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3화(14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3화
143화 선별의 가스달 (4)
가스달이 만들어 낸 거울 속에서 백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들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으, 으아악! 이것들은 대체 뭐야!
-어, 언데드다! 언데드가 나타났어!
-끄아아악!
수천이 넘는 스켈레톤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유적지를 노리고 온 용병과 탐사자들은 물론이고 백국의 시민들까지 모두 학살이 자행되었다.
도미니코는 그 광경을 망연히 쳐다봤다.
“말도……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도미니코는 과거에 한 번 흑마법사와 싸워 본 적이 있었다.
그가 부리던 스켈레톤은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불완전해서 조금만 멀리 떨어지면 흑마법이 해제되기 일쑤였다.
당시 도미니코는 로우클래스였음에도 손쉽게 흑마법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건 뭔가?
수천 명이 넘는 스켈레톤이 동시에 소환되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흑마법이 유지되고 있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협력자…… 그래, 협력자가 있었던 거야. 이 더러운 자식! 우리 몰래 다른 흑마법사를 끌어들였구나!”
가스달이 신호를 보내자 백국에 숨어 있던 흑마법사들이 흑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서 저 많은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게 틀림없었다.
도미니코의 상식으론 흑마법사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니, 여러 명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었다.
“협력자?”
도미니코의 말에 가스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런 소리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에게는 아직 내 경지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구나.”
가스달은 프리제와 도미니코에게 스스로를 뛰어난 흑마법사라고만 소개했다.
그래서 도미니코와 프리제 역시 가스달을 고위 흑마법사 이상이라고만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대흑마법사다.”
그 말에 도미니코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평생을 기사로 살아 온 도미니코조차 대흑마법사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에 비견되는 경지.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내게 이 정도는 무척 쉬운 일이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으면 더 소환해 볼까? 스켈레톤의 숫자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데.”
비록 전투력에서는 마스터 클래스보다 못하지만 대마법사들은 다른 분야에서 엄청난 위업들을 달성했다.
하루아침에 대륙과 섬을 횡단하는 다리를 만들어 냈다거나.
땅을 통째로 가라 앉혀서 넓은 호수를 만들어 냈다거나.
그 일화들을 생각하면 가스달이 보여 준 것들도 이해가 갔다.
도미니코는 고개를 떨궜다.
상대가 대흑마법사라면 승산이 없었다.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가라! 이 더러운 괴물들을 모두 박살 내 버려라!
-더플리스 경을 따라라! 사람들을 구하자!
거울을 통해서 한 무리의 기사들이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이클래스 더플리스를 중심으로 다른 기사들이 똘똘 뭉쳐서 스켈레톤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도미니코는 한줄기 희망을 느꼈다. 하지만 희망은 잠깐 뿐이었다.
“아직 팔팔한 것들이 있었군.”
가스달이 다시 지팡이로 지면을 두드렸다.
그러자 더플리스의 주변에 스켈레톤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수백 명이 넘는 스켈레톤이 삽시간에 기사들을 둘러쌌다.
“하이클래스가 있으니 조금만 더 힘써 볼까.”
가스달이 다시 땅을 두드리니 스켈레톤들이 검게 물들었다. 그들은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으, 으아악! 베이질 않아!
-스, 스켈레톤 따위가 오러를 버텨 낸다고?
기사들은 순식간에 스켈레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더플리스가 나섰다. 더플리스가 칼을 휘두르자 스켈레톤들이 순식간에 잘려 나갔다.
-더플리스 경!
-역시 대단하십니다!
기사들의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스켈레톤들이 다시 복원되었다.
-마, 막아라!
-물러서지 마라!
다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더플리스와 기사들은 맹렬하게 스켈레톤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전황은 기사들에게 불리했다. 스켈레톤들은 망가져도 다시 복원되었던 것이다.
도미니코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쳐다봤다.
스켈레톤은 무한히 복원되는데 더플리스와 기사들의 마력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대로 계속 전투가 이어지면 더플리스 쪽이 패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까득.
도미니코는 이를 갈았다.
이대로 더플리스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합류해서 힙을 합쳐야 했다.
하이클래스 두 명이라면 대흑마법사에게 대항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으, 으아악!”
도미니코는 자신의 몸을 꿰뚫은 창을 움켜잡았다.
안간힘을 쓰며 창에서 몸을 빼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크, 크윽…….”
도미니코는 억지로 몸을 움직여 가스달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려 했다.
“악령창에 찔렸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텐데.”
도미니코가 멀리 달아나고 있음에도 가스달은 뒤쫓지 않았다.
“그래 봤자 결국 내 손바닥 안인 것을.”
가스달이 어리석다는 듯 혀를 찼다.
* * *
도미니코는 고통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벗어나서 더플리스와 합류할 생각이었다.
갑자기 전신에서 힘이 쭉 빠졌다.
더 이상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가야 한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하나 머리로만 생각할 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도미니코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생기가 사라졌다.
잠시 후, 누군가가 도미니코가 쓰러져 있는 곳에 나타났다.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데미안 학센.
그가 도미니코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데미안은 대규모 흑마법이 발동되자마자 가스달을 쫓아서 움직였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도미니코를 발견했다.
도미니코의 시체에서 영혼이 떠올랐다. 영혼으로 변한 도미니코는 한동안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
-나, 나는…….
“죽은 거다.”
데미안이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도미니코는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프리제 님께서 돌아가셨다.
도미니코가 멍한 얼굴로 말했다.
-가스달, 그 남자가 영애님을 죽였어.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못 했…….
“설마 내게 동정을 구하는 거냐?”
데미안이 경멸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했지. 너희들은 스스로 지옥을 불러왔다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프리제와 도미니코는 흑마법사와 결탁한 것은 물론이고 유적지로 몰려든 사람들을 잡아다 가스달에게 바쳤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 그 대가가 돌아오고 있는 것뿐이다.
“날 막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가스달이 대규모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 정돈 막을 수 있었을 거다.”
대흑마법사는 데미안도 경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였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몰랐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시간을 주지 않으려 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냐? 가스달이 소환한 스켈레톤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봤다. 그놈이 직접 보여 주더군.
도미니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스달이 처음에 요구한 것은 시민들의 영혼이었어. 영애께서는 시민들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유적지를 개방해서 외부인들을 끌어들이신 거다.
도미니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탄했다.
-죄를 지은 것은 우리인데 어째서 시민들이 죽어야 한단 말이냐…….
“우습군. 가스달에게 탐사자들을 가져다 바친 주제에 시민들만 걱정하는 꼬라지라니.”
데미안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도미니코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하늘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백국 전역에 있는 영혼들이 마법진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저, 저건 대체…… 어떻게 사람이 이런 규모의 흑마법을……!
데미안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
대흑마법사에게 저런 흑마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으, 으아아앗!
-끄, 끌려간다아아!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데미안을 몰래 쫓아오던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의 영혼이 마법진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버, 버틸 수가 없어……!
그들뿐만 아니라 도미니코의 영혼도 끌려가고 있었다.
“쯧.”
데미안은 짧게 혀를 찼다. 저들이 어찌되든 데미안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영혼이 가스달의 손에 들어가서 좋을 건 없었다.
데미안은 팔찌를 살짝 풀어서 흑마력을 약간 해방시켰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영혼들에게 보호용 흑마법을 걸었다.
덕분에 백국의 기사와 병사, 그리고 도미니코는 더 이상 끌려가지 않았다.
데미안이 흑마법을 사용하자 도미니코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빅터 자네…… 설마 흑마법사였나?
“날 그딴 쓰레기들이랑 똑같이 보지 마라.”
데미안이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지 흑마법사는 아니니까.”
데미안의 말에 도미니코는 눈을 꿈뻑거렸다.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면 흑마법사가 아니냐고 따지고 싶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도미니코를 내버려 둔 채 데미안은 걸음을 옮겼다.
-어딜 가는 거지?
도미니코의 물음에 데미안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놈을 죽이러 간다.”
* * *
“순조롭군.”
대량으로 모이고 있는 영혼을 바라보며 가스달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제 곧 내 비원이 이루어진다.”
마스터클래스의 데스나이트.
그것만 손에 넣으면 더 이상 마스터클래스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그분께서도 날 더욱 총애하시겠지.”
가스달의 두 눈동자가 빛났다.
도르고.
흑마법의 창시자이자 모든 흑마법사의 스승.
가스달이 하는 모든 행위는 그분의 거룩한 뜻을 따르기 위함이었다.
그가 도르고를 떠올리며 황홀경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르고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인기척이 난 쪽을 바라봤다.
“오, 드디어 왔군.”
빅터.
유적지에서 자신의 분신을 밀어붙였던 남자가 서 있었다.
“어리석군. 도망치지 않고 기어코 내가 있는 곳까지 오다니 말이야.”
“쓰레기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말이야.”
빅터의 말에 가스달은 웃음을 터트렸다. 유적지 때도 느꼈지만 제법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날 만나러 와 줬으니 융숭히 대접해 줘야겠군.”
유적지에서 빅터의 실력을 봤음에도 가스달은 여유로웠다.
분신이 사용한 스켈레톤은 하급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가스달이 꺼낼 스켈레톤은 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영혼과 기억을 먹여 가며 키워 온 주력 부대였다.
“보여 주도록 하지. 나의 심복들을.”
가스달이 지팡이로 지면을 내리찍자 발밑에 있던 그림자가 넓게 번졌다.
곧이어 그림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우가 치는 바다처럼 미친 듯이 출렁였다. 그 속에서 스켈레톤들이 몸을 일으켰다.
* * *
심복.
가스달이 자신 있게 말한 만큼 이들은 다른 스켈레톤과 달랐다.
우선 뼈의 색이 하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습도 달랐다.
지금까지 가스달이 소환한 스켈레톤들은 틀에 찍어 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기가 균일했다.
하지만 붉은 스켈레톤들은 크기가 모두 달랐다.
소년처럼 작은 체구부터 곰처럼 커다란 스켈레톤, 오우거를 연상시키는 거체도 있었다.
게다가 들고 있는 무기도 각기 달랐다. 칼과 창뿐만 아니라 대검과 철퇴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도 있었다.
‘이렇게 또 보게 되는군.’
데미안은 붉은 스켈레톤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생에서도 저들은 가스달의 정예군단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전생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어디까지나 전생을 기준으로 봤을 때였다.
“이들은 모두 로우클래스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가스달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여기에 내 지원이 더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제대로 된 흑마법사의 지원을 받는 스켈레톤은 본신의 능력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로우클래스 급의 스켈레톤이 수백 명.
그들이 대흑마법사인 가스달의 지원을 받는다면?
전력이 얼마나 강해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안 돼…… 이건…… 이건 이길 수 없어…….
데미안을 뒤따라온 도미니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빅터, 도망치게. 자네의 목숨만이라도…….
데미안은 도미니코의 말을 무시했다. 대신 여명을 빼들었다.
그 모습을 본 도미니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싸울 생각인가?
“그러기 위해서 왔으니까.”
데미안이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도미니코의 눈동자가 커졌다.
도미니코의 얼굴이 갈등이 떠올랐다. 잠시 뒤, 도미니코가 입을 열었다.
-빅터, 혹시 스켈레톤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멍청한 소리하고 있군. 흑마법사들은 각자 분야가 다르다. 모든 흑마법사가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역시 그런가.
“나는 가능하지만.”
도미니코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렇다면 날 스켈레톤으로 만들어 주게.
이번에는 데미안이 어이없어 할 때였다.
“언데드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거냐?”
-알고 있다. 흑마력을 받아들인 영혼은 윤회하지 못하고 세상에 남게 되지.
사람의 영혼은 끊임없이 윤회하며 환생한다.
하지만 흑마력에 오염된 영혼은 더 이상 윤회하지 못하며 세상에 남겨진다.
그리고 천천히 힘을 잃고 소멸하게 된다.
-그렇게라도 자네의 싸움에 보탬이 되고 싶네.
도미니코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결단을 내린 사람의 얼굴이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나도 부탁한다!
도미니코뿐만이 아니었다. 뒤따라온 백국의 기사와 병사들도 간절히 외쳤다.
“모두 후회하게 될 거다.”
데미안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도미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라도 대가를 치러야지.
데미안은 말없이 그들을 바라봤다. 이내, 천천히 손목의 팔찌를 완전히 풀었다.
팔찌에 담겨 있던 흑마력이 모조리 해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