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화
15화. 경고 (1)
라이언블룸 후작가.
애플 왕국 최고의 검가라 불리는 이곳에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네 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목검을 든 채 마른침을 연신 삼키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에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체격이 다부지긴 했지만 그뿐이다. 덩치가 큰 것도, 힘이 강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다들 몸은 충분히 풀어 뒀느냐?”
그러나 청년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럼 슬슬 시작하자꾸나.”
하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중년 남성이 짧게 혀를 찼다.
“사자 새끼들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개새끼였던 게냐?”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저런 모독을 듣고도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청년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하나둘 목검을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남성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마음에 드는군.”
청년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남성도 목검을 들고 응수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결판이 났다.
청년들은 목검으로 한 대씩 얻어맞은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면 중년 남성은 멀쩡했다.
“다들 제법이구나. 이제 나도 방심 못하겠어.”
중년 남성의 말에 청년 한 명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래 봤자 후작님의 일격을 막아 낸 사람이 한 명도 없지 않습니까.”
애플 왕국에서 후작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후작 중에서도 이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홀랜드 라이언블룸.
중년 남성은 라이언블룸 후작가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었다.
“내 체면이 있지. 벌써 너희들에게 따라잡히면 안 되지 않겠느냐.”
홀랜드 라이언블룸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더욱 증진하거라.”
“예!”
청년들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홀랜드 라이언블룸은 목검을 든 채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홀랜드 후작이 나오자마자 노년의 신사가 수건을 내밀었다.
홀랜드 후작은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빈센트, 기사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구려. 이제 나도 까딱 잘못하면 지겠소.”
그 말에 빈센트라 불린 노인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홀랜드 후작에게 패배한 청년들은 모두 정식기사로 로우클래스의 강자들이었다.
준기사만 해도 오러를 다룰 수 있기에 강력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로우클래스는 준기사들이 몇 명이 있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사들이었다.
그런 로우클래스가 네 명이나 모였음에도 어느 누구도 홀랜드 후작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기사들이 수치스러워할 일은 아니었다.
이 남자, 홀랜드 라이언블룸은 소드마스터라는 경지를 코앞에 두고 있는 강자였으니 말이다.
“결투에 내보낼 만한 기사는 정하셨습니까?”
빈센트의 물음에 홀랜드 후작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괜찮은 놈들이 몇 명 보이긴 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소.”
지금 라이언블룸 후작가는 골드픽시 공작가와 분쟁 중에 있었다.
두 가문의 경계선에서 금광이 발견된 것이다.
양가는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결투를 벌여서 이기는 쪽이 광산의 소유권을 가져가기로 했다.
“첫째가 나가기로 했으니 1승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소만. 나머지 두 명이 걱정이오.”
정식기사들은 그 경지에 따라서 하이클래스, 미들클래스, 로우클래스로 나뉘었다.
이번 결투에서는 양쪽 가문에서 로우클래스만 세 명을 참가시키기로 했다.
“누구를 보내도 승리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실력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 주고 싶어서 말이오.”
홀랜드 후작의 얼굴에는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연 애플 왕국 최고의 기사 가문을 운영하는 사람다웠다.
“둘째 공자님께서 참가하셨으면 딱이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으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 아이의 이름을 알릴 좋은 자리가 되었을 텐데……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
2공자 어윈 라이언블룸은 아직 준기사라 이번 결투 명단에 뽑히지 못했다.
천재라고 불리는 어윈이지만 정식기사의 벽을 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어윈은 지금 뭘하고 있소? 요즘 통 얼굴이 보이지 않던데.”
후작의 물음에 빈센트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내비쳤다.
“그것이…… 학센 자작가에 가셨습니다.”
“학센 자작가? 아하, 그 가문의 여식 때문이로군.”
어윈 라이언블룸이 학센 자작가의 장녀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후작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아이도 참 큰일이오. 날 닮아서 여자를 그렇게 좋아하니 원.”
말과 달리 홀랜드 후작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래도 남자라면 그 정도 욕망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소? 첫째는 그런 면이 부족해서 아쉽소.”
여자를 밝히는 어윈 라이언블룸과 달리 대공자는 그쪽으로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다만, 이번 불장난은 좀 길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오. 그런 시골 가문의 계집 따위는 적당히 즐기다가 버리면 될 것을.”
홀랜드 후작이 쯧쯧 혀를 찰 때였다.
멀리서 시종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
시종은 빈센트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속삭임을 들은 빈센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각하, 둘째 공자님께서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오오, 그게 정말이오?”
홀랜드 후작의 얼굴이 순식간에 활짝 펴졌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 다더니. 어서 어윈을 보러 가야…… 그런데 얼굴이 왜 그러시오?”
홀랜드 후작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것이…… 그게…….”
빈센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보시오.”
“둘째 도련님께서 학센 자작가에서 큰 모독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그 순간, 홀랜드 후작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 * *
“어윈!”
홀랜드 후작이 치료실의 문을 벌컥 열어재꼈다.
그 소리에 침대에 웅크리고 있던 어윈 라이언블룸이 몸을 흠칫 떨었다.
“아, 아버지?”
어윈 라이언블룸은 몸을 덮고 있던 이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온통 피멍으로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목에는 칼로 베인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아, 아버지…… 노, 놈이 저, 저저, 저를…… 주, 죽이려고 해, 했어요……! 제, 제 목에…… 카, 칼을…… 아, 아니 포, 포크를…….”
더 심각한 것은 어윈의 정신 상태였다.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보아서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은 모양이었다.
“어윈! 안심하거라! 이 아비가 옆에 있지 않느냐!”
홀랜드 후작은 어윈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래도 어윈의 떨림은 좀처럼 멎질 않았다.
한참 동안 어윈을 다독인 뒤에야 홀랜드 후작은 치료실 밖으로 나왔다.
“……각하.”
밖에는 빈센트와 어윈을 호위하던 준기사들이 서 있었다.
홀랜드 후작은 살기 가득한 눈동자로 준기사들을 노려봤다.
“학센 자작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준기사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준기사들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홀랜드 후작의 미간이 좁아졌다
“……오러가 맺힌 검을 포크로 흘려보냈다고?”
하이클래스인 홀랜드 후작조차 평범한 무기로는 오러를 막아 낼 수 없다.
그런 마당에 겨우 포크로 오러를 흘려보냈다?
“혹시 문책을 당할 게 무서워 거짓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제, 제발 믿어 주십시오!”
준기사들이 애원하듯이 소리쳤다.
홀랜드 후작은 준기사들의 얼굴을 면밀히 살피다 말했다.
“알겠으니 어서 물러나라.”
준기사들은 목례를 한 뒤,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각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소.”
하이클래스 정도면 오감을 통해서 상대방의 호흡과 맥박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걸 이용하면 상대방이 하는 말의 진실여부를 어느 정도는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학센 자작가의 장남은 망나니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런 남자가 어떻게…….”
“아마 학센 자작가에서 차나 음식에 환각제 같은 것을 탔을 것 같소.”
그 말에 빈센트는 탄식했다.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
어윈 라이언블룸과 수행기사들은 학센 자작가에 도착해서 차와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 안에 환각제나 독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면?
천재로 유명한 어윈이라 하더라도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을 것이다.
“환각제와 독의 영향으로 엉성하게 휘두른 칼을 데미안 학센이 막아 냈고, 그것을 기사들이 오해한 것이 분명하오.”
까득.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라이언블룸 후작은 이를 갈았다.
“공작가와의 결투만 아니었으면 내 직접 그놈을 잡아들였을 텐데.”
골드픽시 공작가와의 결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후작이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학센 자작가로 사람을 보내서 데미안 학센을 압송해 오시오.”
홀랜드 후작은 평소에는 공명정대하지만 자식만 얽히면 이기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정도로 자식을 아끼는 마당에 저런 모습을 봤으니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밧줄로 묶어서 개처럼 끌고 오시오. 만인이 그 꼴을 볼 수 있도록 말이오.”
“기사는 누구를 보내는 게 좋겠습니까?”
“게릭을 보내시오.”
게릭이라는 이름에 빈센트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게릭은 로우클래스의 기사로 후작가 내에서도 충성심이 유달리 뛰어난 남자였다. 그 때문에 몇 번인가 문제를 일으켰을 정도였다.
한 번은 후작가를 욕하는 용병들을 모두 불구로 만들어버린 적도 있었다.
홀랜드 후작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런 민감한 사건에 게릭을 콕 집어서 보내는 것은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빈센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 *
데미안 학센이 검은뱀을 몰살시킨 이튿날, 교단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자작님께 인사드립니다. 교단 소속의 성기사 아그네스라고 합니다.”
도시에서 만났던 청염의 제자 아그네스를 필두로 성기사들과 조사단이 파견되었다.
“교, 교단을 환영하오.”
“아, 안녕하세요.”
학센 자작과 부인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신의 뜻을 위해서라면 학살도 서슴지 않는다는 성기사들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데미안에게 미리 들었소. 당분간 자작가에서 머문다고 하던데…….”
“이단자의 조사를 위한 결정입니다.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단자라는 말에 학센 자작은 다시 마른침을 삼켰다.
“건너편의 숙소를 비워 놨으니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이건 약소한 성의입니다.”
아그네스가 백작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어른 주먹 크기의 백금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후작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아, 아니 이런 걸 다…….”
“조사단의 활동을 용인해 주신 보답입니다.”
학센 자작과 어머니의 눈동자에 서려 있던 긴장감이 눈에 띄게 누그러지는 게 보였다.
과연 돈의 힘은 컸다.
“데미안 님께서도 강녕하셨습니까?”
다음으로 아그네스는 데미안에게 인사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유란은 제가 개인적으로 쫓고 있는 이단자들입니다. 조사를 돕기 위해서 왔습니다.”
유란을 말할 때, 아그네스의 눈동자에서 얼핏 살기가 스쳐지나가는 게 보였다.
데미안이 아니었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찰나의 변화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당신한테도 관심이 있습니다.”
그 말에 가족들이 전부 데미안을 쳐다봤다.
어머니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머, 어머, 어머.”
데미안은 그런 어머니를 흘겨봤다.
뭔가를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전 성기사가 될 생각없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데미안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그네스는 단번에 시무룩해졌다.
“아쉬운 일입니다. 참, 이거 받으십시오.”
아그네스가 데미안에게 낡은 책 두 권을 내밀었다.
“부탁하신 마나연공법입니다. 특별히 엄선한 것들입니다.”
“왜 두 권이나 주시는 거죠?”
“한 권은 검법입니다. 연공법만 드리면 짝이 맞지 않아 추가했습니다.”
검술은 딱히 필요가 없었지만 받아서 나쁠 건 없었다.
데미안은 두 권의 표지를 살펴봤다.
패력축해검(霸力畜解劍)
패력축기공(覇大力畜氣功)
전생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검법과 연공법이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교단의 본부를 직접 함락시키기는 했다.
하지만 교단에서는 도르고에게 빼앗길 수 없다며 모든 성물과 재화들을 스스로 불태웠다.
그 바람에 교단의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는 데미안조차 알지 못했다.
“가져오느라 힘들었습니다.”
아그네스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괜찮은 물건을 가져온 것이리라.
데미안은 서책들을 품에 넣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교단 내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고생이 많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결국 제 스승님의 권위까지 빌려야 했습니다.”
아그네스가 거듭 같은 말을 반복하자 데미안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그러셔도 성기사가 될 생각 없습니다.”
아그네스의 어깨가 아주 살짝 내려갔다.
* * *
“이곳입니다.”
데미안은 아그네스와 조사단을 아기토가 숨어 있던 토굴로 안내했다.
토굴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조사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주계열 흑마법으로 이만한 파괴력을 내다니.”
“과연 유란의 간부다운 실력입니다.”
조사단은 흩어진 채 조사를 시작했다.
몇 명은 남아서 데미안에게 자세한 경위를 물었다.
“흑마법사를 어떻게 처리했냐고요?”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충 피하다가 목을 쳐서 죽였습니다.”
그 말에 조사관들은 어이없어 했다. 몇 명은 따지고 싶은 눈치였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아그네스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따질 수가 없었다.
“그럼 저는 연공법이랑 검법을 보고 있을 테니 조사가 끝나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 말한 뒤, 데미안은 토굴을 빠져나왔다.
‘내가 흑마법을 쓴 흔적은 전부 숨겼으니 괜찮겠지.’
데미안은 어젯밤 미리 토굴로 돌아와서 현장에 적당한 조작을 해놨다.
자신이 흑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이 교단에 들통이 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수상한 점을 찾기는 힘들 거다.’
데미안 정도 되는 인물이 작정하고 현장을 조작했으니 조사단 수준으로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리라.
데미안은 걱정을 접어둔 채 아그네스에게 받은 서책을 펼쳤다.
서책을 펼치자 첫 장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갤러웨이 백작가.
전생에 용병으로 일하던 시절에 들은 적 있는 가문명이었다.
현재 시간을 기준으로 50년 전, 교단에 의해서 멸문을 당한 가문이었다.
본래 갤러웨이 백작가는 제국에 소속되어 있는 기사가문이었다.
소드마스터를 가문의 시조로 두고 있으며 이후로도 한 명의 소드마스터를 추가로 배출해낼 정도로 대단한 명문가였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서는 하이클래스 기사조차 배출해내지 못해 가세가 크게 기울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흑마법사들과 결탁했다가 교단에게 들통이 났다.
‘힘들게 가져왔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어.’
마스터 클래스가 창안한 기술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다른 기술서들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며 무엇보다 마스터 클래스가 되는 방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법 쓸 만하겠어.’
다만, 데미안에게는 그리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전생에 데미안은 소드마스터조차 경시할 정도의 강자였다.
이 정도 수준의 검법과 연공법이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애초에 데미안이 연공법을 요구한 이유는 이것을 참고하여 더 수준 높은 연공법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었다.
‘검법은 볼 게 없다.’
패력축해검은 마력을 압축시켰다가 해방함으로써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강검이었다.
딱히 특별할 것은 없기에 데미안은 검법은 한 번만 보고 덮었다.
하지만 검법과 달리 패력축기공은 굉장히 흥미로운 기술이었다.
‘패력축해검은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는 검법이야.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패력축기공은 마력의 축기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발전했다.’
패력축기공은 다른 마나연공법에 비해서 마력을 쌓는 속도가 무척 빨랐다.
그 비결은 패력축기공을 운용하면 일시적으로 외부의 마력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은 마력을 흡수하여 쌓을 수 있었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주변의 마력을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다…… 라고 적혀 있군.’
즉, 패력축기공은 공간의 마력을 지배하는 연공법이었다.
패력축해검에 비해서 훨씬 수준이 높은 절학이었다.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마력을 지배할 수 있는 거지? 자연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력까지 지배할 수는 없나?’
데미안은 몇 번이고 탐독했다.
그 과정에서 패력축기공을 낱낱이 분해해 필요한 것들을 취했다.
조용한 숲속.
데미안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탄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