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1화(13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1화
131화 아몬드 백국 (1)
이건 꿈이다.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노을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확신했다.
투박해진 감각, 기분 나쁜 부유감 등등. 다양한 증거들이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말해 줬다.
“늦었군.”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붉은 하늘 아래에 한 남성이 서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 놓은 검은색 정장. 포마드를 발라서 빗어 넘긴 머리카락. 손에 쥐고 있는 고급 지팡이까지.
사교회에서 막 빠져나온 귀족을 보는 듯했다.
“앵화 기사단은 내가 처리했다.”
남자가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기사들의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사들은 온몸이 찢겨진 채 죽어 있었다. 팔다리는 저 멀리 날아가 있었고, 몸통은 터져서 내장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더군.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단 중 하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
남성이 지팡이를 들어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 여성이 전신에 무기가 꽂힌 채 죽어 있었다.
“기사단장이라는 여자도 형편없었다. 마스터 클래스라고 해서 경계했는데. 내 사령기사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더군.”
남성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그분께서는 어째서 너한테 맡기셨을까? 왜 내가 나섰을 때는 무시하셨을까?”
가스달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피부가 창백한데다 볼이 홀쭉한 탓에 사람이 아니라 독사가 응시하는 것 같았다.
“난 도무지 모르겠다. 어째서 그분께서는 나보다 널 신뢰하시는 걸까? 나보다 널 총애하시는 걸까?”
남성이 지팡이로 땅을 때렸다. 검은 연기가 바닥을 뒤덮더니 그 안에서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해골들이 기어 나왔다.
“이 자리에서 널 부수면 그분께서도 알아주시겠지? 너 따위보다 내가 훨씬 우수하다는 걸 말이야.”
가스달이 지팡이로 한 번 더 땅을 두드렸다.
해골 군단이 푸른 안광을 내뿜으며 데미안을 향해 돌진했다.
* * *
그 직전, 데미안은 눈을 떴다. 처음에는 꿈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두 눈을 연신 깜빡이며 주변의 풍경을 하나씩 인지했다.
가장 먼저 지붕이 있는 넓은 마차의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마차는 덜컹거리며 달리고 있었다.
마차의 안에는 데미안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다들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맞다. 아몬드 백국으로 가는 중이었지.’
거기까지 인지하고 나서야 데미안은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말이다.
데미안은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댄 뒤, 아몬드 백국으로 향했었다.
‘아몬드 백국까지 오래 걸릴 게 뻔해서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지.’
아몬드 백국은 마카다미아 왕국에 붙어 있는 곳이었다.
본래 아몬드 백작가는 마카다미아 왕국에 소속되어 있는 가문이었다.
그러다 마스터를 배출해 낸 것을 계기로 마카다미아 왕국으로부터 많은 권리를 받아 내고 백국으로 독립을 했다.
애플 왕국과 마카다미아 왕국은 거리가 굉장히 멀었기에, 말보다는 행상인의 마차에 얻어타는 게 움직이기 편했다.
이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애플 왕국에서 아몬드 백국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끄으으응…….”
데미안은 기지개를 켰다.
별 시덥잖은 꿈을 꾸기는 했지만 그래도 푹 잔 덕분에 몸은 개운했다.
만약 말을 끌고 왔으면 이렇게 편하게 오지 못했으리라.
‘하필 꿈에 가스달이 나타날 줄이야.’
방금 데미안이 꿨던 꿈은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일이었다.
가스달은 도르고의 총애를 받는 데미안을 매번 질투하고 시비를 걸었다.
그게 폭발한 사건이 앵화 기사단 건이었다.
가스달이 먼저 앵화 기사단을 처치하겠다고 나섰으나 도르고는 이 일을 데미안에게 맡겼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가스달이 데미안을 앞질러서 앵화 기사단을 전멸시키고 데미안을 공격한 것이다.
‘주제 파악도 못 하는 머저리긴 했지만…… 위험한 놈이었지.’
대마법사 혹은 대흑마법사는 마스터 클래스와 동등한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초월했다는 의미에서 동등하다는 뜻이었다. 전투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스터 클래스가 훨씬 강했다.
하지만 모든 대마법사가 마스터 클래스보다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중에는 연구를 거듭하여 마스터 클래스와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전투력을 손에 넣는 이들도 있었다.
가스달이 바로 그랬다.
멸망전쟁 당시, 가스달이 지니고 있던 무력은 어지간한 마스터 클래스로는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단 중 하나인 앵화 기사단을 정면에서 박살을 냈을 정도였으니까.
‘살려 둬서 좋을 게 없는 놈이야.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
물론 아직은 성장 중이었기에 그런 무력을 손에 넣지는 못했으리라.
하지만 언젠가 그만한 힘을 얻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도르고에 이로운 인물이 될 자는 사전에 제거하는 편이 당연히 좋을 테니.
그렇기에 데미안은 이번에 반드시 가스달을 죽일 생각이었다.
데미안이 속으로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푹 잤는가?”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앞니가 몇 개 빠져 있는 게 조금 위태롭게 보였다.
“예, 모처럼 푹 잤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에 데미안은 대충 대꾸했다.
“자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더군. 그나저나 젊은 친구도 아몬드 백국의 유적지를 탐색하려는 건가?”
전생에도 이 시기에 아몬드 백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유적지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유적지들은 이미 탐사가 모두 끝나 대중에게 개방된 후라 얻을 게 없었다.
하지만 아몬드 백국의 유적지는 달랐다. 최근에 발견된 곳이기에 아직 많은 유물이 쌓여 있었다.
“그렇습니다. 듣자 하니 유적지로 가면 일확천금을 만질 수 있다고 해서요.”
데미안의 말에 중년 남성이 두 눈을 빛냈다.
“정확히 알고 있군. 유적지가 어떤 곳인가.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장난감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곳이지 않은가.”
중년 남성은 신이 나서 설명했다.
“고대의 서적이나 유물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부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지. 혹시라도 유물검을 찾기라도 한다면…… 진짜 인생이 달라지는 걸세.”
데미안은 중년 남성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다.
데미안의 목적은 유물을 얻기 위해서 유적지를 탐사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직 가스달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전생에 가스달은 아몬드 백국에서 자신의 군대를 크게 강화시켰다.
유적지를 탐사하기 위해서 찾아온 용병과 탐험가들을 죽여서 흡수시키고, 마지막에는 아몬드 백국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몰살시키고 군단으로 만들었다.
‘가스달은 분명히 유적지 내부에 숨어 있을 거다.’
가스달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힘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유적지 내부밖에 없었다.
“그런데 젊은 친구는 이름이 뭔가?”
중년 남성의 물음에 데미안은 잠깐 고민했다.
아몬드 백국에서는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괜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가 가스달의 경계심을 사게 되면 추적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가스달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본명을 썼다가는 골치 아파지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명예성기사의 자격증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었다.
“빅터라고 합니다.”
“빅터라…… 흔하긴 하지만 좋은 이름이로군.”
“선생님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나는 티에보라고 하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사내가 주먹으로 마차의 바닥을 쾅 내리쳤다.
“거기 두 사람. 여기 전세 냈어? 조용히 하지 못해?”
사내의 말에 티에보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뭐? 유물검을 찾아내서 인생을 바꿔? 헛소리하고 있군. 유적지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댁처럼 비실비실한 사람이 탐사할 수 있을 줄 알아?”
그리 말하며 사내가 티에보를 조롱했다.
‘뭐, 맞는 말이긴 하군.’
데미안은 속으로 사내의 말에 동의했다.
유적지는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내부에 함정과 전투형 골렘들이 넘쳐나는 장소였다.
상당한 무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발도 들일 수 없는 곳이 바로 유적지였다.
“괜히 들어갔다가 치워야 할 시체를 늘리지 말고 잠자코 돌아가는 게 어때?”
“지, 지금 할 말 다했나!”
티에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사내의 옆에 있던 두 남성이 무기에 손을 올렸다.
그 살기등등한 눈빛에 티에보는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겁쟁이 같으니.”
그런 티에보의 행동에 사내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놈. 빅터라고 했냐?”
다음으로 사내가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이는 바로 데미안이었다.
“내가 봤을 때는 너도 별반 다르지 않아. 젊은 나이에 뒤지고 싶지 않으면 유적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사내의 말에 두 남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데미안은 사내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것을 고민했다.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은 참아도 자신을 욕하는 걸 참을 수는 없었다.
세 사람을 동시에 박살 내기 위해서 마차 내부의 지형과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한창 움직이던 마차가 우뚝 멈췄다.
“다들 내리십쇼. 이곳에서 야영할 예정입니다.”
마부가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말했다.
* * *
마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사내와 두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그 바람에 데미안은 응징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데미안은 나중을 기약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다른 마차에서도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전에 말했지만 우리는 댁들을 태워다 줄 뿐이우. 식사는 다들 알아서 해결하시구려.”
마부는 그 말을 남기고 행상인들 쪽으로 향했다.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옹기종기 모여서 의논을 했다.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 함께 할 거니까 식사 당번을 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티에보의 의견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게 됐군.’
데미안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은 의견이었다.
데미안은 이미 긴 여행에 대비해서 각종 음식을 아공간에 챙겨 온 상태였다.
그러니 굳이 귀찮게 식사당번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당번이라고? 그런 귀찮은 짓을 우리가 할 것 같아?”
그때, 데미안에게 시비를 걸었던 세 남자가 화가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세 명은 따로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거요?”
티에보가 용기를 내서 묻자, 사내가 피식 웃더니 등에 메고 있던 참마도를 뽑아 들었다.
참마도의 표면에 오러가 맺혔다. 사내가 참마도를 휘두르자 땅바닥이 길게 갈라졌다.
“우리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냐고? 그거야 간단한 방법이 있지.”
사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티에보를 포함한 다른 여행자들은 시선을 외면했다.
“이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가져오란 말이야. 알았어?”
사내가 참마도를 등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톡톡.
굉장히 청량하지만 묘하게 거슬리는 소리가 세 사람을 붙잡았다.
사내는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데미안이 육각형의 몽둥이로 손바닥을 통통 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그거 그만하지 못해? 시끄러워 죽겠잖…….”
“귀찮을 뻔했는데 잘됐네.”
데미안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희들을 성실하고, 협조적인 사람으로 갱생시켜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