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0화(13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0화
130화 다른 여자 (2)
레지나 호퍼는 용병왕의 98번째 손주로 태어났다.
용병왕 칼 호퍼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호색한으로 유명했다.
매일 여자를 갈아치운 걸로도 모자라, 하루에 열 명을 품에 안은 적도 있었다.
그런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용병왕은 자식만 두 자리 숫자가 넘었다. 손주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특이하게도 용병왕의 피를 물려받은 혈족들은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레지나 호퍼는 그중에서도 특히 용병왕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았는지, 어릴 때부터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남들보다 배움이 빨랐고, 성장이 빨랐으며, 경지가 높아지는 것 또한 빨랐다.
그렇기에 레지나 호퍼는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 가당치도 않은 착각이 깨진 것은 10살 때 참석했던 혈족의 모임에서였다.
인생 처음으로 만나 본 혈족들 중에는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천재들이 즐비했다.
10살에 이미 오러를 발현했다거나 대여섯 마리의 오크를 홀로 죽였다거나.
믿기 힘든 일화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악마 같은 천재들.
용병왕은 오직 그들만 총애하며 자신의 곁에 두었다. 그리고 ‘성혈(聖血)’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레지나는 그들의 발치에도 못 미치기에 용병왕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외부로 떠돌 수밖에 없었다.
“넌…….”
레지나 호퍼가 봤을 때, 데미안 학센은 그 괴물들에 비견될 만했다.
아니, 아니다. 레지나가 봤던 어떤 성혈들도 데미안 학센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약 두 개를 동시에 섭취하고, 경지를 높이는 미친놈이 이 세상에 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감히 내게…… 대가를 묻겠다고?”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지금 데미안 학센은 미들클래스에서 막 하이클래스로 올라왔다.
게다가 방금 전의 기행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데미안 학센은 두말할 것도 없는 괴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더 강했다.
“건방진 자식. 그 혓바닥부터 잘라 버리겠어.”
게다가 레지나 호퍼의 주특기는 쾌검이었다.
쾌검은 공격이 단조롭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했다.
하지만 단기전, 그것도 첫 번째 공격에 한해서는 일격필살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했다.
데미안 학센이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 해도 이제 막 하이클래스에 올라왔을 뿐.
레지나가 평생에 걸쳐서 갈고닦은 쾌검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단칼에 죽여 주마.
레지나 호퍼는 언제든지 데미안을 베어 낼 수 있도록 마력을 최대한 끌어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승리를 확신하고 있음에도 뭔가 계속 껄끄러웠다. 두려움이 스멀스멀 다리를 타고 기어오르는 것 같았다.
“더 이상 망언을 내뱉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데미안이 가까이 다가왔다. 겁도 없이 레지나의 간격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순간, 레지나가 칼을 휘둘렀다. 섬광과 같은 참격이 데미안의 목을 갈랐다.
아니, 갈라야 했다.
팔을 휘둘렀는데 검이 딸려오지 않았다. 레지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래를 쳐다봤다.
칼이 그대로 검집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칼자루에 자신의 손목이 걸려 있었다.
“……어?”
시선을 돌려서 방금 휘둘렀던 팔을 쳐다봤다. 손목 아래로 아무것도 없었다.
“바, 방금…… 무슨 짓을…….”
“먼저 베어 냈지.”
데미안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칼을 허공으로 휘둘렀다. 핏방울 하나가 땅에 흩뿌려졌다.
대체 언제 베었지? 아니, 언제 휘둘렀지?
무수한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레지나는 모든 의문은 기억 저편으로 강제로 밀어놓았다.
지금은 싸우는 게 급했다. 다행히 레지나는 평소에 반대쪽 손으로도 검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했었다.
오른손처럼 능숙하게 사용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전투가…….
“복부가 비었군.”
데미안이 레지나의 배를 걷어찼다. 머릿속에 새하얗게 변하면서 몸이 앞으로 꺾였다.
“커헉!”
레지나가 짧은 비명을 토해 내며 뒤로 날아갔다.
“내가 말했지. 망언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고.”
데미안이 곧바로 레지나에게 따라붙었다. 그때, 레지나가 땅을 박차며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어느새 왼손에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레지나는 단검으로 데미안을 찍으려 했다.
데미안은 놀라는 기색도 없이 레지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빠각, 뼈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엎어졌다.
“꺄아악!”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데미안이 레지나의 얼굴을 걷어찼다.
턱이 박살이 나면서 이가 우수수 뽑혀 나왔다. 레지나는 얼굴을 붙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데미안이 그런 레지나를 빤히 바라보다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아직 망언의 대가를 모두 치르지 못한 것 같은데.”
등골이 오싹해졌다.
레지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로 맞아 죽을 것 같았다.
“사, 살려 줘…….”
레지나가 황급히 데미안의 발밑에 엎드렸다.
“이, 이렇게 빌 테니까…… 모, 목숨만은…… 제, 제발…….”
“좋아. 살려 주겠다.”
데미안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지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대신 손목을 하나 받아 가도록 하지.”
그 말에 레지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썩어들어갔다.
“이, 이미 잘랐잖아.”
그녀가 잘려 나간 손목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 행동에 데미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싸우다 잘린 건 논외지.”
“하, 하지만…… 거, 검사가 손목을 다 잃어버리면 끝이야……!”
결손된 부위를 재생시키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모두 값이 비쌌다.
결정적으로 재생시킨 부위는 처음부터 다시 단련시켜야 했다.
그렇기에 레지나는 필사적으로 반대쪽 손목을 지키려 했다.
“제, 제발…… 돈이라면 낼게! 다, 다 낼 테니까…… 그, 그러니까…….”
데미안이 칼을 휘둘렀다. 여명은 오러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레지나의 손목을 손쉽게 잘라 냈다.
레지나의 두 번째 손목이 땅에 떨어졌다. 레지나는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 아아…… 아아악! 으아아악!”
레지나가 비명을 토해 냈다. 하지만 손목이 둘 다 없기에 상처 부위를 어루만질 수가 없었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가…… 내가 가만히 안 놔둘 거야! 할아버님한테 말씀드려서…….”
“겁이 없군. 아직 그쪽의 생명줄은 내가 쥐고 있는데 말이야.”
데미안이 여명을 레지나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여명이 내뿜는 서슬 퍼런 예기에 레지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리고 너 같이 내다 버린 혈족까지 용병왕이 챙겨줄지 모르겠군.”
데미안의 말에 레지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건 또 어떻게…….”
“모를 수가 없지. 용병왕은 자신이 인정한 혈족만 옆에 둔다. 너처럼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들은 용병왕에게 인정받지 못한 머저리들 뿐이지.”
머저리.
그 모독적인 말에 레지나의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분노를 표출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걸 보여 주지.”
데미안이 레지나의 앞에 은색 목걸이를 보여 줬다. 그것을 본 레지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서, 성기사……?”
“정확히는 명예성기사지만.”
데미안이 목걸이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나와 내 가족을 공격하는 건은 교단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지. 용병왕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것 같은데?”
레지나의 입장에는 최후의 희망조차 사라진 셈이었다.
“그럼 당장 꺼져라. 내 인내심이 바닥이 나서 네년을 죽여 버리기 전에.”
레지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허겁지겁 도망쳤다. 데미안은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뒤를 쳐다봤다.
“데미안!”
루이즈가 데미안을 향해 달려왔다. 루이즈는 데미안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친 곳은 없는 거니?”
“보셨잖습니까. 이렇게 쉽게 처리했는데. 제가 다칠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잖니.”
발라드는 놀란 얼굴로 루이즈를 쳐다봤다.
“당신이 왜 여기에……?”
발라드의 말에 루이즈의 행동이 우뚝 멈췄다. 루이즈는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발라드를 돌아봤다.
“그, 그게 말이에요…….”
루이즈는 이곳에 온 이유를 모두 털어 놓았다. 발라드는 실소를 흘렸다.
“그래서 날 의심했단 말이야?”
지은 죄가 있기에 루이즈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도 말을 하지 않아서 미안했어.”
“요, 용서해 주는 거예요?”
“당연하지.”
두 사람을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데미안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면했다.
“그나저나 시장님께서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어. 이런 사고를 쳐 놨으니…….”
발라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모처럼 백금패 용병과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발라드 때문에 망친 셈이었다.
“시장은 매형이 정혼을 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알고 계시는데. 그건 왜?”
“그럼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시장이 레지나를 접대하라고 시킨 셈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럼 그냥 학센가로 오시죠.”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
“응?”
두 사람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백작가로 승격이 되면서 일손이 많이 모자랄 겁니다. 매형이 도와주면 딱일 것 같은데요.”
“그것도…… 그렇군.”
발라드가 뒷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너무 간단한 해결 방법이라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괜찮겠어?”
“뭐가 말입니까?”
“내가 가면 데미안 네가 불편할 것 같아서…….”
발라드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데미안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제 곧 우리 식구가 되실 분인데 제가 왜 불편하단 말입니까.”
데미안이 웃으며 말했다. 발라드는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누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데미안의 말에 발라드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곧이어 도시의 경비원들이 몰려왔다. 경비원들은 초토화된 현장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
같이 밖으로 나온 시장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바, 발라드 위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당장 해명하게!”
“그게…….”
시장의 말에 발라드는 자신이 본 것들을 모두 말했다.
“뭐, 뭐? 레지나 님한테 그런…….”
시장은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이 정신 나간 자식이! 내가 그렇게 말했잖냐! 그분의 기분을 최대한 잘 맞춰야 한다고! 그러기만 하면 하이클래스가 거저 손에 들어오는 거야! 알아들었어? 하이클…….”
“하이클래스라면 여기도 있는데.”
데미안이 발라드의 뒤에 와서 섰다. 데미안의 얼굴을 본 시장이 입을 다물었다.
“아, 아하하…… 데미안 경 아니십니까.”
“지금까지 우리 매형을 팔아서 이득을 많이도 봤으면서 못 하는 소리가 없군.”
데미안이 날선 어조로 말했다. 그것만으로 시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럼 매형, 말씀 나누십시오.”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되는데…….”
발라드는 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할 의향을 내비쳤다. 사정을 들은 시장은 노발대발했으나 곧바로 잠잠해졌다.
발라드의 옆에서 데미안이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이 따라다닌 덕분에 발라드는 편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학센 백작가로 올 수 있었다.
“발라드가 우리 가문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학센 백작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바로 발라드를 환영했다.
“하핫, 잘됐군. 마침 일손이 부족해서 정신이 없던 찰나일세. 자네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군.”
“무엇이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센 백작의 말에 발라드가 자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발라드 위고가 학센 백작가에 합류하게 되었다. 덕분에 한동안 루이즈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 *
학센 백작가에서 오세안 도시까지 먼 길을 오고 갔지만 데미안은 쉴 틈도 없이 또다시 가문을 떠날 준비를 했다.
‘아직 가스달을 처치하지 못했다.’
가스달은 미래에 도르고의 심복으로서 군단을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위험한 녀석이니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스달은 이 시기에 이미 대흑마법사의 위치에 오른 천재 중의 천재였다.
대흑마법사는 기사로 치면 마스터 클래스에 해당되었다.
즉, 인간을 뛰어넘은 초월자라는 뜻이었다.
‘가스달을 죽이고, 에레보스의 조각을 얻는다.’
데미안은 계획을 정한 뒤, 아몬드 백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