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화
12화. 뱀사냥 (2)
검은뱀의 보스 세드릭 워커를 처음 본다면 누구나 돼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세드릭 워커는 돼지의 탈을 쓴 교활한 늑대라는 것을 말이다.
“하하핫! 세드릭 보스 덕분에 오늘 제대로 호강합니다.”
랜드워크 도시의 중심지에 위치한 고급주점 ‘실크캣’.
하룻밤 머물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내야 한다는 이곳이 오늘따라 텅텅 비었다.
세드릭 워커가 가게를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었다.
“실크캣의 명성을 자주 들었지만 너무 비싸서 감히 올 생각을 못 했는데…… 이건 기대 이상입니다 그려.”
염소수염을 기른 사내가 옆에 앉아 있는 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미녀는 싫은 기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요염하게 웃었다.
“과연 대단하군. 외국의 명주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니.”
염소수염의 사내 옆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근육질의 남성은 술에만 관심이 있는지. 옆에 여자도 끼지 않고 술잔만 비우고 있었다.
“두 분께서 즐거워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세드릭 워커는 테이블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술을 따르거나 안줏거리를 집어 주는 등 시종이나 다름없이 굴고 있었다.
“실크캣을 통째로 빌리려면 요금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텐데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야 즐겁지만 자네의 주머니 사정이 좀 걱정이 되는군.”
두 남자의 말에 세드릭 워커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을 모실 수 있는데 돈이 문제겠습니까?”
“크흠, 그런가?”
“오히려 자주 찾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드릭 워커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군요. 세드릭 보스.”
“크흠, 그럼 조금 더 즐겨 볼까.”
두 사람은 다시 향락에 취했다. 염소수염은 여자에, 근육질의 남성은 술에 열중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세드릭 워커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
‘무능력한 쓰레기들 같으니.’
만약 저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들었다면 어이없어 했을 발언이었다.
염소수염의 남자는 랜드워크 도시의 총독이었으며 근육질의 남성은 랜드워크 도시를 지키는 수호기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드릭 워커의 눈에는 둘 다 환경과 운을 타고났을 뿐이지, 개인의 능력은 별 볼 일 없는 쓰레기들로 보였다.
‘결국 저 총독은 길드의 수장들이 세운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저 기사는 칼질만 할 줄 아는 머저리고.’
랜드워크 도시는 상인과 기술자들의 입김이 강한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뭉친 길드의 뜻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길드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입맛에 맞는 총독을 세우고는 했다.
저 기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식기사기는 하지만 도박과 술에 빠져서 빚에 허덕이는 것을 도시에서 싼값에 고용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세드릭 워커는 이 둘에게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두 명 다 허울 좋은 병신에 불과했으나 그 허울이 너무나도 값졌다.
“참, 세드릭 보스. 다른 조직에서 가지고 있던 사업장 말입니다만. 검은뱀에서 모두 인수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령 지금처럼 검은뱀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해 줬기 때문이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도시의 유흥가는 모두 검은뱀이 관리하세요.”
“저야 기쁘지만 다른 사람들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야 제 권한으로 충분히 억누를 수 있습니다.”
총독이 가슴을 팡팡 때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얼굴에 삐죽하게 자라난 염소수염 때문에 별로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총독님! 감사합니다!”
세드릭 워커는 땅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는 뭘요. 이게 다 세드릭 보스가 성실한 덕분에 얻은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이거 나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군.”
수호기사가 빈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세드릭 워커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기사님께서는 이 도시를 지켜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당연한 일이라뇨! 랜드워크처럼 큰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경께서 겸손하신 줄은 알았지만 너무 자신을 낮추시면 다른 사람들이 부끄러워집니다.”
“크흠, 그런가?”
세드릭 워커의 아부에 수호기사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게. 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세드릭 워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세드릭 워커의 두 눈동자는 여전히 차가웠다.
‘이딴 쓰레기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세드릭 워커의 목표는 도시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그 계획은 지금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머지않아서 총독과 기사는 반대로 세드릭 워커에게 고개를 숙이게 되리라.
“더 부족한 건 없으십니까? 말씀만 하시면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세드릭 워커가 그렇게 말할 때였다.
수하 한 명이 세드릭 워커에게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세드릭 워커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두 분께 정말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습니다.”
“바쁜 일이 생긴 모양이군요.”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볼일 보게나.”
이미 여자와 술에 흠뻑 빠져든 두 사람은 세드릭 워커가 나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실크캣의 귀빈실에서 나온 세드릭 워커는 수하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데미안 학센이 우리 애들을 습격하고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흑마법사 그 새끼는 대체 뭐 하고 있는데 데미안 학센이 여기 와서 깽판이야!”
“그, 그것까지는 저도 잘…….”
세드릭 워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 보나마나 돈만 먹고 도망친 게 분명해. 이래서 어중이떠중이들은 믿으면 안 되는 건데.”
흑마법사에게 건넨 고용비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세드릭 워커는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며 수하에게 명령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데미안 학센은 내 손으로 직접 조져 놔야 화가 풀리겠다. 그놈은 반드시 산채로 잡아와라. 알겠냐?”
그리 말하며 세드릭 워커는 다시 총독과 기사를 접대하러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 세드릭 워커를 수하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보스! 그냥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명령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방금 말했잖아. 그 새끼 산채로 잡아오라고.”
“아, 안 됩니다.”
“뭐라고?”
“저희 능력으로는 데미안 학센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세드릭 워커가 수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수하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붙잡았다.
“바빠 죽겠는데. 개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가 너희들한테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왜 못 잡아오겠다는 건데!”
데미안 학센에게 술집이 박살 난 이후, 세드릭 워커는 조직원들을 철저하게 무장시켰다.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에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무기까지 쥐어 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위급상황에 쓰라고 간부급에게는 마도구까지 지급했다.
그만큼 막대한 돈이 들어갔으나 세드릭 워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업계는 얕보이면 끝이었다.
이미 데미안 학센 한 명에게 대망신을 당했으니 이 정도 출혈은 감수해야 했다.
“마도구만 사용해도 그놈은 잿더미가 돼서 뒤질 건데. 그 한 놈을 어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
그 말에 조직원이 떨리는 눈동자로 말했다.
“저, 정말입니다! 미, 믿어 주십시오!”
“이 새끼가 계속 이 지랄이네.”
세드릭 워커가 주먹을 쳐들었다. 그때,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보, 보스!”
얼마나 급했던 것인지 수하는 발이 꼬여서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일어나서 세드릭 워커의 앞에 도달했다.
“데, 데미안 학센! 그놈한테 남쪽 지부가 박살 났습니다!”
그 말에 세드릭 워커의 머릿속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보스! 보스으으!”
머리가 다시 돌아가기도 전에 또 다른 수하가 달려왔다.
수하는 세드릭 워커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리를 질렀다.
“데미안 학센한테 동쪽 지부가 궤멸당했습니다!”
* * *
랜드워크 도시의 북쪽 지구.
주거지역이 많아 평온하기로 유명한 지역이건만 오늘따라 유난히 소란스러웠다.
“죽여 버려! 놈을 죽이란 말이야!”
아니, 이걸 소란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수십여 명의 검은뱀 조직원이 북쪽 지구의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한 번에 달려들어! 어디라도 좋으니까 쑤셔 넣기만 해!”
놀랍게도 그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젊은 청년이 광장 중앙에서 검은뱀과 맞서고 있었다.
청년의 무기는 낡은 롱소드가 고작이었다.
그에 비해서 적들은 창과 방패, 석궁, 심지어 몬스터 가죽으로 된 갑옷까지 입고 있었다.
병력으로 보나 전력으로 보나 검은뱀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끄아아악!”
그러나 밀리고 있는 쪽은 검은뱀이었다.
청년이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직원들의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몇몇은 머리가 날아갔다.
몬스터 가죽도, 방패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겁먹지 마라! 놈도 인간이다! 곧 지칠 거다! 그때까지 계속 달려들어!”
간부로 보이는 남자가 조직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청년은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아아악!”
“끄아아악!”
오히려 칼질이 더욱 정교하고 매섭게 변했다. 검은뱀의 피해만 더욱 커졌다.
“이, 이 새끼가……!”
결국 참다못한 간부가 품에 무언가를 꺼냈다.
붉은색에 기묘한 문양이 빽빽하게 그려진 원통이었다.
“어디 이걸 처맞고도 살 수 있나 한번 보자!”
원통의 내부에서 화염구가 터져 나왔다.
화염구는 청년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청년은 화염구를 힐끗 보더니 롱소드를 횡으로 휘둘렀다.
장검의 궤적에 맞춰서 화염구가 따라왔다.
마치 물길에 나뭇잎이 흘러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 저게 뭔…….”
간부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달인이 되면 적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흘려넘길 수 있다는 말은 자주 들어봤다.
하지만 마법을 상대로 그런 묘기를 부릴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어, 어어?”
청년이 장검을 휘두르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 장검의 끝을 간부에게 향했다.
회전하던 화염구가 간부를 향해 날아갔다.
“자, 잠깐!”
쏜살같이 날아든 화염구가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불길이 간부와 조직원들을 집어삼켰다.
“뭔 깡패 새끼들이 마도구까지 사용하냐.”
말세야 말세.
데미안 학센은 혀를 차며 한탄했다.
“그래도 덕분에 깔끔하게 끝났네.”
아무래도 칼질보다는 마법이 다수를 상대할 때 좋았다.
“어디 보자……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더라.”
데미안 학센은 도시의 약도를 펼쳤다.
약도를 훑어보며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여기로 가야겠군.”
* * *
“보스! 북서쪽 지부가 몰살 당했습니다!”
“보, 보보, 보스! 서쪽 지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답니다!”
연달아 달려오는 수하들을 보며 세드릭 워커는 머리를 붙잡았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믿어야 했다.
힘들게 키운 조직이 단 한 명에 의해서 괴멸당하고 있었다.
직접 겪고 있음에도 믿기 힘들었다.
수하들이 단체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보스…… 어, 어떻게 할까요?”
“좀 닥치고 있어 봐.”
조직의 자체적인 힘으로는 데미안 학센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젠장…… 이럴 때 쓰려고 돈을 처바른 게 아닌데.”
세드릭 워커는 머리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총독과 기사가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너희들은 가서 애들한테 데미안 학센을 최대한 붙잡고 있으라고 말해라.”
“예! 알겠습니다.”
수하들을 내보낸 뒤, 세드릭 워커는 귀빈실로 들어갔다.
총독과 기사가 세드릭 워커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오, 세드릭 보스. 왜 이제야 오는 거요. 어서 한잔 듭시다.”
총독이 술잔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나 세드릭 워커는 술잔을 받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염치없지만 두 분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