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7화(14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7화
147화 마스터 (2)
거인의 일격이 세상에 떨어졌다.
거대한 참격이 아드리안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백작성의 반을 날려 버리더니 그 너머에 있는 산까지 완전히 지워 버렸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대신 지면에 골짜기처럼 깊은 참흔이 남았다. 참흔은 길게 뻗어나가서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도미니코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방금 전의 일격을 발휘하기 위해서 모든 체력과 흑마력을 끌어다 사용했다.
사령기사의 육체로도 극심한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승님…….
도미니코가 착잡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아드리안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스달이 망연한 얼굴로 도미니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내 아드리안이…… 기껏 손에 넣은 마스터클래스가…… 이럴 수는 없어…….”
가스달을 바라본 순간, 도미니코의 가슴 속에서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타오르는 분노가 피로를 모조리 날려 버렸다.
-가스달……!
도미니코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가스달은 정신을 차렸다.
“빌어먹을……!”
가스달은 황급히 흑마법을 발동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도미니코가 가스달의 코앞에 나타나 그의 팔뚝을 잡아서 뜯어냈다.
가스달의 팔이 지팡이를 움켜쥔 채로 멀리 날아갔다. 뜨거운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크, 크으윽!”
가스달이 신음을 흘리며 어깨를 움켜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프군…… 나에 대한 증오심이 그대로 느껴지는구나.”
가스달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도미니코를 올려다봤다.
“승자의 권리를 행사할 생각이냐? 찢어 죽이든, 밟아 죽이든 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말하는 가스달의 목소리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다.
그 여유로운 태도가 도미니코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래, 마음대로 하마. 그 입에서 제발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오게 해 주지!
“오오, 그거 좋지. 우리 내기라도 할까? 내가 그런 말을 할지 말지?”
가스달의 조롱에 도미니코의 눈동자에서 불이 뿜어졌다.
도미니코가 가스달의 사지를 뜯어내기 위해서 손을 뻗을 때였다.
“그만.”
데미안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람에 도미니코는 뻗었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데미안과 도미니코 사이에는 절대적인 주종관계가 성립되어 있었기에 그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다.
-빅터, 제발 날 내버려 둬라. 이놈은…… 프리제 영애님을 죽였다! 그리고 스승님을…… 그분을 욕보였어!
도미니코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냉담했다.
“착각하지 마라. 그 일은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다. 게다가 너희들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가스달에게 넘기는 죄를 저질렀다.”
도미니코는 이를 악물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데미안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내 손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해다오!
“허락할 수 없다. 이게 너희들이 치러야 할 마지막 대가다.”
데미안이 지극히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보다 저놈을 죽이는 것은 너의 몫이 아니다.”
-그게 무슨 소리…….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 어서 저놈을 제압해라.”
데미안은 도미니코에게 면리금침에 대한 정보를 보냈다.
도미니코는 면리금침의 지식대로 가스달의 혈도를 찔렀다.
“크, 크으윽…….”
손가락이 자신의 몸을 파고들 때마다 가스달은 신음을 흘렸다.
가스달이 면리금침에 의해 흑마력이 봉쇄되자마자 간발의 차이로 ‘결흑(結黑)’이 해제되면서 제단이 사라졌다.
가스달은 대흑마법사였다. 스켈레톤들이 없어도 굉장히 위협적인 적이었다. 그러니 결흑이 해제되기 전에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제단에서 내려온 데미안이 가스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빅터……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흑마력을 움직일 수가 없어. 설마 혈도를 봉인한 건가? 대체 어떤 원리지?”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가스달은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고 있었다.
가스달의 이런 태도는 일부러 꾸며 낸 것이 아니었다.
대흑마법사라는 경지에 오를 정도면 정신세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죽음과 고통 따위로는 가스달을 위협할 수 없었다.
데미안이 도미니코를 말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가 어떤 고문을 가해도 가스달에게서 항복을 받아 낼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날 죽일 생각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판데모니엄 소속이거든.”
데미안이 아무 말도 없자 가스달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판데모니엄.
제국을 전복시키기 위해서 암약하고 있는 최대이자 최강의 흑마법사 세력.
구성원 대부분이 대흑마법사거나 혹은 리치라는 무지막지한 전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판데모니엄은 은원이 철저한 곳이거든. 구성원이 살해당하면 반드시 복수하지.”
이전에 데미안은 애플 왕실에서 판데모니엄 소속이라 주장하는 흑마법사를 죽인 적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후보였을 뿐이었다. 그래서 데미안이 그들을 죽였음에도 판데모니엄은 딱히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스달은 판데모니엄의 진정한 일원이었다. 이대로 죽인다면 판데모니엄에서 움직일 게 분명했다.
“빅터, 판데모니엄은 전 대륙을 뒤져서라도 널 찾아낼 거다. 마스터클래스급 사령기사로는 막아 내지 못할걸?”
가스달이 하는 말들엔 과장이 일체 없었다. 마스터클래스 한 명으로는 판데모니엄과 대적할 수 없다.
“거참 무섭군.”
하지만 판데모니엄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데미안은 조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런 데미안의 태도에 가스달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말했다.
“판데모니엄의 이름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지? 당돌하군. 역시 넌 날 죽일 가치가…….”
“내 이름은 빅터가 아니다.”
데미안의 말에 가스달의 미간이 좁아졌다. 마치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내 진짜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다.
“……데미안 학센? 시체놀음을 죽이고, 유란을 파괴했다던?”
진짜 이름을 듣자 가스달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놀랍군. 정말 놀라워. 교단의 협력자인 네가 이런 수준 높은 흑마법사였을 줄이야.”
흑마법사라는 말에 데미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난 흑마법을 사용할 뿐이지, 흑마법사가 아니다. 너희 같은 버러지들과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가스달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게 그거 아닌…….”
“그러니 판데모니엄에서 백국을 조사해도 나에 대한 단서를 찾기는 힘들 거다.”
데미안은 백국에 온 이후로 줄곧 빅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미들클래스를 몽둥이로 패 버리는 등, 다소 소란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빅터라는 인물을 데미안이라고 특정 짓기는 힘들 터였다.
“판데모니엄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군. 너에 대해서 알아낼 방법은 얼마든지…….”
“흑마력으로 네 기억을 남길 생각이지?”
대뜸 데미안이 내뱉은 말에 가스달의 싸늘하게 굳었다.
“이 근방에 네 기억을 섞은 흑마력을 퍼트릴 생각이잖아. 나중에 판데모니엄에서 사람을 보내면 그 기억을 통해서 날 특정할 수 있게 말이야.”
전생에 본 적이 있다. 방금 말한 방법을 통해서 가스달이 도르고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말이다.
“소용없는 짓이야. 널 죽인 다음에 이 주변을 말끔하게 청소할 생각이거든. 판데모니엄에서 날 찾아내지 못하도록 말이야.”
“어리석군. 정보를 남길 방법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사념을 남길 생각이겠지. 너 정도의 흑마법사라면 죽는 순간에 임의로 강력한 사념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이번에도 데미안이 자신의 속셈을 알아차리자 가스달의 얼굴이 더욱 굳었다.
“괜한 협박하지 마라. 지금부터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통받는 것뿐이니까.”
데미안이 가스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에 흑마력을 주입하며 말했다.
“그럼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 * *
흑마력이 주입되자 가스달의 눈앞에 검게 변했다.
잠시 후, 어둠이 걷혔을 때, 가스달은 묘한 공간에 와 있었다.
모든 것이 하얗고, 파란 곳이었다. 그 모든 게 뒤섞여 있는 곳에서 가스달은 부유하고 있었다.
“영적인 공간이로군.”
흑마법사였기에 가스달은 이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날 이곳으로 데려오다니…… 정말이지 경솔한 친구로군.”
가스달의 입가에 잔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영적인 공간은 영혼이 지닌 힘에 따라서 우열이 결정되는 장소였다.
대흑마법사인 가스달의 영혼은 무척 비대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빅터, 아니 데미안의 영혼을 파괴시킬 수 있었다. 잘만하면 데미안의 육체를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가 경솔하다는 거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스달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모르겠으면 이제부터 알려 주도록 하마!”
그리 소리치며 가스달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데미안의 영혼을 본 순간, 온몸이 딱딱하게 굳으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 든 생각은 어둠이었다.
데미안을 중심으로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치 폭풍처럼,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거칠 게 휘몰아쳤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죽음이었다.
겨울날, 얼어붙은 호수에 빠진 듯한 끔찍한 오한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수만 마리의 벌레가 피부 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불쾌함이 느껴졌다.
가스달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땅바닥에 이마를 붙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비굴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두려움을 사라지지 않았다.
“너…… 너는…… 아, 아니…… 당신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존칭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가스달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데미안 학센이 자신과 똑같은 대흑마법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데미안 학센은 대흑마법사 따위가 아니었다.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영역에 도달한 흑마법사였다.
“대, 대체 왜…… 이만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면서…… 스켈레톤 따위를…… 만들어 내신 겁니까…….”
데미안의 능력이라면 굳이 스켈레톤을 만들어 내지 않고도 가스달을 죽일 수 있을 터였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마치 인간이 손가락 하나로 개미를 짓이기듯이 말이다.
“공감했기 때문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한 마디였다.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화가 나는지. 얼마나 서글픈지. 나 역시 느껴봤기 때문이지.”
“그게…… 무, 무슨 말씀이신지…….”
“문답은 이쯤 나누기로 하고…… 슬슬 시작하자.”
데미안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하늘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희뿌연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모두 가스달을 향해 증오와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
영혼.
가스달이 지금까지 가지고 놀았던 수만 명의 영혼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깐…….”
죽음 앞에서 의연했던 가스달조차 지금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영혼이 겪는 고통은 육체의 고통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무리 대흑마법사라해도 이렇게 많은 영혼에게 시달리면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냥 날 죽여…… 죽이란 말이야……!”
가스달이 데미안을 향해 애타게 소리쳤다. 하지만 데미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돌려서 어둠 속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제발 날 죽여 달란 말이야!”
수만 명의 영혼이 가스달을 에워쌌다.
이윽고 사람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