며 청염과 성황의 얼굴이 보였다.
“데미안 경!”
청염이 천만다행이라는 얼굴로 소리쳤다.
* * *
“이, 이를 어떻게 해야 한담…….”
몰타는 철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어쩔 줄 몰라 했다.
“원래는 이렇게 하면 기관에 개입할 수 있었을 텐데…….”
철문을 두드리는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기관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 이 조작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번에 보수를 하면서 잘못 건드렸나? 아니면 너무 오래되어서 부품이 망가진 건가?”
몰타는 철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노인이 노파를 품에 안고 있었다.
청염과 성황이었다.
“몰타! 데미안 경이 시련장에 갇혔다면서요!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청염의 품에서 내리자마자 성황이 몰타에게 소리쳤다.
두 사람은 모처럼 담소를 나누던 중에 데미안이 시련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시가 급한 사안이었기에 청염이 성황을 안고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 그것이…….”
몰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철의 시련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몰타이니만큼 이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관에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무리 조작해도 열리질 않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비켜 보게. 내가 부술 터이니!”
시련장은 드워프들이 비전을 동원해 만든 곳이었다.
미들클래스 급의 오러라면 하루 종일 퍼부어야 겨우 부술 수 있을 정도로 깨뜨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마스터가 사용하는 오러블레이드라면 달랐다.
“아, 안 됩니다! 이 기관은 저희 선조께서 직접 만드신 보물입니다!”
“지금 사람이 갇혔는데 그게 할 소리인가? 비켜서지 않으면 가만 놔두지 않겠네!”
청염이 호통을 칠 때였다.
격철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냉큼 입구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데미안 학센이 서 있는 게 보였다.
“데미안 경!”
성황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가볍게 땅을 박차며 위로 올라와 옷을 툭툭 털었다.
“다친 곳은 없나요?”
“다행히 별일 없었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성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철의 시련대로 레어메탈로 된 단검을 홈에 넣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데미안은 시치미를 뚝 떼었다.
해명하자니 상황이 너무 복잡했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최고였다.
어차피 미라가 있던 공간은 이미 소멸된 상태였으니 조사를 해도 찾을 수 없을 터.
“지금까지 이런 사고는 한 번도 없었는데…….”
성황이 몰타를 돌아보며 말했다.
“몰타, 당분간 철의 시련장은 사용을 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인들을 보내서 이번 일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시켜야겠어요.”
“옙! 알겠습니다! 당장 장인들을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몰타가 큰소리로 외치며 달려 나가려 했다. 그런 몰타를 성황이 붙잡았다.
“몰타, 왜 당신이 가는 건가요? 당신은 따로 할 일이 있지 않나요?”
“예, 옙? 무슨 말씀이신지…….”
“약속대로 데미안 경에게 영급 성검을 내줘야 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몰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소한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데미안 경은 혼자 힘으로 철의 시련을 통과했잖습니까.”
“그, 그건…….”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는 건 다른 장인에게 맡기고 당신은 어서 약속을 지키러 가세요.”
몰타가 머뭇거리다 성황에게 말했다.
“성하, 아무리 그래도 영급 성검은…….”
성황이 말없이 몰타를 노려봤다. 묘한 위압감에 몰타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몰타는 천천히 데미안을 돌아봤다. 무척 간절한 얼굴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사, 상급 성검으로 대체하면 안 될까?”
그 말에 데미안이 코웃음을 쳤다.
“말 같잖은 소리 하지 마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