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7화(11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7화
117화 보물 (1)
몰타는 데미안을 데리고 공방의 중앙에 세워진 탑으로 향했다.
“이곳은 공방의 장인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네. 성기사도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 자네 같은 외부인이 출입한 것은 아마 최초일 걸세.”
청염이 탑을 가리키며 데미안에게 설명했다. 몰타가 뒤를 돌아보며 핀잔을 줬다.
“자네는 또 왜 따라오는 거야?”
“허튼짓을 못 하도록 감시하라는 성하의 부탁이 있으셨거든.”
청염의 말에 몰타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몰타는 두 사람을 데리고 탑의 지하로 향했다.
탑은 위로도 높았지만 지하도 굉장히 깊었다. 세 개의 층을 지나치고 나서야 맨 마지막 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커다란 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몰타가 벼름망치로 문 곳곳을 톡톡 때렸다. 그러자 문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내부를 들여다보자마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터트렸다.
건물의 내부는 그야말로 무기로 가득했다.
검, 창, 도끼, 너클 등등.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이 벽면에 가득 걸려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어느 것 하나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장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진 무기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뻔한 칭찬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한 사실이니까.”
사람이 기껏 칭찬을 해 줬음에도 몰타의 반응은 퉁명스러웠다.
“이제부터 너는 안으로 들어가 무기에게 선택을 받으면 된다.”
말이 조금 묘했다. 데미안은 몰타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요?”
“너희 기사들은 모르겠지만 사람만 무기를 고르는 게 아니다. 무기도 사람을 고르지.”
그 사실이 못마땅하다는 듯 몰타가 팔짱을 꼈다.
“특히 영급 성검은 그런 성향이 더더욱 심해. 선택받지 못하면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어. 성검을 성장시킬 수도 없지.”
이미 선택받지 못할 거라 단정 짓고 하는 얘기 같았다.
“어떻게 성검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까?”
“안으로 들어가 걷다 보면 느낌이 올 거다. 성검이 먼저 너한테 말을 걸 테니까.”
굉장히 두루뭉술할 뿐만 아니라 어이없는 방법이었다.
“느낌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검을 가져와도 소용없다. 나는 다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선택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곳에서 검을 가지고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철의 시련에 통과하고도 영급 성검을 얻지 못한 기사들이 수두룩하지.”
데미안은 청염을 힐끔 바라봤다. 딱히 제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데미안은 내부로 들어가 벽면에 걸린 무기들을 한 번씩 쭉 훑어봤다.
무기들의 재질은 다양했다. 색상도 각기 달랐다.
‘역시나 다 똑같지는 않군.’
영급 성검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성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영급 성검의 출발선과 도착선이 똑같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용된 금속이 무엇이냐, 장인의 실력이 어떤가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졌다. 뱀의 새끼와 용의 새끼가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문득, 데미안의 걸음이 멈췄다.
벽의 중앙에 걸려 있는 성검이 데미안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매끄럽게 뻗은 연녹색 검신이 예술적인 검이었다.
데미안은 시험 삼아서 성검을 들어봤다. 손잡이가 손에 착 감겨 들어왔다. 균형도 완벽했다.
‘이건…… 진은(眞銀)으로 만들어진 검이로군.’
웨폰마스터의 경지, 만병지애 덕분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진은 혹은 비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레어메탈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재료였다.
사특한 것들은 닿기만 해도 소멸해 버리며, 무기를 제작할 때 조금만 섞어도 천하의 명검이 된다는 성스러운 금속.
진은으로 제작된 영급 성검이라면 최고일 게 분명했다.
우우웅.
검 역시 데미안의 손에 잡힌 게 만족스럽다는 듯 검명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이 녀석이다.’
데미안은 강하게 확신하며 검을 가지고 나가려 했다.
그때, 구석진 곳에 걸려 있는 성검이 데미안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외형만 봤을 때는 굉장히 볼품이 없었다. 검신의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거칠었다. 손잡이도 적당한 나무를 박아 놨을 뿐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성의 없이 만들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검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 검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검신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검신이 잘게 떨렸다.
지이잉.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미안은 순식간에 검명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맑은 소리를 발산하는 검은 처음이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데미안은 이 검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데미안이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검의 울림이 조금 더 강해졌다.
데미안은 검을 들고 몰타에게 다가갔다.
“왜 처음에 고른 성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
“그 검도 좋기는 했지만 이게 더 끌려서요.”
“어리석군. 네가 처음에 고른 검은 진은으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데미안이 알아본 대로 연녹색 성검은 진은으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이이잉.
검의 울림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른 검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저는 이 검으로 하겠습니다.”
“정말이냐? 정말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겠다고?”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몰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이 아이의 진가를 알아보는 놈이 하필이면 외부인이라니.”
몰타가 데미안이 들고 있는 검을 두 손으로 받으며 말했다.
“이 검의 이름은…… 여명(黎明)이라고 한다. 해가 뜨기 직전,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진 운철로 만들어져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
운철(隕鐵).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에서만 얻을 수 있는 철이었다.
레어메탈 중에서 가장 희귀하다는 진은이나 오리하르콘도 운철에 비하면 몇 수 접어 줄 정도였다.
“운철이라고 다 뛰어난 금속인 건 아니다. 성분이나 성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야. 그래서 운철 중에는 잡철만도 못한 녀석도 있지.”
몰타가 여명의 칼날을 쓰다듬었다. 데미안 때와 달리 울림이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명을 만들 때 사용한 운철은 달랐다. 여태까지 그렇게 뛰어난 금속을 본 적이 없었어. 경도, 마력전달률까지. 모든 게 최고였지.”
운철을 설명하는 몰타의 목소리는 살짝 들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운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재련하기도 어려웠지. 공방의 모든 연료를 쏟아부어서 불을 지펴도 달굴 수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했지.”
여명의 외형이 볼품이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듯했다.
녹여서 틀에 넣고 굳힌 게 아니라 억지로 불에 달군 뒤, 망치로 두들겨서 모양을 잡았을 테니 말이다.
“이 아이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날고 긴다는 성기사들도 이 아이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었지.”
몰타가 아쉽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운철석으로 만든 검의 주인이 외부인이 될 줄이야.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건가?”
몰타가 데미안에게 여명을 내밀며 말했다.
“부디 여명이를 잘 부탁한다.”
* * *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데미안이 다시 여명을 받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몰타가 여명을 도로 거둬들였다.
그리고 여명을 품에 꼭 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크흐흐흑! 우리 깜찍한 여명이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다니!”
지이이잉.
몰타가 눈물과 콧물을 흘려 댔다. 몰타의 슬픔에 동조하듯 여명이 검명을 길게 토해 냈다.
“널 처음 만들었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간신히 널 벼려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이이잉.
몰타가 주머니에서 기름때가 잔뜩 묻은 손수건을 꺼냈다. 그걸로 눈물을 닦고 콧물까지 풀었다.
“외부인! 우리 여명이를 데려가면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지잉! 지잉!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맨날 기름칠을 해 줘야 해! 그리고 여명이는 일출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니 새벽에 꼭 일찍 일어나고!”
지잉! 지이잉!
몰타의 말에 동조하듯 여명이 검명을 흘렸다. 데미안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둘을 쳐다봤다.
“아, 그리고 절대로 다른 무기랑 바람나서는 안 된다! 알겠냐? 반드시 여명이만 사용해야 해!”
몰타의 말에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되겠는데요.”
“뭐?”
지잉?
몰타가 충격받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여명도 검신을 잘게 떨었다.
“무기를 하나만 사용할 생각도 없고…… 이미 사용하고 있는 칼이 따로 있습니다.”
“무, 무슨 소리냐! 우리 여명이를 두고 다른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이, 이런 바람둥이 같으니!”
지이이이이잉!
몰타와 여명이 격하게 항의했다.
“너 같은 바람둥이한테 여명이를 줄 수는 없다! 다시 가져가겠어!”
지이이잉…….
“뭐? 그래도 이놈이 좋다고? 이, 이 자식! 딸자식 키워 봤자 소용없다더니! 딱 그 짝이구나!”
데미안은 피곤하다는 얼굴로 둘을 쳐다봤다.
“슬슬 짜증 나니까 빨리 주기나 하십쇼.”
* * *
데미안은 몰타에게서 여명을 넘겨받은 뒤, 청염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지이이잉.
데미안의 손에 잡힌 채 만족스러운 검명을 토해 냈다.
데미안은 그런 여명을 다소 징그럽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지금이라도 바꿀까.’
잠깐이지만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그런 데미안을 향해 청염이 말했다.
“벌써 해가 저물고 있구려.”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청염이 말했다.
“참, 숙소를 안내해 주지 않았군. 따라오시오.”
청염을 따라서 도착한 숙소는 바로 근처에 있었다.
“외부의 수도사들이 찾아오면 내어 주는 숙소라오. 손님용 숙소가 따로 없어서 이런 곳을 내줄 수밖에 없구려.”
신성교단의 본단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장소였다. 그래서 수도사들이 사용하는 곳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쉬시오. 내일은 비고에 데려다주겠소.”
비고라는 말에 데미안의 눈이 번적 뜨였다.
아직 무엇을 얻을지 정하지는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무엇을 골라잡든 최고의 보물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직접 데려다주시는 겁니까?”
“그렇소. 비고는 너무 중요한 장소라서 반드시 고위 성직자와 동행하는 게 원칙이라오. 그렇지 않으면 경비를 서고 있는 골렘들이 공격을 가하지.”
야장술로 유명한 만큼 교단에서 제작되는 골렘들도 강력하기로 유명했다.
“그럼 내일 점심 무렵에 다시 오도록 하겠소.”
그 말을 남기고 청염을 떠났다.
데미안은 귀빈용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좋은 아침이네요.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나요?”
데미안은 청염이 아니라 광명과 마주하고 있었다.
* * *
다시 만난 광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단순히 아름다운 수준을 넘어서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근처를 지나가는 성기사들은 광명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본단에 있는 만큼 자주 봤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데미안은 아니꼬운 얼굴로 광명을 쳐다볼 뿐이었다.
“왜 이곳에 계신 겁니까?”
“데미안 경을 비고까지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원했어요.”
“그 일이라면 청염 어르신께서 맡아 주겠다고 하셨는데요.”
“청염께서 급한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오게 됐어요.”
청염은 오대성인이니 만큼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광명이었다.
광명은 ‘눈부신 고통’의 종주.
그리고 데미안은 시체놀음의 던전에서 ‘눈부신 고통’의 계획을 좌절시킨 적이 있었다.
즉, 광명은 데미안에게 적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왜 그러시나요?”
광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척이나 순진무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광명의 본질을 알고 있기에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서 비고로 안내해 주시죠.”
예상외의 말이었는지 광명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여기서 피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아무리 광명이라 해도 본단 내에서 데미안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청염과 성황의 비호를 동시에 받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광명도 날 건드릴 생각은 없을 거다.’
그럼에도 이렇게 가까이 접근한 데에는 의도가 있을 터였다.
그 의도를 알아내려면 일단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용기 있는 분이네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광명이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