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7)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7화(157/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7화
157화 결투 (1)
흑마법의 갈래 중 하나인 만독학파는 독을 제조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학파였다.
독과 약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만독학파는 영약을 제조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영약이 죄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었다.
클레아 파울러가 내민 취정단(取情團)이 그러했다.
취정단의 효과는 클레아 파울러가 말한 대로 먹기만 해도 마력이 증진되고, 근육량도 증가했다.
평생 운동 한번 하지 않은 일반인도 이것을 먹으면 단숨에 멋지게 다듬어진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취정단을 섭취한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격해졌다. 마치 인내심이라는 게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정이 선을 넘어 버리면 그때부터 폭력성을 동반한 광증이 발현되었다.
그때부터는 스스로의 의지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체력이 바닥이 나도, 신체가 망가져도 멈추지 않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된다.
취정단에 의한 광증을 멈출 방법은 그저 죽는 것밖에 없었다.
‘날 아테나를 죽이기 위한 제물로 삼을 생각이로군.’
클레아 파울러가 이 물건을 데미안에게 준 의도가 뻔히 보였다.
아테나와 전투 도중에 광증이 발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취정단은 함부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취정단은 귀한 재료가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제조법도 까다로웠다. 만독학파의 최고위 흑마법사도 제조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클레아 파울러가 흑마법사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도움은 감사합니다만.”
데미안은 영단을 클레아 파울러 쪽으로 밀면서 말했다.
“제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군요.”
데미안의 거절에 클레아 파울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두 눈동자가 마구 떨리기까지 했다. 어쩐지 반응이 너무 과했다.
‘내게 취정단을 반드시 먹여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데미안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동요에서 벗어난 클레아 파울러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혹시 이 영단이 못 미더우신 건가요? 이 영단의 효과는 진짜랍니다. 데미안 경 정도 되는 분이 느끼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요.”
느껴진다. 영단이 품고 있는 정순한 마력이.
실제로 취정단을 만드는 데에는 최고급 영약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재료가 들어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독을 삼키게 하기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나라면 마력만 따로 흡수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단을 섭취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이 만드는 영단이 얼마나 끔찍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영약의 도움 없이도 아테나를 이길 수 있습니다.”
“암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만에 하나라는 게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걱정 마십시오. 조금의 예외도 없이 제가 승리할 테니까요.”
데미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클레아 파울러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천막의 문을 젖히고 누군가 들어왔다.
“클레아 님, 놀러 왔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였다. 한순간 천막 안이 밝아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단언컨데 지금까지 데미안이 봤던 어떤 미녀보다 아름다웠다.
여자를 보자마자 데미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워서? 그게 아니었다.
‘……탕녀의 제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판데모니엄을 대표하는 거악의 제자가 눈앞에 있었다.
* * *
판데모니엄은 역사상 최대, 최고 규모의 흑마법사 단체였다.
덩치가 크고 역사가 오래된 만큼 강대한 흑마법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존재들이 있었다.
거악(巨惡).
제국과 교단에서 1순위 척살대상으로 놓고 있을 만큼 위험한 흑마법사들.
그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동안 죽인 인간은 수십만 명이 넘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탕녀 슬라는 그 거악 중 한 명이었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미치게 만드는 미녀.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세뇌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다.
‘이 여자의 이름이 분명…… 루비아였지.’
루비아는 탕녀 슬라의 제자로서 본인도 대흑마법사라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스승 만큼은 아니지만 루비아 역시 위험한 여자였다. 오죽하면 데미안이 기억하고 있을까.
‘설마 이 여자가 이곳에 있을 줄이야.’
전생에서 탕녀 슬라는 한 번도 파프니르 용병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데미안도 이곳에서 루비아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머…… 다, 다른 남자분이 계시네요.”
루비아는 데미안을 보자마자 놀라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데미안을 쳐다봤다.
‘닳고 닳은 주제에 저러니까 좀 역겹군.’
탕녀 슬라의 제자들은 모두 자신의 외모와 몸을 이용해서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고 다녔다. 저런 행동은 모두 연기에 불과했다.
데미안이 징그럽다는 얼굴로 루비아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데미안 경, 아무리 루비아가 예뻐도 그렇게 빤히 보면 안 된답니다. 저 아이는 칼이 가장 총애하는 아이거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데미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용병왕은 여자라면 환장을 하는 인간이니 루비아를 보고 참지 못했으리라.
‘어쩌면 벌써 저 여자의 꼭두각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왔다.
“루비아, 데미안 경에게 말 좀 해 주렴. 글쎄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거부하지 뭐니.”
“어머, 그래요?”
루비아가 천막 안으로 총총 들어왔다. 탁자에 있는 취정단을 빤히 바라보다가 데미안에게 내밀었다.
“클레아 님께서 힘들게 준비하신 물건인데……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 순간, 천막 전체에 달큰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천막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몽롱하게 변했다. 심지어 클레아 파울러까지 예외는 아니었다.
탕녀의 제자는 모두 자신들의 페로몬을 강하게 흘리는 흑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 페로몬 때문에 남녀 구분 없이 사람이라면 모두 탕녀의 제자들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데미안은 예외였다.
어지간한 흑마법은 데미안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권능 때문이었다.
전생에 도르고가 데미안에게 심어놓은 일곱 개의 권능.
그중 하나인 탐식의 권능은 다른 이능을 분해하고 그 힘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었다. 거악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요 없다.”
데미안은 루비아가 내민 주머니를 탁자로 던졌다.
그 행동에 루비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아마 데미안이 흑마법에 걸려들지 않는 것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가 보겠습니다.”
데미안은 클레아 파울러에게 인사를 한 뒤, 천막 밖으로 나갔다.
천막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 등 뒤로 시선이 느껴졌다.
‘크게 놀란 모양이군.’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용병왕조차 매료시킨 페로몬이 데미안에게 통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상대가 거악의 제자라면…… 나도 쉽게 상대하기는 힘들겠군.’
그의 추측일 뿐이지만 루비아 한 명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탕녀의 제자라 해도 파프니르 용병대를 혼자서 무너트릴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고민을 좀 해 봐야겠군.’
그리 말하며 데미안은 천막으로 돌아왔다.
* * *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데미안은 아테나 호퍼와의 결투를 위해서 공터로 나왔다.
“우와아아! 데미안! 데미안 학센이 나왔다!”
“데미안! 데미안!”
공터에는 수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용병대의 용병들은 모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데미안은 용병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 데미안의 앞에 용병왕이 나타났다.
“마지막 제안이다. 지금이라도…….”
“예, 예. 힘내고 오겠습니다.”
데미안은 용병왕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공터로 나왔다.
아테나는 이미 도착한 뒤였다. 간편한 복장으로 차려입은 채 몸을 풀고 있었다.
“조금 늦었네?”
한창 두 팔을 쭉 뻗고 있던 아테나가 데미안에게 말했다.
“감점이야.”
뭐가? 라고 물을 틈도 없이 아테나가 땅에 꽂아 뒀던 창을 뽑아 들었다.
창대부터 창날까지 모두 금속으로 되어 있는 창이었다.
‘그래, 기억나는군.’
그 모습에 데미안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전생에서 2대 용병왕이 되었을 때도 저 창을 사용했다.
‘드워프들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창이었지.’
용병왕이 아테나를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창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저 창을 사용할 때, 아테나의 능력은 몇 배가 되었다.
데미안조차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서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다.
-더러운 새끼들.
데미안의 손에 붙잡힌 채, 흑마법사들의 앞에 섰을 때도 그녀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너희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죽였어야 했는데!
-저 데스나이트만 아니었어도 너희들은 모두 내 손에 죽었어!
-무능력한 주제에 남의 뒤에 숨기나 좋아하는 쓰레기들아!
상처투성이였음에도 아테나는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당시 아테나와 대면하고 있던 흑마법사는 루비아였다.
그녀는 아테나의 기세를 꺾고자 특별한 것을 보여 줬다.
바로 용병왕 칼 호퍼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였다.
아버지의 시체를 보자마자 아테나는 조용해졌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간신히 한 마디만 중얼거렸다.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야…….
그녀는 편히 죽지 못했다.
루비아에 의해서 온갖 모독을 당했다.
여자로서의 존엄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오물 바닥을 굴러다녔다.
땅바닥을 나뒹구는 쓰레기만도 못한 처지가 되고 나서야 그녀는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은 후에도 편하게 살 수 없었다. 그녀의 영혼은 루비아에게 사로잡혀서 소멸될 때까지 이용당했으니까.
“…….”
과거를 떠올리니 속이 안 좋아졌다. 데미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래?”
아테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그럼 시작한다?”
아테나가 마력을 일으켰다. 끌어올린 마력이 외부로 방출되며 하얀 번개로 변했다.
하얀 전류가 그녀의 몸을 뒤덮었다. 굉장히 신비로우면서 두려운 광경이었다.
용병왕의 몸에 흐르는 피는 화이트드래곤의 것이었다.
폭풍우와 벼락을 불러일으키는 드래곤으로 혈통들에게도 그 권능은 그대로 이어졌다.
“정신 똑바로 차려. 아니면 또 감점당한다.”
“대체 무슨 점수를 감점하겠다는…….”
아테나가 몸을 살짝 숙였다. 그녀의 몸이 번개로 변했다.
하얀 전류가 지면을 내달렸다. 별안간 데미안의 뒤쪽에 아테나가 나타났다.
아테나는 지체 없이 창을 내리쳤다. 창대에 담겨 있던 뇌력이 폭발했다.
데미안이 서 있던 자리에 번개가 떨어졌다.
* * *
창을 내리치기 전, 아테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알아채지 못해?’
아테나가 뒤를 점했음에도 데미안 학센은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역시 내 착각이었나?’
실망한 만큼 살짝 화도 났다. 아테나는 온 힘을 다해서 창대를 내리쳤다.
그때, 데미안이 몸을 돌려 동시에 칼을 뽑아 위로 휘둘렀다.
칼날과 창대가 서로 부딪혔다. 그 순간, 창의 궤적이 바뀌었다.
동시에 벼락도 데미안을 빗겨 나갔다.
“……어?”
아테나가 놀란 찰나, 데미안 학센이 움직였다. 무방비 상태가 된 아테나의 목을 칼로 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