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화
14화. 뱀사냥 (4)
교단의 병사들이 움직였다.
세바스찬과 세드릭 워커는 변변찮은 저항조차 못 하고 밧줄에 몸이 묶였다.
성기사의 명령에 순응한다기보다는 망연자실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
“……날 잡아들이겠다고?”
하지만 로버트는 달랐다.
로버트가 땅에 눕혀져 있는 할버트를 발끝으로 차올렸다.
허공에 떠오른 할버트를 낚아챘다.
“내가 순순히 잡혀 줄 듯싶더냐?”
“저항하면 죽습니다.”
“저항하지 않아도 죽겠지! 너희 교단이 얼마나 악독한 놈들인지 모를 줄 알았느냐!”
로버트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오러가 할버트를 뒤덮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자리에서 네년을 쳐죽이고 도망쳐 주마!”
로버트가 성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할버트를 높이 쳐들었다.
성기사의 눈동자가 가늘게 변했다.
주먹을 움켜쥐며 자세를 잡았다. 푸른 불길이 성기사의 몸을 뒤덮었다.
신기하게도 성가사가 입고 있는 로브는 불타지 않았다.
강풍이라도 부는 것처럼 펄럭일 뿐이었다.
“이놈!”
로버트가 할버트를 내리쳤다.
그보다 반 박자 빠르게 성기사가 주먹을 내질렀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성기사의 몸이 사라지더니 로버트의 코앞에 나타났다.
그 속도를 그대로 담아서 주먹을 내질렀다.
불길에 휩싸인 주먹이 흉갑을 강타했다.
“커억!”
흉갑이 찌그러지며 산산이 쪼개졌다.
로버트는 피를 토해 내며 뒤로 날아갔다.
‘어리석기는.’
성기사는 신앙심이라는 광기 아래에 평생 동안 가혹한 훈련을 받는다.
그것도 모자라서 신의 시련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위험한 임무들을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완성되는 성기사의 강함은 평범한 정식기사와는 격이 달랐다.
‘그나저나 이 여자…… 청염의 제자였군.’
청염(靑炎) 브리건딘.
교단의 최고전력이라 여겨지는 오대성인 중 한 명으로 무수히 많은 이단자를 때려잡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중에는 대륙공적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굉장히 강한 권사였지.’
전생에 데미안은 청염과도 싸워 본 적이 있었다. 명성에 걸맞은 강적이었다.
반나절이 넘게 겨루고 나서야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
데미안의 상념은 성기사의 목소리에 깨졌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어 성기사를 쳐다봤다.
“유란의 간부를 처단한 공로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큽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당신의 목적을 위해서 교단을 이용했지만 죄를 묻지는 않겠습니다.”
데미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검은뱀을 공격한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교단을 불러들인 거 아닙니까?”
이제 막 도착한 주제에 돌아가는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교단에서 늦게 도착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멀리서 날 지켜본 모양이군.’
데미안을 믿어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지켜보다가 개입한 것이다.
음흉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옛날부터 흑마법사들은 교단에 첩자를 심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아기토라는 놈은 저희 영지에 저주를 내린 것도 모자라서 제 가족을 모독했습니다.”
데미안의 말에 성기사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그러니 검은뱀 만큼은 제 손으로 처단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사정이라면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군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교단은 꽤 융통성 있는 집단이었다.
다만, 이단에 관련된 일이라면 눈이 뒤집힐 뿐이었다.
“아기토의 목에 걸린 현상금은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백 골드입니다.”
백 골드라면 작은 성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거금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상금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혹시 현상금 말고 현물로 받을 수는 없습니까?”
“가능합니다만 무엇을 바라십니까?”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데미안은 준비해 둔 답을 꺼냈다.
“교단이 보유한 마나연공법을 하나 받고 싶습니다.”
* * *
“이해할 수가 없군요.”
성기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혼자서 검은뱀을 몰살시킬 정도의 실력자가…… 마나연공법이 필요하다고요?”
성기사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제가 기초적인 마나연공법밖에 익히지 못해서요.
현재 데미안이 수련하고 있는 마나연공법은 용병 시절에 단장에게 배운 것이다.
기초 중의 기초적인 마나연공법인 터라 마력을 쌓는 속도도 느리고, 특수한 효능도 없었다.
“더 수준 높은 마나연공법을 익히기 위해서 알아보던 중에 기회가 생겼으니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데미안의 재능이라면 이 기초적인 마나연공법을 뜯어고쳐서 더 수준 높은 마나연공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데미안의 경험상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참고자료’가 있으면 훨씬 뛰어난 결과물이 나왔다.
“교단에 이단자들에게 압수한 물건들 중에는 마나연공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안전하다고 확인된 것들을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나연공법은 값이 무척 비쌀 뿐만 아니라 구하는 것조차 어렵다.
암시장에도 아주 가끔 경매로 올라올 뿐이다.
모처럼 교단과 연줄이 생긴 지금, 마나연공법을 얻을 생각이었다.
“……기초연공법으로 이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요?”
성기사는 좀처럼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데미안은 성기사에게 손목을 내밀었다.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다.
성기사는 데미안의 손목을 붙잡고 신성력을 흘려보냈다.
신성력이 데미안의 몸을 탐색했다.
잠시 후, 성기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사실이었군요…….”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성기사는 팔짱을 끼며 고민에 잠겼다. 데미안은 가만히 성기사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나연공법을 받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성기사가 말했다.
“성기사에 관심 없으십니까?”
* * *
“없습니다.”
데미안은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에 성기사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어, 어째서입니까.”
말까지 더듬는 것을 보아하니 제법 충격이 컸나보다.
“성기사는 신께 은총을 받아서 악인들을 처단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안타깝게도 데미안은 살면서 신앙심이라고는 단 1g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데미안이 성기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성기사는 교단의 사냥개일 뿐이잖아.’
성기사는 교단에 복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를 거부한다면 제명되고 종교재판에 넘겨진다.
“다시 한번 더 고민해 보십시오. 당신의 실력이라면 제 스승님께서도 관심을 가지실 겁니다.”
교단의 오대성인인 ‘청염’의 관심을 끌 수 있다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영광스러워 어쩔 줄 몰랐겠지만 데미안은 아니었다.
“저는 아직 신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신의 말씀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적당히 넘기기로 했다.
“……이토록 성스러운 말씀이라니. 제 귀가 트이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대충 지어낸 말이 성기사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성기사는 무척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교단을 찾아오시길 바랍니다.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마 데미안이 성기사가 되기 위해서 교단을 찾아갈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부탁하신대로 현상금 대신 마나연공법을 지급하겠습니다.”
성기사는 데미안의 부탁을 흔쾌히 허락했다.
청염의 제자라면 이 정도 부탁을 들어줄 힘은 충분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아기토의 흔적을 조사하기 위해서 교단에서 사람을 파견할 겁니다. 이들을 학센 자작가에서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데미안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사실 거절할 수 있는 부탁이 아니었다.
교단은 이단자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광인들이다.
거절했다가 괜한 의심을 받을지도 몰랐다.
“배려에 감사합니다.”
성기사는 두 손가락으로 허공에 두 선을 그었다. 교단의 인사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하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아그네스, 청염의 일대제자입니다.”
일대제자.
첫 번째로 들인 제자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전생에 청염의 제자들은 모두 이름을 널리 알렸었다.
하지만 그중에 아그네스라는 이름은 없었다.
‘이름을 알리기 전에 흑마법사들에게 살해당한 건가?’
데미안이라고 해서 미래를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다.
“아그네스 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데미안도 교단의 인사를 흉내 내며 말했다.
“참, 볼일을 마저 끝내도 되겠습니까?”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그런데 무슨 볼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데미안은 세드릭 워커에게 다가갔다. 세드릭 워커는 밧줄에 손이 꽁꽁 묶여 있었다.
데미안이 다가오자 세드릭 워커는 고개만 처든 채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개새끼가 왜 다가오고 지랄…… 컥!”
대뜸 데미안이 세드릭 워커의 복부에 발을 꽂아 넣었다.
세드릭은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엎어졌다.
“돼지 새끼라서 푹신푹신하네.”
“이, 이 미친 새…… 커억!”
데미안은 그대로 세드릭 워커를 짓밟았다.
고통이 심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는 곳만 골라서 때렸다.
이 자리에서 세드릭 워커가 죽으면 곤란했다. 세드릭 워커는 교단에 끌려가서 더 큰 고통을 받아야 했으니 말이다.
“후우, 이제야 화가 좀 풀리네.”
데미안은 세드릭 워커가 기절하고 나서야 폭행을 멈췄다.
상쾌하다는 얼굴로 아그네스를 향해 말했다.
“이제 데려가시죠.”
아그네스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 길로 데미안은 영지로 돌아왔다.
영지에 도착했을 쯤에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하지만 영지의 입구는 환했다.
“데미안!”
가족들이 횃불을 든 채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위험한 시기에 대체 어딜 갔다 오는 게냐!”
학센 자작은 데미안을 보자마자 질책했다.
하지만 말과 달리 눈동자는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날씨도 추운데 왜 나와 계십니까.”
“지금 날씨가 중요하느냐! 또 어디서 사고치고 온 건 아니겠지?”
“그냥 바람 좀 쐴 겸 산책 좀 하다 왔습니다.”
학센 자작은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등짝을 어머니가 찰싹 때렸다.
“내가 뭐라고 했어요? 데미안이 또 그럴 리가 없다고 했죠?”
“으음…… 당신 말이 맞았구려.”
학센 자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미안, 젊은 나이에 답답할지도 모르지만 당분간은 영지에 있어라. 너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지 않느냐.”
이내 아버지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검은뱀에 라이언블룸 후작가에…… 방심하고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아버지.”
“네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무슨 일이 벌어질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아버지가 데미안의 손을 불끈 쥐었다.
“검은뱀만 해도 그렇다. 그런 놈들은 정도를 지킬 줄 몰라. 네가 자주 가는 길을 파악해 뒀다가 독을 바른 화살을 쏠지 누가 아느냐?”
데미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습니다.”
“내 말뜻을 알아주는 것이냐?”
학센 자작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저도 그럴까 싶어서 미리 선수를 치고 오는 길입니다.”
그러나 다음에 들려온 말에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뭐, 뭐? 서, 서서, 선수?”
“조만간 검은뱀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자세한 건 빅터한테 들으시면 됩니다.”
졸지에 이름이 거론되자 빅터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럼 전 피곤해서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은 아버지의 손을 놓고 대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데, 데미안? 데미안!”
학센 자작이 데미안을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데미안은 이미 저 멀리 가 있었다.
“아, 맞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조만간 교단에서 사람이 올 텐데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흑마법사의 흔적을 조사하러 오는 거거든요.”
그 말에 학센 자작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뭐? 교단? 교단이 왜 와? 흑마법사는 또 뭐고?”
이미 사라진 데미안이 그 질문에 대답해 줄 리가 없었다.
학센 자작은 빅터를 돌아봤다. 그 눈빛이 너무나 살벌해서 빅터는 움찔 몸을 떨었다.
“빅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야 할 게다!”
사고는 데미안이 치고 고생은 빅터가 하고 있었다.
빅터는 속으로 눈물을 찔끔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