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2화(132/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2화
132화 아몬드 백국 (2)
“방금 뭐라고 지껄였는지? 다시 한번 말해 볼래?”
사내의 물음에 데미안이 딱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런…… 귀까지 어두울 줄이야. 걱정 마. 겸사겸사 사람 말을 즉각 알아들을 수 있도록 교육시켜 줄 테니 말이다.”
데미안의 말에 사내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동료들을 돌아봤다. 동료들도 비웃음을 흘렸다.
다음 순간, 사내가 참마도를 휘둘렀다. 오러가 맺힌 칼날이 번뜩였다.
데미안이 몽둥이로 참마도를 받아치려 하자,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이 멍청한 새끼! 그딴 걸로 오러를 막아 낼 수 있을 줄…….”
데미안이 몽둥이를 비틀었다. 그러자 참마도의 궤적이 바뀌었다.
사선으로 내리꽂히던 참마도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 바람에 사내의 손에서 참마도가 쑥 빠져나왔다.
“어……?”
사내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텅 빈 손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데미안은 대답 대신 몽둥이로 사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끄웩!”
비명과 함께 사내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입에 거품을 물며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혀, 형님!”
“감히 형님께 손을 대다니!”
두 남성이 무기를 빼 들고 데미안에게 달려들었다. 이들도 보통 실력자가 아닌지 무기에 오러가 맺혀 있었다.
“학습이라는 걸 모르는 놈들이군.”
데미안이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치자 이번에도 무기의 궤적이 틀어지더니 손아귀에서 쑥 빠져나갔다.
“어?”
“어라?”
데미안이 그들의 머리를 몽둥이로 한 대씩 내리쳤다. 두 사람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끄, 끄아아악…… 내 머리…… 내 머리이이…….”
“아아악! 머리가! 머리가 깨진 거 같아!”
“어, 엄마…… 엄마아아…….”
세 사람은 각자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토해 냈다. 그들을 바라보며 데미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멀쩡한데 웬 엄살이냐.”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세 사람은 자신들의 머리가 깨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이, 이게 무슨…….”
“부, 분명히 두개골이 깨진 줄 알았는데……?”
당황해하는 세 사람에게 데미안이 다가갔다. 몽둥이로 손바닥을 탁탁 때리며 말했다.
“반성의 시작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셋 다 복창한다. 다시는 알량한 힘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지 않겠습니다.”
“누가 그런 개소리를 따라할 줄…….”
데미안은 즉시 세 사람의 정수리를 몽둥이로 후려쳤다. 이번에는 한 대가 아니라 두 대였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크허어억!”
세 사람은 머리를 붙잡고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네 대다.”
살벌한 경고에 세 사람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도 모르게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복창한다. 다시는 알량한 힘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지 않겠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소리쳤다.
“다, 다시는 알량한 힘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지 않겠습니다!”
우렁찬 대답에 데미안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갱생할 자세가 갖춰졌군.”
* * *
중년 남성, 티에보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평생을 삼류만도 못한 용병으로 살아왔다. 그래도 본 것은 많았기에 오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무기 한 자루로 수십 명을 학살하는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어허, 속도가 느리다?”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한 사람에게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름이 뭐냐?”
“아, 옙! 저는 알렉산드로비치 아센코 르바이너라고 합니다!”
“너무 길다. 너는 1호, 쟤는 2호, 저놈은 3호다.”
아니, 꼼짝을 못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눈치를 보면서 쩔쩔매고 있었다.
“목이 좀 마른데.”
빅터가 목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티에보는 그 말을 듣고 냉큼 물통을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티에보의 행동에 빅터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수통을 받았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티에보라고 순순한 호의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었다.
이 남자였다.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 줄 귀인이자, 동아줄이 되어 줄 남자였다.
“뭐, 감사하게 마시겠습니다.”
빅터가 수통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티에보는 빅터의 옆에 찰싹 붙어서 아부를 떨었다.
“정말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고작 몽둥이로 오러가 실린 검을 흘려보내시다니!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빅터는 대꾸하지 않고 물만 들이켰다. 그래도 티에보는 기가 죽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라고 들어보셨죠? 최근에는 하이클래스에 올랐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들려오던데…… 그 남자도 빅터 님처럼 싸우지는 못할 겁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티에보는 진짜로 빅터가 데미안 학센보다 강한지 어떤지 알지 못했다.
어차피 지금은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빅터의 환심을 사는 게 우선이었다.
“앞으로 불편한 일이 있으면 절 불러주십시오! 저 티에보, 성심성의껏 빅터 님을 모시겠습니다!”
티에보는 진심을 담아서 소리쳤다.
“뭐, 정 그렇고 싶다면 어쩔 수 없고.”
그 이후로 데미안의 여행길은 급격하게 편해졌다.
자잘한 일들은 티에보와 1, 2, 3호가 해결해 준 덕분이었다.
식사 당번은 물론이고 잠자리를 펴는 간단한 일들까지 모두 네 사람이 수달을 들어줬다.
“빅터 님께서는 단체 활동을 강조하셨으면서 왜 아무것도 안 하시는…… 컥! 크억!”
도중에 1호가 소소한 반항을 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다시 ‘갱생’시켜 버리면 될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데미안을 태운 행상인 무리가 백국에 도착했다.
* * *
오랜 여행길에 도착한 백국은 굉장히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용병과 모험가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즐비했고, 그들에게 무기와 약품을 파는 상인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사람이 많군.”
“그렇죠? 원래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유적지가 공개된 이후로 이렇게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데미안의 옆에서 티에보가 설명했다.
그때,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남성이 기사들을 이끈 채 데미안의 앞을 지나갔다.
“귀족도 있는 모양이지?”
“유적지는 돈이 되니까요. 인근 귀족들은 물론이고, 먼 이국의 귀족들까지 모여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돈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방금 지나간 귀족은 굉장히 부유해 보였다. 유적지처럼 위험한 장소를 굳이 탐험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 예리한 안목이십니다. 사실 대다수의 귀족은 돈보다는 프리제 영애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프리제 영애?”
데미안이 모르는 정보였다.
“이곳 백작가의 전대 가주가 마스터 클래스였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지. 그 덕분에 백작령에서 백국으로 독립했잖아.”
“그 백작이 사망한 이후, 장녀인 프리제 영애가 백국을 맡게 되었죠. 유적지의 개방을 결정한 사람도 바로 프리제 영애라고 합니다.”
티에보의 설명이 이어졌다.
“영애의 말에 의하면 전대 가주가 유적지를 탐색하다가 특이하게 생긴 ‘유물검’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함정이 발동하는 바람에 손에 넣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데미안은 티에보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서 프리제 공녀가 그 유물검을 발견하고 가지고 오는 자와 혼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귀족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지요.”
상당히 호기심이 동하는 이야기였다.
프리제 공녀와 결혼한다면 백국의 가주가 되는 건 물론이요, 그녀의 미모 또한 훌륭하다는 평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귀족이 몰릴 요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물론 데미안은 혼인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유적지에 유물검이 있다는 사실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지이이잉.
그때, 허리춤에서 여명이 검명을 울렸다. 마치 데미안에게 항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쩌겠냐. 좋은 무기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걸.’
지잉?
데미안의 말에 여명이 이젠 짧게 울었다. 마치 삐진 듯했다.
“유적지로 가 보자.”
“예? 설마 벌써 들어가시려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입구만 구경해 보려고.”
“저…….”
그때, 힘없는 목소리가 데미안을 붙잡았다.
1, 2, 3호가 초췌한 얼굴로 서 있었다.
백국까지 오는 내내 세 사람은 데미안에게 골수까지 부려 먹혔다.
데미안의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밤새 귀뚜라미를 잡은 적도 있었고, 신선한 고기가 먹고 싶다는 이유 때문에 숲을 뛰어다니며 짐승을 사냥한 적도 있었다.
“저, 저희는 이제 가 봐도 될지…….”
1호가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2호와 3호도 똑같이 행동했다.
“가긴 어딜 가? 아직 갱생이 끝나지 않았잖아.”
데미안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비, 빅터 님!”
세 사람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의 신발이라도 핥을 기색으로 애원했다.
“저, 저희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결심했습니다!”
“제, 제발 한 번만 자비롭게 용서를 해 주시면 새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약속드립니다!”
세 사람의 애원에 데미안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그 말 진짜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가 봐. 다시는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데미안이 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세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데미안은 세 사람이 사라지자 티에보에게 말했다.
“그럼 입구로 가 보자.”
* * *
유적지는 백작성의 뒤에 위치해 있었다.
본래 숲이었지만 유적지를 개방하면서 나무를 모두 잘라 낸 뒤, 전초기지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유적지로 통하는 문인 것 같습니다.”
티에보가 정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대한 철문이 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유적지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인데 정말 특이하게 생겼군요.”
티에보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철문을 살펴봤다. 그에 비해서 데미안은 무덤덤해 보였다.
사실 데미안이 유적지에 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도르고와 함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해 본 적이 있었다.
“비켜! 사람이 죽어 가고 있어!”
그때, 입구에서 네 사람이 들것을 들고 튀어나왔다. 들것 위에는 한 남성이 큰 부상을 입은 채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티에보가 짧게 혀를 찼다.
“쯧쯧, 본인 역량에 맞지 않게 깊은 곳까지 들어갔나 봅니다. 저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티에보가 한심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유적지에 따라서 위험도가 다른데 백국에 있는 유적지는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합니다. 10명이 들어가면 2명이 살아서 돌아올까 말까 한다던데요.”
그 말에 데미안은 이상함을 느꼈다. 생환율이 낮아도 너무 낮았던 것이다.
도르고와 탐사했던 유적지 중에서 그 정도로 위험했던 장소는 흔치 않았다.
게다가 그렇게 위험한 유적지는 모두 입구부터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역시 저 안에 가스달이 있는 모양이군.’
아마 사망자의 대부분은 진짜로 유적지에서 죽은 게 아니라 가스달에 의해서 납치를 당했으리라.
유적지 내부에 마련된 비밀공간에서 실험체로 쓰이거나, 가스달의 군단을 강화시키기 위해 재료로 소모된 게 틀림없었다.
‘가스달, 조금만 기다려라. 빨리 찾아서 죽여 주마.’
데미안이 입구를 바라보며 살의를 불태울 때였다.
“뭘 보고 계신…… 아하, 고대문자를 보고 계셨군요.”
티에보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유적지의 입구에는 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다.
“특이한 문자죠. 마법사들이 해석하려고 계속 노력 중인데.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합니다.”
어느새 티에보가 다가와서 재잘거렸다.
“그거 아십니까? 유적지는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문자를 조작하면 비밀공간이 열리기도 한다더군요.”
티에보가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고대문자를 해석할 수 있으면 유적지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데미안은 입구에 있는 문자를 다시 쳐다봤다.
<┗╋┓┣━┳┣┓>
사실 데미안은 저 문자가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산들바람 명인의 공방>
해석하면 이런 뜻이었다.
데미안이 고대문자를 알고 있는 이유는 모두 도르고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도르고는 고대문자를 완벽하게 해석할 줄 알았다.
도르고가 사용하는 흑마법 중에도 고대문자를 사용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도르고가 데미안에게 흑마법에 대한 지식을 주입할 때, 고대문자도 자연스럽게 같이 입력된 것이다.
도르고는 심복들에게조차 고대문자를 알려 주지 않았으니.
아마 이 세상에 고대문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존재는 도르고와 데미안, 단 둘뿐이리라.
‘명인의 공방이라…….’
도르고와 몇 번 유적지를 탐사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명인의 공방이라 적힐 정도면 보통 유적지가 아니었다.
명인이 제작한 특수한 병기들이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스달만 생각했지. 유적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굉장한 보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