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4화(124/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4화
124화 하이클래스 (2)
사방에서 참격이 날아들었다.
나딘은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 냈다.
한번 쳐 낼 때마다 팔뚝의 뼈가 아릿하게 울리며 손아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오, 제법 잘 막는데?”
“그러게요. 저번에 싸운 1급 성기사보다 훨씬 잘 싸우네요!”
부부의 대화를 들으며 나딘은 입술을 깨물었다.
1급 성기사 최강이라 불리던 명성이 무색하게 공격을 막아 내는 게 고작이었다.
처음에 입은 상처가 너무 심했다. 가슴부터 옆구리까지 크게 베이는 바람에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다. 멀쩡했어도 이놈들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부부는 나딘을 금방 죽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 장난스러운 공격조차 무서울 정도로 매섭고 날카로웠다.
가벼운 행동과 달리 흉수들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거기다 암흑기사와 흑마법사가 한 몸인 것도 골치 아프다.’
암흑기사만 해도 상대하기 힘든데 흑마법사까지 가세한 연계 공격이 버거웠다.
맨 처음에 나딘이 치명상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흑마법사의 저주 때문이었다.
“나딘 경!”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숲을 수색하라고 보냈던 성기사들이 돌아온 것이다.
성기사들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나딘을 보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딘 경을 구해라!”
성기사들이 칼을 뽑고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부부가 조소를 머금었다.
“불나방들이 달려들고 있네?”
“여보, 쟤들은 저한테 맡겨 주세요!”
부부가 발산하는 흑마력의 양이 크게 늘어났다. 그 모습을 본 나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안 돼…… 오지 마라! 다가와서는 안 돼!”
나딘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성기사들은 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여보! 잘 지켜봐 주세요! 모조리 썩은 시체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요!”
아내 쪽이 팔을 양옆으로 벌렸다. 활짝 펼친 손바닥에 작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갑자기 성기사들이 눈을 뒤집으며 기절했다.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딘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저 여자는 보통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이 많은 성기사를 순식간에 제압시킬 정도의…….
“어, 어라? 다들 왜 이래?”
그때, 아내 쪽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 말에 남편 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이 잠재운 거잖아.”
“아, 아니에요! 저는 부패의 저주를 걸려고 했어요! 저놈들을 기절시키려고 한 게 아니라구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딘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극심한 현기증이 나딘을 덮쳤다. 격한 졸음이 눈꺼풀 위에 층층이 쌓였다.
“대체…… 이게 무슨…….”
저항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눈앞이 흐려지며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얘는 또 왜 저래?”
남편 쪽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였다.
“……여보.”
아내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수면 저주예요.”
“역시 당신이야. 그 짧은 시간에 이 많은 놈들한테 저주를 걸다니.”
“제가 아니에요!”
아내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다른 흑마법사가 있어요! 그 흑마법사가 수면 저주를 사용한 거예요!”
저주는 대상이 강할수록, 그리고 숫자가 많을수록 난도가 높아진다.
이곳에 있는 성기사는 열 명이 넘었다. 대다수가 2급 성기사이며, 그중에는 1급 성기사도 있었다.
그들을 모두 한순간에 잠재운 것이다. 보통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고위…… 아니에요…… 대흑마법사? 대체 누가…….”
그때, 무언가가 허공에서 날아왔다. 초라하게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부부는 고개를 내려 그것을 쳐다봤다. 경악스럽게도 그건 사람의 머리통이었다.
앞뒤로 남자와 여자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얼굴은 그들과 똑같았다.
“동생아!”
“우리 귀염둥이가!”
부부가 머리통을 품에 안고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이윽고 부부는 분노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누구냐! 대체 어떤 놈이 내 동생을 죽인 거야!”
“대체 어떻게 우리 귀염둥이한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어요!”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간격이 길어서 무척 느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이하리만큼 또렷했다.
부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건물들 사이로 한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회색으로 물든 피부, 검게 변한 눈동자, 붉은 안광.
전부 암흑기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행거 부부는 도저히 저 남성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들을 향해서 쏟아지고 있는 선명한 적의 때문이었다.
남성이 등장한 순간부터 공기가 얼어붙었다. 숨을 쉴 때마다 작은 바늘이 폐에 틀어박히는 것 같았다.
죽음.
그들은 남성에게서 죽음을 떠올렸다.
“……네가 내 동생을 이렇게 만든 거냐?”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여 온 자존심이 두려움에 빠져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말해라. 네가 우리 동생을 죽였냐고 묻고 있…….”
“다행이로군.”
대뜸 남성의 입가에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기쁨과 슬픔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환희와 분노가 서로 얽혀 있었다.
남성이 괴기한 미소를 지은 채 부부에게 말했다.
“너희가 두 명이라는 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너희 둘까지 쳐죽이면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부부는 입을 다물었다.
남성에게서 지독한 불길함이 풍겨져 나왔다.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갑자기 남성이 아공간을 열더니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었다.
“왜…… 무기를 집어넣은 거지?”
남편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검을 들었다가 저놈들처럼 쉽게 죽으면 어쩌려고? 그럼 내가 너무 아쉽잖아.”
남성이 동생들의 머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부부는 다시금 분노를 느꼈다.
“여보, 방금 저놈이 하는 말을 들었어?”
“듣고 말고요.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동생을 죽였다고 우리까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는 소리죠! 두고 봐요! 동생의 복수를 해 줄…….”
남성의 몸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것이 눈에 틀어박혔다. 안구의 유리체가 터지면서 액체가 구멍 안을 가득 채웠다. 안면의 뼈들까지 으스러졌다.
머리가 뒤로 튕겨져 나가며 몸이 뒤로 넘어졌다. 남편은 얼굴을 붙잡고 괴로워했다.
“크, 크아아아악!”
“여보! 괜찮아요? 여보!”
남성이 땅에 내려앉더니 무릎을 가볍게 털었다.
“말이 너무 많아.”
그러면서 부부를 향해 조용히 뇌까렸다.
“닥치고 시작하자. 더 이상은 내가 견디기 힘들 것 같거든.”
* * *
부부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흑마력을 집중시켜서 상처를 재생시켰다. 터졌던 눈동자와 함몰되었던 안와가 단시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통증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남편은 남성을 향해 분노를 토해 냈다.
허리춤에 꽂아 놓았던 다른 검을 빼들었다. 쌍검을 움켜쥔 채 흑마력을 해방시켰다.
그분에게 개조되기 전, 남편은 쌍검의 대가였다.
남편은 양쪽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쌍검으로 적을 압박하고 마지막에 목숨을 거둬들였다.
“죽을 때까지 내장을 토막 내 주마!”
남편이 쌍검을 휘두르며 남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쌍검이 예측하기 힘든 형태로 어지럽게 움직였다.
그때, 남성이 땅을 박찼다. 억눌러 놓은 용수철이 해방되듯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가 일직선으로 내지른 주먹이 대비할 새도 없이 남편의 턱을 강타했다.
턱이 박살 나며 머리가 돌아갔다. 격한 현기증이 남편의 뇌를 덮쳤다.
“그어어어!”
남편은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흑마력을 이용해서 황급히 턱을 재생시켰다.
“이놈이 또!”
격통은 분노로 치환되었다. 남편이 쌍검을 휘둘러 오러를 발생시켰다. 참격이 남성을 향해 날아갔다.
남성은 물러나지 않았다. 앞으로 돌진했다. 오러의 참격이 그대로 남성의 몸을 베었다.
“왜 피하지 않은…….”
의문은 금방 해결되었다. 오러의 참격은 남성을 베어 내지 못했다.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벽 때문이었다.
“……호신기?”
하이클래스의 수준에 오르면 신체에 오러를 두름으로써 방호력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호신기라 해도 정면에서 오러를 받아 낼 수는 없었다.
칼날에 집중되는 오러와 신체 전체에 퍼져 있는 오러. 두 개의 밀집도 자체가 다르다는 건 상식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쌍검을 휘두르기 위해서 팔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남성이 주먹으로 팔뚝을 때렸다.
가볍게 내지른 주먹이 팔뚝에 명중했다. 다음 순간, 팔뚝 아래가 사라졌다.
근육이 파열되는 것도,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다. 팔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턱이 부서진 것과 비교도 안 되는 고통이 찾아왔다. 남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이 미친 자식이!”
다른 쪽 칼을 휘두르려 했다. 그보다 먼저 남성이 팔꿈치로 가슴을 찍었다.
타격지점을 중심으로 가슴이 오목하게 파였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심장이 터졌다. 부부는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여보!”
아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신체가 기능을 정지하기 전, 흑마력을 집중시켜서 심장을 재생시켰다.
“여, 여보…… 노, 놈을 막아야 해!”
아직 가슴의 상처가 완벽하게 재생되지 않았고, 팔뚝은 뜯겨 나간 채였다. 어떻게든 상처가 재생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아, 알겠어요!”
아내가 흑마법을 발현하자 검은 탄환이 무수히 날아갔다.
탄환이 남성의 신체를 두드렸다. 하지만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뭐 저렇게 무식한 호신기를…….”
거리를 좁힌 남성이 복부를 걷어찼다. 복부가 찢어지는 것을 넘어서 터져 버렸다. 일부분이 뜯겨 나갔다.
차원이 다른 통증이 뇌를 두들겼다. 무릎이 굽혀지며 허리가 숙여졌다. 머리의 높이가 낮아졌다.
“우웨에엑!”
남편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피를 토해 냈다. 내장 조각들이 섞여 나왔다.
그제서야 남편은 깨달았다. 패죽인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부부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모든 고통을 남편이 부담하는 사이, 아내는 흑마력을 움직여서 술식을 짜기 시작했다.
흑탄을 발사했을 때와 달리 술식의 구성이 굉장히 복잡하고 난해했다. 고위 흑마법을 준비 중이라는 뜻이었다.
“여보!”
아내가 두 손을 펼쳤다. 술식이 완성되며 흑마법이 발현되었다.
“지금이에요!”
아내가 저주를 발현했다. 시야를 가리는 ‘장막’과 감각을 뒤흔드는 ‘혼란’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거리는 가깝다. 대상은 명확하다. 그러니 실패할 리는 없다.
“그오오오오!”
남편은 온 힘을 쥐어 짜냈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 있는 팔로 검을 움켜잡았다.
칼날에 오러를 집중시켰다. 검은 오러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하이클래스.
마스터 클래스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 흉내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알려진 강자.
그 하이클래스가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서 단 하나의 기술을 준비했다.
절기 – 오합지중(烏合之衆)
칼을 휘두르자 오러가 분열되었다. 무수한 참격으로 나뉘며 남성을 덮쳤다.
수십 번의 참격이 남성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중 단 하나도 호신기를 뚫지 못했다.
오러를 막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흑마법을 막아 낸 것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클래스의 절기까지 아무렇지도 않고 튕겨 내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됐다.
“이럴 수는 없어…….”
남편이 멍하게 중얼거린 찰나, 남성의 몸이 사라졌다. 곧이어서 부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남성은 그대로 부부의 머리를 짓밟았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극심한 충격에 부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남성이 부부의 머리를 움켜잡고 땅에서 뽑아냈다.
“커헉! 허억!”
“푸학! 흐악!”
부부가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다음 순간, 남성이 다시 머리를 내려찍었다.
또다시 지면이 박살이 났다.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렸다.
“크어억!”
남성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연달아 머리를 내려찍었다. 머리가 찍힐 때마다 남편의 안면이 으깨졌다.
“그, 그만…… 그만해……!”
결국 남편은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렇게 빌겠다…… 그만…… 이제 그만해다오…… 제발…….”
남성이 다시 머리를 내려찍었다. 부부의 고통도 더욱 커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찍었을까.
남편의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어졌을 때쯤 남성이 손을 멈췄다.
“후우…….”
남성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결 평온해진 얼굴로 말했다.
“이제야 분이 좀 풀리는군.”
남성은 부부를 내려다봤다. 부부는 흑마력을 끌어모아서 상처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지 재생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그럼 이제 몇 가지만 물어보자.”
남성이 그런 부부를 향해서 물었다.
“도르고에 대해서 아는 것들을 모두 실토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