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3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8화(138/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38화
138화 경고 (2)
빅터라는 남자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산체스는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빅터가 헤이든을 몽둥이 하나로 개박살 내 버렸다는 소식을 이미 듣기는 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플리스 휘하에는 헤이든보다 뛰어난 기사들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산체스처럼 말이다.
‘몽둥이 하나로 헤이든을 상대했다고? 조오금 힘들겠지만,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실력적으로는 빅터라는 남자가 자신보다 약간, 아주 약간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쪽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과 비슷한 급의 기사로 두 명이나 더 동행시켰다.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빅터라는 남자를 굴복시키고, 더플리스 경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올 자신이 말이다.
“……어?”
그 자신감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몽둥이를 본 순간 사라졌다.
막는 것은 고사하고, 반응할 수조차 없었다. 그 정도로 빠른 공격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버티면 그만이다. 다행히 빅터가 휘두른 몽둥이는 철제가 아니라 목제였다. 맞아 봤자 별로 아프지도 않을…….
“크헉!”
몽둥이가 머리를 강타한 순간, 극심한 격통이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뭐지? 이건?
짧은 의문과 함께 산체스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사람들이 수도 없이 밟고 지나간 더러운 진흙이 얼굴에 잔뜩 묻었다.
불쾌한 흙냄새가 비강을 타고 흘러들어왔지만 산체스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진짜 더럽게 아팠다.
너무 아파서 손으로 상처를 더듬을 겨를도 없었다. 그저 고통이 가시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으, 으아아악!”
어느 정도 고통이 약해지고 나서야 산체스는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얻어맞은 부위를 양손으로 마구 비볐다.
“머, 멀쩡하잖아?”
분명히 머리가 터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상처가 없었다. 이 괴이한 현상에 산체스가 당황해 하고 있을 때였다.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돌리자 빅터가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산체스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말을 꺼냈다.
“자, 잠깐만! 나, 나는 더플리스 경의 전령이오! 한 번만 더 날 건드린다면 더플리스 경과 척을 지겠다는 뜻으로 알아듣겠소!”
산체스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때리지 말라는 뜻에서 협박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했다.
“오? 정말이지?”
산체스는 불길함을 느끼면서도 한 번 더 강조했다.
“저, 정말이고 말고! 그대가 날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플리스 경께서 크게 진노…… 자, 잠깐만!”
빅터가 곧바로 몽둥이를 내리쳤다. 아까보다 훨씬 더 아팠다.
“왜, 왜 또 때리는…… 악! 끄아아악!”
게다가 이번에는 한 대만 때리고 끝나지 않고, 산체스의 몸 곳곳을 두들겨 팼다.
“저놈들도 일어났네?”
산체스뿐만 아니라 동행한 기사들까지 잊지 않고 두들겨 팼다.
그렇게 한참을 때리고 나서야 몽둥이가 멈췄다. 빅터는 이마의 땀을 닦아 내며 상쾌하게 말했다.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그 말에 산체스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함부로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그랬다가 빅터에게 또 얻어맞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때,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산체스는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험상궃은 얼굴의 남자가 두꺼운 갑옷을 입은 채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의 뒤로 백국의 문양을 달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백국 소속의 하이클래스.
도미니코가 나타난 것이다.
“도, 도미니코 경!”
산체스는 황급히 도미니코를 향해 달려갔다.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소리쳤다.
“저놈! 저 빅터라는 놈이 날 공격했소! 저 몽둥이로 나와 다른 기사들을 두들겨 팼단 말이오!”
산체스는 빅터를 가리키며 손을 덜덜 떨었다.
“이, 이는 지상에서는 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백국의 규칙을 어긴 것이니 당장 추방해야 하오.”
“그게 사실인가?”
“내 말이 믿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오!”
산체스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도미니코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이 자의 말이 사실인가?”
“어…… 저 남자가 먼저 몽둥이를 휘두르기는 했습니다.”
사람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빅터가 먼저 무력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동조해 주자 산체스는 더욱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보셨소? 어서 저 남자를 추방하시오! 그게 백국의 규칙 아니오!”
* * *
‘한심한 새끼.’
데미안은 산체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기사라는 것이 직접 되갚아 줄 생각은 못 하고 도미니코에게 매달리는 게 퍽 한심해 보였다.
그런 데미안에게 티에보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빅터 님, 빨리 해명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분위기가 좀…… 이대로 가면 추방을 당하실지도 모릅니다.”
“걱정 마라.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사실 도미니코는 아까 전부터 근처에 와 있었다. 데미안의 기감에 도미니코의 마력이 잡혔으니 확실했다.
하지만 도미니코는 데미안이 기사들을 두들겨 패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추방이라…….”
도미니코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저쪽은 한 명이고, 이쪽은 세 명이로군. 설마 3:1로 싸웠는데 얻어맞기만 한 것이오?”
도미니코의 말에 산체스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 그게 지금 뭐가 중요하단 말이오!”
“중요한 일이지. 그렇게 잘난척하던 더플리스의 기사들이 사실은 세 명에서 한 명도 이기지 못한다는 거니까.”
도미니코의 말에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도미니코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명백히 빅터가 불리한 싸움이었는데. 책임을 빅터에게만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징계는 내리지 않도록 하겠다.”
“도미니코 경! 설마 지금 저 남자를 편들겠다는 것이오?”
산체스가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 순간, 도미니코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겠다면?”
“뭐, 뭐요?”
“그러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도미니코가 기세를 발산했다. 그 거대한 기운에 산체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이 몸의 결정에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산체스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도미니코의 시선조차 견뎌내지 못한 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다.
“불만이 있냐고 물었다.
“어, 없소이다.”
산체스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도미니코가 살기를 거둬들였다.
“그럼 이제 서로 아무 문제도 없는 셈이군? 그럼 어서 꺼지도록 하게.”
산체스와 두 명의 기사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세 사람이 사라지자 도미니코는 데미안을 향해 말했다.
“유적을 탐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욕봤군.”
산체스를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오늘처럼 박살을 내 버리게. 내가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경비를 담당한다는 사람은 공정해야 하는 법 아닌가?”
데미안이 장난스럽게 묻자 도미니코가 크게 웃었다.
“저놈들도 백국에 와서 멋대로 굴고 있으니 나도 이 정도 억지는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네. 무엇보다 누가 나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겠나?”
하이클래스라면 그 정도 자격은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력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존재니 말이다.
“아직 순찰이 끝나지 않았으니 이만 실례하도록 하지.”
도미니코는 그리 말하며 수하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 * *
그 이후, 데미안은 여관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
유적지에서 찾은 유물들은 데미안이 묶고 있는 여관방에 보관하기로 했다. 아공간에 전부 집어넣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튿날, 데미안은 유적지 앞에서 티에보에게 말했다.
“네가 따로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데미안의 명령에 티에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따로 할 일이라뇨?”
“너는 오늘 하루 동안 백국을 돌아다니면서 유물들의 시세를 조사해 와라.”
그동안 유적지를 탐사하면서 유물들이 많이 쌓인 터라 슬슬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게다가 앞으로도 유물을 많이 발견하게 될 테니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시세를 말입니까?”
“그래, 우리가 구해 온 유물들뿐만 아니라, 다른 유물들에 대한 가격도 알아 와야 한다. 알겠나?”
“그거라면 맡겨 주십시오! 제가 정보를 모으는 일에는 또 빠삭합니다.”
티에보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애플 왕국에서 백국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했을 정도니 능력이야 확실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사해 줄 것이 있다.”
“또 무엇입니까?”
“유적지에서 언데드를 발견한 사람이 있는지, 마법에 관련된 시약을 주기적으로 매입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군.”
티에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런 게 왜 필요하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가스달의 동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가스달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가스달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빅터 님께서 유적지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완벽하게 조사를 끝내 놓겠습니다!”
티에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소리쳤다.
그의 배웅을 받으며 데미안은 유적지 안으로 들어갔다.
* * *
데미안은 곧바로 5층으로 향했다.
어제와 달리 5층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용병은 없었다. 오브테르 용병단이 전멸을 당한 탓인 듯했다.
덕분에 데미안은 별다른 마찰 없이 5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엇? 빅터 공?”
5층으로 내려오자마자 한 무리의 기사들과 마주쳤다.
기사들의 갑옷에는 백국의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유적지를 순찰 중인 듯 보였다.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데미안을 알아본 기사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다른 기사들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누군데 그래?”
“아, 너희들은 어제 없었지? 저 남자가 바로 빅터야.”
“빅터? 그 재수 없는 더플리스의 기사들을 몇 놈이나 때려눕혔다던 탐사자?”
데미안의 정체를 알자마자 기사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오늘도 탐사를 가시는 겁니까?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또 더플리스의 기사들이 나타나면 그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개박살을 내주십쇼!”
도미니코와 마찬가지로 백국의 기사들도 더플리스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문득, 데미안은 기사들이 끌고 있는 수레로 시선이 향했다.
수레에는 사람이 가득 실려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는지 미약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건 뭐지?”
“아, 이거 말입니까? 부상자들을 지상으로 운송하는 중입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잖습니까.”
5층처럼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부지하게 되다니 운이 좋은 놈들이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백국의 기사들은 데미안을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갔다.
데미안도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5층을 탐사할 계획이 없었다. 어제 돌아다녀 본 결과 가스달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데미안이 목표로 하는 곳은 바로 6층이었다.
5층의 규모는 굉장히 컸지만 지도 덕분에 금방 6층으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핵심 제작 시설이라.”
데미안은 6층의 입구에 적힌 고대문자를 쭉 읽었다.
“과연 중요한 장소가 맞긴 한 모양이야.”
데미안이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3기의 고대골렘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대골렘들이 깨어나 몸을 일으키며 데미안을 노려봤다. 어제 조우했던 대장급이었다.
이런 놈들에게 할애할 시간은 없었다. 데미안이 여명을 움켜잡으려던 찰나였다.
“그 녀석 얼굴이나 한번 볼까.”
데미안은 여명을 잡는 대신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 손을 넣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꺼냈다.
예전에 시체놀음의 연구실에서 손에 넣은 마도구였다. 오래된 물건인 탓에 중후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데미안이 가방을 좌우로 열었다. 내부에는 검은 어둠만 가득했다.
“나와라, 미야.”
어둠 속에서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튀어나왔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아보기 힘든 중성적인 외모.
그럼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얼굴.
“오랜만에 실력이나 한번 보자.”
시체놀음이 제작한 최후의 걸작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