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0화(12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0화
120화 원수 (2)
추격대의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불사르는 자’의 경우에는 총 다섯 명으로 1급 성기사인 파라몬을 중심으로 2급 성기사 세 명과 데미안 학센으로 구성되었다.
‘눈부신 고통’ 쪽도 비슷했다. 1급 성기사 한 명과 2급 성기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렇게 인원이 적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추격대를 너무 급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만성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교단으로서는 1급 성기사를 두 명이나 동원할 수 있는 것도 천운이었다.
둘째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챙겨야 할 게 늘어나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도합 9명이 만다린 왕국의 중앙 지부로 향했다.
* * *
“…….”
만다린 왕국의 중앙 지부에 도착했을 때, 추격대는 모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중앙 지부라 하면 해당 국가에서 발생하는 교단 관련 모든 일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교리의 배포, 교세의 확장, 이단자들의 추적 등등.
그만큼 규모도 크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비도 잘 되어 있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까마귀가 우는 소리만 적막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건물 곳곳에는 핏자국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살점들이 썩어 가고 있었다.
일행들을 더욱이 충격에 빠지게 한 것은 입구에 놓여 있는 신상의 모습이었다.
신의 위대함을 상징하기 위해서 제작된 거대한 신상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목이 매달린 채 걸려 있었다.
죽었음에도 시체들은 눈을 감지 못했다. 공포와 고통에 질린 채 죽어 있었다.
‘이 끔찍한 취미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군.’
데미안도 역겹다는 얼굴로 시체들을 바라봤다.
미래에 행거 부부라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깡통! 너는 모르겠지만 흑마력에는 맛이라는 게 있어!
-우리 자기랑 나는 목을 매달 때 우러나오는 흑마력을 제일 좋아해!
단순히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다는 이유로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파라몬, 이제 움직이도록 하죠. 얽매인 바람을 만나야죠.”
‘눈부신 고통’을 이끌고 있는 1급 성기사 세르보가 말했다. 덕분에 파라몬은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이만 안으로 들어가자.”
파라몬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추격대는 지부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자 다수의 성기사가 시신을 구덩이에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빨리 움직여라. 뭉그적거릴 틈이 없다. 빨리 현장을 정리하고 놈들을 추적해야 한다.”
한 남성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지 성기사라기보다는 교사 같이 보였다. 얼굴선이 가는데다 눈빛도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한쪽 눈에 길게 생긴 흉터가 그런 인상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인기척을 느낀 남성이 추격대를 돌아봤다. 남성의 가슴팍에는 ‘얽매인 바람’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파라몬, 세르보. 두 사람 모두 늦었구나.”
남성이 두 1급 성기사를 향해 말했다. 무척 딱딱한 어조였다.
“이래 봬도 최선을 다해서 달려온 거야.”
“지부가 괴멸당했다. 최선을 다하는 정도가 아니라 죽기 살기로 달려왔어야지.”
파라몬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남성은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다.
데미안이 아그네스를 향해서 물었다.
“누구입니까?”
“녹풍님의 제자이자 얽매인 바람의 1급 성기사인 나딘입니다.”
아예 모르는 이름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랬다.
“지원을 나온 종파는…… 불사르는 자와 눈부신 고통뿐이냐?”
“그래, 잘 부탁하지.”
“성하께서도 쓸데없는 짓을 하셨군. 우리 얽매인 바람만으로도 충분한데.”
그 말에 파라몬의 미소가 지워졌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데미안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그네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딘 경께서는 그런 감이 좀 있죠. 1급 성기사 중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분이거든요.”
흥미로운 평가였다.
“최강이란 말입니까?”
“예,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셔서 가장 백급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입니다.”
백급.
즉 마스터에 오를 인재로 기대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재능 하나만큼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왔으면 너희들도 손을 거들어라. 죽은 자들이 언데드로 부활하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시체가 많이 쌓인 곳에는 언데드들이 들끓었다.
죽은 자의 원혼과 시체가 썩으면서 생기는 시독이 언데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파라몬이 구덩이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체에 상처가 없잖아? 대체 사인이 뭐야?”
“나도 모른다. 또 무슨 이상한 흑마법을 개발해 왔겠지. 이단자들이 하는 짓이야 뻔하지 않나.”
그 말에 데미안은 구덩이로 가까이 다가갔다.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파라몬의 말대로 시신들은 모두 말끔했고 어떤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괴로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걸 사용했군.’
시체에게서 희미한 흑마력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데미안이 알고 있는 어떤 흑마법과 완전히 똑같았다.
악몽살(惡夢殺).
끔찍한 광경을 보여 줌으로써 목숨을 빼앗거나 정신을 무너트리는 흑마법이었다.
무시무시한 살상력에 비해서 시전속도가 빠르고, 범위까지 넓었다.
그야말로 도르고의 천재성과 악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파멸적인 흑마법이었다.
‘빌어먹을.’
회귀한 이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도르고의 흑마법이었다.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머릿속이 한참 동안 끓여 낸 스튜처럼 뜨끈해졌다.
과거의 기억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도르고에게 개조를 당하던 시절, 그의 명령으로 사람들을 죽이던 나날, 마지막으로…….
-널 내쫓은 가족들을 직접 죽인 기분은 어떠했느냐? 내 너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느니라.
데미안의 손으로 가족을 죽였을 당시, 도르고의 음성이 떠올랐다.
-하핫, 물론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겠지. 하지만 나는 참으로 즐거웠느니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지.
그 목소리가, 그 눈빛이, 그 웃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이성이 끊어질 것 같았다. 데미안은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간발의 차이였다.
“데미안 경!”
아그네스가 데미안의 손을 움켜잡았다. 신성력을 흘려보냈다.
주입된 신성력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아그네스의 신성력은 무척 따스하고 평온했다.
“정말 괜찮으신 게 맞습니까? 방금 전 표정이…….”
“아무것도 아닙니다.”
데미안은 손을 빼냈다. 더 이상, 아그네스를 걱정시킬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건강을 이유로 후방으로 빠지게 될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데미안은 이곳에서 반드시 행거 부부를 죽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았다.
“잠깐, 저 남자는 누구냐?”
그때, 나딘이 데미안을 발견했다.
“신성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
“아, 그게 말이지.”
파라몬이 해명을 하기 위해서 나딘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나딘은 그런 파라몬을 옆으로 밀치고 데미안을 노려봤다.
“성기사가 아니잖아? 파라몬,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데미안 경은 일반 기사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굉장히 신실한…….”
“미쳤군.”
나딘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외부인을 참가시키다니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어.”
“나딘, 말조심해 줬으면 좋겠는데. 데미안 경의 참가를 허락한 사람은 우리 스승님이셔.”
“그럼 네가 막았어야지. 그걸 가만히 두고 보고 있었단 말이냐?”
나딘이 파라몬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난 외부인의 참가를 허락할 수 없다. 저 남자는 당장 돌려보내라.”
“그럴 수는 없겠는걸.”
파라몬이 딱 잘라서 말했다. 그 말에 나딘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난 네 부하가 아니야. 그리고 아까 말했지만 데미안 경의 참가는 청염께서 허락하셨어.”
“저 남자를 퇴출시키지 않으면 우리 얽매인 바람은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
나딘의 말에 파라몬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각자 힘내도록 하자.”
파라몬은 나딘의 경고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가만히 노려봤다.
“……타르불라!”
그때, 나딘이 목소리를 높였다. 뒤에 서 있던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예, 사형.”
“직접 가서 저 남자를 구속해라. 방해하는 자에게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성기사가 데미안을 향해 다가갔다. 파라몬이 나딘을 노려봤다.
“진짜 해 보겠다는 거냐?”
“네가 처음부터 스승의 결정에 반대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다.”
파라몬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아그네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미안 경을 보호해라!”
아그네스가 타르불라의 앞을 가로막았다. 타르불라가 가소롭다는 얼굴로 아그네스를 쳐다봤다.
“막 2급 성기사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겨우 그런 실력으로 날 막겠다는 거냐?”
“말이 많으시군요. 피를 보기 싫다면 이만 물러나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럼 어디 한번 막아 봐라.”
타르불라가 움직였다. 돌풍이 부는가 싶더니 어느 새 아그네스의 뒤에 있었다.
“큭!”
아그네스가 크게 당황해하며 몸을 돌렷다. 그 순간, 타르불라가 허리춤의 칼을 뽑아서 휘둘렀다.
강풍이 몰아쳤다. 바람이 아그네스의 몸 곳곳을 후려쳤다.
“큭!”
바람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바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주먹에 두들겨 맞는 듯했다.
아그네스의 몸이 멀리 날아갔다. 아그네스는 지면에 손을 박아 넣으며 멈췄다.
“데미안 경!”
다급하게 외치며 정면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미 타르불라는 데미안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외부인, 크게 다치기 싫으면 날 따라오는 게 좋을 거다.”
타르불라가 데미안의 목덜미에 칼날을 가져다 댔다. 피부가 살짝 베이며 피가 흘러내렸다.
그 순간, 불쾌감이 치솟았다. 끓고 있던 감정이 데미안의 통제를 벗어났다.
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 * *
타르불라가 데미안의 어깨를 칼날을 올린 직후였다.
데미안 학센이 몸을 숙이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타르불라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결국 반항하려는 거냐? 손가락을 모조리 잘라 주마!”
타르불라가 손목이 붙잡힌 그대로 칼날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데미안 학센의 손을 통해서 마력이 주입되었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전신의 힘이 풀렸다.
“……?!”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땅바닥에 무릎이 닿아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 힘과 신성력이 차단이 된 것 같았다.
데미안 학센이 타르불라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그 직후, 그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