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7화(13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7화
137화 경고 (1)
이기어검(以氣馭劍).
허공에 부유시킨 검을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자유롭게 다루는 것.
얼핏 듣기에는 비도술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기술이었다.
역사적으로 마스터 클래스 중에서 이기어검의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였다.
이기어검을 사용하려면 그에 관련된 경지를 손에 넣어야 했기 때문이다. 검성의 만류통찰이나 살망귀의 겁살검처럼 말이다.
이기어검과 관련된 경지는 굉장히 희귀하기 때문에 데미안조차 들어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다만, 날아다니는 검이 수십 명의 기사를 베었다거나 주인과 함께 협공을 했다거나.
이기어검에 대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재다능하고 위력적인 경지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기어검을 유물검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건가?’
아마 완벽하게 구현해 내지는 못했으리라.
마스터 클래스란 천재 중의 천재가 평생 동안 실력을 갈고닦아야만 간신히 오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런 마스터 클래스의 경지를 완전히 구현하는 것은 고대 문명의 기술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이기어검의 일화들을 생각하면 흉내를 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프리제 영애가 찾으려는 유물검이 이것인 모양이군.’
데미안이 종이를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안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두 기의 고대골렘이 데미안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막 오브테르 용병단을 몰살시키고 온 모양이었다.
“빅터 님! 고대골렘입니다!”
티에보가 뒤로 도망치며 소리쳤다. 데미안은 유물검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고 여명을 손에 쥐었다.
이번에 나타난 고대골렘들은 방금 전에 싸웠던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덩치도 더 컸지만, 무엇보다 들고 있는 무기가 달랐다. 한 놈은 도끼를, 다른 놈은 창을 들고 있었다.
데미안은 고대골렘의 무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돈 좀 되겠는데?”
데미안이 그렇게 말한 순간, 두 고대골렘이 달려들었다.
고대골렘이 간격에 들어오자마자 데미안이 여명을 크게 휘둘렀다.
여명이 반원을 그리며 고대골렘의 목을 연달아 베고 지나갔다.
머리를 잃은 고대골렘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어, 어라?”
티에보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비, 빅터님. 고대 골렘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약한 겁니까?”
먼저 돌진했으면서 데미안의 일검조차 피하지 못하고 목이 잘려 나갔다.
검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티에보가 보기에는 고대골렘들은 그냥 목을 내준 것처럼 보였다.
“그럴 리가 있겠냐. 내 검이 너무 빨라서 얘들이 반응도 못 한 거지.”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얼핏 들으면 재수 없을지도 모르는 소리였지만 티에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데미안이 얼마나 강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보다 어서 이놈들을 실어라. 이제 안으로 들어가 봐야지.”
데미안의 말에 티에보는 바쁘게 움직였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5층의 구석구석 탐사했다.
연구원들의 사무실이라 그런지 다양한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적은 물론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설계도, 제작 중인 장비들까지.
안타깝게도 장비들의 경우에는 너무 오래 방치되어서 망가진 것들이 대다수였다.
‘이래서 유적지를 발견해도 좋은 물건을 찾기 힘든 거지.’
유적지는 까마득한 과거에 존재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물은 망가지거나 파괴되어 있었다.
그래도 수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멀쩡하게 활용될 유물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녔는데. 아무도 만나지 못할 줄이야.’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소리와 가끔 공기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피비린내로 봐서 5층에 사람이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5층이 워낙 넓은 탓에 만나지는 못했다.
‘이 정도 조건이면 가스달이 나타날 만한데.’
데미안의 추측과 달리 가스달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째서지? 설마 날 경계하고 있는 건가?’
데미안이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비, 빅터님…… 더 이상 실을 수가 없습니다.”
뒤에서 티에보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티에보가 짊어지고 있는 지게에는 데미안이 찾아낸 유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오늘은 돌아가도록 할까.”
더 있어 봤자 가스달이 나타날 것 같지 않았기에 데미안은 귀환을 결정했다.
* * *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 저것 좀 보십시오. 저렇게 많은 유물은 처음 봅니다.”
“5층을 탐사한다고 나대는 세력들도 기껏해야 무기 한두 개를 찾아내는 게 고작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사람들은 티에보의 지게를 보고 경악했다.
“저, 저기 아래에 깔려 있는 고대골렘! 저거 혹시 대장급 아닙니까?”
“에이, 설마…… 대장급이면 미들클래스 기사들도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것들인데 겨우 두 명에서…… 아니, 잠깐만 대장급이 맞잖아?”
그들의 입장에서 티에보의 지게는 보물창고나 다름이 없었다.
다들 몰려들어서 지게에 실린 물건들을 살펴보며 감탄하기 바빴다.
“손상이 전혀 없는 대장급 골렘이라니. 마법사들이 보면 환장을 하겠어.”
“마법사들만 그러겠나? 대장급 고대골렘이 사용한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기사들이 저 무기를 얼마나 탐내는데.”
하지만 첫날과 달리 흥정하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고대골렘 세 체와 조우하고도 살아남다니…….”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어제 보십시오. 헤이든 경을 개처럼 패 버렸잖습니까.”
어제 있었던 사건 때문에 다들 데미안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데미안은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세 명의 남성이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세 명 모두 갑옷을 입고 있는데다 상당한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기사들이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데미안이 세 명을 향해서 말했다. 그러자 가운데에 있던 남성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큼직한 안경을 쓰고, 머리에는 체크무늬 빵모자를 쓴 남자였다.
“나는 더플리스 경을 모시고 있는 산체스라고 하오.”
기사, 산체스가 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상당히 거만해 보이는 태도였다.
데미안은 그런 산체스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자, 산체스가 재차 말했다.
“더플리스 경을 모시고 있다고 했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무슨 용무인지나 말해라.”
데미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산체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더플리스 경의 이름을 듣고도 예를 갖추지 않다니 듣던 대로 건방진 남자로군. 뭐, 좋소. 나도 그대와 길게 말을 섞기 싫으니 더플리스 경의 말씀만 짧게 전하고 가겠소.”
산체스가 코트 안쪽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쳤다.
“나, 더플리스는 어제 사건 때문에 크게 분노했다. 그대가 헤이든 경에게 선사한 굴욕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목을 베어 내고, 그 시체를 돼지의 먹잇감으로 줘도 부족하다.”
살벌한 내용에 주위의 사람들이 안색을 굳힐 정도였다.
정작 당사자인 데미안만 심드렁한 얼굴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그대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노라. 본인은 인재를 허망하게 소비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그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날 찾아와서 잘못을 고하고,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봉사하도록 하라. 그럼 죄를 용서해 주겠다.”
산체스는 두루마리를 다시 돌돌 말아서 품에 넣었다. 그리고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마음씨가 바다처럼 넓은 분이 아니오? 그대와 같은 죄인을 용서해 주시겠다고 하시다니. 더플리스 경은 역시 귀족의 귀감이자 섬길 가치가 있는…….”
“가지 않겠다면?”
데미안이 산체스의 말을 자르며 물었다. 말이 끊어진 게 불쾌했는지 산체스는 데미안을 가만히 노려봤다.
“왜 그런 것이 궁금한지 모르겠소만…….”
산체스가 데미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데미안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 더플리스 경께서는 그대를 망가트리기 위해서 모든 인맥을 동원하실 계획이오.”
“그래?”
“그렇소. 더플리스 경은 이 왕국에 단 두 명밖에 없는 하이클래스요. 그분의 인맥이 얼마나 넓을지 상상이 가시오? 그대 같은 떠돌이 검사는 직접 나서지 않고도 말려 죽일 수 있으시다오.”
산체스가 가소롭다는 얼굴로 말했다.
“유적지에 들어갔다가 눈먼 칼이 날아올지도 모르오. 유적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지될지도 모르지. 밖에서도 편하게 쉬지 못할 거요.”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산체스의 얼굴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일을 겪기 싫다면 얌전히 더플리스 경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산체스 딴에는 최대한 무섭게 경고를 한 것이겠지만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귀찮기만 했다.
‘가스달을 찾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별 잡놈이…….’
겨우 하이클래스의 경지로 이런 협박을 하는 것부터가 어이가 없었다.
‘내가 하이클래스라는 걸 공개적으로 밝힐 순 없는데.’
마스터 클래스만큼은 아니지만, 하이클래스도 각 국가에 수 명만 존재할 만큼 상당히 희귀했다.
데미안이 하이클래스라는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정체가 들통날지도 몰랐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데미안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만 이걸 잘 이용하면 가스달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가스달은 지금 연구에 사용할 영혼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수한 전사의 영혼이 필요할 터.
‘가스달의 성격이라면 심층에 처박혀 있어도 외부의 정보를 수집할 방법을 한두 개쯤 마련해 놨을 거다.’
더플리스 파벌과 충돌하게 되면 데미안의 명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럼 가스달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겸사겸사 더플리스를 도발해서 유적지 깊은 곳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겠군.’
유적지라면 보는 눈이 없으니 얼마든지 더플리스를 박살 내 버릴 수 있었다.
“왜 대답이 없는 것이오?”
산체스의 물음에 데미안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대답이 듣고 싶은 모양이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군. 빨리 대답하시오. 더플리스 경의 자비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몽둥이를 꺼냈다.
그러자 산체스와 다른 두 명의 기사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걸 왜 꺼낸 거요?”
“아, 그게 궁금했나?”
데미안이 몽둥이로 손바닥을 팡팡 때리며 웃었다.
“이게 내 대답이라 그렇지.”
산체스와 두 명의 기사들이 황급히 칼자루를 움켜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미안의 몽둥이가 세 사람의 머리를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