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7화(12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7화
127화 달갑지 않은 손님 (2)
“우리 가문의 사위가 될 사람한테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뭐니.”
어머니가 데미안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데미안은 못마땅한 얼굴로 항변했다.
“사실이잖아요. 누님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얼마나 많은데요.”
“착하지, 성격 좋지, 성실하지, 듬직하지. 대체 뭐가 문제인데?”
어머니의 핀잔에도 데미안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성만 좋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주의였지만 데미안은 달랐다.
인성은 당연히 좋아야 하고 그 외의 다른 조건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깐 누님한테 갔다 오겠습니다.”
“얘! 데미안!”
어머니가 말리기도 전에 데미안은 사라졌다.
* * *
데미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악기실 앞에 도착했다.
축하연을 준비할 당시에 성의 구조를 모두 익혀 놓은 덕분이었다.
“루이즈, 당신의 연주를 들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다니까.”
“당신도 참……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 제가 좋아할 것 같아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 연주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악기실에 가까이 다가가자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나는 누나인 루이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 나네.’
발라드 위고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데미안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원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뭘 해도 밉게 보이는 법이었다.
더 이상 두 사람만 놔둘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악기실의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루이즈와 발라드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
“응?”
두 사람은 깜짝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
루이즈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데미안의 몸을 여기저기 살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교단에서는 별일 없었니?”
“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누님께서는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언제나 똑같지.”
루이즈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런 루이즈의 뒤쪽으로 발라드 위고가 다가왔다.
“맞다! 데미안, 인사하렴. 모처럼 발라드가 왔어!”
“데미안,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발라드 위고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데미안은 삐딱한 얼굴로 그 손을 맞잡았다.
루이즈의 외모는 서부에서 비견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대외활동이 적어서 그렇지, 만약 조금만 외모가 알려졌더라면 서부제일미라는 호칭은 올리비아가 아니라 루이즈가 차지했으리라.
반면 발라드 위고는 촌스럽게 짝이 없는 남자였다.
낡고 볼품없는 옷을 입고 있는데다 철 지난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가 이마와 눈을 가리고 있어서 너저분해 보였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지만, 데미안은 루이즈가 더욱 행복하려면 더 나은 사람이 배필로 맺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외모이지 않은가.
“네 소문은 많이 들었어. 활약이 엄청나던데? 우리 도시도 네 이름으로 떠들썩해.”
발라드는 오세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항구 도시에서 관료로 근무하고 있었다.
오세안 도시는 이곳에서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루이즈와 발라드는 정혼한 사이임에도 자주 만날 수가 없었다.
‘누님의 정혼자가 겨우 관료 출신이라니…….’
고위 관료면 모르겠지만 발라드는 하급 관료에 불과했다. 봉급도 얼마 받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님이랑 어울리지 않아.’
데미안은 발라드 위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루이즈가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단지 루이즈가 발라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기에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심 속으로는 루이즈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 누님. 선물이 있습니다.”
데미안은 상자에서 팔찌를 꺼내서 내밀었다. 루이즈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팔찌를 살펴봤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기능을 가진 성물이니까 항상 가지고 다니셔야 합니다.”
“이렇게 귀한 걸 나한테 주는 거야? 역시 우리 동생밖에 없네.”
루이즈가 행복한 얼굴로 팔찌를 받아서 손목에 착용했다.
“성물이라…… 굉장히 신기한걸.”
“당신도 한번 볼래요?”
루이즈가 발라드에게 팔찌를 내밀었다. 발라드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팔찌를 이리저리 살폈다.
‘누님한테 드린 선물을 왜 네가 가지고 노는 거야.’
데미안은 그런 행동마저 고까운 얼굴로 쳐다봤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시녀 한 명이 악기실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세 사람에게 말했다.
“부인께서 오랜만에 데미안 도련님께서 오셨으니 다 같이 차를 마시자는 말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곧 나갈게요.”
루이즈의 말에 시녀는 고개를 숙인 뒤, 악기실을 나갔다.
“발라드, 당신 먼저 가 있겠어요? 잠깐 데미안이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요.”
“알겠어. 어머님께는 두 사람이 늦는다고 미리 말해 놓을게.”
“고마워요.”
루이즈가 웃는 얼굴로 발라드를 배웅했다. 하지만 발라드가 사라지자마자 얼굴이 심각해졌다.
항상 밝은 루이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데미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루이즈에게 물었다.
“누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게 말이지…… 하아.”
루이즈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안색이 어두운 누님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일단 앉으렴. 다리 아프겠다.”
루이즈는 데미안을 악기실 한쪽에 있는 탁자로 데려갔다.
“사실은 너한테 상의를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데미안의 물음에도 루이즈는 좀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게 말이지…… 너도 알다시피 발라드는 인기가 굉장히 많잖니.”
데미안으로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저 촌스러운 남자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그래서 발라드를 오세안 도시로 보낼 때도 걱정이 되게 많았어. 다른 여자들이 발라드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누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딴 남자를 대체 누가 좋아한다는…….”
“아무래도 발라드한테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아.”
콰득.
데미안의 손에 잡혀 있던 탁자 모서리가 부서졌다.
산산조각이 난 수준이 아니었다. 아예 가루가 되어서 땅으로 쏟아졌다.
‘감히 누님을 두고…… 다른 여자라고?’
안 그래도 루이즈가 아까워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인데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
데미안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당장 발라드를 붙잡아서 응징을 해야 마땅했다.
“아,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진정해!”
당황한 루이즈가 데미안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데미안의 살의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 버러지……가 아니라 발라드를 어떻게 의심하게 되신 겁니까?”
“저번에 발라드를 만나려고 오세안 도시로 간 적이 있는데 기억하고 있니?”
데미안은 기억을 더듬었다. 시체놀음의 던전이 발견되었을 당시, 루이즈는 발라드를 만나느라 영지를 떠나 있었다.
“그때 무언가 보신 겁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루이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도시 근처에 오면 그이가 마중을 나오기가 했거든. 그런데 약속 장소에 왔는데도 발라드가 보이질 않더라.”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셨습니까?”
“계속 기다렸지. 그러니까 한참 뒤에 뛰어오는 게 아니겠어? 들어보니까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어졌다니 뭐니.”
데미안은 심호흡을 했다.
감히 누님과의 약속 시간을 어기다니, 지금 당장 달려가서 짓밟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 이후에 숙소를 잡고, 데이트를 하려고 그이한테 시간을 물어봤어. 그랬더니 내가 말하는 시간마다 일이 있다면서 피하더라…….”
그 말에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하늘 같은 누님께서 기껏 오세안 도시로 행차하셨거늘 내버려 뒀다는 말이 아닌가?
“어렵게 약속을 정하고 만났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한테서 쪽지를 받더니 바쁜 일이 생겼다면서 자리를 떠나기까지 했어.”
까득, 이가 저절로 갈렸다. 지금이라도 당장 발라드의 얼굴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아직 루이즈의 말이 끝나지 않았기에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이것뿐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텐데…… 한 번은 발라드가 업무를 볼 때, 점심 도시락을 챙겨주려고 찾아간 적이 있어.”
“설마…….”
“그런데 자리에 없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봤지. 그랬더니 한참 전에 다른 여자랑 밖으로 나갔고 말하더라…….”
데미안은 뒷목을 붙잡았다. 혈압이 치솟아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누님, 더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으, 응? 뭐가?”
“지금 당장 그 자식을 잡아다 심문하겠습니다.”
“어, 어어?”
“진실을 모조리 실토하게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어서 육각형의 몽둥이를 꺼냈다. 그것을 본 루이즈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데, 데미안, 그건 대체 뭐니……?”
“아주 유용한 대화 수단이죠.”
“그, 그게 대화 수단이라고?”
“이래 봬도 망나니였던 올리버 왕세자까지 바꿔 놓은 친구입니다. 효과는 확실하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데미안이 몸을 일으켰다. 몽둥이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럼 누님, 갔다 오겠습니다. 한 시간만 기다려 주시면 그놈의 팔다리를 작살…… 이 아니라 진실을 가져오겠습니다.”
“아, 아직은 심증만 있어! 확실한 게 아니니까 진정해!”
루이즈가 황급히 데미안을 붙잡았다. 누님의 만류에 데미안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내 착각일 뿐인지.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나랑 같이 발라드의 뒤를 밟아 줬으면 하는데…….”
“그런 부탁이라면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정말이니? 역시 우리 동생밖에 없어!”
루이즈가 활짝 웃으며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누님의 품에 안긴 채 데미안은 속으로 생각했다.
‘누님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네.’
저쪽에서 알아서 빌미를 주고 있었다. 데미안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반드시 증거를 잡아 주마.’
데미안은 속으로 의욕을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