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5화(125/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5화
125화 하이클래스 (3)
데미안의 물음에 행거 부부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네, 네가 어떻게 그분의 이름을…….”
“그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우리 맹약자들밖에…….”
데미안이 지체 없이 머리를 짓밟았다. 쇠망치로 내려찍는 듯한 소리가 났다.
행거 부부의 머리가 다시 땅에 처박히자마자 데미안은 발끝으로 그들의 머리를 걷어찼다. 박혔던 머리가 다시 빠져나왔다.
“질문은 나만 한다. 다시 묻지. 도르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말해라.”
“모, 몰라…….”
데미안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렸다. 부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물어봤자 소용없다! 우리는 절대 말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요! 우리는 그분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부부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부부의 태도에 데미안은 혀를 찼다.
“역시 이렇게 나오는군.”
괜히 도르고가 행거 부부를 심부름꾼으로 곁에 둔 게 아니었다.
행거 부부가 도르고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과 경외는 광적인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어떤 고문을 가해도 행거 부부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도 참 불쌍한 놈들이야. 정신이 개조당한 것도 모른 채 도르고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으니 말이야.”
행거 부부는 스스로 도르고의 실험에 자원한 것이 아니었다.
도르고가 멋대로 네 명을 잡아와서 실험체로 삼았을 뿐이다.
행거 부부가 도르고에게 품고 있는 감정도 전부 억지로 심어진 것이었다.
“그런 세 치 혀로 우리를 뒤흔들려고 해도 소용없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죽여!”
그러나 행거 부부는 진실을 깨닫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도르고를 지키려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미안이 행거 부부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 부부는 실험체가 되기 이전부터 암흑기사와 흑마법사로서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그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을지 불 보듯 뻔했다.
“그래, 뜻대로 해 주마. 어차피 처음부터 너희들의 영혼에 물어볼 생각이었다.
“여, 영혼이라고……?”
“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당신이 그런 고등한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데미안이 부부의 목을 움켜잡고 들어 올렸다.
그는 행거 부부를 곱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끔찍한 고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최근에 데미안은 면리금침을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그 결과 혈도를 조작해서 고통을 주는 고문법과 신체를 터트리는 살인술을 만들어 냈다.
데미안은 거기서 더 나아가 면리금침과 패력축기공의 합일을 연구했다.
패력축기공은 마력을 흡수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의 마력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마력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
다만 식물이라면 모를까, 동물의 마력을 흡수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면리금침이었다.
면리금침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혈도를 억지로 장악하고 확장시킨다. 그리고 패력축기공을 이용해서 강제로 마력을 갈취하는 것이다.
무식한 방법인 만큼 아직 효율은 좋지 못했다. 상대방이 느끼는 고통도 상상을 초월했다. 아직 개량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상관없었다.
“너희 같은 쓰레기들한테 사용하려고 만든 건 아니지만…… 기왕 이렇게 됐으니 실컷 맛보도록 해라.”
데미안이 행거 부부의 몸속으로 마력을 주입했다. 주입된 마력이 행거 부부의 혈도를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커, 커어어억!”
“아아아악!”
원래 행거 부부의 고통은 남편이 혼자서 부담했다. 하지만 면리금침에 의한 고통은 달랐다. 양쪽 모두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여, 여보! 너무 아파요! 여보!”
남편이 몸을 움직여 저항하려 했지만, 데미안은 이미 행거 부부의 신체를 완벽하게 장악한 상태였다.
근육이 모두 마비되고, 혈도는 점령당해서 길이 열렸다. 데미안은 이 상태에서 패력축기공을 운용했다.
패력축기공이 강력한 흡입력을 만들어 냈다. 두 부부의 몸속에 담겨 있던 흑마력이 억지로 뽑혀 나왔다.
“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두 사람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눈을 허옇게 뒤집었다.
어느 순간부터 흑마력이 더 이상 뽑혀 나오지 않았다. 고통이 멎자 행거 부부는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컥?”
“……악?”
그럼에도 데미안은 패력축기공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운용했다.
흑마력 대신 생명력이 빨려 들어왔다. 그전보다 더욱 거대한 고통이 들이닥쳤다.
“그, 그만! 그만해라!”
“제발…… 제발 그냥 죽여! 죽이란 말이야!”
두 부부가 발악을 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두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행거 부부의 신체가 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햇볕에 널어놓은 것처럼 메마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어떤 비명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행거 부부는 그렇게 처참한 몰골로 목숨을 잃었다.
데미안은 행거 부부의 시체를 내동댕이쳤다.
갈취한 흑마력과 체력을 모조리 외부로 방출했다. 데미안은 이 역겨운 힘을 흡수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윽고 행거 부부의 시체에서 영혼이 흘러나왔다. 데미안은 그 영혼을 붙잡았다.
-끼아아악!
-아아아악!
영혼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데미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힘껏 움켜잡았다. 두 영혼은 단말마를 내뱉으며 서서히 소멸했다.
데미안은 영혼의 잔해를 흡수했다. 그 속에서 기억의 파편들을 끄집어냈다.
‘동생들 쪽에게서 얻은 기억과 합친다.’
동생 쪽 행거 부부의 영혼을 소멸시켰을 때도 기억을 흡수했다.
데미안은 양쪽의 기억을 모조리 훑어봤다.
-여보! 그분한테 연락이 왔어요!
-엥? 언제? 난 못 들었는데?
-당신이 자고 있을 때 사역마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셨어요.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야? 거울이 있잖아?
거울.
도르고가 하수인들에게 나눠 준 연락용 마도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시체놀음의 던전에서도 있었지만 도르고 쪽에서 연락을 받지 않았다.
당시 데미안은 도르고가 연구에 집중하느라 폐관을 했다고 판단했었다.
-그분께서 거울은 폐기하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사역마를 보내겠다고 하시네요.
-뭐? 그럼 그분의 거룩한 음성을 들을 수가 없잖아! 대체 왜 그렇게 잔인한 결정을 내리신 거야……!
도르고의 결정에 데미안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철저했던가?’
도르고는 오랜 역사 동안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조심성이 많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심복들에게는 꾸준히 연락을 했다. 멸망전쟁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연락용 마도구를 유지할 정도로 행거 부부를 신뢰하지는 않은 건가?’
생각해 보면 행거 부부는 단순한 잡일꾼이었을 뿐, 심복이라 할 수는 없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연락용 마도구를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린 듯했다.
-아, 그리고…… 이게…… 음…… 그러니까…….
-또 무슨 명령을 내리셨는데 그러는 거야?
-자박궤를 가스달에게 양도하라고 하셨어요.
-뭐? 그 자식한테 왜! 그건 우리가 맡고 있던 임무였잖아!
자박궤란 에레보스의 조각이 봉인되어 있는 상자를 말했다.
데스나이트 시절, 행거 부부가 지겹게 떠들어댔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행거 부부의 말에 의하면 오래전에 신성교단에서 에레보스의 조각을 봉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럼 우리가 맡은 임무는? 성기사들의 영혼을 수집해서 자박궤의 봉인을 풀라고 하셨잖아!
-그건…… 계속 진행하되 수집한 영혼은 가스달에게 보내라고…….
-대체 왜 그런 명령을……! 설마 그분께서는 우리를 못 믿으시는 건가?
자박궤의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담긴 영혼이 필요했다.
그런 영혼을 얻기 위해서는 신성교단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교단이 노리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 자박궤를 찾아냈다 하더라도 곧바로 알아낼 수 있도록 그런 봉인을 걸어놓은 것이다.
문제는 자박궤 자체가 너무 오래되어서 현재 신성교단 내에서 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나저나 가스달이라니.’
선별의 가스달.
멸망전쟁 당시, 도르고의 심복 중 한 명이었던 인물이었다.
사령술사였으나 대량의 언데드를 부리기보다는 소수의 정예 병력을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가스달의 정예군단은 제국의 기사단을 여럿 박살 냈을 정도로 무서운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도르고의 심복 중에서도 독보적인 천재였지.’
가스달은 젊은 나이에 10위계 이상을 달성함으로써 대흑마도사의 위치에 오른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대흑마도사는 기사로 치면 마스터클래스와 맞먹었다. 마법적인 재능만 따지자면 미하엘 라이언블룸이나 검후와 비견될 만했다.
‘그놈의 손에 자박궤가 들어가다니…… 위험하군.’
에레보스의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힘의 덩어리로 볼 수 있다. 그게 가스달의 손에 넘어가서 좋을 게 없었다.
‘이 시기에 가스달은…… 아몬드 백국에 있겠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미안이 가스달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정예군을 강화시킬 계획을 짜고 있겠군.’
위치뿐만 아니라 목적과 계획도 얼추 짐작하고 있다.
가스달은 뛰어난 병사나 기사를 데리고 있는 가문을 급습해서 그들의 영혼으로 군단을 강화시키는 것을 즐겼다.
가스달은 현재 재능이나 향후 성장세로 보나 심복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인물이었다. 가급적이면 최대한 빨리 죽여 둘 필요가 있었다.
‘마침 에레보스의 조각도 회수해야 하니…… 아몬드 백국으로 간다.’
그렇게 데미안은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얻었으니 이제는 영혼을 해방시켜 줘야겠다.’
데미안은 행거 부부의 시체를 뒤적였다. 그러자 작은 주머니가 나왔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는 주머니는 아니었다. 대신 부피가 커서 안에 이것저것 많이 들어 있었다.
데미안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가장 먼저 밖으로 나온 것은 유리병이었다.
유리병의 내부에는 희뿌연 연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역겨운 자식들.”
데미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욕했다. 유리병 안에 담긴 내용물은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이들이 죽인 성기사들과 사제들의 영혼이었다.
데미안은 주머니에 있는 유리병을 모두 꺼내 깨트렸다. 그러자 영혼이 해방되며 사라졌다.
문득, 데미안의 움직임이 멎었다. 마지막으로 손에 잡힌 것은 유리병이 아니었다.
낡고 투박하게 생긴 팔찌였다.
“이건…….”
데미안이 자신의 왼쪽 팔목을 쳐다봤다. 평소에 흑마력을 담아 두던 팔찌와 똑같이 생겼다.
“설마 같은 유물인 건가?”
비교하기 위해서 두 개의 팔찌를 서로 가까이 했다. 그러자 두 팔찌가 진동하더니 하나로 합쳐졌다.
“엇?”
두 팔찌가 합쳐졌음에도 팔찌의 두께와 크기는 여전했다.
데미안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마력을 흘려보내서 팔찌의 상태를 확인했다.
“용량이…… 늘었잖아?”
안 그래도 근래에 팔찌의 용량이 부족하다 느낄 때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한 가지 능력이 더 생겨났다. 팔찌를 조작하자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투명하게 변한 것이다.
“이거 흥미로운걸.”
같은 팔찌가 또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서로 합쳐지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귀한 걸 어디서 구한 거지?”
아마 행거 부부가 숨어다닐 때, 흑마력을 감추기 위해서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데미안은 주변의 흑마력을 끌어와서 팔찌에 저장했다. 용량이 두 배나 늘어난 덕분에 모든 흑마력을 집어넣고도 한참 남았다.
“이제 볼일은 다 봤고.”
데미안이 주변을 둘러봤다. 쓰러져 있는 성기사들과 행거 부부의 시체가 보였다.
“……이걸 어떻게 한담.”
일을 저지를 때는 좋았는데. 뒷처리가 문제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자신이 했다고 밝힐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흑마법을 사용한 혐의로 공격을 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음.”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잘 넘길 수 있을까.
데미안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냥 모른 척해야겠다.”
어차피 자신의 정체만 숨길 수 있으면 그만이 아닌가?
데미안은 교단이 자신의 정체를 추론할 수 없도록 몇 가지 조작을 가하기로 했다.
“이럴 때는 교단이 헛손질을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데미안은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행거 부부의 시체 아래에 이름을 하나 적었다.
-악은 악으로 제압해야 하는 법.
-이들이 지은 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내가 왔다.
-도리를 모르는 자들이여 기억하라.
생각해 보니 이대로는 부족했다. 데미안은 글자를 몇 개 더 추가했다.
-장작패기 빅터의 이름을.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데미안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른 아침.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에 나딘은 번쩍 눈을 떴다.
“이 간악한 이단자 같으니!”
나딘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칼을 뽑아 들었다. 이내 몸통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인상을 썼다.
하지만 상처 따위에 연연할 수 없었다. 아직 전투 도중…….
그러다 나딘은 깨달았다.
세상이 환하다는 것을 말이다.
동시에 모종의 이유로 현기증이 일어 기절하게 된 것도 기억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기절할 때만 하더라도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밝다는 것은 그 이후로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소리였다.
“이단자는? 그 괴물은?”
나딘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바닥에 엎어져 있는 종파의 성기사들이 보였다.
“다들 살아 있었구나!”
나딘은 성기사들을 향해 달려가려 했으나, 이상한 물체가 그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바짝 마른 시체 하나가 땅 위에 버려져 있었다.
분명히 어젯밤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나딘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다가갔다.
그제야 보였다.
시체의 머리에 얼굴이 두 개 붙어 있는 것을 말이다.
어제 자신을 그렇게 몰아붙였던 이단자가 분명했다. 그렇게 강했던 놈들이 이런 초라한 몰골로 죽어 있었다.
“대체 누가…… 아니, 그보다 어떻게…….”
당황해하던 나딘은 시체의 옆에 적혀 있는 글귀를 발견했다.
-악은 악으로 제압해야 하는 법.
-이들이 지은 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내가 왔다.
-도리를 모르는 자들이여 기억하라.
-장작패기 빅터의 이름을.
나딘이 글귀를 읽는 사이, 성기사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으으…… 머리야.”
“적은 어디에 있지? 나딘 경은?”
성기사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나딘을 찾았다. 그러다 글귀를 읽고 있는 나딘을 쳐다봤다.
“나딘 경! 무사하셨습니까!”
기사들이 나딘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나딘은 그들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나딘 경? 무슨 일이십니까?”
그제야 성기사들도 바닥의 시체와 글귀를 발견했다. 성기사들도 나딘과 마찬가지로 넋을 놓고 글귀를 읽었다.
“……다들 이걸 어떻게 생각하지?”
나딘이 성기사들을 향해서 물었다.
“우리를 기절시킨 것은 수면 저주다. 즉, 여기 있는 이단자를 죽이고, 우리를 구한 사람은 흑마법사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기사들과 흑마법사들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서로 죽이면 죽였지, 목숨을 구해 줄 리가 없었다.
“원한만 갚으려고 온 게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판데모니엄에서 보낸 처형자일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우리가 목적이 아니었던 거죠.”
판데모니엄이란 제국에서 암약하는 최대, 최고의 흑마법사 집단이었다.
판데모니엄에서는 자신들의 규율을 어긴 흑마법사를 단죄하기 위해 종종 징벌자를 보냈다.
나딘과 싸웠던 괴물들이 판데모니엄의 규율을 어겨, 징벌자가 처리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살려 둔다고?”
성기사들은 수면 저주에 걸려서 무방비한 상태로 기절해 있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내버려 두고 간다니?
흑마법사가 성기사를 상대로 그런 자비심을 발휘할 리가 없었다.
“그건…….”
“으음…….”
성기사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다들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했다.
“그런데 저건 뭘까요?”
성기사 중 한 명이 글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작패기…… 빅터? 그런 흑마법사가 있었습니까?”
“글쎄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오래전에 은둔한 흑마법사일지도 모릅니다.”
성기사들은 빅터라는 이름을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