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0화(14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0화
140화 선별의 가스달 (1)
사령학파.
죽은 자의 영혼을 사역하여 노예처럼 부리는 흑마법 학파였다.
다른 흑마법 학파도 영혼을 다루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흑마력을 생산하는 용도일 뿐이었다.
사령학파는 고차원적으로 영혼을 다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가스달이 소환한 스켈레톤들이 바로 그러했다.
죽은 자의 영혼을 뼛조각에 묶어 놓음으로써 병사로 부리는 것이다.
‘끔찍하군.’
데미안의 눈에는 보였다. 스켈레톤들에게 묶인 채 고통스러워하는 영혼들이.
죽어서도 편해지지 못하고 흑마법사에게 갈취를 당하다니.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르륵!”
아마 미야의 눈에도 고통받는 영혼들이 보이리라.
미야는 시체놀음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사념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존재이니 말이다.
“크르륵!”
결국 미야는 살의를 억누르지 못하고 가스달을 향해 튀어 나갔다.
수백의 스켈레톤이 앞을 가로막았다. 미야는 양팔을 거대화시킨 뒤, 스켈레톤들을 향해 휘둘렀다.
미야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스켈레톤들은 전신이 분쇄되며 멀리 날아갔다.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따위로는 미야를 막을 수 없었다. 미야는 스켈레톤 군단을 파죽지세로 뚫으며 가스달과의 거리를 좁혔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플레시 골렘은 오랜만에 보는군. 제작자의 얼굴이 궁금한걸.”
그러나 가스달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나도 조금 진심으로 상대해야겠구나.”
가스달이 다시 지팡이로 땅을 내리찍었다.
분쇄되었던 뼛조각들이 가스달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다시 합쳐지며 조립되기 시작했다.
박실이 난 뼈도, 으스러진 뼈도 모두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막을 틈도 없었다.
이게 사령학파의 골치 아픈 점이었다.
사령술사가 부리는 스켈레톤들은 무한히 복원되었다. 막을 방법은 흑마력의 공급을 끊어 버리는 것뿐이었다.
문제는 흑마력을 공급하는 대상인 가스달이 스켈레톤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크르륵!”
하지만 이 정도는 미야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미야는 이전에 스켈레톤을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스켈레톤은 끝없이 복원되므로 흑마력 공급 자체를 끊어야 했다.
즉, 스켈레톤들이 아니라 가스달 본인을 죽여야 했다. 그걸 알기에 미야도 가스달을 노리고 달려든 것이었다.
“크륵!”
미야가 다시 스켈레톤 군단을 향해 뛰어들었다. 한 번 부셨으니 두 번 부시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때, 가스달이 지팡이로 땅을 찍었다.
발밑에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스켈레톤들의 뼈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의 내구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는 흑마법인 흑골(黑骨)이었다.
“크르륵!”
미야가 거대화 시킨 주먹으로 스켈레톤을 후려쳤다. 하지만 방금 전과 달리 스켈레톤은 날아가지 않았다.
주먹을 맞고도 부서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자리에서 버티며 반격을 가했다.
“크르륵?”
강화된 스켈레톤 군단이 미야의 주먹을 밀어내며 들이닥쳤다.
뼈로 된 칼로 미야의 몸을 베고, 창으로 꿰뚫고, 방패로 후려쳤다.
“캥!”
미야는 스켈레톤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계속 뒤로 밀려 나갔다.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다니. 그리 경지가 높은 흑마법사가 만든 건 아닌 모양이지?”
가스달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미야는 스켈레톤에게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가스달을 노려봤다.
“크르르…… 크륵!”
미야의 눈동자는 짙은 살기가 묻어 나왔다. 가스달은 그런 미야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봤다.
“흑마법사를 증오하는 언데드라? 특이하군. 너 같은 언데드는 아주 보기 힘들지.”
“크르르륵!”
미야가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이 고함을 질렀다.
그 순간, 미야의 전신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응?”
불길은 미야의 몸을 태우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를 순식간에 재생시켰다.
“잠깐, 이건 설마 불사조의…….”
미야가 스켈레톤들을 향해 돌진했다. 불길에 닿은 스켈레톤들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트롤의 주먹에는 끄떡하지도 않았던 스켈레톤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스켈레톤들이 가로막고 있던 길이 넓게 뚫렸다. 미야는 가스달을 붙잡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그때, 가스달이 다시 지팡이로 땅을 두드렸다.
발밑에 깔려 있던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새까만 창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창은 불길을 뚫고 미야의 몸통을 관통했다.
“……캥!”
스켈레톤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불길도 창을 불태우지는 못했다. 미야는 몸이 뚫린 채 신음을 흘렸다.
“성염(聖炎)을 사용하는 언데드라? 흥미로운 소재로군. 가져가서 연구해 봐야겠어. 대신 위험하니 팔다리를 잘라 놔야겠군.”
가스달의 그림자에서 스켈레톤들이 다시 튀어나왔다. 스켈레톤들이 미야의 팔다리를 붙잡고 뜯어내려 했다.
그때, 데미안이 뒤에서 미야를 끌어안았다.
미야를 창에서 빼내는 것과 동시에 여명을 휘둘렀다. 오러가 방출되며 참격을 만들어 냈다. 초승달 모양의 참격이 스켈레톤들을 가르며 가스달을 덮쳤다.
하지만 참격이 닿기 전, 가스달이 그림자로 방패를 만들어서 오러를 막아 냈다.
데미안은 그 틈에 가스달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우선 미야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야 했다.
데미안은 미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온몸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캥…….”
미야의 재생력으로도 제대로 회복이 되지 않고 있었다.
“무심한 주인이로군. 펫이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지켜보다니.”
가스달이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서 내버려 뒀지.”
미야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가스달에게 달려들었다가 크게 다쳤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배움이라…… 너무 위험한 판단이었어. 내가 그 녀석을 단숨에 부쉈으면 어쩔 생각……”
“얼마나 죽였지?”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데미안이 가스달의 발밑에 돋아난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들…… 악령창이잖아.”
악령창.
사령학파의 비전 마법 중 하나였다.
증오, 원한, 분노 같은 감정으로 사무친 악령들을 서로 얽히고, 합치고, 압축시켜서 만들어 내는 무기였다.
살아 있는 생물은 닿기만 해도 기력이 쇠하게 되며, 조금만 스쳐도 죽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신성력에 저항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스켈레톤들과 악령창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냐고 물었다.”
데미안의 물음에 가스달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자네는 지금까지 살면서 몇 번이나 숨을 쉬었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그 말에 데미안은 실소를 터트렸다. 웃음은 낮고 길게 이어졌다.
“이렇게 엿같은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군.”
여명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푸른 오러가 순식간에 칼날을 물들였다.
“드디어 주인이 나서는 건가?”
가스달이 기대된다는 얼굴로 스켈레톤들을 불러 모았다.
“자네는 저 녀석보다 좀 강했으면 좋겠군.”
가스달이 지팡이로 지면을 때렸다.
검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들이 무기를 앞세운 채 돌진했다.
수백 명의 스켈레톤 군단.
부수지 못할 건 없다. 하지만 그래 봤자 또 가스달이 복원시킬 게 뻔했다. 그런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데미안은 스켈레톤들을 관찰하여 움직임을 모조리 읽어 냈다. 비록 근육은 없지만 골격은 인간의 것이었기에 어려울 건 없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경로가 그려졌다. 데미안은 여명을 늘어트린 채 군단 속으로 들어갔다.
-끼에엑!
-끄에에엑!
수백 명의 스켈레톤이 데미안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몇 겹이나 되는 포위망을 형성했다.
포위망을 형성한 스켈레톤들이 데미안 한 명을 죽이기 위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뼈로 된 창과 칼이 데미안의 몸에 상처를 입히려 했다.
데미안은 안전한 경로를 찾아서 발을 내딛었다. 스켈레톤들의 공격이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마치 물길이 돌 사이로 흐르는 것처럼 데미안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군단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가스달의 얼굴에 서서히 경악이 번졌다.
“이 멍청한 것들이……! 왜 자꾸 헛손질을 하는 거냐! 그냥 찔러 죽이란 말이다!”
가스달이 닦달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미 데미안은 군단을 지나서 가스달의 앞에 섰으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스달이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악령창이 데미안을 꿰뚫었다.
그 순간, 데미안의 몸이 흐릿해지며 악령창은 허공만 갈랐다.
“……!”
등 뒤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가스달이 몸을 돌렸다.
데미안이 휘두른 여명이 가스달의 목을 베어 냈다.
* * *
가스달이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데미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명으로 가스달의 몸을 몇 번 더 베어 냈다. 몸통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며 허물어졌다.
“쓸모없는 짓을 하는군.”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만 남은 가스달이 데미안을 바라보며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래 봤자 소용없다. 이 몸은…….”
“가짜라고?”
데미안의 말에 가스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네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언데드에 불과해. 진짜 너는 다른 곳에 있겠지.”
“그걸 어떻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치챘다.
데미안은 검사지만 뛰어난 흑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가스달이 내뿜는 흑마력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스달이 소환한 스켈레톤 군단은 너무 약했다.
대흑마법사가 소환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너…… 대체 정체가 뭐지? 교단의 성기사냐? 아니면…….”
데미안은 가스달의 머리를 짓밟았다. 머리가 터지며 목소리가 뚝 멎었다.
눈앞에 있는 가스달은 가짜였으나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진짜를 찾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데미안이 가짜 가스달의 시체에서 흑마력을 추출해 냈다.
흑마법사가 방출해 낸 지 얼마 안 된 생생한 흑마력.
데미안이 그토록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게 있으면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지.”
데미안이 흑마력을 이용해서 술식을 구성했다. 흑마력을 이용해서 본체를 역추적하는 흑마법이었다.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던 데미안이 고개를 들었다.
“유적지가 아니었군.”
탐지 마법이 가리킨 곳은 외부였다. 그것도 평범한 장소가 아니었다.
백작가.
백국의 주인이 있는 곳에 가스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