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6)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6화(146/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6화
146화 마스터 (1)
데미안이 결흑을 발동한 순간, 도미니코는 이상한 장소로 끌려 왔다.
어디를 쳐다봐도 어둡기만 한, 온통 어둠이 깔려 있는 장소였다.
“여기는 어디지?”
도미니코가 당황해하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어둠 속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도미니코, 검은 그렇게 잡는 게 아니다.
풍성한 갈색 머리카락과 인자한 얼굴을 가진 중년 남성이었다.
아드리안.
도미니코의 스승이자 전대 백작이 자신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스승님……?
도미니코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윽고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스승님!”
도미니코가 울먹이며 아드리안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아드리안을 통과해서 지나칠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도미니코가 다시 아드리안을 돌아봤다. 그러자 아드리안의 모습이 연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잠시 후, 아드리안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바닥에 정좌를 하고 있었다.
-절대로 호흡을 빨리 해서는 안 된다. 천천히, 아주 깊숙이, 마력이 스며드는 것을 느껴야 한다.
과거에 아드리안이 도미니코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도미니코는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라고 말이다.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승님과 수련할 때의 기억이 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저게 너의 스승이로군.”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도미니코는 깜짝 놀라서 옆을 쳐다봤다.
어느새 데미안이 옆에 서 있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 시시한 문답을 나눌 때가 아니야.”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가만히 서서 아드리안을 지켜봤다.
-도미니코, 적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내려치기 1000번을 채우도록 하겠다!
-욘석아,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끊어서 치면 안 된다고.
데미안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드리안이 자신의 기술을 하나둘 펼치기 시작했다. 모두 도미니코가 과거에 봤던 모습들이었다.
도미니코는 아련한 눈빛으로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프리제 만큼이나 도미니코 역시 아드리안이 그리웠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어 거지로 살아가던 도미니코를 거둬 준 사람이 바로 아드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스달이 아드리안을 부활시켜 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프리제 이상으로 큰 기대감을 품었다.
그 결과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충 알겠군.”
그때, 데미안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아드리안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데미안이 허공에 손을 뻗자 대검이 나타났다. 데미안은 대검을 움켜쥐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검을 다뤄 본 적이 있는 모양이지? 솜씨가 제법인데?”
도미니코는 데미안의 대검술을 보고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미니코은 경악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의 검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더니 순식간에 아드리안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대, 대체 어떻게…….”
단순히 형태만 비슷한 게 아니었다. 스승에게서 느껴졌던 위압감과 정교함까지 판박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착각이 아닐까? 오늘 하루 동안 충격적인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판단력이 흐려진 것은 아닐까?
도미니코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데미안이 대검을 힘껏 내리쳤다.
그 순간, 거대한 참격이 세상에 떨어졌다. 지면이 쫙 갈라졌다. 계곡을 보는 것처럼 깊은 참흔이 지면에 새겨졌다.
“……말도 안 돼.”
도미니코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방금 데미안이 보여 준 것은 아드리안의 절기였다. 이 세상에서 오직 스승님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네 스승을 직접 보지 못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경지였을 것 같군.”
데미안이 대검을 땅에 꽂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깨달은 것들을 너한테 전달할 거다.”
“전달……? 그게 무슨 소리…….”
“명심해라. 지금부터 너한테 벌어지는 일은 일시적인 것이다. 내가 사용한 흑마법이 해제되면 모두 잊게 될 거다.”
데미안이 도미니코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너 정도의 재능이라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데미안이 짓궃게 웃으며 덧붙였다.
“어차피 죽은 몸이라 깨달아 봤자 쓸데도 없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 * *
눈부신 빛과 함께 도미니코가 눈을 떴다.
“도미니코. 준비는 끝났나?”
눈을 뜨자마자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미니코가 의문으로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방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지금은 그걸 고민할 때가 아니다.”
데미안이 앞을 가리켰다. 도미니코는 데미안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박살이 난 스켈레톤들의 잔해였다. 하얀 뼛조각과 붉은 뼛조각들이 서로 뒤섞여 있었다.
다음으로 보인 것은 가스달,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스승님의 시신이었다.
“저 언데드를 부수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 네가 저 녀석을 맡아 줘야겠다.”
도미니코는 떨리는 눈동자로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전생에 위대한 마스터였던 스승님이 흑마법사의 장난감으로 전락해 있었다.
-……스승님을 되살리려는 게 아니라 저렇게 이용할 생각이었군.
도미니코는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꾹 참으며 말했다.
“설마 스승님의 육체라서 싸우지 못하겠다는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빨리 안식을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도미니코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전신에 흐르는 기묘한 감각대로 마력을 움직였다.
-이렇게 사용하면 되는 건가?
손아귀로 오러가 모여들었다. 오러는 서로 압축되며 한 자루의 대검을 만들어 냈다.
오러블레이드.
마스터클래스의 상징과도 같은 그것이 도미니코의 손에서 구현되었다.
-설마 내 손으로 오러블레이드를 구현하는 날이 오다니.
도미니코가 쓴웃음을 지으며 오러블레이드를 바라봤다.
-내 힘으로 만든 게 아니지만.
“네 재능이라면 언젠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을 거다.”
데미안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괜한 위로는 안 해 줘도 된다. 지금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니까.
도미니코가 오러블레이드를 쥔 채 앞으로 나섰다.
“오러블레이드? 오러블레이드라고?”
도미니코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가스달의 표정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저 사령기사는…… 도미니코로군. 그 녀석은 원래 하이클래스였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오러블레이드를…… 설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가스달은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단정하게 빗어 놓았던 헤어스타일이 엉망이 되었다.
“만들어…… 만들어 낸 거구나…… 그 짧은 시간에…… 내가 평생 동안 노력해서 손에 넣은 것을…… 너는…… 네놈은……!”
가스달의 두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그는 빠득빠득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용납할 수 없다! 널! 네놈을! 절대로 살려 두지 않겠다!”
가스달이 정면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아드리안! 전부 죽여 버려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드리안이 돌진했다. 도미니코도 똑같이 달려들었다.
두 마스터클래스가 허공에서 격돌했다.
* * *
악령창을 재련해 만든 대검이 도미니코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다.
대검의 표면에 덧씌워진 것은 오러블레이드. 인류 역사상 최강의 무기라 불리는 것이었다.
그 어떤 금속도, 몬스터의 갑각도, 오러블레이드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쪽에도 오러블레이드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도미니코가 응수하기 위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양쪽의 자세가 똑같았다. 서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두 자루의 오러블레이드가 충돌했다.
그 순간, 화산이라도 터진 것처럼 땅이 박살이 났다. 하늘 위에 흘러 다니던 구름이 갈기갈기 찢겨졌다.
두 마스터가 오러블레이드를 맞댄 채 서로를 노려봤다.
아니, 노려본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눈빛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도미니코와 달리 아드리안의 눈빛은 흐리멍덩했으니까.
두 마스터가 동시에 팔뚝에 힘을 줬다. 서로의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도미니코는 즉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아드리안도 똑같이 행동했다.
두 마스터가 서로를 부수기 위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검격이 너무 빨라서 눈으로 쫓을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잔상과 이따금씩 번쩍이는 검광뿐이었다.
“하이클래스를 마스터클래스로 격상시키다니! 살면서 이렇게 놀란 적은 처음이었다!”
아드리안의 너머에서 가스달이 소리쳤다.
“하지만 결국 내가 만든 마스터가 이기고 있구나!”
전투가 길어질수록 도미니코의 몸은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다.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전신에 자잘한 금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봤느냐! 내가 아드리안에게 투자한 시간과 자원이 이런 우위를 불러오는 것이다!”
가스달의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면, 데미안은 무심한 얼굴로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스터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지?”
문득,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가스달은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을 하는구나! 네 눈앞에 있지 않느냐! 내가 만들어 낸 마스터가!”
“네놈이 만들어 낸 건,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아는 언데드에 불과하다.”
“당연한 소리를…… 오러블레이드야 말로 마스터의 상징이거늘!”
가스달의 외침에 데미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스터가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아는 건 맞지만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해서 모두 마스터인 것은 아니지.”
“패배가 코앞에 닥치니까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구나! 그래도 소용없다. 네놈과 저 사령기사는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가스달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떠올랐다.
“잘 들어라.”
그런 가스달을 향해 데미안이 천천히 말했다.
“마스터란 경지를 얻은 자를 말한다. 그걸 재현하지 못하면 껍데기에 불과하지. 그 차이를 지금부터 보여 주마.”
데미안이 도미니코를 향해 명령했다.
“도미니코. 이제 끝내라.”
* * *
-스승님.
아드리안과 검격을 나누는 동안 도미니코가 나지막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프리제 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도미니코는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죄를 고했다.
-정적들로부터 백국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백국의 시민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백국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드리안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흐릿한 눈동자로 도미니코를 응시할 뿐이었다.
-……최소한 제 손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도미니코가 대검을 힘껏 휘둘렀다. 베는 것이 아니라 날려 보내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아드리안은 대검을 세워서 도미니코의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충격까지 버텨 내진 못했는지 몸이 뒤로 밀려 나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며 전투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도미니코는 심상 세계에서 데미안에게 넘겨 받은 지식을 떠올렸다.
아드리안은 대검을 사용하는 기사였다. 자연스럽게 아드리안은 일격필살의 강검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런 아드리안이 마스터 클래스에 오르면서 손에 넣은 경지는 ‘단엄침중(端嚴沈重)’이었다.
단엄침중은 참격의 위력을 강화시키는 경지였다.
동작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참격의 위력과 범위가 증가한다.
어떤 기교도 필요 없이 오로지 적을 부수겠다는 아드리안의 일념이 담긴 경지였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경지가 아닐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데미안이 도미니코의 기억을 보고 만들어 낸 경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곁에서 아드리안을 지켜본 도미니코는 확신하고 있었다.
단엄침중이야말로 아드리안이 마스터로서 손에 넣은 경지가 맞다고 말이다.
도미니코가 대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대검으로 내려찍겠다는 의도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느껴지는 자세였다.
의도를 읽히는 것은 패배로 직결되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단엄침중’이 있는 한 그렇지 않았다.
도미니코가 대검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고정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오러블레이드가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드리안! 더 이상 지체하지 마라! 모두 박살 내 버리란 말이다!”
가스달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아드리안이 괴성을 지르며 도미니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도미니코가 대검을 내리쳤다.
거인의 참격이 세상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