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화
13화. 뱀사냥 (3)
데미안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검은뱀의 지부를 모조리 박살 냈다.
조직원들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어느 누구도 데미안을 막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도시 중앙에 있는 본부뿐이었다.
“깡패 새끼들 따위가 도시 중앙에 떡하니 본부까지 차려놓고 팔자 한번 좋네.”
데미안은 검은뱀의 본부로 향했다.
도시의 거리는 오늘따라 한산하고 조용했다.
데미안이 벌인 소동 때문에 상인들이 모두 피신한 까닭이었다.
“음?”
도시의 광장을 막 가로지를 때였다.
별안간 골목 곳곳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병사들은 데미안을 포위한 뒤, 창을 겨누었다.
검은뱀의 지부를 모두 박살 내는 동안에는 가만히 있던 병사들이 움직였다.
그게 뜻하는 바는 하나뿐이었다.
“귀한 분이 납시셨군.”
맞은편에서 두 남성이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한 명은 나이가 많은데다 삐쩍 말랐으며, 다른 한 명은 젊었으나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뚱뚱했다.
“나는 랜드워크 도시의 총독 세바스찬 베이커라고 합니다!”
염소수염의 남자가 호통을 쳤다.
그래 봤자 새된 목소리라 전혀 위엄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히 랜드워크 도시를 난장판으로 만들다니!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세요!”
데미안은 총독의 말을 대충 듣고 흘려보냈다.
총독이 누군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쪽은 총독 옆에 있는 뚱뚱한 남자였다.
“네가 세드릭 워커냐?”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조직원들로부터 무척 뚱뚱하다는 증언을 들었다.
무엇보다 일반인이라고 치기에는 눈동자에서 살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데미안의 질문에 세드릭 워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삿대질을 하며 총독에게 소리쳤다.
“총독님, 보셨습니까? 저 잔악한 놈이 총독님의 말씀을 따르기는커녕 무시하고 있습니다. 어서 저놈의 목을 베어서 총독님의 위엄을 세우셔야 합니다.”
“세드릭 사장님 말씀대로예요! 감히 도시의 총독인 날 무시하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아무래도 세드릭 워커는 데미안과 말을 섞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날 죽이겠다고? 그럴 능력이 없어 보이는데?”
데미안이 병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병사들의 숫자는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였다.
하지만 저들은 마나 연공법은커녕 검술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일반인들에 불과했다.
일반인 따위는 백 명이 아니라 천 명이 몰려와도 무섭지 않았다.
“이, 이이, 이런 후안무치 같은 사람을 봤나!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지 모르겠네요! 설마 자신이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모르나 보죠?”
총독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당신은 선량한 사업가로 유명한 세드릭 워커 사장님의 목숨을 노린 것도 모자라서 사업체를 습격해서 무고한 직원들을 수십 명도 넘게 죽였어요! 이건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예요!”
데미안은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 끔찍한 범죄란 범죄는 모두 저지르는 검은뱀의 수장이 선량한 사업가로 포장되고 있으니 웃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서 용서를 구하세요!”
“죄가 있어야 빌지.”
“이런 뻔뻔한!”
데미안이 오늘 하루 동안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데미안이 죽인 이들은 무고한 시민이 아니라 검은뱀의 조직원들이었다.
도시를 헤집어 놓기는 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조금도 건들지 않았다.
“젊은 청년이라 다독여 보려고 했지만 말이 통하질 않네요! 이렇게 된 이상 절 원망하지 마세요!”
전투가 시작되나 싶어 데미안은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달려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 행동에 데미안이 의문을 느낄 때였다.
등 뒤에서 살기가 쏟아졌다.
데미안은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병사들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우락부락한 남성이 나타났다.
“어떤 놈이 난동을 피웠는지 궁금했는데.”
남성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살기는 점점 더 강해졌다.
고밀도의 살기가 데미안의 피부를 마구 두드렸다. 마치 세찬 비를 맞는 듯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었군.”
서로의 눈빛이 교차했다. 그 순간, 데미안은 깨달았다.
이 남자가 어떤 경지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
“얘야, 나는 이 도시의 수호기사인 로버트라고 한다.”
정식기사.
괴물이 나타났다.
* * *
오늘날 기사라고 하면 모두가 오러를 떠올린다.
하지만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모두가 기사인 것은 아니다.
오러를 구현할 수 있으면 준기사.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정식기사로 인정을 받았다.
구현하는 것과 다루는 것.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 둘 사이의 격차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했다.
준기사까지 올라왔지만 정식기사가 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도시의 수호기사께서 직접 나설 줄이야.”
정식기사라면 데미안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데스나이트 시절의 자신이라면 정식기사가 아니라 소드마스터가 와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데미안은 회귀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과거의 강함을 되찾지 못했다.
“당장 도망치고 싶어지는걸?”
데미안의 말에 수호기사 로버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놈이군. 나오는 말과 다르게 눈빛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어.”
만만하게 볼 수 없을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단지 조금 까다로울 뿐이다.
“대담한 거냐 아니면 멍청한 거냐?”
“자신 있는 거지.”
“멍청한 놈이었군.”
로버트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할버트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로버트의 기세가 사방으로 퍼졌다.
광장 전체의 공기가 무겁게 짓눌렸다.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라. 무지한 네놈에게 이 몸이 어떤 존재인지 똑똑히 때려 박아 줄 터이니.”
로버트가 걸음을 내딛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데미안은 로버트에게 맞설 준비를 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못할 만큼 겁을 먹은 모양이냐?”
로버트가 기꺼워하며 말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로버트 쪽은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대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주변을 쓱쓱 살폈다.
“빅터 이 자식은 뭐 하는 거야. 왜 아직도 안 와.”
“설마 미쳐 버린 것이냐?”
로버트가 인상을 쓰며 되물을 때였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건물의 옥상을 밟으며 달려왔다.
광장에 가까워진 검은 인영은 힘껏 건물을 박찼다.
병사들의 머리 위를 날아서 데미안의 앞에 내려앉았다.
“으응?”
로버트가 인상을 쓰며 난입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조력자가 있었구나!”
로버트가 흑의인을 향해 할버트를 휘둘렀다.
오러 맺힌 할버트가 흑의인을 후려쳤다. 흑의인은 팔뚝을 세워 할버트를 막았다.
그 순간, 쩌렁쩌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놀랍게도 흑의인은 베이지도, 날아가지도 않았다.
대신 할버트가 튕겨져 나갔다.
“내 공격을 막아?”
로버트가 믿기 힘들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때, 흑의인이 땅을 박찼다.
앞으로 튀어 나가며 주먹을 내질렀다.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구가 뒤로 날아갔다.
로버트는 허공에서 몸을 바로 잡으며 착지했다.
흑의인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흑의인이 머리를 덮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놀랍게도 흑의인의 정체는 여자였다.
그것도 머리를 무척 짧게 깎았음에도 바로 여자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빼어난 미녀였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들을 경악시킨 것은 따로 있었다.
머리카락도, 눈썹도, 심지어 눈동자까지 모두 백색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본 로버트가 망연히 중얼거렸다.
“……성기사?”
성기사들은 마력이 아닌 신의 힘을 받아들인다.
그 부작용으로 온몸의 색소가 조금씩 희미해져서 결국 순백으로 변하게 된다.
여인의 백발과 백안은 성기사의 상징이었다.
“수호기사 로버트. 창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로버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식기사면 어디를 가도 귀빈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위치다.
그런데 성기사가 아랫것을 대하듯 명령을 하고 있으니 불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젠장.”
하지만 로버트는 순순히 할버트에서 손을 뗐다.
성기사의 권위에 반항하는 것은 교단에 맞서는 것과 같았다.
다음으로 여인은 데미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미안 학센, 맞습니까?”
그 물음에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데미안 학센입니다.”
“시종의 연락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증거품은 잘 받았습니다.”
그 말에 데미안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빅터가 일을 잘해 준 듯했다.
“이제부터는 교단에서 개입하려 합니다만.”
성기사는 주변을 둘러봤다.
“바쁘시면 좀 미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성기사는 로버트와 달리 데미안에겐 친절한 태도로 대했다.
하지만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교단의 행사를 방해할 수는 없죠. 원하는 대로 해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성기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감사를 표했다.
그런 다음, 품에서 큼직한 유리구슬을 꺼내더니 땅바닥으로 내던졌다.
유리구슬이 깨지면서 하늘 위로 빛이 날아올랐다.
빛은 폭죽이 되어서 터졌다.
“저, 저게 뭐지?”
“빛이 하늘을 뒤덮고 있잖아?”
그 광경을 지켜보는 병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이윽고 광장에 또 다른 군대가 나타났다.
모두 하얀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방패와 철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본 도시의 병사들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집행부대다! 교단의 집행부대가 왔어!”
“마, 말도 안 돼! 왜, 왜 교단에서 우리 도시에……!”
교단의 군대는 오직 이단자와 악마를 처단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단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영혼조차 불사를 광신도들이었다.
“근데 저건 뭐지?”
“이상한 놈이 껴 있잖아?”
집행부대 사이에 웬 꾀죄죄한 차림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데미안을 향해 양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도련님! 도련니이이임! 빅터가 왔습니다요!”
빅터는 군대에서 빠져나와 쪼르를 달려왔다.
“내가 부탁한 일은 제대로 처리한 모양이구나.”
“당연합죠! 저 빅터, 배운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심부름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빅터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데미안은 실소를 터트렸다. 하여간 웃긴 놈이었다.
“병사들과 시민들은 들으세요!”
그때, 성기사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현재 랜드워크 도시는 현상수배 중인 흑마법사와 결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 말에 병사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신성교단은 흑마법사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유명했다.
필요하다면 왕족조차 잡아들여서 고문을 가했다.
“관련자들을 색출하는 동안, 교단에서 도시의 관리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 교단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병사들은 침을 꿀꺽 삼킬 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단이라고 낙인이 찍힐 바에는 최대한 협조적으로 행동하는 게 백 배 나았다.
하지만 모두가 병사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도시의 총독 세바스찬은 격하게 반응했다.
“랜드워크 도시는 왕국에서 자치권을 인정받은 도시예요! 총독인 날 두고 교단에서 도시를 관리하겠다고요?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입니까!”
“더러운 이단자를 처단하는 것은 신의 뜻입니다 교단의 권위는 왕국보다 훨씬 위에 있습니다.”
총독의 항의는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다.
왕족조차 잡아 가두는 교단에서 일개 도시의 총독을 두려워할 리 없었다.
“감히 그딴 말을 하다니! 이 일은 정식으로 교단에 항의할…….”
“무엇보다 당신도 유력 용의자입니다. 흑마법사에 협력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도시를 맡겨놓을 수 없습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왜 흑마법사와 결탁해요!”
성기사가 세드릭 워커를 가리켰다.
“저 남자는 흑마법사를 은닉하고, 지원까지 한 장본인이 입니다.”
그 말에 세드릭 워커의 입이 빠질 듯이 커졌다.
“세, 세드릭 사장! 저 말이 진짜입니까?”
“아, 아닙니다! 제가 왜 흑마법사를 은닉하고 지원하겠습니까! 모함입니다!”
그 말에 성기사가 품에서 수첩을 꺼내서 들어 올렸다.
“이 수첩에 당신이 흑마법사에게 구해다 준 물건들의 내역과 구입처가 모두 적혀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절대로 흑마법사를 도운 적이 없습니다!”
“그건 이제부터 조사하면 밝혀질 일이죠.”
성기사는 세드릭 워커의 항변을 조금도 들어주지 않았다.
“총독 세바스찬 베이커, 당신은 흑마법사의 협력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병사들을 동원했습니다. 그러니 당신 역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성기사는 다음으로 로버트를 가리켰다.
“수호기사 로버트, 당신도 똑같습니다. 세드릭 워커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으니 이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그 말에 로버트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병사들은 당장 저 둘을 연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