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4)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4화(154/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4화
154화 아테나 호퍼 (1)
데미안은 신시아와 함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용병이 입구 근처에 모여 있었다. 용병들은 다들 어딘가를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네 명의 남녀가 말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녀의 뒤로 커다란 수레 하나가 끌려 오고 있었다. 수레 위에는 엄청난 크기의 뱀이 똬리를 튼 채 죽어 있었다.
“저게 알파카 산맥을 지배하고 있던 바실리스크란 말이지?”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하네. 딱 봐도 평범한 바실리스크가 아니야.”
“최소 300년은 묵은 놈이로군. 저놈의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면 끝내주겠는데.”
용병들은 수레에 담긴 뱀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저건 단순히 커다란 뱀이 아니었다. 뱀의 왕이라 불리는 바실리스크였다.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생물을 석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위험한 몬스터였다.
그렇다고 석화의 저주만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가죽은 명검으로도 베이지 않을 만큼 질겼으며, 혈액은 맹독이나 다름없었다.
덩치가 큰 만큼 완력도 강해서 스치는 것만으로 오우거나 트롤 같은 몬스터를 터트려 버릴 정도였다.
너무 위험한 탓에 하이클래스들도 꺼려하는 몬스터였다. 그걸 저렇게 젊은 네 명이 사냥한 것이다.
‘게다가 깔끔하게 목만 베어서 죽였군. 대단한걸.’
데미안은 짧게 감탄하며 네 명의 남녀를 한 명씩 살펴봤다.
1세대 성혈들답게 2세대 성혈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었다.
바로 모발의 색이었다.
2세대 성혈들의 모발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1세대들은 용병왕과 마찬가지로 모발이 하얀색을 띠고 있었다.
다만, 하얀색의 비율이 조금씩 달랐다. 비율이 낮은 사람은 하얀색이 아니라 회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중 딱 한 명의 소녀만이 용병왕 만큼이나 눈부신 백발을 가지고 있었다.
‘아테나 호퍼. 전생과 똑같군.’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도르고에게 저항했던 여걸이 눈앞에 있었다.
네 명은 용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용병왕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득, 아테나 호퍼와 데미안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테나 호퍼는 그대로 무심히 데미안을 지나쳤다.
“직접 본 소감이 어때?”
네 명이 사라지자 신시아가 데미안에게 물었다.
“모두 대단하군요.”
솔직히 말해서 데미안은 아테나 호퍼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다른 세 명은 딱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세 명이 품고 있는 강대한 기운이 말이다.
“용병왕께서는 공정하신 분이야. 자신감이 너무 강하셔서 부정한 방법은 생각도 못 하지.”
전생에도 그랬다.
용병왕은 협잡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전쟁터에서도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정면에서 돌진하는 것을 즐겼다.
그렇다고 적만 보면 무작정 달려들었다는 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과 전장을 만들어내는 특이한 재주가 있었다.
“그러니 네가 마스터 클래스의 성혈들과 경쟁할 일은 없을 거야. 하이클래스 성혈들…… 아까 네가 봤던 네 명만 이기면 용병왕께서도 네 승리를 인정해주시겠지.”
신시아가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선배로서 말해 주자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신시아는 마스터클래스였다.
그만큼 하이클래스보다 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많았다.
그런 신시아가 확신을 담아서 말하고 있었다. 데미안으로서는 1세대 성혈을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조언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또 하지 말라면 하는 놈이라서요.”
물론 데미안은 신시아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지금 데미안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상당 부분 감추고 있었다.
신시아의 눈에 데미안이 1세대보다 약해 보이는 게 당연했다.
“……굳이 고생을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따라와 숙소로 안내해 줄게.”
그리 말하며 신시아는 걸음을 옮겼다. 뒷모습이 어째 조금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 * *
“다들 무사히 돌아와 줘서 기쁘구나!”
용병왕이 자리에 앉은 1세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사실 너희들을 보내고 걱정이 많았느니라. 이번 의뢰가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이번에 성혈들이 사냥한 바실리스크는 알파카 산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많은 사람을 잡아먹은 괴물이었다.
이 바실리스크를 사냥하기 위해서 그레이프 왕국의 하이클래스가 나섰으나 바실리스크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을 뿐이었다.
하이클래스라는 귀한 자원을 잃은 그레이프 왕국에서는 급히 용병왕에게 연락해서 토벌 의뢰를 맡겼다.
“하지만 너희들이 사냥한 걸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구나. 이토록 훌륭하게 의뢰를 완수하다니. 역시 너희들은 내 자랑이다.”
용병왕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 있는 성혈들도 모두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딱 한 명은 그렇지 않았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어서 용병왕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아테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용병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아테나 호퍼가 입을 열었다.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이상한 남자가 있던데 대체 누구인가요?”
아테나 호퍼의 물음에 용병왕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넌 알아볼 줄 알았다. 그 녀석은 요번에 내가 고용한 자유기사다. 이름은 데미안 학센이라고 하지.”
데미안 학센이라는 이름에도 모두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1세대 성혈들조차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데미안 학센은 유명인사였다.
“너희가 없는 동안 그 녀석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 줄 아느냐? 발틴이랑 쿠에시가 그 녀석에게 지고 말았다. 그것도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 말에 성혈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발틴과 쿠에시는 2세대 성혈 중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였다.
그런 두 명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졌다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감히 성혈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아주 건방진 작자로군요.”
“그 녀석을 가만히 놔두셨단 말이에요?”
아테나 호퍼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이 불쾌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씩 꺼냈다. 공감이 간다는 듯 용병왕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
용병왕이 1세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 네 명과 그 녀석이 경쟁했을 때, 어느 쪽이 굴복할지를 놓고 그 녀석과 내기를 하게 되었다,”
용병왕의 말에 세 사람의 몸에서 살기가 뻗어 나왔다.
하이클래스에 불과한 애송이가 자신들의 위대한 아버지와 맞먹으려 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다들 진정하거라. 아주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놈이기는 하지만…… 재미있지 않느냐? 너희들에게, 그리고 나한테 도전하는 놈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나.”
지금까지 용병왕이 데려온 천재들은 대부분 2세대 성혈들에게 굴복하고 망가졌다.
데미안 학센처럼 1세대와 맞설 뿐만 아니라 용병왕에게 도전한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용병왕이 재미있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너희들이 그 맹랑한 놈을 굴복시키고 이 애비의 체면을 세워 준다면…… 이 애비가 최근에 개발한 절기를 전수해 주도록 하마.”
용병왕의 말에 세 사람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용병왕은 1세대 성혈이라 해도 자신의 기술들을 모두 알려 주지 않았다.
성과나 재능에 따라서 차등을 두었다. 이렇게 무언가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아버지! 저만 믿으세요! 내일이라도 당장 그놈을 굴복시키고 오겠습니다!”
“아니요. 절 믿으세요! 제가 데미안 학센을 아버지의 앞에 무릎 꿇릴 게요!”
“저 두 명은 믿지 마세요. 말만 많은 것들이니까. 전 행동으로 보이겠습니다!”
세 명이 용병왕을 향해 아우성쳤다.
용병왕은 흐뭇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말만 들어도 고맙구나. 오늘은 피곤할 테니 들어가서 쉬도록 하라. 아, 그리고 아테나?”
아테나가 고개를 들었다. 아테나는 다른 세 명과 달리 줄곧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너는 남아 있거라. 따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
* * *
세 사람은 천막을 나왔다.
“젠장, 이번에도 아테나만 부르시는군.”
닐 호퍼가 투덜거렸다. 여기 있는 세 명 중에서 가장 머리카락 색이 탁한 남자였다.
“새삼스럽지도 않잖아? 아버지께서는 그 녀석만 총애하시니까.”
맥도웰 호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역시 아테나만 불려간 것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들 어떻게 할래?”
바네사 호퍼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그녀는 네 명 중에서 아테나 호퍼와 같이 단둘뿐인 여자였다.
“데미안 학센 말이야? 굳이 순서를 정할 필요가 있나. 그냥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인 걸로 하자.”
“그랬다가는 우리들끼리 싸우게 될걸? 먼저 가는 놈이 무조건 이길 거 아니야.”
바네사 호퍼의 말에 다른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자신들이 데미안 학센을 이길 것이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확신이라는 말은 어쩌면 알맞지 않을지도 몰랐다.
세 사람에게 그건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바네사 호퍼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순서는 정하지 않는 대신,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하는 거야.”
“방식을 다르게 하자니?”
“각자 다른 방식으로 데미안 학센한테 도전하는 거지.”
바네사 호퍼게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마력량으로 대결을 한다던지. 마력의 제어를 겨룬다던지. 방법은 많잖아?”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 그런 걸로 싸워도 우리가 이기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잖아.”
“그게 묘미지. 무조건 이기면 재미없잖아?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이 있는 게 재미있지 않겠어?”
바네사 호퍼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른 두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각자 알아서 데미안 학센과 접촉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그리 말하며 세 명은 흩어졌다.
* * *
아테나와 단둘만 남게 되자 용병왕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숨겨 놨던 디저트들을 꺼내왔다. 손수 주전자에 물을 끓여서 차를 내오기까지 했다.
“아네타, 어서 먹어 보렴. 네가 좋아하던 옥류당의 디저트란다. 아주 어렵게 구했지.”
용병왕이 기대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아테나에게 말했다. 마치 칭찬을 갈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테나는 아무 말 없이 쿠키를 집어서 씹어 먹었다. 용병왕의 어깨가 살짝 늘어졌다.
“여행길은 힘들지 않았느냐? 어려운 점은 없었고?”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아테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테나는 징그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귀찮게……이제 안 물어보면 안 돼요? 맨날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묻더라.”
다른 성혈들이 들었으면 놀라서 자빠질 만한 일이었다.
용병왕과 성혈들의 관계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다들 그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아테나 같은 태도로 용병왕을 대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분이 많이 상했나 보구나. 그럼 말하지 않아도 된단다.”
충격적이게도 용병왕은 불쾌해 하지 않고 오히려 아테나를 달랬다.
아테나는 다른 디저트들을 우물거리다가 용병왕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빠, 그 데미안 학센이라는 남자 말이에요. 진짜 2세대 애들을 이겼어요?”
딸의 물음에 용병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이긴 것도 모자라서 날 도발하지 뭐냐? 너희들을 이기면 영약을 내놓으니 뭐니…… 그딴 놈은 난생처음 봤다.”
“그래서 우리한테 그 남자를 굴복시키라고 시킨 거예요?”
“당연하지! 다른 건 몰라도 내 혈통을 모독한 것만은 참을 수 없다! 그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돼요? 그러다 망가지면 아까울 것 같은데.”
아테나의 말에 용병왕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지금 그게 무슨 소리냐?”
“망가트리기에는 너무 잘생겼잖아요.”
그 말에 용병왕은 한 번 더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그 녀석한테 반한 건 아니겠지?”
용병왕이 다급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아테나가 검지와 엄지를 닿을랑 말랑 가까이하며 말했다.
“살짝?”
그 순간, 용병왕은 내면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이 년아! 남자는 얼굴이 다가 아니야! 잘생기기만 한 녀석은 쓸모가 없어!”
“그럼 아빠는 왜 여자를 얼굴만 보고 고르는 건데요?”
“커, 커헉.”
아테나의 한마디에 용병왕은 단번에 말문이 막혔다.
“너 설마…… 진심으로 그 녀석한테 반한 건 아니겠지?”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보다 약한 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용병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 려다가 다시 두 눈을 치켜떴다.
“끌어들인다니! 어디서 그런 천박한 말을 배운 게냐!”
“아빠한테? 맨날 여자들을 두세 명씩 데리고 침대로 들어가잖아요.”
“쿨럭.”
용병왕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어, 어쨌든…… 그 녀석을 어찌할 생각은 없다는 소리지?”
“말씀드렸잖아요. 전 저보다 강한 남자가 좋다니까요.”
아테나 호퍼가 디저트를 오물거리며 덧붙였다.
“여태까지 살면서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