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1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9화(119/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19화
119화 원수 (1)
‘이렇게 빨리 그놈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넘쳐 흘렀다. 주체할 수 없어서 전신이 떨릴 정도였다.
‘회귀했을 때, 다짐했지. 너희 두 사람도 반드시 찾아내서 쳐 죽여 버리겠다고.’
그 두 사람이 조사해 온 정보 때문에 도르고가 학센 자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데미안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가족들을 죽여야만 했다.
‘그놈들은 이 시기에도 도르고를 위해서 일하고 있었지.’
그 둘은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도르고와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을 말이다.
그걸 손에 넣는다면 도르고에 대한 단서는 물론, 위치까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고맙다. 내 앞에 나타나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터져 나오는 희열에 입가가 저절로 호선을 거렸다.
데미안은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지금 떠오른 미소를 두 사람에게 보여 줄 수는 없었다.
보나마나 무척이나 추하고 징그러울 테니까.
“흉수들의 정체는 밝혀졌나요?”
광명에 청염에게 물었다. 청염은 고개를 저었다.
“암흑기사와 흑마법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네. 생존자가 딱 한 명밖에 없어서 증언이 많지 않아.”
“어르신, 방금 만다린 왕국의 ‘지부들’이 습격받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어떻게 생존자가 한 명밖에 없죠?”
신성교단은 대륙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종교였다.
한 국가 내에서도 수많은 지부를 두고 있었다. 그 많은 곳이 괴멸을 당하는 동안 생존자가 한 명밖에 없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점은 나도 석연치 않다네. 고작 두 명이서 그 정도의 대량 살상은 불가능하니까. 생존자가 두 명이라 증언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그 부분은 데미안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행거 부부는 2인조가 맞았다.
겨우 둘이서 저토록 압도적인 살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도르고에게 직접 전수 받은 어떤 흑마법 때문이었다.
“만다린 왕국의 중앙 지부는요? 거기에는 1급 성기사가 있지 않나요?”
“암흑기사에 의해서 살해당했다더군.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농락을 당하다가 죽었다고 하네.”
그 말에 광명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암흑기사란 마력이 아닌, 흑마력을 사용하는 기사였다.
신성력과 흑마력의 관계를 생각하면 성기사가 암흑기사보다 상성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패배했다는 것은 암흑기사의 실력이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소리였다.
“성하께서는 당장 추격대를 편성해서 만다린 왕국으로 파견할 계획이시라네. 다만 적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니 이쪽도 상응하는 전력을 보내야 해.”
“그래서 저까지 부르신 거군요?”
청염의 말에 광명이 두 눈을 빛냈다.
“그럼 ‘눈부신 고통’에 내려진 근신도 해제된 건가요?”
“……그렇게 됐네.”
청염이 영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반면 광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
“성하께는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네요. 그럼 저는 종파에 들렸다가 성하를 만나 뵐 게요.”
광명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데미안이 청염에게 물었다.
“그럼 ‘불사르는 자’에서도 추격대 인원을 편성하는 겁니까?”
청염은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오. 이단자들이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는데 어찌 참고 있겠소.”
“저도 불사르는 자와 함께 추격대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데미안은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사건은 교단으로서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무릇 부끄러운 일은 남들이 보기 전에 빨리 덮거나 해결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마당에 외부인인 데미안이 추격대에 들어가겠다니?
“데미안 경, 그건 안 될 부탁이에요.”
오죽하면 광명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 정도였다.
“이번 사건은 우리 본단에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나도 광명과 같은 의견일세.”
청염마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으로서도 이렇게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행거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는 추격대에 합류해야 한다.’
데미안은 행거 부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원한 일은 아니었다.
-이봐, 데미안 학센! 우리 대가리에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불쌍한 친구! 난 네가 진심으로 안타까워.
-어머, 당신도 참…… 언제 봐도 생각이 깊다니까요. 이런 깡통을 다 걱정해 주다니.
행거 부부는 데미안 학센을 찾아와서 매번 그런 시덥잖은 소리를 지껄여댔다.
-어제는 운이 좋았지. 밤길에 노숙을 할 뻔했는데 마을을 발견했거든!
-당신 말이 맞아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잠자리도 생기고, 구경거리도 생겼잖아요!
-아아, 인간 돼지 경기는 꽤 즐거웠지. 깡통, 너는 모르겠지. 인간 돼지라는 건 말이야. 우선 팔다리를…….
하나 같이 구역질나는 화제들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옛날에 그분의 명령으로 교단의 지부를 습격하고 다닌 적이 있었지. 신성력에 절여진 영혼이 필요했거든.
-그때 고생 많았죠. 아무리 영혼을 집어넣어도 봉인이 풀리지 않았잖아요.
-도중에 귀찮아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지. 놈들이 추격대가 보내면 그것들을 모두 죽여서 영혼을 수급하려고 말이야.
데미안의 들은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행거 부부는 지부를 습격한 뒤, 멀리 달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근처에서 교단의 추격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성기사들을 죽이고 영혼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나라도 그 두 사람을 무턱대고 찾는 건 합리적이지 못했다.’
지부 근처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는 두 사람을 찾을 수 없거니와, 능력이 출중한 만큼 도망치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신성력에 절여진 영혼 수집은 그들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성기사들을 죽이기 위해 가만히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 터.
즉, 행거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는 교단과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오대성인인 두 사람이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해하지 마시오. 그대를 못 믿는 것이 아니니.”
청염이 데미안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별안간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여명을 꺼냈다.
지이이이이잉.
밖으로 나온 여명이 잘게 몸을 떨었다. 마치 왜 지금까지 자신을 방치해 뒀냐고 항의하는 듯했다.
데미안은 여명의 항의를 무시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르신!”
데미안의 행동에 청염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게요?”
“비록 제가 외부인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가슴 속에는 신의 거룩함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울분에 찬 목소리를 가장했다.
“제가 살아서 숨 쉴 수 있는 것은 모두 신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신 덕분입니다! 저는 숨을 쉴 때마다 제가 살아 있음을! 그리고 신의 은총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숨을 쉬면 그냥 쉬는 거지,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을 느낀단 말인가.
“그런데 간악한 이단자들 따위가 지부를…… 신의 뜻을 따르는 사제들을 모독했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그냥 참으란 말씀이십니까!”
데미안이 여명을 땅에 내리꽂았다.
지잉!
여명이 항의했다. 좀 더 부드럽게 다뤄 달라는 듯했다. 데미안은 이번에도 여명의 말을 무시했다.
“어르신께서 허락하지 않으시겠다면 저 혼자서라도 가겠습니다!”
데미안이 의지가 충만한 눈빛으로 청염을 바라봤다.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허락할 수 없어요.”
광명이 침묵을 깼다.
“데미안 경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봤을 때 결국 외부인일 뿐……”
“데미안 경!”
청염이 눈물을 흘리며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광명이 당황한 얼굴로 청염을 쳐다봤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군! 그대라면 이렇게 행동할 줄 알았소!”
데미안은 전생에 청염이 어떤 인물인지 겪어 봤다.
사납지만 아군에게는 한없이 무른 인간이었다. 특히 신앙심을 가진 사람에게 그랬다.
때문에 이렇게 신앙심을 강조하면 허락해 주리라 생각했다.
“내가 반드시 그대를 ‘불사르는 자’ 소속으로 추격대에 편성하리라!”
청염이 자신만 믿으라는 듯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어르신, 아무래도 그건…….”
광명이 당황한 얼굴로 청염을 말렸다. 이에 청염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외부인인 것이 무슨 상관인가. 이토록 독실한 마음을 품고 있는데. 이런 자를 거부하는 것은 신께서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야. 그럼 데미안 경, 나와 함께 가도록 하지.”
“예, 어르신.”
두 사람은 그 길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광명만 어이없다는 듯이 두 사람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신실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내가 잘못 봤나?”
* * *
청염은 그 길로 데미안을 데리고 ‘불사르는 자’가 사용하는 건물로 향했다.
건물 내부에서는 종파의 성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추격대 편성 때문인 듯했다.
“주목.”
청염의 말에 성기사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이번 추격대에 여기 있는 데미안 경도 합류하게 되었다.”
그 말에 종파 성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구릿빛 피부에 전신이 근육질인 청년이었다.
“스승님, 하나만 여쭈어보겠습니다. 외부인을 추격대에 넣어도 문제없는 겁니까?”
남성의 물음에 청염이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있다.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 어째서 데미안 경을 합류시킨 것입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청염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감동을 받은 얼굴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데미안 경은 외부인이긴 하지만 우리들 못지않게 독실한 자임을 증명하였다. 언제나 가슴 속에 신에 대한 은총과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으며, 이번 이단자들의 습격에도 세상 어느 누구보다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남성은 곧바로 납득했다. 남성뿐만이 아니었다. ‘불사르는 자’들의 성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맞아. 이단자들만 증오하면 누구든 같은 식구니까.”
과연 종파 중에서 가장 단순한 ‘불사르는 자’들다웠다.
‘이렇게 단순해도 되는 건가?’
데미안이 다 걱정이 될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이런 단순함 때문에 ‘불사르는 자’는 멸망전쟁 당시에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을 구하기도 했었으니, 쉽게 판단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데미안 경!”
성기사들 틈에서 아그네스가 쪼르르 달려왔다.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데미안 경과 또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별 뜻 없이 예의상 한 말이었다.
그런데 아그네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시선을 피했다.
“데미안 경께서도 저랑 같은 마음이시라니…….”
데미안이 그런 아그네스를 향해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낼 때였다.
방금 전, 구릿빛 청년이 다가와서 데미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파라몬이라고 한다. 스승님의 일대제자이자, 1급 성기사다.”
“반갑습니다. 데미안 학센입니다.”
데미안은 파라손의 손을 맞잡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파라몬? 설마 창염신장(彰炎神將)인가?’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마스터 클래스는 오대성인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마스터 클래스가 교단의 소속으로서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교단에서는 마스터 클래스의 성기사들을 백급(白級)이라고 불렀다.
데미안이 만나 보지 못한 교단의 백급은 무수히 많았다.
그중 전신에 화염을 두른 채 전장을 휘젓고 다니기로 유명하여 창염신장이라 불리는 백급이 있었다.
다른 군단장에 의해서 목숨을 잃는 바람에 데미안은 창염신장을 만나 보진 못했다.
“아, 그렇지. 파라몬, 너한테 해 둘 말이 있다.”
청염이 제자를 향해서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데미안 경을 데려가게 되면 분명히 귀찮을 일이 생길 거다. 네가 처신을 잘해 줘야 한다.”
청염의 말에 파라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마 더더욱 각오를 해야 할 게다.”
스승의 말에 파라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추격대에 동원되는 종파는 모두 세 곳이다. 우리 ‘불사르는 자’와 ‘눈부신 고통’ 그리고…… ‘얽매인 바람’이지.”
얽매인 바람이라는 말에 파라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재수 없는…… 죄송합니다.”
“아니다, 마음껏 말해도 된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니까.”
“그 재수 없는 것들도 참가를 한다고요? 하지만 얽매인 바람은 모두 다른 임무에 참가 중이잖습니까.”
“녹풍(綠風)이 임무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면서 인원을 따로 차출했다. 마침 만다린 왕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면서 말이야.”
그 말에 파라몬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얽매인 바람은 지금쯤 괴멸당한 지부에 먼저 도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을 거다. 그놈들이 데미안 경을 보게 되면…….”
“아주 많이 엄청나게 귀찮아지겠군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데미안이 아그네스에게 물었다.
“얽매인 바람이 어떻기에 저러는 겁니까?”
종파 ‘얽매인 바람’에 대해서는 데미안도 잘 알고 있었다.
오대성인 중 한 명인 ‘녹풍(綠風)’이 종주로 있는 종파였다.
데미안은 녹풍과도 싸워 본 적이 있었다. 얽매인 바람과도 전투를 치러 봤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들에게 딱히 이렇다 할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 그게…….”
아그네스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직접 가 보시면 바로 알게 되실 거예요.”
데미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며칠 뒤, 만다린 왕국의 지부에 도착했을 때.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군! 그 두개골을 쪼개서 내부를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야! 네놈들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우리 얽매인 바람은 외부인의 참가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독으로 임무를 치르겠다.”
데미안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