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0)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0화(150/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0화
150화 돌아오는 길 (2)
용병왕 칼 호퍼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한 명도 빠짐없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칼 호퍼의 나이는 70세.
하지만 실제로 칼 호퍼는 어린 소년의 외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력의 극의에 도달한 존재는 회춘을 하게 된다지만 칼호퍼의 젊음은 그것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이는 칼 호퍼가 가진 핏줄의 비밀 때문이었다.
“나는 칼 호퍼다. 용병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분이지.”
칼 호퍼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앳된 얼굴과 달리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이것만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짝이 없었다. 게다가 굉장히 무방비 했기에 더욱 만만해 보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감정이 모두 착각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칼 호퍼는 마스터 클래스보다 윗줄에 있는 강자였다. 이 세상에 칼 호퍼를 죽일 수 있는 강자는 다섯 손가락이 채 되지 않았다.
“어허, 내 이름을 듣고도 놀라지 않다니. 기개가 넘치는 거냐. 아니면 단순한 바보인 거냐?”
“용병왕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데미안이 여명을 집어넣으며 물었다. 용병왕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이놈 보게? 시치미를 뚝 떼는군. 최근에 네놈이 내 이름을 더럽힌 적이 있지 않느냐.”
있기야 있었다.
몇 주 전, 데미안은 누나인 루이즈의 정혼자와 관련된 일 때문에 용병왕의 손녀와 검을 맞댄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용병왕의 손녀에게 승리를 거두고, 두 손목을 모두 잘라 냈다.
“더럽힌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 때문에 절 찾아오신 것 같지는 않군요.”
“어허?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정녕 내가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을 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성혈(聖血)도 아닌 혈족이 모멸을 당했다고 해서 움직이실 만큼 한가한 분이 아니잖습니까.”
용병왕은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한 인물이었다.
그럴 만했다. 용병왕의 자식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용병왕은 그들을 모두 혈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뛰어난 혈족 중에서도 한층 더 뛰어난 혈족들, 소위 괴물이라고 불릴 법한 천재들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들을 ‘성혈(聖血)’이라 부르며 크게 우대했다.
“크하하핫.”
데미안의 말에 용병왕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 몸은 성혈도 아닌 잡스러운 것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구나!”
그대로 자신의 혈족이건만 용병왕은 ‘잡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혈족들에게 무관심해서?
그게 아니라 자신의 핏줄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이유 있는 자부심이었다. 용병왕 칼 호퍼의 몸에는 용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반룡반인 혹은 하프드래곤.
칼 호퍼의 어머니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아버지는 드래곤이었다.
칼 호퍼가 늙지 않는 것도, 그의 혈족들이 모두 천재인 것도 바로 드래곤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엇다.
“그래도 그 잡것 덕분에 네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듣자 하니 검을 손에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이클래스에 오른 천재라지?”
데미안이 회귀를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데미안은 하이클래스의 경지에 올랐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뭐,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검을 익히고 있었겠지. 나는 다 알고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용병왕처럼 믿지 않는 사람도 꽤 많았다.
“어쨌건 네 나이에 하이클래스에 도달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 이렇게 재미있는 녀석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 내 친히 애플 왕국으로 행차했느니라.”
용병왕은 일국의 왕과 비슷한, 어쩌면 더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거물이 찾아왔음에도 데미안은 딱히 특별한 감상을 품지 않았다.
이미 전생에 만나 봤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네놈이 도통 보이지 않질 뭐냐. 일주일만 더 기다리고 떠나려고 했는데. 다행히 수도에서 널 봤다는 연락을 듣고 달려왔다.”
데미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수도에 들린 것 때문에 용병왕에게 꼬리를 잡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네놈을 시험해 보려고 부하들에게 공격을 시켰다만…… 설마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할 줄이야.”
용병왕의 시선이 처음에 데미안을 공격했던 남녀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남녀는 포션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과연 소문이 헛되지 않았구나.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만.”
용병왕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내 용병대에 자유기사로 고용될 생각은 없느냐?”
* * *
뜬금없는 제안에 데미안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자유기사란 다른 가문에 고용되어서 일을 하는 기사를 말했다.
충성서약을 하지 않고, 고용관계로만 이루어졌다고 하여 자유기사라고 불렀다.
당연한 말이지만 용병왕은 자유기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었다. 휘하에 인재가 넘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시아, 봤느냐? 보통 놀란 얼굴이 아니구나.”
용병왕이 활을 든 여인을 향해 말했다. 여인은 관심없다는 듯 활시위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왜 절 자유기사로 고용하시겠다는 겁니까?”
“이놈아, 이유가 뭐겠느냐! 네놈의 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용병왕이 짧게 호통을 쳤다. 이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의뢰를 맡기려고 네놈의 힘을 빌리려는 건 아니다.”
“그럼 어디에 제 무력을 사용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요즘 들어서 혈족들이 나태해진 것 같아서 네놈을 좀 보여 주려고 그런다.”
그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은 용병왕의 속셈을 깨달았다.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용병왕은 소위 말하는 천재들을 자주 초대한다고 했었다. 성혈들과 그 천재들을 경쟁시키기 위함이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성혈들에게 세상의 넓음을 알려 주려는 용병왕의 배려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고약한 일에 절 끼어들이시려고 하는군요.”
용병왕에게 초대를 받은 천재들은 몇 달 후, 폐인이 되어서 돌아왔다.
성혈들.
드래곤의 피가 흐르는 그들이 가진 압도적인 재능에 짓눌려서 망가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용병왕의 초대를 받으면 거절하라는 소문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뭐냐, 네놈도 설마 겁을 먹고 꽁지를 뺄 생각이냐?”
그의 도발에 데미안이 실소를 흘렸다. 그 웃음에 용병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웃어?”
“웃길 수밖에요. 절 이용하고 싶다면 그렇게 수준 낮은 도발을 하지 마시고 값을 지불하십시오.”
“……뭐, 뭐?”
의외의 말이었는지 용병왕이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만족할 만한 보상을 주신다면…… 까짓것 고용되어 드리죠.”
사실 용병왕의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은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데미안이 마스터클래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영약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영약은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국가급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용병왕은 다르지. 전 대륙에서 의뢰가 몰려오는 인물이니까.’
용병왕이 거느리고 있는 용병대에 일을 맡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단한 물건을 보상으로 내걸어야 했다.
그중에는 데미안이 원하는 영약도 존재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용병왕은 광적일 정도로 무술서를 수집하는 데에 집착하는 인물이야. 옆에 있다 보면 괜찮은 마나연공법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데미안이 마스터 클래스에 오르기 위해서는 핵심이 되는 마나연공법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것들이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들은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용병왕이 수집한 물건들은 다를지도 몰랐다. 마스터 클래스를 뛰어넘은 인간이 수집할 정도면 보통 물건들이 아닐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멸망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 번쯤 찾아가 봐야 했어.’
머지않은 미래에 용병왕의 세력은 무너지게 된다. 그것도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로 말이다.
분열을 획책한 이들은 판데모니엄이었다. 판데모니엄에서는 용병왕의 호색한 기질을 이용해서 분쟁을 유도했다.
이 일로 용병왕의 용병대는 내부투쟁으로 인해서 규모가 크게 감소되었다.
‘약해진 전력을 가지고도 멸망전쟁 때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지.’
전장에 출현했다 하면 수만 마리의 언데드를 학살했다. 군단장들조차 용병왕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도르고는 데미안을 시켜서 용병왕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은 이틀이 넘는 시간을 싸운 끝에 용병왕의 모든 경지와 기술을 훔쳐 냄으로써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저는 영약이나 영초가 필요합니다. 어중간한 녀석들 말고, 하이클래스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로요.”
데미안의 말에 용병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놈 보게? 내 앞에서 먼저 값을 제시해? 간덩어리가 아주 두둑한 녀석이로군. 용병으로 살았어도 대성했을 놈이야.”
용병왕의 입가에 서서히 호선이 그려졌다.
“그래, 능력 있는 자에게는 마땅히 값을 치러야지. 용병이 그런 법칙을 어겨서야 안 되지. 우선 네놈을 고용하는 대가로 백년설삼(百年雪蔘)을 내주도록 하마.”
설삼(雪蔘)은 극지방에서 자생하는 신비한 영초를 말했다.
성장한 시간에 따라서 약효가 달라지며, 특히 만년설삼의 경우에는 제국의 시조가 섭취한 후 마스터 클래스에 올랐다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였다.
“향후 너의 활약에 따라서 값을 더 치르도록 하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
사실 백년설삼은 데미안이 원하는 영약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용병왕이 이후에 치르겠다는 값에 기대를 걸어 보기로 했다.
물론 용병왕 쪽에서 만년설삼급의 영약을 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용병왕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끝까지 건방진 녀석이로군.”
용병왕 역시 데미안의 손을 잡았다. 앳된 외모와 달리 손바닥 전체에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게다가 용병왕의 피부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피 대신 용암이 들끓는 듯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 대단하군.’
용병왕은 인류 최강을 논할 때 언제나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신체의 반에 용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당연한 소리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좀 기분 나쁘네.’
용병왕의 행동은 결국 데미안을 희생시켜서 성혈들의 거름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용의 피가 흐른다 해도 데미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할 게 뻔했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걸세. 우리 애들은 만만치 않거든.”
용병왕의 조언에 데미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