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2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9화(129/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29화
129화 다른 여자 (1)
데미안과 루이즈는 두 사람을 미행했다.
“용병은 딱히 자랑할 만한 직업이 아니에요. 맨날 싸워야 하고, 사람들한테 무시나 받고.”
“믿기 힘든 이야기군요. 감히 누가 레지나 님을 무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용병이란 직업이 그렇죠. 인식 자체가 안 좋으니까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도시를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야시장을 가더니, 거기서 끝나지 않고 광장으로 옮겨 광대를 구경했다.
“발라드 저거 봐요. 세이렌을 흉내 낸 노래래요. 제가 볼 때는 전혀 안 똑같은데.”
“레지나 씨는 직접 들어보셨을 테니 잘 알고 계시겠네요.”
“저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죠. 근데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아요. 세이렌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길 때마다 루이즈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
그녀와 달리 데미안은 두 사람의 관계보다는 레지나라는 여자를 관찰하며 고민에 빠졌다.
‘보통 여자가 아니다. 상당한 실력자야.’
움직임과 발자국의 깊이, 드문드문 풍겨 오는 강한 마력.
데미안의 추측이 맞다면 레지나라는 여인은 하이클래스의 실력자가 분명했다.
‘하이클래스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용병이라?’
용병 중에는 로우클래스의 강자조차 흔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검술과 마나연공법을 배운 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 여인은 용병의 위치에서 하이클래스라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어디선가 고등한 교육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용병 업계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용병을 하이클래스까지 키워 낼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는데…… 설마 그 남자의 혈족인가?’
데미안이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 술집 앞에서 멈춰 섰다. 건물부터 굉장히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여기를 예약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레지나가 발라드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발라드는 끌려가지 않고 버텼다.
“왜 그러세요?”
“레지나 씨, 저는 오늘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부탁이요? 일단 안에 들어가서 들으면 안 될까요?”
레지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레지나를 향해서 발라드가 입을 열었다.
“세이렌을 쫓아내 주신 일을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레지나 씨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도시는 계속 큰 피해를 입고 있었을 겁니다.”
“감사할 게 있나요. 다 돈을 받고 한 일인데요.”
“레지나 씨 같은 백금패 용병은 돈이 있어도 고용하기 힘들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레지나 씨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지 않으셨다면 저희 도시는 계속 세이렌에게 고통 받고 있었을 겁니다.”
발라드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시장님께서도 제게 레지나 씨의 부탁을 무조건 들어드리라고 하셨습니다만…….”
“어머, 지금까지 절 만나 준 게 다 명령 때문이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섭섭한데요.”
레지나가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를 향해서 발라드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이후로는 더 이상 절 찾아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레지나는 발라드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 이제 알겠어요. 제가 너무 귀찮게 굴었군요? 그건 미안해요. 이제부터 일할 때는 불러내지 않겠어요.”
레지나가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발라드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앞으로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는 정혼녀가 있습니다.”
발라드가 레지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더 이상, 그녀한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발라드가 다시 한번 더 말했다.
“그러니 더 이상, 절 불러내지 말아 주세요.”
* * *
“……발라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루이즈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놀란 것은 루이즈뿐만이 아니었다.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대단한 남자로군.’
발라드는 저 여자가 하이클래스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터였다.
하이클래스 정도 되면 살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무서운 존재가 자신을 원하고 있음에도 거절할 수 있다니.
‘누님이 왜 이 남자에게 목을 매는지 알 것 같아.’
발라드의 겉모습만 보면 갈대처럼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가 굵고, 한 곳만 바라보는 올곧은 남자였다.
“……너 미쳤어?”
그대, 레지나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계속 양보해 주니까 날 우습게 보는 거야?”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정혼녀에 대해서…….”
“그게 바로 날 우습게 보는 거야!”
레지나가 마력을 해방시켰다. 거대한 기운이 폭발하며 주변의 사물들을 날려 보냈다.
“으, 으아악!”
“꺄아아악!”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주변이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발라드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오늘 이후로는 레지나 씨를 뵙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발라드는 꿋꿋하게 할 말을 끝마쳤다.
‘이걸 버텨 내다니?’
데미안은 속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클래스의 기세는 그 자체로도 흉기였다. 일반인이라면 오장육부가 뒤흔들리는 고통을 느낄 터였다.
그걸 버티는 것도 모자라서 자세까지 굽히지 않을 줄이야.
‘내가 잘못 생각했어.’
데미안은 루이즈의 행복을 바랐다. 그렇기에 발라드 위고보다 더 나은 사람과 혼인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데미안의 착각에 불과했다.
능력면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발라드 위고의 내면은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루이즈만을 마음에 담아, 그녀를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불사할 수 있었다.
‘누님께서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하셨군.’
그에 비해서 데미안은 아집에 갇혀 있었다.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머리가 맑아졌다. 두 눈이 트이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다.
“누님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반성의 의미로 이번 일은 자신이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 *
“마지막 경고야. 이번에도 정혼녀 타령을 하면 그때는 진짜 그 여자를…….”
“말이 너무 험하군.”
난데없는 소리에 레지나와 발라드가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돌아봤다.
“……데미안?
발라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마치 네가 여기 왜 있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하도록 하죠.”
데미안은 자연스럽게 레지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레지나는 인상을 쓴 채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데미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잠시 고민하던 레지나의 눈동자가 확 커졌다.
“……데미안 학센? 최단기간에 미들클래스에 올랐다던 애플 왕국의 천재?”
레지나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훑어봤다.
“네가 발라드랑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
“알았으면 이만 물러나 주겠나? 이분은 앞으로 내 매형이 되실 분이거든.”
“하! 매형? 그 여자의 동생이었군……. 근데 되게 기분 나쁘네.”
레지나의 기세가 더욱 살벌해졌다. 주위의 건물들이 흔들릴 정도였다.
“겨우 미들클래스 따위가 내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어?”
레지나가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귀족이라는 지위를 믿고 이러는 거야?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여기서 널 죽여도 애플 왕국은 나한테 뭐라 할 수가 없어.”
“알고 있다.”
여자의 말에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용병왕의 손녀라면 이 정도 일은 쉽게 무마시킬 수 있겠지.”
그 말에 레지나의 두 눈이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용병왕의 혈족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젊은 나이에 용병으로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를 수 없지.”
용병왕.
인류최강을 논할 때마다 항상 거론되는 초월자 중 한 명이었다.
용병왕은 본신의 강함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그가 이룬 세력이었다.
용병왕이 이끌고 있는 용병단은 규모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하이클래스가 다수 속해 있으며 측근에는 마스터 클래스가 있을 정도였다.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그들 모두를 하나의 조직 안에서 불협화음 없이 이끌 수 있는 통솔력.
그런 막대한 세력을 일구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를 ‘용병왕’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도 내 앞에서 이딴 식으로 굴어?”
데미안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아야 했다.
전생에 데미안은 용병왕과 싸워서 승리를 거뒀다. 그 노구의 목을 베어서 고깃덩어리로 만들었다.
더불어 그의 기술까지 모두 흡수한 마당에 손녀에 불과한 인물이 협박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레지나가 하이클래스라곤 하지만, 아직 용병왕의 경지에 비하면 설익은 정도일 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레지나의 착각을 고쳐 주고 싶었다.
“물러나지 않으면 그쪽도 곤란해질 텐데.”
다만, 지금 데미안은 ‘반성’ 중이었다. 이 홀가분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이 일을 평화롭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렇기에 데미안은 품속에서 명예성기사의 증표를 꺼내려 했다.
성기사는 교단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성기사의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리 용병왕이라 해도 교단과 맞설 수는 없었다. 교단은 제국과 비견되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너만 죽일 것 같아? 네 누나라는 년도 잡아와서 죽일 거야.”
그때, 레지나가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왜? 내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 난 가지지 못하는 물건은 부숴 버리거든. 두고 봐. 애플 왕국을 뒤져서라도 그 여자를 찾아낼 테니까.”
레지나가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발라드 앞에서 그 여자의 멱을 따 버릴 거야. 알아들었어?”
데미안은 목걸이를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반성을 한 덕분에 홀가분해졌던 기분이 연기처럼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공허해진 마음에 분노가 차올랐다. 데미안의 전신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이것 봐라? 나랑 해 보겠다는 거야?”
데미안의 살기를 느낀 레지나가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반지가 칼로 변했다.
검신이 얇고 끝이 살짝 휘어 있는 검, 세이버였다.
레지나가 세이버의 칼자루와 검집을 동시에 잡았다.
레지나의 기세가 예리하고 날카롭게 변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몸이 절단될 것 같은 지독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주제 파악을 못 한 대가를 치르게 해 줄게.”
레지나가 잔인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데미안을 죽일 생각인 듯했다.
그런 레지나의 모습에 데미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걸 어떻게 죽인담.’
흑마법을 사용하면 단숨에 끝나겠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데 그걸 꺼낼 수는 없었다.
‘아직 이 육체는 너무 약하다.’
데미안의 기량은 하이클래스 이상이었으나 육체와 마력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기에 레지나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기술로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뭐, 부족하면 채우면 되지.’
데미안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정령의 심장과 시 서펜트의 내단을 꺼냈다.
이것들을 한 번에 입에 넣었다. 몇 번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지금 무슨 짓이야?”
그 모습을 본 레지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영약이나 내단처럼 마력을 품고 있는 물건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섭취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데미안처럼 영약을 두 개 이상 섭취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폭탄을 삼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죽을…….”
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데미안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마력이 폭발하면서 그 여파로 건물들의 창문이 모조리 깨져 나갔다.
폭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데미안 학센의 몸에서 혈관이 도드라졌다. 눈동자의 실핏줄이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벌성지광약과 패력축기공을 동시에 사용한다.’
벌성지광약은 마력을 이용해서 신체를 단련하는 마나연공법이었다.
패력축기공은 마력을 흡수하는데 탁월한 공능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의 폭발에 이 두 가지 마나연공법이 더해지자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하이클래스답게 레지나는 금방 알아본 듯했다. 지금 데미안의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말이다.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근골과 장기가 급속도로 강해졌다. 마치 철을 재련하는 것처럼 말이다.
몸속에 품고 있는 마력량도 크게 늘어났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넣는 것 같았다.
‘부족하면 채우면 된다.’
데미안에게 마스터 클래스 이외의 경지는 별로 특별할 게 없었다.
신체능력과 마력량만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경지에 불과했다.
그래서 두 가지 능력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벌성지광약을 이용해 신체를 성장시켜, 패력축기공으로 남은 마력을 모조리 흡수해서 저장했다.
데미안 학센이 입을 벌려서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이렇게 많은 피를 토해 내고도 눈빛은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더욱 형형해졌다.
그 눈빛을 본 순간, 레지나의 전신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머리가 이해하기도 전에 본능이 먼저 인지했다.
눈앞의 남자가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럼에도 레지나는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내단을 동시에 섭취하고 살아 있는 것도 모자라서 마력의 폭발을 이용해서 신체를 단련시키고,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오른다?
차라리 멍청한 고블린 중에 마스터 클래스가 나왔다는 소리가 더 신빙성 있었다.
“두 번은 못 할 짓이로군.”
데미안이 입 안에 남아 있는 피를 뱉어 내며 여명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데미안이 내뿜는 살기로 가득 찼다.
그 말도 안 되는 현상에 레지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각오해라.”
데미안이 얼어붙을 듯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네년이 내뱉은 망언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