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49)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9화(149/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49화
149화 돌아오는 길 (1)
데미안은 목적지를 학센 백작가로 정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전에 수중에 있는 유물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이런 일은 역시 녹향이 제격이지.’
데미안은 유물들의 판매를 녹향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녹향은 수도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조직이었다. 암시장까지 운영하고 있기에 유물을 처리하기에 딱 알맞았다.
그렇다고 모든 유물을 다 내놓게 되면 판데모니엄에서 데미안을 특정할 수도 있기에, 다른 유적지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물건들만 골라서 내놓을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가는 길에 그 녀석들을 훈련시켜야겠다.’
그 녀석들이란 바로 도미니코 일행을 말했다.
도미니코 일행이 합류하기는 했지만 즉시 전력으로 쓰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일반 병사가 20명에 로우클래스가 6명, 미들클래스가 4명, 하이클래스가 1명.’
일반적으론 이 정도만 되어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전력이었다.
문제는 데미안이 대비하고 있는 적이 판데모니엄이라는 점이었다.
판데모니엄은 마스터클래스조차 경시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겨우 이런 전력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
매번 데미안이 결흑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내가 알려 주는 동작들을 하루에 1만 번씩 반복한다.”
왕성으로 가는 도중, 데미안은 도미니코 일행을 소환한 뒤에 말했다.
-지금 1만 번이라고 하셨습니까?
도미니코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주종의 관계를 맺은 이후, 도미니코는 데미안에게 존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왜? 불만이라도 있어?”
-저는 할 수 있지만…… 다른 녀석들한테는 너무 가혹한 훈련인 듯합니다.
도미니코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내려치기를 100번만 해도 팔이 떨어져 나갈 듯이 힘든데. 그보다 복잡한 동작을 1만 번이나 하라니?
“인간이라면 가혹하겠지. 하지만 너희들은 이제 언데드잖아?”
먹을 필요도, 잘 필요도 없다. 심지어 부상을 입을 일도 없다.
“약한 소리하지 말고 완수해라. 어차피 저 안에서 할 일도 없잖아?”
데미안이 여행용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체놀음이 사용했던 마도구로 다수의 언데드를 수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데미안이 알아본 결과, 여행용 가방의 내부는 아공간으로 되어 있어서 언데드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다.
“내 목표는 너희들을 전원 하이클래스로 만드는 거다.”
데미안의 말에 도미니코와 다른 영혼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농담하는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웃지 않았다. 그제야 도미니코와 다른 영혼들은 데미안의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난 허튼소리는 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데미안에게는 결흑이 있기 때문이다.
결흑을 사용하면 데미안의 지식과 경험을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것이고, 결흑이 해제되면 모두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감각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데미안의 지도와 훈련, 덤으로 주기적으로 결흑을 사용함으로써 감각을 새겨 준다면 머지않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게 데미안의 계산이었다.
“아, 너는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알지?”
데미안이 도미니코에게 말했다. 그러자 도미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약한 척하지 마라. 네가 제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어쩌면 다른 이들이 모두 하이클래스에 도달하는 것보다 도미니코가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도미니코에게는 그만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미안은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미야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나뭇가지 위에 있는 뱀을 관찰하고 있었다.
“저 녀석 보이지? 저 녀석이랑 하루 3시간씩 싸워라.”
-……예?
도미니코가 깜짝 놀라서 데미안을 쳐다봤다.
“이 녀석이 자질은 괜찮은데 경험이 부족해서 맨날 지거든.”
-그렇다면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대충 하면 안 돼. 제대로 해야 해.”
-알겠습니다. 죽일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지.”
데미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죽여.”
-……예?
“죽일 각오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서로 죽여. 어차피 진짜 죽지도 않잖아?”
도미니코는 이미 죽은 영혼이었다. 미야의 경우에는 불사조의 피를 섭취함으로써 재생력이 더욱 강화 되었다.
도미니코는 미야를 돌아봤다. 외형만 봤을 때, 미야는 가녀린 인상의 미인이었다.
그런 미야를 그냥 죽이라니?
-그…….
“왜?”
-아닙니다.
하지만 도미니코는 데미안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받은 은혜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캥!”
자신에게 닥칠 운명도 모른 채 미야는 뱀의 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며 즐거워했다.
* * *
그 이후, 데미안은 수도에서 녹향과 접촉했다.
판매해도 티가 나지 않을 유물들을 골라서 모두 녹향에게 맡겼다.
겸사겸사 경매장에 올라오는 물품들을 확인했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쉽군. 전부 나한테 쓸모없는 영약들 뿐이야. 마나연공법은 아예 없고.’
하이클래스부터는 어지간한 영약으로는 마력량을 늘릴 수 없었다.
공청석유, 세계수의 열매 같이 전설적로만 내려오는 영약들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천천히 마력량을 쌓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데미안에게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판데모니엄과 싸우려면 하루빨리 마스터클래스가 되어야 한다.’
데미안은 판데모니엄을 완전히 괴멸시킬 생각이었다.
멸망전쟁 당시, 판데모니엄은 도르고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들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단 한 명도 살려 둘 수 없었다. 최소한 조직을 와해시키는 수준은 되어야 했다.
“판매 대금은 학센 백작가로 보내라.”
데미안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녹향을 나왔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왕성을 빠져나온 데미안은 가족들이 있는 스프링성으로 방향을 잡고 말을 몰았다.
대로변을 따라서 이동하자 어느 커다란 숲이 데미안을 반겼다.
데미안이 말과 함께 숲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이상하기도 하군.”
별안간 데미안이 말을 멈추고 혼잣말을 했다.
“언제부터 애플 왕국이 이렇게 흉흉해졌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풀 사이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데미안은 화살을 보지도 않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화살이 눈앞을 지나갔다.
곧이어 수풀 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화살이 날아왔다. 간격이 촘촘해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데미안은 마력을 끌어올려서 외부로 방출했다. 마력에 의해서 발생한 파동이 화살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귀찮게 됐군.”
이대로 싸움이 벌어지면 비싼 값을 치른 말이 죽을 확률이 높았다.
데미안은 땅으로 내려온 뒤,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 말은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만 나와라.”
데미안이 숲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 순간, 수풀 속에서 아밍소드를 손에 쥔 여성이 튀어나왔다.
여성은 데미안을 향해서 칼을 내리쳤다. 데미안은 여명을 뽑아서 공격을 막아 냈다.
상당한 충격이 칼날을 타고 전해졌다. 데미안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하이클래스? 애플 왕국에는 여성 하이클래스가 없을 텐데?”
여인은 데미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칼을 휘두를 뿐이었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여인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냈다. 그런데 아무리 공격을 막아 내도 여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집요하게 얽히고 들어오는 것이 마치 뱀과 같은 검술이었다.
“어디 소속이지? 무슨 속셈으로 날 노리는 거냐.”
데미안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때, 등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창을 든 남성이 데미안을 향해 돌진했다.
남성이 데미안을 향해서 연속해서 창을 내질렀다. 데미안은 여명으로 창을 쳐 냈다.
여성의 검술이 집요하다면 남성의 창은 무척 경쾌했다. 가볍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연격이 쏟아졌다.
“하이클래스가 한 명 더 있었군.”
창을 휘두르는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남성 역시 하이클래스였다.
두 명의 하이클래스가 서로 협력하며 데미안을 공격했다. 검과 창이 끊임없이 데미안의 급소를 노렸다.
데미안의 두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두 사람의 기술은 물론이고, 근육의 움직임, 시선의 처리까지 모조리 읽어냈다.
모든 것이 파악되자 두 사람의 움직임이 손에 잡힐 듯이 훤히 보였다.
조각이 모두 모였으니 남은 건 마무리뿐이었다.
데미안이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체온이 오르면서 모든 감각이 활성화되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엄청난 속도로 쏟아진 창과 칼도 똑같이 느려졌다.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느려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데미안만이 원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데미안은 몸을 틀어서 창과 칼을 피했다. 그리고 여인과 남성의 목을 한 번씩 칼로 그었다.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해제했다. 느리게 흘러가던 세상이 다시 빨라졌다.
“컥!”
“헉!”
그제야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이 베였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목을 움켜잡았다. 손가락 사이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커억…… 크어억…….”
“헉, 허억…….”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마력을 움직여서 상처를 막았다. 하이클래스답게 흐르던 피가 금방 멎었다.
하지만 상처를 막았을 뿐이지,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금만 격하게 움직이면 목의 상처가 다시 터질 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봤다. 그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칼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수풀 속에서 한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처음에 날아들었던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데미안은 여명을 세워서 화살을 막아 냈다.
그 순간,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데미안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역시 마스터클래스가 숨어 있었군.’
벌성지광약을 사용했을 때, 데미안은 두 사람을 완전히 죽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격에 살기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숲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기운 때문이었다.
기운을 숨기고 있었지만 데미안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누구냐.”
데미안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척,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수풀을 헤치며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 명은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었다. 손에는 자신의 신장과 비슷한 길이의 장궁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소년이 서 있었다.
특이하게도 소년은 머리와 눈썹이 모두 하얀색이었다. 마치 노인을 보는 것 같았다.
“목청 한번 우렁찬 녀석이로군.”
앳된 외모와 달리 남자의 말투는 노인처럼 고리타분했다.
“신시아, 봤느냐? 저 녀석이 네 화살을 막아 냈구나.”
소년이 여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여성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소년은 신이 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죽일 마음이 없었다지만…… 하이클래스가 마스터클래스의 일격을 막아 냈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 않느냐.”
소년의 칭찬에도 데미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 인간이 왜 여기에 있지?’
소년의 얼굴을 확인한 이후부터 데미안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이 남자의 정체를 안다면 데미안과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
저 소년의 이름은 칼 호퍼.
세간에는 용병왕이라 불리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