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8화(148/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8화
148화 마스터 (3)
티에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도시 전체에 언데드가 출현해 사람들을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리라는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제기랄, 인생 좀 피나 했더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티에보는 스켈레톤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빅터라는 사람을 만나서 대량의 유물을 확보했을 때만 해도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목숨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티에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다들 힘내라! 쓰러지지 마라!”
수많은 기사가 함께 스켈레톤과 싸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더플리스였다.
마카다미아 왕국에서 단 두 명밖에 없다는 하이클래스.
더플리스의 실력은 과연 대단했다. 한 번만 검을 휘둘러도 수십의 스켈레톤이 우수수 박살이 났다.
문제는 다시 복원되어서 그렇지.
더플리스가 박살 낸 스켈레톤들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더플리스와 기사들의 얼굴에 피로감이 떠올랐다.
“으, 으아악!”
그때, 스켈레톤이 내지른 창이 티에보의 어깨를 찔렀다.
다행히 갑옷이 뚫리지 않은 탓에 무사할 수 있었다.
“이 자식아! 이 갑옷이 이래 봬도 유물이야!”
티에보는 고함을 지르며 스켈레톤을 몽둥이로 퍽퍽 내렸다.
하지만 아무리 때려도 스켈레톤은 망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티에보의 몽둥이를 움켜잡고 옆으로 내던졌다.
“씨, 씨발! 씨이발!”
저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티에보가 공포에 질려 있을 때였다.
갑자기 스켈레톤의 눈구멍에서 안광이 사라지더니, 이윽고 몸이 뼛조각으로 변해서 무너져 내렸다.
“어? 어어?”
티에보가 상대하고 있던 스켈레톤뿐만이 아니었다. 도시 전체의 모든 스켈레톤이 쓰러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들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 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환호성을 질렀다.
“휴, 휴우우우.”
티에보는 바닥에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빅터, 그 인간은 무사한 건가……?”
티에보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 * *
“히, 히익…… 히이익……!”
데미안이 흑마력을 주입한 이후부터 가스달은 바닥에서 온몸을 비틀어댔다.
“그, 그만! 그만해! 이만하면 됐잖아! 그만 내 영혼을 뜯어내란 말이야!”
“아, 아니야!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그만! 그러니까 그만!
“죽여…… 제발 죽여 줘…… 제발…… 이만 죽여 달란 말이야…….”
가스달은 끝없이 비명과 고통을 토해 냈다. 이따금씩 간절한 목소리로 죽여 달라 애원하기도 했다.
도미니코와 스켈레톤들은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봤다.
다들 언데드였기에 지금 가스달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영적인 공간에서 수만 명이 넘는 영혼에게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원수라는 것을 알고 봐도 동정심이 들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들 진짜로 가스달을 안타깝게 여긴 것은 아니었다.
-이래서 내게 가스달을 맡기지 않은 건가?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서?
도미니코가 데미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미안은 실소를 흘렸다.
“착각하지 마라. 저들이야말로 가스달에게 복수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데미안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했다.
“원래는 너희들의 영혼도 저들에게 내던져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데미안이 저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죄까지 눈감아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언데드로 변하면서까지 가스달과 싸우는 길을 선택했기에 더 이상 비난하지 않는 것뿐이었다.
-……네 말이 맞군. 아직 우리가 지은 죄는 그대로 남아 있지.
도미니코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폐허가 되어 버린 백작성과 달리, 하늘은 믿기 힘들 만큼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진짜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라고 했던가?
도미니코가 데미안의 앞에 섰다. 그러자 스켈레톤들이 그 뒤에 정렬했다.
-우리를 도와줘서 고맙다.
도미니코가 고개를 숙이자 스켈레톤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내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가서 너희들의 주인을 챙겨라.”
-배려에 감사한다. 그러면 그분의 시신을 수습하고 오겠다.
도미니코와 스켈레톤들은 프리제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 자리를 떠났다.
가스달이 해방시킨 흑마력에 별채가 날아가면서 프리제의 시선도 휩쓸렸기 때문이다.
그사이 데미안은 뒷정리에 들어갔다.
데미안이 가장 먼저 확보한 것은 에레보스의 조각이었다.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만큼 강대한 일격 속에서도 에레보스의 조각은 파괴되지 않은 채 땅에 떨어져 있었다.
데미안은 허리를 숙여 에레보스의 조각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두 조각째군.”
이번에 얻은 에레보스의 조각은 무척 작았다. 마스터클래스급 언데드를 가동시켰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데미안은 손목에 저장되어 있던 에레보스를 꺼냈다.
조각은 물방울처럼 흐물흐물 변하더니 날에 착 달라붙었다. 짧막했던 칼날이 조금 더 길어졌다.
데미안은 시험삼아서 에레보스가 달려 있는 장대를 휘둘렀다. 날이 길어진 덕분에 에레보스가 허공을 가르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조금 더 길어지면 산화의 권능이 깨어날지도 모르겠군.”
부식의 권능과 마찬가지로 산화의 권능 역시 에레보스의 가장 강력한 권능 중 하나였다.
부식의 권능이 물질을 소멸시킨다면 산화의 권능은 마력을 지우는 권능이었다.
마법사들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권능으로 데스나이트 시절, 대마법사들이 작정하고 준비한 마법폭격을 산화읙 권능으로 모조리 막아 낸 적도 있었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주변의 흑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팔찌에 저장했다. 그리고 고위계 흑마법의 사용 흔적들을 모조리 지웠다.
마지막으로 데미안은 가스달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가스달은 숨이 멎어 있었다. 결국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쓰레기 같은 놈.”
데미안은 경멸스럽게 말하며 흑마법으로 가스달의 시체를 태워 버리려 했다.
그러다 문득, 가스달이 목에 걸려 있는 마도구가 보였다.
“이건…….”
데미안은 목걸이를 빼서 확인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아공간 마법이 걸려 있는 마도구였다.
데미안은 아공간을 열어서 내부를 확인했다. 먼저 사용하던 아공간 반지보다 공간이 훨씬 넓었다. 거의 세 배쯤 되는 것 같았다.
“이건 쓸 만한걸.”
물건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데미안은 아공간 목걸이를 챙겼다.
대신 내부에 있던 가스달의 연구재료와 서적들은 모두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가스달의 시체와 함께 소각했다.
다음으로 데미안이 관심을 끈 건 가스달이 사용하던 지팡이였다.
대흑마법사라는 위치에 걸맞게 이 지팡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정령목의 가지로 만든 지팡이라니. 이 귀한 걸 어디서 구했지?”
정령목이란 정령들의 세상인 정령계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나무를 말했다.
구하기 무척 어렵지만 마도구를 만들기에는 이만한 재료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급을 따지자면 엘프들이 애지중지한다는 세계수가 훨씬 뛰어나지만 그건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건 마법사들한테 팔아도 되겠는데.”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이었다. 데미안은 지팡이를 아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데미안, 이쪽은 볼일이 끝났다.
도미니코와 스켈레톤들이 데미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시신은 무사히 수습했나?”
-그래, 뒷마당에 묻고 오는 길이다. 애도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지만…… 그보다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급한 일?”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도미니코를 바라봤다.
-이제 곧 사람들이 성으로 몰려들 거다. 그전에 너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
* * *
그렇게 도미니코가 데미안을 데리고 간 곳은 백작성의 지하였다.
-이곳은 백작가의 금고로 통하는 입구다. 이 안에 너에게 주고 싶은 물건이 있다.
몇 번 와본 적이 있는지 도미니코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철문에 달려 있는 장치를 조작했다. 그러자 철문이 좌우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금고라…….”
데미안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입구를 바라봤다.
마스터클래스를 배출해 냈으며, 백국으로 승격됐을 정도로 위세가 높았던 가문의 금고다. 데미안조차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철문이 완전히 열렸을 때, 데미안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텅 비어 있잖아?”
내부의 공간은 제법 넓었지만 남아 있는 물건들이 몇 없었다.
-스승님께서 돌아가신 이후, 백국을 지탱하느라 안에 있던 물건들을 전부 팔아야 했거든.
도미니코가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가장 귀한 보물은 남겨 놓았다.”
도미니코는 데미안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대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검신의 길이만 해도 2미터는 가볍게 넘길 것 같았다. 손잡이도 무척 길어서 두 손으로 잡아도 한참 남을 듯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검신의 표면에 새겨진 선이었다. 수십 개가 넘는 직선이 검자루에서부터 칼끝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스승님께서 유적지의 마지막 층에서 발견한 유물검이다. 범상치 않은 물건인 듯싶어서 줄곧 금고에 보관 중이었지.
데미안의 옆에서 도미니코가 설명을 시작했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실전에 적합한 무기는 아니다. 그래서 스승님께서도 한 번도 이 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
도미니코가 그립다는 얼굴로 대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층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더군. 보통 물건은 아닐 테니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팔면 엄청난 값을 받을 수 있을 거다.
데미안은 유물검에 가까이 다가갔다.
유적지의 마지막층에서 발견된 물건이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유적지의 원래 소유주였던 장인이 왕자에게 바치기 위해서 제작 중이라던 유물검 말이다.
“이게 여기에 있었을 줄이야…….”
유적지에서 봤던 설명 중에는 이것의 작동법도 적혀 있었다.
데미안은 유물검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유물검의 크로스가드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유물검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도미니코가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유물검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데미안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데미안은 시험 삼아 머릿속으로 움직임을 그렸다. 그러자 유물검이 그에 맞춰서 움직였다.
“너도 이름이 필요하겠구나.”
데미안이 자신의 주위를 떠도는 유물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비연이라고 하자.”
그렇게 데미안은 유물검의 주인이 되었다.
* * *
그 뒤로 데미안은 백작성을 빠져나왔다.
데미안이 나오자마자 많은 사람이 백작성으로 몰려들었다. 간발의 차이였다.
다음으로 데미안은 여관과 유적지 6층에 놔뒀던 유물들을 찾으러 갔다. 이대로 두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웠던 것이다.
언데드로 인해서 난리가 난 탓에 백국에서 유물을 판매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애플 왕국 암시장에 판매하는 게 나을 듯싶었다.
가스달에게서 얻은 아공간 목걸이의 공간이 넉넉한 덕분에 유물들을 모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유물들을 모두 회수한 뒤, 데미안은 마지막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티에보가 묶고 있는 여관으로 숨어 들어갔다.
“드르렁.”
티에보는 침대에 대자로 뻗은 채 자고 있었다. 데미안은 그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때렸다.
“으, 으어어억!”
티에보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데미안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어허.”
데미안은 재빨리 티에보의 혈도를 눌렀다. 목 근육을 마비시키는 자리였다. 그 바람에 티에보는 비명을 지르려다가 멈췄다.
“진정해라. 나다.”
데미안이 티에보의 앞에 얼굴을 내보였다. 티에보의 눈동자가 커졌다.
데미안이 혈도를 풀어주자 티에보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빅터 님? 살아 계셨습니까?”
“그럼 죽은 줄 알았냐?”
“어디에도 안 보이셔서 꼼짝없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리 말하며 티에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시간에 오신 겁니까?”
“떠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떠, 떠나신다고요? 유적지는 어쩌고요?”
“이 난리가 났는데. 유적지가 문제냐.”
대규모 언데드가 출몰했으니 이제 곧 백국에서 이단심문관들을 보낼 것이다.
그들과 데미안이 마주치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테니 그 전에 백국을 떠날 생각이었다.
“떠나기 전에 네가 고생한 값은 치러야 할 것 같아서 왔다.”
“예?”
“그 갑옷과 장갑은 이제부터 네 소유다.”
데미안의 말에 티에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것만으로는 값이 부족하지.”
데미안이 미리 가져온 유물 몇 점을 내밀었다. 6층에서 찾아낸 물건들이었다.
“이것들만 팔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을 거다.”
“비, 빅터님…….”
티에보가 감격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그 대가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기억을 조금 지우도록 하마.”
“예?”
데미안이 티에보의 이마에 손가락을 얹고 흑마법을 사용했다.
티에보에게서 며칠 간의 기억을 뽑아내서 소멸시켰다.
판데모니엄이 사람들을 심문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흑마법의 여파로 티에보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잘 살아라.”
그리 말한 뒤, 데미안은 여관을 빠져나갔다.
* * *
여관을 나온 데미안은 미리 사 놓은 말을 타고 백국을 떠났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데미안이 말을 멈췄다.
“이만 나와라.”
데미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수풀들이 뒤흔들렸다.
그 사이에서 형체가 불투명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백국의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도미니코의 영혼들이었다.
“어째서 날 따라오는 거지?”
전투가 끝난 이후, 데미안은 이들에게 걸려 있던 흑마법을 해제했다. 이들은 언데드에서 다시 영혼으로 돌아왔다.
“너희들이 죽을 자리는 바로 백국이다. 더 이상 날 따라오지 마라.”
데미안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백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도미니코를 돌아봤다. 도미니코가 데미안의 앞에 서며 말했다.
-데미안, 너는 앞으로도 흑마법사들과 싸울 생각이냐?
“그렇게 되겠지.”
-너는…… 대체 왜 흑마법사들과 싸우려는 거냐?“
도미니코의 물음에 데미안이 인상을 썼다.
“그것까지 너희들에게 말해 줄 생각은 없다. 설마 그런 시덥잖은 질문을 하려고 날 찾아온 거냐?”
-그 싸움에 우리를 사용해다오.
예상치 못한 말에 데미안은 멈칫했다.
“뭐라고?”
-우리를 너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 달라고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냐.”
데미안의 물음에 도미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네 말대로 아직 우리는 죗값을 마저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지.
데미안이 비난한 대로 이들은 죄 없는 탐사자들을 잡아다가 가스달의 실험체로 바쳤다.
비록 주군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지만 죄는 죄였다.
-두 번째는…… 너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데미안은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도미니코를 비롯한 영혼들은 결심을 굳힌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미안은 고민에 잠겼다.
만약 데미안이 홀몸이었다면 이들의 충성을 거부했을 것이다.
데미안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다. 이들은 오히려 걸림돌만 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데미안에게는 보호해야 할 가족이 있었다.
조만간 데미안은 판데모니엄과 충돌하게 될 터였다. 판데모니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데미안을 압박할 게 분명했다.
데미안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한 손에서 두 손을 감당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후회하게 될 거다.”
데미안의 말에 도미니코를 비롯한 다른 영혼들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도미니코와 영혼들이 데미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은 마치 군주에게 충성서약을 하려는 기사들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