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1화(12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1화
121화 원수 (3)
이성을 잃은 상태였음에도 데미안의 행동은 신속했다.
손목을 움켜잡자마자 면리금침을 이용해서 근육을 마비시키고 혈도를 봉인했다.
적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다음, 머리를 붙잡고 아래로 내려찍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타르불라의 머리가 땅바닥 속으로 완전히 처박혔다.
여기까지 행동을 마쳤을 때, 데미안은 비로소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저질러 버렸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성기사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그렇다고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도 감정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다시 이성이 사라질 것 같았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
그때,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나딘이 보였다.
“감히 외부인 따위가 본파의 제자를 건드려?”
나딘이 칼을 빼들었다. 날카로운 기운이 해일처럼 밀려와 데미안을 압박했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
나딘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앞을 파라몬이 가로막았다.
“파라몬!”
나딘이 분노를 토해 내며 칼을 내리쳤다. 떨어지는 칼날을 파라몬이 팔뚝으로 막아 냈다.
1급 성기사.
하이클래스에 맞먹는 강자들이 서로 충돌했다.
막대한 신성력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 기운에 노출이 된 것만으로도 몇몇 성기사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릴 정도였다.
“비켜라!”
“그럴 수는 없지. 데미안 경은 우리 본파의 손님이야.”
“저놈은 내 사제에게 손을 댔다!”
“먼저 무기를 들이댄 건 그쪽이잖아.”
나딘이 살의를 담아서 파라몬을 노려봤다. 파라몬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가 점점 더 강해졌다.
살기가 극에 달하기 직전, 누군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하세요.”
눈부신 고통을 이끌고 있는 1급 성기사 세르보였다.
같은 1급 성기사였기에 세르보는 신성력의 폭풍을 뚫고 두 사람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세르보, 미친 거냐? 저걸 보고도 진정하라고?”
나딘이 땅에 처박힌 타르불라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먼저 과격하게 행동한 것은 얽매인 바람입니다.”
“지금 저놈을 편들겠다는 거냐!”
“데미안 경은 이미 청염 어르신께 동행을 허가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종주이신 광명께서도 이를 묵인하셨습니다.”
순간, 세르보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얽매인 바람의 행동은 저희 종주님까지 모독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녕 저희까지 적으로 돌아서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세르보까지 데미안 학센을 옹호하자 나딘도 더 이상 강경하게 나갈 수 없었다.
“젠장.”
결국 나딘이 먼저 칼을 거둬들였다. 파라몬도 팔을 내렸다.
“다들 뭐 하는 거냐! 가서 타르불라를 치료해라!”
나딘의 명령에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 두 명이 달려 나가 타르불라를 땅속에서 끄집어냈다.
타르불라는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힌 채 기절해 있었다.
나딘은 그런 타르불라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내 파라몬을 향해 소리쳤다.
“파라몬, 우리 ‘얽매인 바람’은 오늘 일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우리 ‘불사르는 자’도 이 일을 잊지 않겠다.”
나딘은 살기 가득한 시선을 보냈지만 파라몬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우리 얽매인 바람은 따로 행동하겠다!”
그리 말하며 나딘은 종파의 성기사들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현장에는 ‘불사르는 자’와 ‘눈부신 고통’의 성기사들만 남게 되었다.
“빌어먹을 놈. 이래서 얽매인 바람이랑은 상종하기 싫다니까. 고지식하고, 편협한 것들 같으니.”
파라몬이 나딘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러다 씩 미소를 지으며 데미안을 향해서 말했다.
“신경 쓰지 마. 진짜 잘못한 건 저쪽이니까.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본단에서 결정한 일을 멋대로 뒤집으려 하다니.”
데미안의 합류는 청염뿐만 아니라 성황의 승인까지 내려진 일이었다.
그 결정을 종파 하나가 막무가내로 뒤집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사형의 말이 맞습니다. 불만이 있으면 나중에 정식으로 종파에 항의를 넣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게 아니라요.”
아그네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설마 눈부신 고통에서 우리 편을 들어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파라몬이 세르보를 향해 말했다. 세르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광명 스승님의 뜻을 따를 뿐이니까요.”
“광명께서 우리를 지지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건가?”
“지지하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그렇다고 대립하라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속을 알 수 없는 태도였다. 그야말로 광명다운 명령이었다.
“그나저나 우리끼리만 흉수를 뒤쫓게 되었네.”
흉수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파라몬이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 * *
만다린 왕국의 중앙 지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숲속.
두 명의 인영이 나무 꼭대기에 올라선 채 중앙 지부를 내다보고 있었다.
“저것들은 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는 거지?”
“우리처럼 사이좋게 지내면 좀 좋아?”
“그러게요. 같은 식구끼리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여보, 다들 그런 무리한 말을 하면 안 돼요. 우리들이 유난히 사이가 좋은 거니까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두꺼운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정확한 성별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우리들의 계획대로 놈들이 왔네.”
“내게 뭐라고 했어. 중앙 지부를 쑤셔 놓으면 알아서 올 거라고 말했지?”
“그동안 기다리느라 혼났어요.”
“맞아요. 맞아.”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둘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수다스러웠다.
“더 좋은 건 놈들이 지금 서로 싸우느라 분열했다는 거야.”
“분열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분의 은총을 받은 우리들이라면 무서울 게 없잖아.”
“맞아요. 백급 성기사가 아닌 이상 우리가 무서워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저것들이 우리를 무서워해야죠.”
대화를 나눌수록 두 남녀는 점점 들뜨기 시작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 지으면 그분께서 우리를 맹약자로 삼아 주실지도 몰라.”
“크…… 상상만 해도 짜릿하네. 그렇게 되면 가스달, 그 재수 없는 놈도 우리를 함부로 못할 거야.”
“그놈 이야기는 하지도 마세요! 그분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를 종처럼 생각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요!”
“정말 재수 없는 놈이었죠. 할 수만 있다면 제 손으로 찢어죽이고 싶어요.”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어둠이 짙게 깔렸다.
“적당히 어두워졌으니…… 슬슬 움직이도록 하자.”
두 인형이 성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얽매인 바람은 근처의 건물을 골라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파라몬! 그 뇌에 근육만 가득 찬 멍청이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딘은 분노를 터트렸다.
“본단의 임무에 외부인을 끌어들인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난 건지 모르겠군!”
“맞습니다. 게다가 그 외부인은 타르불라 경에게 손을 대기까지 했잖습니까!”
“감히 외부인이 성기사를…… 이렇게 불경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이 거친 어조로 말했다. 이번 일로 그들 역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타르불라는? 정신을 차렸나?”
“아직 기절해 계십니다.”
“나약한 녀석. 이번 임무가 끝나면 가만 놔두지 않겠어. 성기사가 일반 기사 따위에게 지다니!”
나딘은 좀처럼 분을 삭히지 못했다.
별안간 나딘의 눈빛이 달라졌다. 옆에 세워 둔 검을 집어 들었다.
“나딘 님? 왜 그러시는…….”
그 순간, 새카만 오러가 건물을 갈랐다. 나딘은 칼을 세워서 오러를 막아 냈다.
“으아악!”
“꺄아악!”
갑작스러운 소란에 성기사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나딘은 오러에 의해서 잘려 나간 틈새를 가만히 노려봤다.
밖에 누군가가 있었다.
로브를 쓰고 있어서 성별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손에 쥐고 있는 칼만큼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칼의 표면에는 시커먼 오러가 짙게 맺혀 있었다. 검은 오러는 암흑기사의 증거였다.
“건방진 자식. 사냥감 주제에 우리를 물어뜯으려 하다니.”
나딘의 입가가 비틀렸다.
“흉수가 나타났다! 당장 무기를 들어라!”
나딘이 벽을 향해서 칼을 휘둘렀다. 수많은 검풍이 벽을 갈랐다. 벽이 조각조각 나뉘며 무너져 내렸다.
뻥 뚫린 구멍으로 나딘과 성기사들이 밖으로 나왔다.
“중앙 지부를 습격한 암흑기사가 바로 네놈이지?”
나딘은 로브를 쓴 남성을 향해 말했다.
중앙 지부가 습격당했을 당시, 그곳을 지키고 있던 1급 성기사는 암흑기사에게 살해를 당했다.
생존자의 증언에 의하면 그야말로 농락을 당하다 죽었다고 한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컸다는 소리였다.
눈앞의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흑마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만한 강적은 나딘도 얼마 만나 보지 못했다.
이 남자가 바로 본부를 습격한 암흑기사가 틀림없었다.
“흑마법사가 한 명 더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 숨겨 놓은 거냐.”
암흑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 나딘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렸다.
“말하지 않아도 소용없다. 대충 예상하고 있으니까. 보나마나 어딘가에 숨어서 날 노릴 생각이겠지.”
본래 흑마법사는 후위에서 기사를 지원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럴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마 저들도 그런 전략을 사용할 확률이 높았다.
“저놈은 내가 맡겠다. 나머지는 주변을 수색해서 흑마법사를 찾아내라!”
“옙!”
성기사들이 큰소리로 외치며 흩어졌다.
설사 흑마법사를 잡지는 못하더라도 저들이 견제를 해 주리라.
나딘은 이제 눈앞에 있는 암흑기사에게만 집중하면 되었다.
“이곳에서 살해당한 성기사들과 교인들의 핏값을 받아 가겠다.”
나딘이 칼을 뽑았다. 그러자 칼날을 중심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얽매인 바람’은 신성력을 바람으로 바꿀 수 있는 종파였다.
바람을 이용해서 더욱 민첩하게 움직일 수도 있고, 적의 눈을 속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었다.
“어디 실력이나 한번 볼까!”
나딘이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개의 검풍이 암흑기사를 향해서 쇄도했다.
검풍을 따라서 지면이 길게 갈라졌다. 그 위에 있던 돌멩이들은 반으로 나뉘었다.
오러처럼 예리한 검풍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모두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암흑기사도 만만치 않았다.
검을 휘두르자 검은 오러가 잔상처럼 남으며 암흑기사를 휘감았다.
검풍이 모조리 오러의 장막에 막혀서 사라졌다.
“만만찮은 실력이구나!”
나딘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검신에 신성력을 응축했다. 끌어 모은 신성력을 한 번에 해방했다.
거대한 검풍이 암흑기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암흑기사는 검신을 세워서 검풍을 막아 냈다.
하지만 충격을 모조리 견뎌내지는 못했다. 칼날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딘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람을 일으켜서 암흑기사에게 근접했다. 이번에는 바람이 아닌 칼을 휘둘러서 목을 베어 내려 했다.
“잘 가라!”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뀌었다. 지독한 현기증이 뇌를 강타했다.
감각이 뒤섞이자 검의 궤적도 흔들렸다. 나딘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그 틈을 노리고 암흑기사가 칼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나딘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하지만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가슴부터 복부까지 사선으로 갈라졌다.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딘은 상처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재빨리 신성력을 일으켜서 상처를 회복시키려 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베인 탓에 상처는 쉽게 재생되지 못했다.
“쿨럭, 쿨럭.”
나딘은 피를 토해 냈다. 그러면서도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암흑기사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흑마법사와 싸워 왔다. 그렇기에 방금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감각을 뒤섞는 ‘혼란 저주’에 당한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주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과가 급감했다.
게다가 나딘 같은 1급 성기사에게 저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계가 높은 저주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흑마법사가 없었다. 오직 암흑기사 뿐이었다.
“나딘이라는 성기사가 제법 강하다고 들었는데. 소문이 사실이었네.”
“그러게 말이에요. 저주에 걸렸는데도 참격을 피할 줄은 몰랐어요.”
그때, 암흑기사에게서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이한 현상에 나딘은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여보, 저 얼굴 좀 보세요. 되게 멍청해 보이지 않아요?”
“그 고명하신 성기사님도 저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군.”
암흑기사가 로브를 벗어던졌다.
암흑기사의 맨몸을 본 순간, 나딘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