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3화(13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3화
133화 유적지 (1)
“그럼 빅터 님, 이만 돌아가시죠. 괜찮은 숙소를 찾으려면 지금부터 움직이셔야 해가 지기 전에 침대에 누울 수 있으실 겁니다.”
티에보의 말에 데미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당장 유적지에 들어간다.”
“예……? 저, 저 위험한 곳을 준비도 갖추지 않고 들어가시겠다고요?”
데미안은 티에보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철문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티에보의 얼굴에 갈등이 떠올랐다.
“젠장,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티에보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데미안을 따라갔다. 두 사람은 철문을 지나서 유적지로 발을 들여놓았다.
유적지의 내부는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작았던 철문과 달리 안쪽은 굉장히 넓은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벽과 바닥, 심지어 천장까지 모두 맨들맨들했다. 어떤 재료를 썼는진 모르겠지만, 석재를 깔아서 만든 현대의 건물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곳이 유적지로군요…….”
티에보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입구만 들어와도 알 수 있었다. 고대 문명이 얼마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말이다.
두 사람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조금 걷다 보니 양옆으로 다른 방과 이어져 있는 입구가 나타났다.
<┻┓┣┫┗┛>
방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이런 문자가 적혀 있었다. 해석하면 ‘경비용 장비 보관소’였다.
데미안은 보관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땅에 고정되어 있는 길쭉한 벤치만 몇 개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런 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이미 다른 탐사자들이 싹싹 긁어 갔을 테니까요.”
티에보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이니만큼 가장 많은 손길이 닿았을 테니 텅 비어 있는 게 당연했다.
“뭔가를 찾으려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럼 위험하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추심이…….”
데미안은 티에보의 말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벽면에 적힌 글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해석해 보니 <장비 보관함>이라는 뜻이었다.
고대 문자로 이렇게 적혀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벽만 보일 뿐이었다.
데미안은 전생에 도르고와 유적지를 탐사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히 마력을 흘려보내서 작동시켰지.’
데미안이 벽을 더듬었다. 마력을 주입하며 장비 보관함을 열 방법을 찾았다.
‘생각보다 어렵군.’
마력을 어디로 얼마나 주입해야 하는지. 전부 데미안의 능력으로 알아내야 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벽면이 좌우로 벌어졌다. 그리고 장비 거치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어? 어어어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티에보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데미안은 보관함을 살폈다.
아쉽게도 남아 있는 물건은 많지 않았다. 투구 하나만 거치대에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아마 고대에 유적지를 지키던 경비원이 사용하던 투구이리라.
현대에 제작되는 투구들과 달리 각지거나 뾰족하지 않고 둥글둥글했다. 완벽한 구체를 보는 듯했다.
또한 안면을 보호할 수 있는 가드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구조였다.
‘유적지의 구조를 표시해 주는 지도가 있을 줄 알았는데.’
데미안은 경비원들이 사용하던 장비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보기에만 특이할 뿐, 대단치 않았기 때문이다.
유물이라 할지라도 하급품은 지금 제작되는 장비들과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형태가 특이하고, 훨씬 단단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아마 이 정도 투구는 여명으로도 쉽게 쪼갤 수 있을 터였다.
‘고위직이 사용하던 물건이라면 모를까. 이건 나한테 필요 없지.’
유적지에서 나온 장비는 상등품으로 올라갈수록 성능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고도의 기술, 뛰어난 성능, 강력한 위력.
사람들이 유물이라고 하면 흔히 가지고 있는 인식들은 모두 고위직이 사용하는 상등품에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이런 하등품이라 해도 비싸게 팔린다고 하니…… 일단 가져가 볼까?’
데미안이 경비용 투구를 들어서 티에보에게 내밀었다.
“잘 가지고 있어.”
“예, 옙!”
티에보는 그렇게 말하며 황급히 투구를 받았다. 배낭을 열어서 넓은 천을 꺼낸 뒤, 그것으로 투구를 감싸고 등에 멨다.
그 뒤로도 데미안은 세 군데의 보관소를 더 살펴봤다.
보관소에 숨겨져 있던 보관함을 열어서 남아 있던 물건들을 싹싹 긁어모았다.
덕분에 데미안은 경비복 한 벌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지도를 찾지 못한 게 뼈아프군.’
데미안의 첫 번째 목표는 가스달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지도가 있었으면 가스달이 숨어 있을 만한 지점을 추론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다른 층에 있을지도 몰랐다.
“아래로 내려가자.”
“옙!”
데미안의 말에 티에보가 경비복을 짊어진 채 소리쳤다.
* * *
지하 1층이 크고 길쭉한 복도로 되어 있었다면 지하 2층은 넓은 공동으로 되어 있었다.
공동의 벽에는 각각 입구가 하나씩 뚫려 있었다.
‘3층 입구, 휴게실, 지급품 창고라고 적혀 있군.’
데미안은 입구에 적힌 글씨들을 하나씩 읽곤 어디로 먼저 갈지 고민했다.
‘지급품 창고가 좋겠군. 경비원들에게 나눠 주려던 지도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
데미안은 티에보를 데리고 창고로 향했다.
입구를 통과하자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를 한참 걷자 중간중간 각기 다른 창고로 통하는 문이 나타났다.
하나씩 들어가 봤지만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만 굴러다녔다.
두 사람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창고에 도달했다. 이곳 역시 남아 있는 물건은 없었다.
“다들 집요하게 긁어 갔네요. 아무 것도 남아 있질 않습니다.”
티에보가 경비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힘들었는지 근처에 있는 상자 모양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군.’
혹시 따로 열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싶어서 살펴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지급품 창고에도 지도가 없군…… 그렇다고 휴게실에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데미안이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두 분께서는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창고의 입구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사슬 갑옷을 입고 있는 청년이 보였다.
청년의 갑옷 위에는 커다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티에보가 데미안에게 속삭였다.
“빅터 님, 백국의 문양입니다. 아무래도 백국의 병사인 듯합니다.”
“백국의 병사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제가 듣기로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백국의 병사들이 주기적으로 유적지를 순찰한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속삭이는 사이, 백국의 병사가 창고 안쪽으로 들어왔다.
“딱 보니까 두 분 다 최근에 백국으로 오셨나 보죠? 그래서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 중이고요?”
“젊은 친구가 안목이 대단하구만. 보다시피 그렇다네.”
티에보가 넉살 좋게 말했다. 그런 티에보의 말에 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기는 둘러보셔도 얻으실 게 없을 겁니다. 뭔가를 찾으시려면 최소 4층까지는 내려가셔야 해요.”
병사의 말에 티에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깊이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쓸 만한 유물을 찾으려면 5층까지는 내려가야 할 겁니다.”
“허어…… 그럴 수가.”
티에보가 짧게 한탄했다.
“빅터 님,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내일 다시 도전하는 겁니다.”
“그게 좋을 거예요. 유적지는 굉장히 위험하니까요.”
병사가 두 사람에게 설교하듯이 말했다.
“게다가 이런 저층에 있다고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방심하셨다가는 큰일 나실지도 모릅니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
티에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저층에서 죽은 사람도 제법 많거든요.”
“그게 무슨 소린가? 여기는 이미 탐사가 다 끝나서 안전하지 않은가?”
유적지가 위험한 이유는 내부에 남아 있는 함정과 고대 골렘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2층은 탐험가들이 쥐잡듯이 뒤진 곳이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대신, 위험요소도 없었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까지 이곳에서 꾸준히 시체가 발견되고 있거든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보통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위험할 일이 없는데 그런 사건이 발생하다니 말이다.
“혹시 용병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을 빼돌린 게 아닌가?”
“저희도 그쪽으로 의심하고 조사 중입니다만…… 어쨌거나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조심해주세요.”
“난 왜 실종 사건이 벌어지는지 알 것 같군.”
문득,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병사가 놀라서 물었다.
“혹시 범인을 보셨나요? 아니면 증거라도?”
병사의 물음에 데미안이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예? 왜 그러십니까?”
백국의 병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 순간, 데미안이 여명을 뽑아서 병사의 얼굴을 베었다.
여명에 베이기 직전, 병사가 머리를 뒤로 뺐다. 그 즉시 등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났다.
일개 병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비, 빅터 님!”
티에보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배, 백국의 병사를 건드리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 백국에서 지명수배라도 내리면…….”
데미안이 말없이 병사를 가리켰다. 티에보는 무심코 그쪽을 쳐다봤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병사의 얼굴이 찢겨져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근육과 핏줄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새하얀 두개골뿐이었다.
“으, 으아아악!”
티에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친 거와는 달리 데미안은 무덤덤했다.
데미안은 이미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언데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람과 말이 통하는 스켈레톤이라?’
당연한 말이지만 언데드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데드는 사람의 영혼을 비틀고, 박살 내서 만들어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온전한 지성을 갖추지 못한 개체가 대부분이었다.
저 언데드도 마찬가지였다. 지성을 갖추지 못한 것을 넘어서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유는 기억이 주입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곳에 가스달이 숨어 있는 게 확실하군.’
가스달이 사령술사로서 집중한 분야는 바로 사람의 기억이었다.
본래 기억이란 사람이 죽는 순간, 소실되기 마련이었다. 가스달은 그 기억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 연구 덕분에 탄생한 게 눈앞에 있는 언데드였다.
기억을 재생시킴으로써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는 언데드 말이다.
가스달이 자신의 군단을 강화시킨 방법도 기억과 연관이 있었다.
‘저층 살인 사건의 주범은 가스달의 언데드가 분명하다.’
아마 가스달은 층마다 언데드를 숨겨놨으리라.
탐험가들이 외진 곳으로 오면 언데드로 하여금 습격시킨 뒤, 영혼을 빼앗기 위해서 말이다.
백국의 병사로 위장시킨 것은 모험가들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얕은 수작인 듯했다.
“조, 조심…… 조심하시기…… 조심…… 조심하셔야…….”
젊은 병사가 고장 난 것처럼 말을 반복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주입된 기억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국의 병사.
아니, 스켈레톤이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선명한 오러가 순식간에 칼날을 뒤덮었다.
“조심하란 말이야!”
괴성을 내지르며 스켈레톤이 데미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 으아악!”
티에보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데미안은 티에보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스켈레톤으로부터 티에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뒤쪽으로 내던졌다.
그런 뒤, 스켈레톤을 베어 내기 위해서 여명을 움켜잡았다.
그때였다.
여명의 칼날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