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3)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3화(153/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3화
153화 파프니르 (3)
용병왕의 선언에 성혈들은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데미안 쪽에서 먼저 떨어져 나간 것도 아니고, 용병왕이 먼저 시험을 중단했다.
성혈들로서는 데미안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용병왕이 인정했다는 뜻이었다.
“다들 돌아가서 쉬어라.”
용병왕은 곧바로 자리를 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데미안 학센, 넌 나 좀 보자.”
용병왕이 데미안을 데리고 어느 천막으로 들어갔다.
손님을 맞이하는 용도로 세워진 곳인지 내부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여러 예술품들이 놓여 있었다. 종류가 무척 다양한 것으로 보아서 다양한 국가에서 수집한 물건들인 듯했다.
“아무 의자나 골라잡고 앉아라.”
용병왕이 데미안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숨소리가 살짝 거친 걸 보니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데미안은 용병왕의 말대로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용병왕의 말을 기다렸다.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 줬더구나? 뭐? 똑같은 무기로 상대해 주겠다고? 지금까지 천재랍시고 나대는 새끼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 봤다!”
용병왕의 얼굴에는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자부하던 성혈들이 데미안에게 속수무책으로 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지. 성혈이 져서 화가 난 게 아니야.’
용병왕은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강했다.
그렇기에 성혈들의 패배가 자신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져서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나신 걸 보니까 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봅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대체 누가 화가 났다는 소리냐! 난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용병왕의 두 눈동자는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별안간 데미안은 앉은 자리에서 사과를 했다. 그 태도에 용병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눈치가 부족했습니다. 최소한 검을 들었어야 했는데…….”
데미안의 조롱에 용병왕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이…… 이 오만한 놈! 기고만장해 하지 마라! 네가 상대한 녀석들이 성혈의 전부가 아니니까!”
용병왕은 금방이라도 날뛸 기세로 소리쳤다.
“오늘 너와 싸운 성혈들은 모두 내 손주들이다! 내 혈통이 옅어진 2세대에 불과해! 내 자식인 1세대 성혈들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나다!”
전생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용병왕이 그렇게 자랑하는 성혈 내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용병왕의 자식을 1세대, 손주들을 2세대라고 불렀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용의 혈통이 대를 거듭해 나갈수록 옅어지고, 약해지기 때문이다.
1세대는 용병왕의 자식이었기에 2세대보다 혈통이 훨씬 짙고, 그만큼 용의 특성도 강하게 발현되었다.
실제로 파프니르 용병대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전력은 대부분 1대 성혈들이었다.
“아무리 너라고 해도 1세대들을 만나게 되면 깨닫게 될 거다.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말이다!”
용병왕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1세대가 데미안을 능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듯했다.
“그러니까…… 저를 1세대랑 붙여 놓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왜? 무서우냐?”
“1세대면 저보다 나이도 많고, 마스터 클래스도 섞여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이놈이 뭐라는 게야! 내가 미쳤느냐? 하이클래스랑 마스터 클래스를 붙여 놨다가는 온 세상이 날 비웃을 게다!”
용병왕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호통을 쳤다.
“너랑 나이가 비슷한 1세대들도 많다! 경지도 하이클래스니 적절하지. 지금은 다들 의뢰를 맡느라 자리를 비웠다만.…… 이제 곧 돌아올 때가 되었으니 긴장하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데미안은 그런 용병왕을 징그럽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그러니까 지금 손주들과 나이가 비슷한 자식들이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외형은 소년이라지만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호색한으로 유명한 인간다웠다.
“알겠으니까 약속하셨던 백년설삼이나 주시죠.”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으니. 어른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용병왕은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크기의 삼을 꺼냈다.
백년설삼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데미안은 이를 따지지 않았다.
설삼은 척박한 환경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백년이 넘어도 이렇게 크기가 작은 건 당연했다.
데미안이 아는 바로는 만년설삼쯤 되어야 그나마 크기가 크다고 들었다.
“받아라! 약속했던 백년설삼이다!”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백년설삼을 넙죽 받아서 아공간에 넣었다. 용병왕은 그런 데미안을 얄밉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밖에 사람을 불러 놨다. 그 녀석이 네가 묵을 천막으로 안내해 줄 거다.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어라.”
데미안의 얼굴을 더 보기 싫다는 듯 용병왕이 몸을 홱 돌렸다.
용병왕에게는 안 될 말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데미안에게 협상의 재료가 없었다. 하지만 용병왕의 자존심을 크게 긁은 지금은 달랐다.
“처음에 저에게 고용비로 백년설삼을 주시고, 향후 제 활약에 따라서 값을 더 쳐주겠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 조건을 바꿨으면 합니다.”
용병왕이 데미안을 돌아봤다. 마치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묻고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이곳에서 모든 성혈을 꺾으면 공청석유나 그에 준하는 영약을 주십시오.”
* * *
“안 돼.”
용병왕은 딱 잘라서 거절했다.
“공청석유? 그에 준하는 영약? 그게 얼마나 귀한 건 줄 아느냐!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준다는 소리냐!”
“그럼 이만 떠나야겠네요.”
데미안의 말에 용병왕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이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뜻인데요.”
“아, 아니 그러니까 왜 돌아가려는 거냐고. 온 지 하루밖에 안 됐잖아.”
“뭐, 언제까지 머무르겠다고 약속을 드린 적도 없고…… 성혈들도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흥미가 떨어져서요.”
데미안의 말에 용병왕의 눈동자가 불을 뿜었다.
“이, 이놈아! 성혈들이 뭐가 별 거 없다는 거냐! 아직 1대들은 보지도 못했으면서!”
“제가 그 자들을 봐서 뭐 합니까.”
“궁금하지 않느냐? 너랑 그 녀석들 중에서 누가 더 뛰어날지?”
“안 궁금합니다.”
데미안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어차피 재능의 우열이야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 세상에 데미안보다 더 뛰어난 천재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이, 이놈이? 그러고도 네가 기사냐?”
“그럼 아닌 걸로 치죠.”
데미안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용병왕이 데미안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놈! 내게 이런 망신을 주고 도망치겠다는 소리냐?”
“용병왕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나오십시오.”
“안 돼! 그렇게는 못해!”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옥신각신했다. 결국 용병왕이 항복을 선언했다.
“이 빌어먹을 놈…… 좋다! 네놈의 조건을 받아들이겠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정말이래도!”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용병왕께서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을 하고 계시니 계속 이곳에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용병왕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노려봤다.
하지만 곧이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끌끌끌…… 이 오만한 놈 같으니. 조만간 이곳을 떠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다. 1대들을 만나게 되면 아무리 너라고 해도 굴복하게 될 테니까.”
“1대들이 그렇게 강하단 말입니까?”
“당연하지! 내 피를 짙게 물려받은데다 내 손으로 직접 지도했다! 내 수제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병왕이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이에 데미안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글쎄요. 막상 싸워 보면 별 거 없을 것 같은데요.”
“내가 싸워 봤어? 엉? 싸워 봤냔 말이야!”
“그럼 내기라도 하시렵니까?”
데미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병왕께서 말씀하신대로 제가 1대 성혈들에게 굴복하게 되면 백년설삼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령에라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데미안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1대 성혈들이 저한테 굴복하게 되면 영약과 더불어서 용병왕께서 수집한 마나연공법을 하나 저한테 주십시오.”
용병왕의 취미는 기술서의 수집이었다.
그래서 용병왕의 서재에는 전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각종 희귀한 기술서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크하하하핫! 네놈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뭐? 1대 성혈들이 너한테 굴복을 해?”
용병왕은 뱃살을 잡고 웃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듯했다.
“오냐! 그렇게 하도록 하마!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 거라! 받은 걸 모두 내놓을 준비나 하는 게 좋을 게다!”
데미안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
천막 밖으로 나오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저번 날에 용병왕의 명령으로 데미안에게 화살을 날렸던 신시아라는 여성이었다.
신시아는 활을 어깨에 걸친 채 담뱃대를 물고 있다.
“따라와라.”
신시아는 짧게 한 마디를 내뱉은 뒤, 앞장을 섰다. 데미안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신시아를 따라가며 데미안은 속으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궁귀를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군.’
궁귀(弓鬼) 신시아.
전생에 용병왕의 곁을 지키던 심복 중 한 명이었다.
성혈도 아닌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신시아가 용병왕의 심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그녀가 성혈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1대 성혈들을 굴복시키겠다면서?”
별안간 신시아가 입을 열었다. 데미안과 용병왕의 대화를 엿들은 모양이었다.
“무모한 내기를 했네.”
데미안은 흥미로운 얼굴로 신시아를 바라봤다.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신시아는 굉장히 과묵한 여성이었다.
오죽하면 데미안에게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그런 과묵한 신시아조차 참기 힘들 정도로 데미안의 내기가 허무망랭해보였나 보다.
“1세대 성혈들은 천재들밖에 없어. 역대 1세대 중의 절반이 마스터 클래스에 올랐을 정도지.”
애플 왕국은 한 명도 보유하지 못했던 마스터가 이곳에서는 꽤 흔한 준재에 속했다.
그만큼 용의 혈통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어마어마했다.
“용병왕께서 말씀하시길 제가 경쟁하게 될 1세대는 하이클래스라던데요.”
“모르는 소리하고 있네. 용병왕께서 말씀하신 1세대 중에 누가 있는지 알아?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특출난 아이가 한 명 있어.”
신시아의 말에 데미안은 흥미를 느꼈다.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라면 짐작이 가는 사람이 한 명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2대 용병왕 말이다.
데미안의 손에 용병왕이 죽은 이후, 그의 자식 중 한 명이 모든 것을 물려받고 새로운 용병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버지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언데드 군단을 몰아붙였다.
아테나 호퍼.
사람들은 그녀를 위대한 아버지를 능가한 더 위대한 전사라고 불렀다.
‘격세유전이라고 했던가.’
세대를 거듭해 가면서 약해졌어야 했을 용의 피가 아테나 호퍼에게는 오히려 강하게 발현되었다.
심지어 신체의 일부분을 용의 것으로 변형시키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아버지도 보여 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데미안도 1대보다 2대와 싸울 때 훨씬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외부인인 절 걱정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바보 같은 짓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뿐이야.”
신시아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을 때였다.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신시아가 그쪽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입구까지는 거리가 아주 멀었지만 마스터 클래스인 그녀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침 그 녀석이 돌아왔네.”
신시아가 데미안을 향해 물었다.
“한번 구경이라도 가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