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1)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1화(151/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1화
151화 파프니르 (1)
“좋다. 그럼 당장 나와 함께 가자꾸나.”
“아, 그건 안 됩니다.”
데미안은 용병왕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이었거든요. 가족들을 만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 내 제안보다 가족들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이냐?”
용병왕이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데미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용병왕께서는 그렇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그 한 마디에 용병왕은 말문이 턱 막혔다.
“에잉…… 끝까지 재미없는 녀석이로군. 좀 놀려 볼까 했더니만.”
용병왕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5일을 주마. 그때까지 펠 평원으로 와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런 말을 남긴 뒤, 용병왕은 수하들과 함께 숲속으로 사라졌다.
용병왕이 사라지자 데미안도 학센 백작가로 향했다.
* * *
학센 백작가에 도착했을 때, 데미안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지 스프링성의 입구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귀족은 물론이고 상인처럼 보이는 이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다들 애타는 얼굴로 스프링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그럴 리가 없었다. 데미안이 백국으로 떠날 때만 하더라도 스프링성은 한가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손님들이 많아졌지?”
데미안은 행렬을 지나쳐서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 좀처럼 들어갈 수가 없었다.
“좀 지나가겠습니다.”
데미안이 앞을 막고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하자 그중 성질 급한 한 사람이 버럭 화를 냈다.
“어디서 새치기야! 얌전히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
“맞아! 우리는 시간이 남아 도는 줄 알아!”
데미안의 말에 사람들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였다. 그러자 데미안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난 기다리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데요.”
“어디서 헛소리야!”
“젊은이가 그렇게 사람을 속여 먹으려 하면 안 돼!”
데미안의 설명에도 귀족과 상인들은 화를 냈다.
그들 중 한 명이 데미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잠깐, 이분은 혹시……!”
“데미안 님!”
성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빅터가 데미안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금 돌아오신 겁니까요? 어서 들어오시지 말입니다!”
빅터가 사람들을 헤집고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덕분에 데미안은 편하게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갑자기 이게 뭔 난리야? 갑자기 방문객이 왜 이렇게 많아졌어?”
“모두 올리비아 님 덕분입니다! 도련님께서 외출하신 동안 올리비아 님께서 노력해 준 덕택에 가문의 세력이 커졌습죠.”
빅터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다들 저희 가문과 관계를 맺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요. 아니면 영지에서 생산되는 밀을 구입하러 온 상인들이죠.”
올리비아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벨이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났어.’
두 사람의 혼인에는 데미안이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렇기에 흡족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근데 넌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올리비아 님의 명령으로 제가 일차적으로 손님들을 맞고 있습죠. 명단도 작성하고 있구요.”
“오, 장작패기에서 임무가 격상되었구나.”
“으헤헤헷, 다 제가 잘난 덕분이 아니겠습니까요.”
빅터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참, 최근에 별일 없었냐? 가문 말고 너한테 말이다.”
“예? 별일 없었습니다요. 아! 교단에서 찾아온 적은 있었습니다.”
“교단에서?”
“예, 빅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조사 중이라고 하던데요. 무슨…… 흑마법사를 찾는댔나?”
데미안를 아공간을 열어서 빅터에게 은화 한 닢을 건네줬다. 빅터는 은화를 받고 어리둥절해 했다.
“이걸 왜 주시는 겁니까요?”
“이름값. 그럼 힘내라.”
데미안은 저택 안으로 향……하려다가 다시 빅터를 돌아봤다.
“아, 그리고 저기 있는 네 명은 조금 이따 들여보내라. 우리 가문을 찾아왔다면서 내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보더라.”
데미안의 말에 네 사람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하여간 뒷끝 한번 심하시다니까.”
빅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 * *
“데미안!”
성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어머니가 데미안을 끌어안았다. 어머니와 같이 차를 마시고 있던 아벨과 올리비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님! 이번에는 또 어디를 갔다 오신 겁니까?”
“아벨이 아주버님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그, 그 이야기는 하지 말라니까.”
아벨이 얼굴을 붉히며 올리바아에게 항의했다.
“여기저기 좀 돌아다녔습니다. 아버지랑 누님은요?”
“아버지는 집무실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단다! 루이즈는 발라드랑 같이 외출했고. 슬슬 혼인 준비를 하려나 봐.”
어머니가 기대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벨이랑 올리비아는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요. 두 사람은 잠깐 나 좀 보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데미안을 따라나섰다.
“스프링 성에 중요한 물건을 보관할 장소가 있나?”
“아, 지하에 비고가 있어요.”
올리비아는 데미안을 지하의 비고로 안내했다. 안에 들어간 데미안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보여 주는 것들을 절대로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서는 안 된다.”
데미안은 목걸이의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유적지에서 얻은 유물들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혀, 형님…… 이, 이것들을 대체…… 어, 어디서…….”
“자세한 건 묻지 마라.”
“대답하기 곤란하신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비밀을…….”
“설명하기 귀찮아서.”
데미안의 말에 아벨의 얼굴이 멍해졌다.
데미안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유적지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다 말할 수도 없고, 적당히 거짓말을 꾸며내야 하는데. 그러기는 너무 귀찮았다.
“이것과 저건 병사들에게 입힐 갑옷과 무기고, 저건 전쟁용 병기다. 폭발하니까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데미안은 유물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 유물들은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유사시에만 사용해라.”
백국을 떠나기 전, 데미안은 6층을 다시 돌아다니며 병사들이 사용할 유물들을 긁어모았다.
아쉽게도 그리 대단한 물건은 없었다. 진짜 보물들은 이미 백국에서 발굴한 뒤에 팔아치운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아 있는 물건들만 해도 충분히 대단했다. 병사들에게 착용시키면 전투력이 크게 향상될 터였다.
“그리고 이건 내가 집필한 검법서랑 마나연공법이다. 검법은 모든 병사가 익히게 하고, 마나연공법은 믿을 수 있는 놈들한테만 줘.”
데미안은 백국에서 돌아오면서 집필했던 책자들을 내밀었다.
그가 이것들을 준비한 이유는 판데모니엄과의 충돌에 대비하여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형님, 왜 저희한테만 이런 것들을…….”
“앞으로 너희 둘이 가문을 이끌어 나가야 하니까. 말해 두는 거다.”
학센 백작가를 물려받는 사람은 아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능력으로 봐서는 올리비아가 실세가 될 확률이 높았다.
“앞으로도 가문을 잘 부탁한다.”
데미안은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한 두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 * *
그 이후, 데미안은 아버지와 사냥을 나가거나 아벨과 체스를 두는 등등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짐을 챙겨서 용병왕의 용병대가 있는 펠 평원으로 향했다.
“이야…… 대단한걸.”
펠 평원에 도착한 데미안은 용병대의 규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드넓은 평원 위에 수십 개가 넘는 천막이 줄지어 펼쳐져 있었다.
수십 마리의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프니르’ 용병대.
과거에 대륙의 절반을 불태웠다는 전설적인 악룡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대륙 최대이자 최강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용병대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이쯤 되면 영지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는 셈이로군.’
데미안은 파프니르 용병대의 진지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울타리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용병 두 명이 다가와서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곳은 파프니르 용병대의 영역이다.”
“크게 다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이곳을 떠나라.”
놀랍게도 이 둘은 마나연공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것도 기사 지망생의 수준은 되는 듯했다.
문지기나 다름없는 용병들도 마력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파프니르 용병대의 저력이 느껴졌다.
“내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다. 용병왕을 찾아뵈려고 왔다.”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에 두 용병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사전에 용병왕에게 지시를 받은 내용이 있는지. 두 용병은 옆으로 비켜났다.
“따라오시지요. 용병왕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은 용병을 따라서 진지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이 멈춰 선 곳은 진지 안쪽에 있는 원형 공터였다. 무슨 행사라도 치르는지 이미 많은 사람이 공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으하핫! 잘한다! 더 몰아붙여!”
“이봐! 반응속도가 느리잖아! 더 빨리 못 움직여?”
공터 위에서는 두 명의 소년들이 훈련용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공터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전부 성혈들이로군.’
공터 위에서 싸우고 있는 용병들도, 그걸 구경하는 용병들도 모두 성혈들이었다.
“크하하하핫! 둘 다 실력이 제법이구나!”
익숙한 목소리에 데미안은 시선을 옮겼다. 사람들 틈에 용병왕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가마에 삐딱하니 누워 있었고, 양옆의 얇은 옷을 입은 여인 두 명에게 부채질까지 받고 있었다.
용병이 아니라 어딘가의 졸부 같은 모습이었다.
“으하핫! 이겼다! 이겼어!”
“아아아…… 돈 다 잃었네.”
그때, 공터에서 싸우던 소년 중 한 명이 무기를 놓쳤다. 승패가 갈리자 구경 중이던 성혈들이 한탄했다.
소년들은 무기를 챙기고 물러났다. 그때를 노려서 데미안을 안내한 용병이 소리쳤다.
“호퍼 님! 데미안 학센 경이 찾아왔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데미안이 있는 쪽으로 모여들었다.
“이 녀석! 드디어 왔구나!”
용병왕이 반색을 하며 가마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로 5일을 딱 맞춰서 오면 어떻게 하느냐! 어서 이쪽으로 오거라.”
용병왕이 공터로 나오며 말했다. 데미안은 용병왕의 옆으로 다가갔다.
“소개하도록 하마! 이 잘생긴 청년이 바로 데미안 학센이다! 너희들도 소문은 많이 들어봤겠지!”
성혈들의 시선이 데미안에게 집중되었다. 데미안에게는 무척 익숙한 시선들이었다.
망나니 시절, 데미안을 무시하고 깔보던 것들이 저런 눈빛을 하고는 했다.
‘아니지, 그보다는 조금 더 오만하다고 해야 하나?’
용병왕이라는 절대자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자부심 때문일까.
아니면 용병왕이 외부에서 데려온 천재라는 것들이 모두 별 볼 일 없었기 때문일까.
성혈들은 모두 가소롭다는 듯한 얼굴로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렵게 고용한 친구이니 다들 예의를 차리거라. 알겠느냐?”
용병왕의 말과 달리 성혈들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허, 이 녀석들 눈빛 좀 보게?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게 분명하구나! 이것 참 미안하게 됐네. 용병들이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라.”
용병왕이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데미안에게 제안했다.
“아무래도 이것들이 자네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듯한데…… 어디 한번 실력 좀 보여 줄 수 있겠나?”
말이 실력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 실제로는 데미안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가 과연 성혈들과 경쟁할 만한 천재가 맞는지 아닌지 말이다.
‘저번에 내 능력을 확인한 걸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아니면 그 정도는 성혈들도 가능하다는 자부심에서 나온 결정일지도 몰랐다.
누가 뭐래도 성혈들은 용의 혈통을 잇고 있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매번 이렇게 능력을 시험당하는 것 같군.’
생각해 보면 집단과 얽힐 때마다 데미안은 늘 자신의 능력을 시험당하곤 했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경우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날 무시하는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얼마만이더라.’
데미안이 미들클래스에 오른 이후로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있어도, 깔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성혈들은 달랐다. 데미안이 자신들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모독을 당하고도 참고 있을 수는 없지.’
데미안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니 굉장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 높은 콧대를 당장 찍어누르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보여 드리죠.”
“으하하핫! 정말 마음에 드는 젊은이로군. 그럼 누가 먼저 데미안 경의 실력을 경험해 보겠느냐?”
용병왕의 물음에 성혈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깨가 넓고, 두 팔뚝이 무척 길쭉한 남성이었다.
“조부님!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발틴이로군. 너라면 자격이 있지. 허락하겠다.”
발틴이라 불린 남성이 공터로 나왔다. 그리곤 공터의 구석에 세워져 있는 무기 거치대에서 훈련용 창을 골라 잡았다.
“데미안 학센,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대단한 천재라면서?”
발틴이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말했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내려보는 듯했다.
“근데 바깥 것들은 천재란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해서 믿을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러니 내가 손수 확인해 주마. 네 평가가 진짜인지 어떤지.”
눈빛부터 말투까지 행동 하나하나에서 오만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대접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데미안도 무기 거치대로 다가갔다. 훈련용 무기들을 쭉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 보자…… 어떻게 본때를 보여 줄까.’
잠시 고민하던 데미안이 무기 거치대에서 무언가를 골라잡았다.
그것을 본 발틴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창? 너는 검사라고 들었는데?”
“그 유명한 성혈들께서 내 능력이 궁금하시다는데. 조금 특별한 걸 보여 드려야지.”
발틴의 물음에 데미안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부터 누가 나오든 같은 무기로 상대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