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2화(142/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2화
142화 선별의 가스달 (3)
빅터라는 남자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 뒤, 프리제는 별채로 향했다.
원래는 선대 가주, 아버지의 명상실이었지만, 지금은 별채 전체가 가스달의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프리제는 별채의 문을 활짝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명상실로 사용될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이 황량했던 장소가 지금은 온갖 약품과 시체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다녀온 모양이군.”
가스달이 프리제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끔찍한 장소와 어울리지 않게 가스달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겠나? 정제한 기억들을 막 주입시키려던 찰나였거든.”
가스달의 앞에는 커다란 유리관이 놓여 있었다.
유리관 안에는 정체불명의 녹형광색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중년 남성의 시신 하나가 둥둥 떠 있었다.
남성의 시신은 그리 멀쩡하지 않았다.
얼굴의 반은 철판이 씌워져 있었고 팔다리는 다른 사람의 것이 붙어 있었다. 몸통에는 검은색 마법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끔찍하게 짝이 없는 몰골이었으나 프리제는 그리움으로 가득한 얼굴로 시신을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시신은 다름 아닌 프리제의 아버지였으니 말이다.
아드리안 백작.
아몬드 백작가에서 최초로 탄생한 소드마스터.
산을 통째로 쪼갤 정도의 강검으로 유명했던 기사였다.
백작령이 백국으로 승격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드리안 백작은 갑작스러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수많은 승냥이 떼가 백국을 뜯어 먹기 위해서 모여들었다.
백국의 권위는 크게 흔들렸고, 그들은 온갖 모략으로 각종 이권을 하나씩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제자였던 도미니코가 하이클래스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백국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당신 말대로 도미니코한테 그 남자를 죽이라고 지시를 내렸어요.”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군.”
전혀 그렇지 않은 말투였다. 프리제는 가스달을 노려보며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직접 나서지 않죠? 당신의 실력이라면 금방 처리할 수 있잖아요.”
“잘 알고 있군. 내가 나서면 그 남자 정도야 쉽게 죽일 수 있지.”
“그럼 대체 왜…….”
“불길했거든.”
가스달이 유리관 속 아드리안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내 본능이 그 남자와 싸우지 말라고 계속 경고하더군. 내가 또 이런 쪽으로는 감이 좋은지라.”
프리제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스달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흑마법사인지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한테 처리해 달라고 말한 건가요?”
“처리하면 좋겠지만 딱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아.”
“그럼 왜 그런 명령을…….”
“최소한 연구를 마무리할 시간은 벌어 줄 수 있을 테니까.”
연구의 마무리.
그 말에 프리제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반색하며 말했다.
“설마 연구 중이던 흑마법이 완성이 된 건가요?”
“거의 완성이 되었지. 이제 재료들만 갖춰지면 돼.”
“그, 그럼 아버지께서 다시 돌아오시는 거죠? 그렇죠?”
“응?”
가스달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 행동에 프리제의 가슴 속에 불안감이 싹텄다.
“나한테 말했잖아요. 당신의 연구가 완성되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요! 그걸로 아버지를 되살릴 수 있다고…….”
“아, 그거.”
마치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한 얼굴로 가스달이 말했다.
“못 살려.”
* * *
프리제는 잠시 가스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신성교단의 성황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야.”
가스달이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말했다.
죽은 자의 환생.
수많은 흑마법사가 매달렸던 연구 주제였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흑마법사들은 그 누구보다 영혼을 다루는데 정통한 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시신에 원래 영혼을 다시 연결시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실험에 성공한 흑마법사는 한 명도 없었다.
“그, 그럼 나한테 말한 건 뭔데요? 살릴 수 있다면서요! 그 증거로 잠시나마 아버지를 되살렸잖아요!”
“그건 기억을 잠시 재생시켰을 뿐이야”
“뭐, 뭐라고요?”
“사람의 시체에는 살아 있을 적에 가지고 있던 미련과 기억이 남아 있거든.”
가스달이 아버지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네 아버지의 시체에서 기억을 추출해서 재생시켰을 뿐이야. 불완전해서 잠깐만 보여 줄 수밖에 없었지.”
프리제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이제야 가스달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연구실이 필요했거든. 안전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연구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소 말이야. 네가 유적지를 개방해 준 덕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지.”
퍽 만족스러웠는지. 가스달의 입가에 조용히 미소가 번졌다.
“그, 그럼 대체…… 뭘 연구한 건데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면 대체…….”
“아, 그게 궁금했어?”
프리제의 질문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가스달이 낮게 웃었다.
“네 아버지의 시신을 기반으로 한 마스터클래스급 데스나이트를 제작하는 게 내 진짜 연구였지.”
사령학파, 괴종학파 등등.
언데드를 만들어 내는 흑마법사들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바로 마스터클래스를 능가하는 언데드를 제작하는 것.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스터클래스는 천재 중의 천재가 일생에 걸쳐 수련에 매달렸을 때 탄생하는 초인이었다.
그렇기에 대흑마법사라 할지라도 마스터클래스를 능가하는 언데드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버지를…… 데스나이트로……?”
“그래! 정말 대단한 계획이 아니냐? 마스터클래스에 맞먹는 데스나이트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듯 가스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져 나갔다.
“이미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했던 육체! 그리고 기억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 뭐…… 사실은 처음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왜 그런지 알아?”
가스달의 얼굴에 떠올랐던 웃음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기억이 불완전했기 때문이지. 네 아버지는 죽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손실된 기억이 너무 많았어.”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면 다른 것으로 채워야 했다.
그래서 가스달은 우수한 전사들의 기억을 얻기 위해서 프리제에게 접근했다.
“연구는…… 대성공이었지. 불완전한 그릇을 억지로 채우고 나니 제법 볼만해졌거든.”
가스달이 프리제를 돌아봤다.
“다 네 덕분이다. 도움에는 감사…….”
“가스달!”
듣다 못한 프리제가 가스달에게 달려들었다. 멱살을 움켜잡고 소리쳤다.
“가만…… 가만 놔두지 않겠…… 꺄악!”
가스달이 불쾌하다는 얼굴로 프리제 팔을 뿌리쳤다. 불결한 게 닿은 듯 옷매무새를 재차 매만지며 말했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 그거 잘됐군.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그 말에 프리제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우리 가문을 망쳤으면서 뭘 더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거야! 이 더러운…….”
콰득.
생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부와 근육을 찢고, 뼈를 부수는 소리였다.
“…….”
프리제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가스달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어 있었다.
“네 기억이야말로 데스나이트를 완성시킬 마지막 조각이지.”
가스달이 가슴에서 손을 뽑아냈다. 프리제는 그대로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가스달이 손가락을 까딱했다. 프리제의 시체에서 영혼이 뽑혀 나왔다.
가스달은 프리제의 영혼을 억지로 찢어서 기억만 추출해 냈다.
-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프리제의 영혼이 비명을 토해 냈다. 그래도 가스달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됐다.”
가스달이 다시 손짓하자 프리제에게서 추출한 기억이 아드리안에게 주입되었다.
그러자 아드리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변화에 가스달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오, 오오오! 혈육의 기억이라 육체가 바로 반응하는군! 이거야! 내가 기대했던 게 바로 이것…….”
그때, 별채의 문이 열렸다. 도미니코가 안으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프리제 님! 도망치셔야 합니다!”
도미니코의 몸이 우뚝 멈췄다. 바닥에 죽어 있는 프리제와 가스달을 번갈아 쳐다봤다.
“음? 이제 오는가?”
가스달이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 순간, 도미니코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반토막이 난 츠바이핸더에 마력을 있는 대로 집중시켰다. 붉은 오러가 높이 치솟아 올랐다.
“가스달!”
도미니코가 가스달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가스달의 그림자에서 수많은 창이 솟아났다.
검은 창은 도미니코의 대검을 부수고, 그의 몸통을 꿰뚫었다.
“커헉!”
도미니코의 몸이 그대로 정지했다. 도미니코는 창에 꿰뚫린 채 피를 토해 냈다.
“어, 어떻게…… 오러를…….”
“오러? 그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니야. 내 아이들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지.”
가스달의 그림자에서 스켈레톤들이 튀어나왔다. 스켈레톤들은 손에 창을 움켜쥐고 있었다.
놀랍게도 스켈레톤들이 들고 있는 창에는 새카만 오러가 맺혀 있었다.
“이 기쁜 순간을 방해하다니. 예의가 없는 녀석이로군.”
가스달이 불쾌하다는 듯 도미니코를 쳐다봤다.
“뭐, 용서해 주도록 하지. 자네는 두 번째 연구 재료거든.”
“두 번째…… 무슨 개소리를…….”
“알 것 없네. 그보다 나 혼자 보려니 적적한데. 함께하겠나?”
가스달이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흑마력이 모여들면서 거울을 만들어 냈다.
“이건…….”
가스달이 손가락을 튕기자 거울에 영상이 떠올랐다.
도미니코는 거울이 어디를 비추고 있는지 금방 깨달았다.
바로 백국이었다.
“데스나이트를 가동시키기 위한 기억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 말이야.”
그리 말하며 가스달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이런 경우에는 질보다 양으로 해결해야 하는 법이지.”
가스달이 흑마력을 일으켰다. 시커먼 마력이 치솟아 오르며 별채의 지붕이 날아갔다.
지붕뿐만이 아니었다. 흑마력이 확산되면서 별채의 모든 것들을 날려 버렸다.
멀쩡한 것이라고는 가스달의 옆에 있는 유리관뿐이었다.
도미니코는 몸을 덜덜 떨었다. 단순히 마력을 방출한 것만으로 건물이 날아가다니.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잘 보게. 내게 어떻게 양을 채우는지.”
가스달이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백국 전역에서 스켈레톤 군단이 나타났다.
* * *
데미안은 여명이 묻은 피를 털어 냈다.
바닥에는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모두 사력을 다해서 달려들었으나 데미안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지체되었군.”
데미안이 도미니코를 쫓으려 할 때였다.
시체에서 영혼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영혼들은 데미안을 향해 절규를 내뱉었다.
-그만! 가지 마라! 그분을 내버려 두란 말이다!
-이 잔인한 놈!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멈추지 않겠다는 거냐!
영혼들은 데미안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토해 냈다.
이들은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흑마법사와 결탁한 게 아니었다.
프리제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데미안의 앞을 가로 막은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죽었음에도 프리제를 위해서 데미안을 막으려 했다.
“닥쳐라!”
그런 영혼들을 향해 데미안이 일갈했다.
“너희들은 흑마법사의 존재를 알면서도 은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지. 던전의 탐사자들을 가스달에게 보내는 역할도 맡았지 않았더냐!”
유적지는 위험성에 비해서 사망률이 높은 곳이었다.
많은 사람이 가스달의 연구재료로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적지에서 탐사자들을 납치해서 가스달에게 보낸 자들이 바로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영애님을 위해서 행동했을 뿐이다!
-우리의 충성심을 모독하지 마라!
“그렇다고 네놈들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영혼을 소멸시켜 버리기 전에 입 닥쳐라!”
데미안의 살기에 영혼들이 조용해졌다.
그때였다.
도미니코가 달려간 방향에서 거대한 흑마력이 터져 나왔다.
흑마력은 백국 전체로 퍼져 나가며 흑마법을 구성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데미안은 이를 갈았다.
“……결국 시작되고 말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