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6화(126/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6화
126화 달갑지 않은 손님 (1)
만다린 왕국으로 떠났던 성기사들이 귀환하자마자 신성교단은 발칵 뒤집혔다.
“만다린 왕국의 중앙 지부를 공격한 흉수들이 인간이 아니라 합성체였단 말입니까?”
서로 다른 생명체를 합치는 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괴종학파의 흑마법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키메라라고 불리는 합성 마수를 만들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키메라는 어디까지나 지성이 낮은 몬스터들을 합성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중추 역할을 하는 몬스터는 딱 한 마리였다.
반면 이번에 성기사들이 만난 합성체는 하나의 육신에 두 개의 지성체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두 지성체끼리 다투거나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마련이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을 합친 것도 아닙니다. 암흑기사와 흑마법사를 합성시켰다고 합니다.”
“전투 도중에 검술과 흑마법을 동시에 구사했다고 하던데요.”
암흑기사와 흑마법사는 흑마력을 사용한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사용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 둘을 합친 것도 모자라서 검술과 흑마법을 동시에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은 보통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합성체가 사용했던 흑마법이었다.
“사람을 꿈속으로 끌어들여서 악몽을 보여 주는 흑마법이라 합니다.”
“1급 성기사조차 이 흑마법에 저항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신성교단은 이번 사건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했다.
데미안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성과였다.
전생에서는 멸망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교단에서 도르고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도르고가 준비한 흑마법과 마도병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삶에는 달랐다. 도르고 자체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신성교단에서 그 편린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빅터라는 흑마법사는 누구입니까?”
합성체 다음으로 신성교단을 충격에 빠지게 만든 것은 장작패기 빅터라는 흑마법사였다.
“얽매인 바람의 성기사들을 모조리 수면 저주로 잠재웠다고 하던데요?”
“거기다 합성체까지 이런 처참한 몰골로 만들어 버리다니…….”
합성체 하나는 내부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뼈만 남아 있었고, 다른 하나는 햇볕에 말린 건어물처럼 변해 있었다.
이렇게 끔찍한 살인법은 신성교단으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장작패기 빅터라. 이 역시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이름입니다.”
“빅터라…… 영지를 뒤져 보면 한두 명씩은 꼭 나올 것 같은 흔한 이름이군요.”
“장작패기라는 이명은 대체 뭘 뜻하는 걸까요?”
사제들은 빅터라는 이름을 놓고 한참 동안 수근거렸다.
“어쨌거나 위험한 인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살생부에 새로 등재를 해야겠군요.”
그렇게 교단의 살생부에 새로운 이름이 등록되었다.
* * *
신성교단에서 한창 시끄러울 무렵, 데미안은 ‘불사르는 자’의 종파 건물에 와 있었다.
“나, 청염은 너희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오대성인 ‘청염’이 뒷짐을 진 채 말했다.
그의 앞에는 이번에 만다린 왕국으로 떠났던 네 명의 성기사가 모두 땅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흉수들을 처단하라고 보냈더니 흑마법 따위에 당해서 잠이나 자고 와?”
데미안이 행거 부부를 처단한 덕분에 ‘불사르는 자’의 성기사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물론 악몽살에 당했으니 끔찍한 악몽을 꾸기는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악몽살이 무서운 흑마법인 것은 맞았지만 1급 성기사와 2급 성기사들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파라몬.”
“예, 옙!”
“특히 너는 내 제자라는 녀석이 아무것도 못 하면 어쩌자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이 불초한 제자가 스승님의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죄송한 것치고는 점점 엉덩이가 낮아지고 있구나?”
“시, 시정하겠습니다!”
파라몬이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다른 성기사들도 덩달아 자세를 고쳤다.
“그런 별 볼 일 없는 놈들한테 죽을 뻔하다니…… 나 때는 말이다. 그런 이상한 흑마법에 걸려도 정신력으로 이겨 냈단 말이다.”
청염의 설교가 시작되자 성기사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거 은근히 불편하네.’
데미안은 근처에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외부인이었기에 청염의 체벌 폭풍에는 제외되었다.
다만, 데미안 혼자만 편하게 있다 보니 다소 껄끄럽긴 했다.
“다들 엉덩이 내려라.”
청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기사들은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바닥에 앉은 채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내일부터 전력 강화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이어지는 말에 성기사들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스, 스승님. 지, 지금 전력 강화 훈련이라고 하, 하셨나요?”
놀랍게도 매번 차분하던 아그네스가 떠듬거리며 물었다.
“왜? 불만이냐? 머리 한 번 더 박을까?”
“아, 아닙니다! 너무 기뻐서 그렇습니다!”
“저, 저도 기쁩니다!”
“행복해서 죽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의 말에 다른 성기사들도 동시에 소리쳤다. 그 대답에 청염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기대해도 좋다. 기존과 달리 위험도는 낮추고, 강도는 높였으니 말이다. 저번처럼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거다.”
청염의 말에 데미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훈련이기에 뼈가 으스러졌단 말인가.
“데미안 경, 위험한 일로 내몰아서 미안하게 되었소.”
청염이 데미안을 돌아보며 말했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모두 각오하고 지원한 일입니다.”
“과연…… 데미안 경은 신실한 사람이오. 신을 위해서 목숨마저 버릴 각오가 되어 있군.”
청염은 감동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의미에서 데미안 경도 같이 훈련을 받는 것이 어떻소?”
청염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자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청염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 아그네스의 모습도 보였다.
“저는 하루빨리 돌아가야 하는 입장이라…….”
“저런! 하지만 신께 봉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더욱 단련시키려 한다는 편지를 보내면 가족들도 이해해 주지 않겠소?”
“종파의 훈련법이라면 비전에 속할 텐데 저 같은 외부인이 참가하는 것은…….”
“그것도 걱정 마시오! 내가 허락하겠다는데 감히 누가 반대할 수 있단 말이오.”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은 전개로 흘러가자, 데미안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그네스가 가서 문을 열자 성황의 모습이 나타났다.
“다들 여기 모여 있었군요.”
성황이 쩔뚝거리면 안으로 들어왔다. 하얀 의복을 입은 사제들이 뒤따랐다.
“성하! 어쩐 일이십니까!”
청염이 한걸음에 달려와서 성황을 부축하려 했다. 성황은 청염의 도움을 거부하며 말했다.
“데미안 경을 만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런데…… 데미안 경의 표정이 영 안 좋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데미안이 대답하는 대신 청염을 쳐다봤다. 청염이 간곡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게 보였다.
“청염 어르신께서 절 종파의 훈련에 강제로 참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데미안은 냉큼 방금 있었던 일을 꼰질렀다. 그러자 성황이 무서운 얼굴로 청염을 노려봤다.
“청염……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또 이런 짓을……!”
“서, 성하!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시끄럽습니다. 나중에 따로 면담을 가질 테니 그렇게 아세요.”
성황의 말에 청염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데미안 경,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당장 절 찾아오세요.”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런데 제게는 무슨 용무이십니까?”
“아, 깜빡했군요. 당신에게 주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다.”
성황이 손짓하니 사제복을 입은 여인이 다가와서 목함을 열었다.
목함의 안에는 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담겨 있었다.
“성기사로 임명될 때, 본단에게 지급하는 성물입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왜 저한테……?”
“데미안 경을 명예성기사로 임명하려고 합니다.”
그 말에 건물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은 충격에 빠졌다.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명예성기사란 간혹 교단에서 큰 공을 세운 일반 기사에게 내리는 칭호였다.
본래 하이클래스나 마스터 클래스처럼 경지가 높은 사람에게만 내려지던 직책이었다.
미들클래스가 명예성기사로 임명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데미안 경의 활약상을 봤을 때, 좀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성황이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이 성물이 있으면 어디서든 교단의 비호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데미안으로서는 굉장히 기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명예성기사가 되면 아몬드 백작가와의 충돌을 무마시킬 수 있다.’
데미안은 가스달을 처단하기 위해서 아몬드 백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때, 혹시라도 아몬드 백작가와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해도 교단을 내세우면 그만이었다.
“이렇게 귀한 것을 제게 주셔도 되는 겁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성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미안 경이라면 악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드리는 겁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악용할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데미안은 성황이 내민 목걸이를 사양하지 않았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교단을 떠나서 집으로 향했다.
학센 영지에 있는 저택이 아니라 가르가리 평야에 있는 스프링 성으로 향했다. 가족들이 그곳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성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빅터가 보였다.
“하앗!”
빅터가 도끼를 내려찍을 때마다 두꺼운 통나무가 시원시원하게 잘려 나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데미안을 발견한 빅터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도련님! 이제 돌아오신 겁니까요?”
“그래, 별일 없었냐?”
“제가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요.”
빅터가 주먹으로 가슴을 팡팡 때리며 말했다.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근데 왜 네가 장작을 패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 시켜도 되잖아.”
스프링 성으로 이사 오면서 학센 백작가에서는 사용인을 대거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빅터처럼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직위가 높아졌다. 장작패기 같은 잡일은 다른 사용인을 시켜도 될 정도로 말이다.
“크흠, 손이 근질거려서 말입니다. 장작을 패다 보면 심심하지 않거든요.”
빅터의 대답에 데미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장작패기의 빅터답다. 내가 별명 하나는 잘 지었다니까.”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열심히 해라.”
데미안은 빅터와 헤어진 뒤, 성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커튼을 좀 바꾸는 게 좋겠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복도에서 사용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 데미안!”
데미안을 발견하자마자 어머니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데미안은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어머니, 선물입니다.”
데미안은 비고에서 받아 온 팔찌를 내밀었다. 어머니는 환한 얼굴로 팔찌를 받았다.
“어머, 예쁘구나. 무슨 팔찌니?”
“교단에서 받아온 물건입니다. 어머니의 몸을 지켜 주는 성물이니 항상 착용하고 다니셔야 합니다.”
“이게 성물이라고?”
어머니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팔찌를 이리저리 살폈다.
“가족들한테 하나씩 나눠 주려고 챙겨왔는데…… 다들 어디 있나요?”
“아버지랑 아벨, 올리비아는 영지를 둘러보려고 자리를 비웠단다. 루이즈는 악기실에 있어.”
“그럼 누님부터 찾아뵈어야겠네요.”
데미안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런 데미안을 어머니가 붙잡았다.
“데미안, 좀 이따 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너희 누나 혼자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럼 누구랑 있습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어머니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발라드가 찾아왔단다.”
데미안이 알고 있는 발라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발라드 위고.
루이즈의 정혼자였다.
그 남자를 떠올리자마자 데미안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 별 볼 일 없는 놈이 왔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