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1화(14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1화
141화 선별의 가스달 (2)
어째서 가스달이 백작가에 있는가.
의문이 떠올랐지만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정체를 들킨 가스달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기에 최대한 빨리 백작가로 가야 했다.
‘미래에 가스달은 백작가의 병사와 기사들은 물론이고 유적지를 찾아온 사람들까지 모조리 죽여서 흡수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원래 역사대로 학살극이 재현될지도 몰랐다.
“미야, 몸은 어떻지?”
“캥!”
데미안이 미야를 돌아보며 물었다. 미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악령창에 꿰뚫렸던 상처가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아무리 미야라고 할지라도 악령창에 의한 상처를 쉽게 재생시킬 수는 없을 터였다.
‘불사조의 피 덕분인 모양인데.’
가스달과 싸울 때, 불길을 일으킨 것도 그렇고 그 짧은 시간에 불사조의 능력을 모두 흡수한 모양이었다.
“일단 백작가로 가야겠다.”
“캥!”
미야가 전의를 불태우며 말했다. 그런 미야를 향해 데미안이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말했다.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넌 같이 못 나가지.”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여행 가방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미야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 * *
데미안은 곧바로 지상으로 올라왔다.
6층에서 찾은 유물들은 그대로 놓고 왔다. 어차피 데미안이 아니면 6층으로 내려올 사람도 없었다.
백작성은 유적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데미안은 지체 없이 백작성으로 향했다.
백작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데미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성문 앞에 서 있던 병사들이 데미안을 가로막았다.
“프리제 영애께 긴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 백작가의 안위가 걸려 있는 문제다.”
그의 말에 병사들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대낮에 다짜고짜 찾아와서 이런 소리를 하면 데미안이라 해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빅터 씨? 빅터 씨 맞죠? 저번에 더플리스 파벌의 기사를 때려잡는 모습은 잘 봤습니다.”
문지기 중 한 명이 아는 척을 했다.
“하지만 빅터 씨, 그런 이상한 핑계로 영애를 만나 뵐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시도록…….”
그때였다.
도르레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문지기는 놀란 얼굴로 성문을 돌아봤다.
활짝 열린 성문 너머로 도미니코가 서 있었다. 그는 굳은 얼굴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빅터로군. 안으로 들어오게나. 영애께서 부르시네.”
데미안은 문지기들을 지나쳐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성문이 다시 닫혔다.
안으로 들어오니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그 중심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긴 생머리와 창백한 피부가 유독 눈에 띄는 미녀.
백국의 후계자인 프리제 영애였다.
“빅터 씨? 도미니코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요.”
데미안도 프리제와 제대로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직접 들어본 프리제의 목소리는 무척 발랄했다.
“내가 찾아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군.”
그게 아니라면 병사들이 말을 전하지도 않았는데 성문이 열릴 리가 없었다.
데미안의 말에 프리제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화사하지만 어딘가 어둡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백작가의 내부에 흑마법사가 숨어 있다.”
그런 프리제를 향해 데미안이 말했다.
흑마법사.
신성교단에서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 드는 이단자.
그것이 백작가에 숨어 있다는 말을 듣고도 프리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알고 있어요.”
*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기에 데미안도 딱히 놀라지 않았다.
“흑마법사와 손을 잡은 건가?”
그래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셈이죠.”
“그렇다면 유적지를 개방한 것도 흑마법사 때문이겠군. 흑마법사는 실력 있는 전사와 기사들을 필요로 했을 테니까.”
“맞아요.”
“유물검을 찾은 사람과 혼인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죠.”
“백국의 병사들이 유적지를 순찰했던 건 흑마법사가 연구재료로 사용할 탐사자들을 납치하기 위해서였겠군.”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프리제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데미안은 한탄하듯이 물었다.
“어째서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지? 이 사실이 교단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것까지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네요.”
프리제가 웃는 얼굴로 선을 그었다.
“그 흑마법사가 방금 부탁을 했어요. 당신을 죽여 달라더군요.”
프리제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도미니코와 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도미니코, 뒷일은 부탁할게요.”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프리제 영애는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
그렇게 이곳에는 데미안과 도미니코,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만 남게 되었다.
“설마 너와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짓게 될 줄은 몰랐군.”
도미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나는 네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군.”
도미니코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착잡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자고 이렇게 깊이 관여한 건가.”
그런 도미니코를 향해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비켜라.”
“그럴 수는 없다. 프리제 님께서 명령을 내리셨으니까.”
도미니코가 손짓하자 병사 한 명이 낑낑거리며 무기를 들고 왔다.
양손검 츠바이핸더였다.
길고 무거워 두 손으로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었으나, 도미니코는 마치 단검을 든 듯 한손으로 가볍게 들었다.
“무엇보다 프리제 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흑마법사가 꼭 필요하다. 이렇게 잃을 수는 없지.”
도미니코가 무기를 들자 몇몇 기사들이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도미니코 경, 저 자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아니, 내가 상대해야 한다.”
도미니코가 단호하게 말했다.
“평범한 미들클래스가 아니다. 너희들로는 승산이 없다.”
도미니코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흉폭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데미안이 겪어 봤던 하이클래스 중에서 이렇게 강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기운은 평범한 하이클래스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스터 클래스.
그 초인의 경지를 딱 한 걸음 남겨두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정말 대단한 재능이었다. 괜히 전생에 가스달의 사령기사로서 악명을 떨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도미니코의 재능에 감탄할 여유가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역겨움 때문이었다.
“흑마법사와 손을 잡아? 병신 같은 결정을 내렸군.”
데미안의 말에 도미니코가 안색을 굳혔다.
“사정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네놈들이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마찬가지야! 흑마법사들의 말을 믿은 시점에서 네놈들은 구제할 방법이 없는 병신 새끼들이 되어 버린 거다!”
전생에 데미안은 흑마법사와 엮이는 바람에 모든 게 파탄이 나고 말았다.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가족들의 인생을 파멸시켰다. 더 나아가서 세상을 파멸시켰다.
“네놈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스스로 지옥을 불러온 거다!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후회할 때는 모든 게 늦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 그 지옥을 스스로 걸어서 들어가겠다는 병신들이 눈앞에 있었다.
그 행태가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났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닥쳐라.”
“닥쳐야 할 건 너지! 어째서 막지 않은 거냐! 네놈의 주인이 머저리 같은 짓을 할 때 너는 막았어야지! 아니면 네놈도 대가리에 든 게 없어서 흑마법사가 하는 헛소리에 넘어간 거냐!”
연이은 폭언에 도미니코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이를 갈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더 이상, 들어주기 힘들군. 지금 당장 그 입을 막아 주마.”
도미니코가 땅을 박찼다. 거리를 단숨에 좁히며 츠바이핸더를 내리쳤다.
그 순간, 거대한 울림과 함께 성 전체가 뒤흔들렸다.
* * *
마스터 클래스를 앞두고 있는 하이클래스.
그런 존재가 전력을 다해서 휘두른 일격은 지면을 가르고, 온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것은 부술 수 없었다. 도미니코의 공격은 데미안이 들고 있는 여명에 막혀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이걸 막아 낼 줄이야!”
그 모습을 본 도미니코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 미들클래스가 아니라 하이클래스였군! 이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백국에 들어온 이후로 데미안은 줄곧 미들클래스를 가장하고 있었다.
오대성인인 청염조차 데미안의 진짜 실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리 마스터 클래스를 앞두고 있다지만 도미니코가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했다.
“하이클래스라면 오히려 잘됐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를 수 있으니까!”
도미니코가 츠바이핸더를 연달아 휘둘렀다. 칼이 워낙 길고 무거운 탓에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찢겨 나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데미안은 여명을 휘둘러서 도미니코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쳤다.
츠바이핸더에 비하면 여명은 너무나도 얇고 가냘퍼 보였다.
하지만 연이은 충돌에도 여명은 휘거나 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츠바이핸더의 칼날이 나가기 시작했다.
“……대단한 검이로군. 이래 봬도 이 검은 유적지의 합금으로 제작된 물건인데.”
도미니코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평범하게 싸워서는 안 될 것 같군.”
도미니코가 츠바이핸더에 마력을 주입하자 붉은색 오러가 칼날을 물들였다. 데미안도 여명을 푸른색 오러로 덧씌웠다.
두 사람을 서로를 향해 오러가 담긴 무기를 휘둘렀다. 청색과 홍색이 서로 복잡하게 얽혔다.
“도미니코 경! 놈을 죽여 버리세요!”
“프리제 영애님을 방해하는 놈을 살려 둬서는 안 됩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와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도미니코를 응원했다.
츠바이핸더의 칼날이 훨씬 길었기에 똑같이 무기를 휘둘러도 붉은색의 면적이 더 컸다.
그렇기에 얼핏 봤을 때는 도미니코가 적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은 더욱 격하게 응원했다.
그때였다.
푸른색이 붉은색을 가른 것은.
츠바이핸더의 칼날이 반으로 갈라졌다. 동시에 도미니코의 몸이 갈라졌다.
도미니코는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몸통을 사선으로 가르는 긴 검상에서 쉴 새 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 도미니코 경?”
“대, 대체 무슨 일이…….”
데미안이 허공에 여명을 휘둘렀다. 칼날에 묻은 피가 땅에 흩뿌려졌다.
도미니코가 절망스러운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마, 말도 안 되는…… 어떻게 내 검술을…… 모조리 간파해 낸 거지……?”
데미안이 여명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했다.
“실력 차이지.”
“실력…… 차이라……!”
겨우 한 번 격돌한 것뿐이지만 도미니코는 뼈저리게 깨달았으라.
자신과 데미안 사이에 있는 절대적인 격차를 말이다.
“머저리 같은 짓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백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가스달의 존재를 은폐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순찰이라는 명목 하에 유적지를 돌아다니면서 탐사자들을 납치해서 가스달에게 보내는 역할까지 맡았다.
그리고 기사와 병사들을 관리하는 인물은 바로 도미니코였다. 즉, 탐사자들을 가스달의 연구 재료로 바친 일은 도미니코의 주도 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죄를 저지른 남자를 살려 둘 수는 없었다. 데미안이 도미니코의 목을 베려던 찰나였다.
“으아아악!”
기합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 * *
기사들은 고함을 내지르며 빅터에게 뛰어들었다.
빅터가 기사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오러의 참격이 날아들어서 기사들을 베어 냈다.
기사들은 무기에 오러를 덧씌워서 공격을 막아 내려 했다.
“크아악!”
“아아악!”
하지만 기사들의 오러로는 빅터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무기와 몸통이 통째로 갈라질 뿐이었다.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본인들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으아아악! 도미니코 경을 지켜라!”
“도망치지 마! 저놈을 밀어내!”
그럼에도 기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동료의 죽음을 돌다리 삼아서 빅터에게 돌진했다.
결국 빅터는 기사들의 기세에 밀려서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기사들이 도미니코를 부축했다. 포션을 꺼내서 상처에 부었다.
“도미니코 경! 어서 가십시오!”
“저 남자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기사들의 외침에 도미니코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싸우려거든 다 같이 싸워야지!”
“도미니코 경, 저희도 눈이 있습니다! 저놈은 맞선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습니까!”
백국의 기사들에게 도미니코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도미니코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치명상을 입었다. 그만큼 둘 사이에 격차가 크다는 뜻이었다.
“저희가 붙잡을 동안 프리제 영애님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세요!”
그 말에 도미니코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기사들의 말이 맞았다. 여기 있는 모두가 덤벼든다고 해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막아 내지 못한다면? 빅터는 프리제와 흑마법사를 죽일 게 분명했다.
“……다들 미안하다!”
도미니코는 이들을 내버려 둔 채 프리제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기사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도미니코를 배웅했다.
“멍청한 짓을 하는군.”
빅터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의 주인은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 지금 당장 흑마법사를 막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뭔 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기사들이 무기를 움켜쥐고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넌 절대로 안으로 못 들어간다!”
모든 기사가 빅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빅터는 짧게 혀를 찼다.
“좋다. 기꺼이 상대해 주지. 어차피 너희들도 죽어 마땅한 놈들이니까.”
빅터가 검을 들었다.
곧이어서 기사들의 피가 흩뿌려졌다.
* * *
도미니코는 성의 별채로 달려갔다.
그곳은 가스달의 연구실이자 프리제의 비원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프리제는 업무 시간 외에는 항상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프리제 님! 도망치셔야 합니다!”
도미니코가 별채의 문을 열며 소리쳤다. 그 순간, 몸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프리제는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숨이 멎었는지 두 눈동자에 생기는 없었다.
“음? 이제 오는가?”
가스달이 도미니코를 돌아보며 물었다. 가스달의 손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손 위에 얹어져 있는 심장을 본 순간, 도미니코의 이성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