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2)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2화(152/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2화
152화 파프니르 (2)
데미안의 선언에 주위엔 정적이 흘렀다.
“푸, 푸흡.”
“크, 크흐흡.”
이윽고 성혈들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 같은 무기로 상대해 주겠다니. 이, 이렇게 웃긴 녀석은 오랜만이야.”
“나, 나도 그래. 저번에 왔던 놈을 능가하는 걸작이 또 나타날 줄이야.”
용병왕의 앞이라 그런지 성혈들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별 소용이 없었지만 말이다.
“크하하핫!”
심지어 용병왕 본인도 폭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손바닥으로 무릎을 팡팡 내리치기까지 했다.
“너처럼 재미있는 녀석은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래, 모름지기 남자라면 이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너무 크게 웃은 탓에 용병왕은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기개도 지나치면 객기가 되고 만다. 내가 봤을 때, 너는 객기를 부리고 있구나.”
용병왕이 눈물을 닦아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하이클래스 정도 되면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에 통달할 수밖에 없다.”
하이클래스란 무기술의 극의를 깨달아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다.
달인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으로 무기를 사용할 줄 알아야 했다.
그런 하이클래스를 자신의 주무기도 아니고, 똑같은 무기로 상대해 주겠다?
“아랫것들의 태도 때문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모양인데. 그건 내가 사과를 하도록 하지. 그러니 검을 사용하도록 해라.”
용병왕이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데미안이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잔소리가 끝났으면 슬슬 시작하도록 하죠.”
“크하하핫!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발틴, 최선을 다해서 상대해 주거라.”
“옙, 일생일대의 적을 만난 것 마냥 온힘을 다해서 상대해 주겠습니다.”
발틴의 조롱 섞인 말에 용병왕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데미안 학센, 시작해 보도록 하자.”
발틴에게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방대한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발틴의 마력에 닿자마자 데미안은 정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래서 용의 혈통이 귀찮단 말이지.’
드래곤의 마력은 생물의 육체와 마력을 마비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일명 드래곤 피어라 부르는 능력이었다.
이 성질은 용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나타났다. 다만, 대를 거듭해 갈수록 약해졌다.
발틴은 용병왕의 손자인 만큼 드래곤 피어의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데미안도 느낌만 받았을 뿐, 별다른 영향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혈통의 비밀을 모르기 때문에 피어가 약한 것도 있지.’
발틴을 비롯한 성혈들은 아직 혈통의 비밀을 몰랐다. 용병왕이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라. 아니면 초격에 쓰러질 테니까!”
그 순간, 발틴의 등 뒤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발틴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졌다. 그 속도에 맞춰서 발틴은 데미안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여기서 한 번 더 마력이 폭발하며 창이 가속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창이 사라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미 발틴의 움직임을 읽은 뒤였다. 창이 가속하기 직전,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창끝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부님께서도 인정해 주신 내 초격을 피해? 소문이 모두 가짜는 아닌 모양이구나!”
발틴은 재빨리 창을 거뒀다. 그리고 데미안을 향해 연달아 창을 내질렀다.
창을 찌를 때마다 마력이 폭발하며 가속했다.
공격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아서 마치 여러 명이 동시에 창을 내지르는 듯했다.
“어?”
“어엇?”
발틴이 창을 내지를 때마다 성혈들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발틴이 아니라 공격을 모두 막아 내고 있는 데미안 때문이었다.
발틴이 퍼붓고 있는 모든 찌르기를 데미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쳐 내고 있었다.
두 창대가 부딪히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마치 딱따구리들이 몰려온 듯했다.
“저, 저저…… 어, 어떻게 발틴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는 거지?”
“발틴은 창술에 관해서는 용병대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데……?”
성혈들의 경악이 커질수록 발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창잡이가 검잡이를 창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발틴의 입장에서 이런 굴욕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 외부인 따위가……!
성혈이라는 자부심에 금이 갔다. 발틴의 목에 핏대가 섰다.
발틴이 발산하고 있는 마력량이 더욱 증가했다. 공격의 속도도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무식한 마력량이로군. 과연 용의 혈통다워.’
그 모습에 데미안은 잠시 속으로 감탄했다.
발틴은 처음부터 마력과 체력을 아끼지 않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보통 하이클래스라면 이쯤에서 지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발틴은 되레 더욱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었다.
모든 것은 발틴의 몸에 흐르는 용의 피 덕분이었다.
용의 피 덕분에 마력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혈도까지 갖춰져 있었다.
‘부럽군. 만약 내 몸에 용의 피가 흘렀다면 벌써 마스터 클래스에 오를 수 있었을 텐데.’
용의 피가 가져다주는 이점은 그 외에도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강인한 신체, 끝없는 체력, 짐승보다 예리한 감각 등등.
성혈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당연했다. 저들은 인간보다 몇 배는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데미안이 패배할 일은 없겠지만.
“이제 끝내주마!”
발틴이 데미안을 더욱 몰아 붙였다. 사방에서 찌르기가 쏟아졌다. 창으로 이루어진 숲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이미 발틴의 모든 것을 읽은 뒤였다.
발틴이 창을 내지르기 직전, 악력과 마력이 살짝 느슨해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때를 노리고 창대를 위로 쳐올렸다. 불시의 공격에 창대가 한손에서 빠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데미안을 덮쳐 오던 창날의 숲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엇……?”
발틴이 당황해 하고 있는 찰나, 데미안이 발틴의 명치를 힘껏 창으로 찍었다.
“컥!”
창끝이 명치를 깊이 파고들었다. 발틴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훈련용 창이었기에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숨쉬기 곤란할 정도의 통증이 발틴에게 들이닥쳤다.
“커헉! 크허억!”
발틴은 배를 움켜잡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모조리 즙이 흘러 나왔다.
성혈이라는 거창한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 한심한 모습이었다.
“…….”
“…….”
“…….”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발틴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발틴의 실력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용병왕의 자식들은 천재만 태어난다. 그 천재들 중에서 한층 더 뛰어난 이들을 모아놓은 게 바로 성혈이었다.
그리고 발틴은 그런 성혈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전력을 다해서 싸웠음에도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도 단 한 번의 유효타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비참하게 말이다.
“성혈들은 하나 같이 괴물 같은 천재밖에 없다고 해서 기대를 좀 했는데.”
데미안이 발틴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뭐, 별 거 없는데?”
그 말에 성혈들의 얼굴에서 당혹감이 사라지고 분노가 차올랐다.
성혈들은 용병왕의 혈통을 잇고 있다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외부인이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크하하핫!”
그때, 큼직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용병왕이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훌륭하군! 훌륭해! 설마 성혈까지 꺾을 줄은 몰랐구나!”
용병왕은 웃는 것을 멈추고 데미안을 쳐다봤다.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데미안은 그런 용병왕을 바라보며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내심 충격을 먹은 모양이지.’
용병왕은 성혈들을 자극시킬 목적으로 데미안을 데려왔다.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성혈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인해보기 위한 장난감 말이다.
적당히 성혈들에게 얻어맞다가 쫓겨났어야 했을 장난감이 오히려 성혈을 쓰러트렸다. 그것도 압도적인 재능의 격차를 보이면서 말이다.
용병왕이 느끼고 있을 감정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 조금 더 확인해 보고 싶어지잖나. 또 누구 없느냐?”
“조부님, 제가 해 보겠습니다.”
성혈들 중에서 누군가 공터로 나섰다. 이번에는 여성이었다.
“쿠에시! 장대비의 코에시다!”
“쿠에시라면 믿을 수 있지!”
쿠에시라는 여성의 등장하자 발틴 때보다 더 격한 반응이 튀어 나왔다.
“좋다. 허락하도록 하마.”
용병왕도 믿음직스럽다는 얼굴로 쿠에시라는 여성을 내보냈다.
쿠에시는 공터로 나오며 데미안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똑같은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했죠? 제 무기는 훈련용이 없으니 그걸 사용하세요.”
쿠에시가 던진 물건은 비도가 꽂혀 있는 벨트였다. 몸에 걸쳐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비도술을 사용하는 모양이지?”
“예, 그래서 제 걸 빌려드리는 거예요.”
쿠에시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설마 자신 없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쿠에시의 도발에 데미안은 실소를 흘리며 벨트를 발로 찼다.
“필요 없다.”
“허, 같은 무기로 상대하겠다고 말했으면서 이렇게 발을 빼려는…….”
“빌려줄 필요 없다는 뜻이다.”
데미안이 바닥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면 된다.”
쿠에시의 눈동자가 돌멩이에 꽂혔다. 이내, 쿠에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세요!”
쿠에시가 비도를 뽑아서 데미안을 향해 던졌다.
두 자루의 비도가 데미안의 머리와 몸통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데미안은 몸을 틀어서 두 자루의 비도를 피했다. 그리고 곧바로 관자 앞에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세 번째 비도가 데미안의 관자를 꿰뚫으려다가 손가락에 잡혔다.
쿠에시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안 속네요?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건가요?”
“이런 어린애 장난에 누가 속겠나. 좀 제대로 해 봐라.”
데미안이 손에 든 비도를 땅에 던지며 말했다. 그 태도에 쿠에시의 눈동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 드리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쿠에시의 몸이 사라졌다.
데미안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빨라서 잔상만 보일 정도였다.
동시에 쿠에시가 데미안을 향해 비도를 던졌다. 사방에서 비도가 날아들었다.
데미안은 몸을 틀어서 비도를 피했다. 빗나간 비도가 땅에 박혔다.
그 순간, 지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꼭 비도가 아니라 바윗덩어리라도 떨어진 것 같았다.
‘비도에 마력을 담는 실력이 제법이로군.’
당연한 말이지만 물건에 마력을 담아서 던지는 것은 엄청나게 난도가 높은 묘기였다.
본래 마력이란 주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 순식간에 소멸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미들클래스쯤 되어야 겨우 오러를 방출해서 적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것도 용의 혈통 덕분이지.’
드래곤은 지상 최강의 생명체임과 동시에 가장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했다. 마력의 양은 물론이고 질까지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특성 역시 성혈들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
‘단순히 빠르게 던지는 게 아니라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있다.’
데미안은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날아온 비도가 코앞을 지나서 땅에 꽂혔다.
‘대단하기는 하지만 별 거 없군.’
데미안은 쿠에시의 움직임을 읽고, 그 곳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겨우 돌멩이 하나를 내가 못 피할 줄…….”
돌멩이를 던지기 직전, 데미안이 손에 힘을 주었다. 돌멩이가 으깨지며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돌멩이가 손을 떠나는 순간, 수십 개로 나뉘었다. 산탄이 쿠에시를 덮쳤다.
“어?”
피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었다. 돌조각들이 쿠에시의 몸을 때렸다.
각각의 조각은 작았지만 데미안의 마력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커억?”
돌조각들이 쿠에시의 몸을 깊이 파고들었다. 전신의 뼈가 으깨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쿠에시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쿠, 쿠에시!”
“으아앗!”
성혈들은 황급히 쿠에시의 몸을 받아냈다. 쿠에시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쿠, 쿠에시!”
“쿠에시가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마, 말도 안 돼…….”
두 번째 패배에 이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성혈이라 자부하던 이들이 벌써 두 명이나 패배했다.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용병왕조차 할 말을 잃고 데미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증명하길 바라십니까?”
데미안의 물음에 용병왕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니, 더 이상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