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3화(12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3화
123화 하이클래스 (1)
두렵다.
행거 부부는 자신들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품었다.
남성이 내뿜는 살의가 너무 강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침을 삼키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이렇게 지독한 살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살인광에 미친 놈들만 모여 있다는 흑마법사들 중에서도 이런 살기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인간이 맞기는 한 것인가?
갑작스럽게 의문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간이 아닌 듯했다. 괴물이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았다.
저 피부를 살짝만 당겨 보면 가죽이 훌렁 벗겨지고 끔찍한 모습이 드러날 것 같았다.
하지만 행거 부부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실험체가 되기 전, 두 부부는 하이클래스와 최고위 흑마법사였다. 살면서 누구한테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개조된 이후에는 ‘그분’에게 선택받았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자신들의 몸에는 그분이 연구 중인 수많은 흑마법과 마도구들이 삽입되어 있었다.
그분의 은총 덕분에 부부는 인간이던 시절보다 두 배는 더 강해져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그분’에게 선택을 받은 몸이다. 겨우 인간 따위에게 당할 리가 없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거 부부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머릿속이 한결 차분해졌다.
그러자 아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였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놈은 처음이군.”
‘남편’ 쪽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소를 지으며 남성에게 말했다.
“젊은 놈이 살기 하나는 제법이다만…… 그래 봤자 결국 미들클래스에 불과하잖아.”
‘남편’ 쪽은 실험체가 되기 이전에도 하이클래스의 강자였기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데미안이 보유하고 있는 마력량이 하이클래스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살기로 허세를 부리면 내가 몰라볼 줄 알았냐? 어림도 없는 소리지. 우리는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니거든.”
남성의 살기는 결국 허세에 불과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부풀리는 것처럼 말이다.
보기에는 위협적일지 모르지만, 실체를 따져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보, 저 미들클래스 나부랭이한테 보여 주자. 진짜 강자란 어떤 것인지 말이야.”
행거 부부는 터진 팔뚝에 흑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상처가 재생되며 순식간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분’께서 하사해 주신 능력 중 하나였다. 두 부부는 어떤 상처든 금방 재생시킬 수 있었다.
행거 부부는 흑마력을 해방시켰다. 흑마력이 썩은 늪처럼 끈적끈적하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두 부부의 기세가 남성의 살기를 압도했다. 남성의 살기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만전의 태세를 갖추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러게요, 여보! 이 해방감이 그리웠어요!”
행거 부부가 잔뜩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직 이 몸은 약하지.”
그때, 남성이 입을 열었다. 잔뜩 억눌려 있는 목소리였다.
“이 몸으로 직접 네놈들을 죽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이렇게 개같은 일이 또 있을까.”
남성이 반대쪽 손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손목에 잠겨 있던 팔찌를 입으로 물어서 풀었다.
그 직후, 팔찌에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검은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그 광경에 행거 부부의 두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네놈…….”
검은색을 띠는 마력. 주변을 잠식하는 성질.
두 사람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저건 분명…….
“어떻게 흑마력을 가지고 있는 거냐!”
저 남성은 비록 성기사는 아닐지라도 교단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 인물이 흑마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것도 행거 부부가 발산하고 있는 흑마력보다 농도가 훨씬 짙었다. 그런데 양은 훨씬 많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 순간부터였다. 그 많은 흑마력이 모조리 남성의 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살색을 띠던 피부가 회색으로 변했다. 두 눈의 흰자위가 검게 물들고 동공에서 붉은 안광이 터져 나왔다.
시퍼렇던 오러는 검게 변했다. 흑마력을 운용하여 오러를 형성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력과 흑마력은 전혀 다른 힘이었다. 그렇기에 운용하는 방법도 달랐다.
마력만 다뤄 본 기사는 흑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일반기사가 아니라 암흑기사였던 것인가……?”
아니, 아니다. 분명히 처음에는 마력을 이용해서 오러를 구현했다.
“……더럽군.”
남성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조에서 혐오감이 짙게 묻어 나왔다.
“……흑마력은 언제 사용해도 기분이 더러워. 오물을 몸에 묻히는 것 같아. 그걸 내 몸에 받아들이고 있으니 돌아 버릴 지경이야.”
남성의 붉은 안광이 행거 부부에게 향했다.
“각오해라.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을 거니까.”
행거 부부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애써 그 감정을 억눌렀다.
“네놈의 정체가 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은 의문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자세한 것은 저 남성을 쓰러트리고 추궁해도 늦지 않았다.
“그래 봤자 ‘그분’의 은총을 받은 우리를 어쩌지는 못할 거다!”
행거 부부가 남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흑마력을 해방한 덕분에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달려가면서 쌍검을 고쳐잡았다. 쌍검의 날에 검은 오러가 맺혔다.
‘남편’이 쌍검을 정신없이 휘둘러댔다. 쌍검이 복잡한 궤적을 그리며 남성의 몸을 베려 했다.
아니, 베어 내려 했다.
칼을 휘둘러야 할 팔이 갑자기 사라졌다. 왼쪽도, 오른쪽도 마찬가지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칼을 쥔 채 땅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손이 보였다.
내 팔이 왜 저기에 있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무수히 많은 의문이 찾아왔다. 하지만 해답을 구할 여유는 없었다.
두 팔이 사라지자 몸통까지 훤히 드러났다. 남성이 거리낌 없이 거리를 좁혔다.
남성이 손에 쥔 칼을 마구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쏟아진 참격이 몸 곳곳을 난도질하며 몸통을 베었다.
근육이 너덜너덜해지며 살점이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끄아아악!”
남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래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남성의 칼질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 남편 건드리지 마!”
‘아내’가 황급히 흑마법을 발동했다. 부식의 저주를 뿜은 연기가 남성을 향해서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남성이 칼을 크게 휘둘렀다.
한 줄기의 빛이 아내의 두 손목을 가르고 사라졌다. 곧이어서 안개가 뚝 멎으면서 손목이 땅에 떨어졌다.
“꺄아아악!
아내의 비명소리 속에서 ‘남편’은 깨달았다.
처음에 팔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남성의 참격이 너무 빨라서 생긴 착각일 뿐이었다.
자신의 인지능력을 벗어난 속도로 팔이 절단되었기에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것뿐이었다.
다음 순간, 남성이 복부에 칼날을 깊이 찔러넣었다. 그리고 칼날을 비틀며 바깥을 향해서 베어 냈다.
복부가 안쪽에서부터 갈라졌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격통에 ‘남편’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 그만! 그만하란 말이야!”
잘려 나간 팔뚝을 마구 흔들어 댔다. 그런데 더 이상 참격이 날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어느새 남성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왜, 왜…….”
방금 그 행동에 남성이 위협을 느끼고 물러났을 리 없다.
“여보! 괜찮아요?”
그 사이, ‘아내’가 상처에 흑마력을 집중시켰다. 상처를 재생시키기 위해서였다.
둘이 한 몸이면 이런 점이 좋았다. 다른 한쪽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다른 쪽이 챙겨줬으니까.
“어? 어어?”
그런데 아내의 반응이 이상했다.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 상처가 재생이 되지 않아요! 무, 무언가가 재생을 막고 있어요.”
“무슨 헛소리를…….”
따지려는 찰나, 갑자기 상처 부위에서 찌릿한 격통이 느껴졌다.
찌릿한 격통은 번개처럼 갈라지며 상처 부위를 파고들었다.
격통이 파고들자 근육이 비틀렸다. 흑마력이 마구 난동을 피우더니 신체의 혈도가 파괴되었다.
“끄아아악! 아아아악!”
“꺄아아악! 끼아아아악!”
본래 행거 부부는 남편만 고통을 느꼈다. 아내는 흑마법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통은 달랐다. 양쪽 모두 느끼고 있었다. 지독한 고통이 뇌를 헤집어 놓았다.
“대체 이건…… 무슨 일이…….”
괴현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상처 부위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난도질당한 전신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고통도 더욱 커졌다.
“대, 대체 우리의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여보! 살려 주세요! 여보오오!
비명소리와 함께 행거 부부의 몸이 폭발했다.
피와 살점이 비산했다. 주변의 땅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 * *
면리금침(綿裏禁針).
마력을 이용해서 혈도를 조작할 수 있는 공능을 가진 마나연공법.
데미안은 행거 부부의 몸을 베어 내는 것과 동시에 상처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리고 주입한 마력을 일시에 작동함으로써 행거 부부의 혈도를 자극하고 근육을 터트렸다.
죽이려면 더 쉽게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다.
“으…… 어어…… 어어…….”
“아아…… 아아아…….”
뼈와 약간의 살점밖에 남지 않은 행거 부부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흘렸다.
데미안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뭐 하는 거냐. 어서 몸을 재생시켜라.”
아직 감정이 들끓고 있었다.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았다. 수백 번은 더 이들을 난도질해야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도르고가 만들어 낸 너희들이라면 이 정도 상처쯤은 금방 재생할 수 있을 거 아니냐.”
데미안의 말에도 행거 부부는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고통 때문에 뇌가 망가진 듯했다.
그 한심한 모습에 데미안은 빠득 이를 갈았다.
“일어나라고 했잖아!”
분노를 토해 내며 칼을 휘둘렀다. 행거 부부의 머리가 절단되어 땅바닥을 굴렀다.
머리를 잃은 몸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멈췄다. 몸통에서 무언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으어어…….
-흐어어…….
행거 부부의 영혼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데미안은 그 영혼을 붙잡았다.
-끄아아아악!
-끼아아아악!
부부가 비명을 내질렀다. 영혼의 고통은 육체의 고통과는 결이 달랐다.
데미안이 영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고통이 몇백 배로 증폭되며 행거 부부의 영혼이 소멸했다.
데미안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분노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끓어 넘쳤다.
“으아아아악!”
데미안은 분노로 가득 찬 고성을 토해 냈다. 두 손으로 얼굴을 뜯어낼 듯이 움켜잡았다.
“아직…… 아직이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분노를 모두 해소하지 못하면 어딘가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았다.
데미안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다른 쪽’의 행거 부부가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과 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