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Calamity-Class Death Knight RAW novel - Chapter (158)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8화(158/175)
멸망급 데스나이트가 회귀함 158화
158화 결투 (2)
검이 목을 베어 내려는 순간, 아테나의 몸이 사라졌다.
뇌력으로 변한 아테나는 한참 뒤로 물러나고 나서야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그때, 아테나는 자신의 목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목을 매만지자 옅은 피가 묻어 나왔다.
“…….”
아테나는 놀란 얼굴로 데미안을 쳐다봤다.
완전히 피한 줄 알았는데 아테나 쪽이 미세하게 느렸던 것이다.
“우, 우와아아!”
“방금 봤어? 아테나 님께서 뇌력을 다루고 계셔!”
그때, 용병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 공방은 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체 언제부터 뇌력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다루게 되신 거지?”
“엄청난 걸. 꼭 용병왕 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아테나가 익히고 있는 ‘뇌성주천공(雷聲走天功)’은 마력을 뇌력으로 치환할 수 있는 마나연공법이었다.
뇌력은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여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줬다. 더 나아가 뇌력의 흐름에 육신을 맡김으로서 벼락처럼 이동할 수 있었다.
천재로 유명한 용병왕의 자식들 중에서도 뇌성주천공을 배운 사람은 몇 없었다. 그 정도로 까다로운 마나연공법이었다.
“……그런데도 저 남자는 대체 뭐야?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
“뇌력의 속도에 반응한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벼락을 흘려보낸 거지?”
하지만 실력 있는 용병들, 특히 마스터클래스들은 데미안 학센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뇌성주천공은 압도적인 속도와 막강한 파괴력으로 적을 찍어 누르는 마나연공법이었다.
데미안 학센은 그 모든 것을 단숨에 무위로 돌려보낸 것이다.
“역시 이 정도는 피하는군.”
데미안 학센이 아테나를 향해 말했다.
자신이 품평의 대상이 되자 아테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 재미있어.”
지금까지 싸웠던 대부분의 적들은 아테나의 공격에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반응한 것은 물론이고 반격까지 가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득점이야.”
아테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혹적이면서도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데미안 학센은 검을 어깨에 걸치며 삐딱한 시선으로 아테나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계속 감점이니 득점이니 하던데, 대체 무슨 점수를 매기고 있는 거냐.”
“지금은 못 알려 줘. 다 끝나고 알려 줄게.”
목에 났던 상처는 어느새 완전히 아물었다.
용병왕의 자식들은 모두 이렇게 빠른 회복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다만, 골절이나 절창처럼 큰 부상까지 금방 재생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으니…….”
아테나가 뇌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하얀 전류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제부터 방심 같은 건 안 해.”
아테나가 땅을 박차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뛰어들며 창을 내질렀다.
뇌력으로 변한 아테나가 내지르는 창은 육안은커녕 소리로도 쫓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하지만 데미안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칼날로 창을 막아 냈다.
아테나는 놀라지 않았다. 데미안 학센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할 수 있을 테니까.
아테나는 데미안 학센을 향해 연달아 창을 휘둘렀다. 데미안 학센도 피하지 않고 응수했다.
창과 칼이 허공에서 여러 번 격돌했다. 충돌할 때마다 불꽃이 튀었다.
“대단한데? 그래도 계속 막아 낼 수는 없을 걸.”
아테나가 뇌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자 창을 내지르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흩뿌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 어어……?”
“저걸 다 어떻게……?”
용병들의 얼굴에 서서히 경악이 떠올랐다.
데미안 학센이 그 무수히 많은 공격을 모조리 쳐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날, 칼자루, 폼멜 등등.
장검의 다양한 부위로 창을 막아 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아테나는 한 번도 유효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당황한 것은 아테나도 마찬가지였다.
데미안 학센을 몰아붙일 생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모두 막히고 있었다.
마치 마음속을 읽히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너, 진짜 대단하네.”
당황했던 것도 잠시, 아테나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아테나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적수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래들은 자신보다 한참 약했고 자신보다 훨씬 강했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추월했었다.
그랬기에 아테나의 눈에 다른 사람들은 짐승처럼 보일 뿐이었다.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바로 데미안 학센이었다.
“이렇게 즐거웠던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조금 더 거칠게 나가도 되지?”
아테나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뇌류로 변하더니 데미안의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아테나가 움직일 때마다 데미안 학센의 주위에 뇌력으로 이루어진 잔상들이 만들어졌다.
숫자가 열 개에 도달한 순간, 잔상들이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돌진했다.
물리력은 없었지만 뇌력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조금만 닿아도 감전이 되는 기술이었다.
“귀찮은 기술이로군.”
그리 중얼거리며 데미안 학센이 잔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여기까지인 모양이네.’
아테나는 큰 아쉬움을 느꼈다.
저 분신들은 칼로 베어 내는 순간, 내부의 뇌력이 폭발하게끔 설계 되어 있었다.
즉, 데미안 학센이 선택한 파훼법은 틀렸다는 뜻이었다.
아테나가 그렇게 판단을 내렸을 때였다.
데미안 학센이 베어 낸 잔상이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가 베어 낸 잔상은 폭발하지 않았다.
잔상의 중심을 정확하게 베어 낸 탓에 뇌력이 폭발하지 못하고 흩어지기만 한 것이다.
“……와.”
아테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신과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가슴 속에서 기쁨이 벅차올랐다.
가능하면 이대로 계속 즐기고 싶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는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전투에는 아버지의 명예가 걸려 있었다. 이제 끝내고 승리를 쟁취해야 했다.
아테나는 최후의 절기를 준비했다.
창을 두 손으로 잡고 뇌력을 불어넣었다. 한계까지 뇌력을 흡수한 창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마지막이야.”
아테나가 창을 내질렀다. 무기에 압축되어 있던 뇌력이 한순간에 해방되었다.
절기 – 분뢰멸격(分雷滅格).
해방된 뇌력이 여섯 갈래로 나뉘어서 데미안을 덮쳤다. 하나하나가 막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한 찰나, 아테나는 보았다.
데미안 학센의 전신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상대의 몸이 사라졌다.
처음 눈을 깜빡였을 때, 여섯 개였던 번개가 네 개로 줄었다.
다음으로 눈을 깜빡였을 때, 네 개였던 번개가 두 개로 줄었다.
세 번째로 눈을 깜빡였을 때, 더 이상 남아 있는 번개는 없었다.
대신, 바로 앞에 데미안 학센이 있었다.
뇌력 덕분에 감각이 극대화 되어 있었음에도 그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테나가 반격할 틈도 없이 데미안 학센이 검을 내리쳤다.
* * *
‘훌륭하다.’
아테나의 공격을 받아 내며 데미안이 느낀 감정은 그것이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무서운 실력이었다.
‘눈빛은 전생과 똑같군.’
아테나의 눈동자는 마치 별을 담아놓은 것처럼 반짝였다.
저 눈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래서 괴로웠다.
데미안은 자신이 불행으로 몰아넣은 모든 사람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의해서 죽은 모든 사람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데미안의 잘못이 아니었다.
데스나이트 시절, 데미안은 신체의 통제권을 잃은 채 도르고의 명령에만 따르는 노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데미안의 마음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아테나 호퍼, 넌 나 때문에 모든 걸 잃었지.’
2대 용병왕에 오르는 그녀는 데미안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
복수를 원했지만 데미안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용병대를 무너뜨린 원흉인 루비아에게 역으로 붙잡혀서 온갖 끔찍한 모독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죽음의 순간, 그녀가 얼마나 비통했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데미안도 그녀와 비슷한 처지였으니 말이다.
데미안이 파프니르 용병대를 찾아온 이유 중에는 그녀에게 속죄하고 싶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이야.”
아테나가 창을 내질렀다.
다섯 개의 우레가 데미안을 덮쳤다.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절기에 데미안을 짧게 감탄했다.
‘멋진 걸 보여 줬으니 한수 가르쳐 주마.’
데미안은 벌성지광약을 운용했다. 전신이 달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신체능력이 급상승했다.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폭발적으로 가속하며 우레 하나를 칼로 베어 냈다.
원래라면 지면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야 했을 뇌력이 허망하게 소멸했다.
데미안은 앞으로 나아가며 연달아 우레를 베어 냈다. 모든 우레가 사라졌을 때, 데미안은 아테나의 앞에 서 있었다.
아테나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목을 베어내기 직전에 멈춰 섰다. 여명은 아테나의 목덜미 옆에서 멈췄다.
그 순간, 무거운 침묵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데미안은 칼을 거둬들이며 아테나에게 말했다.
“내 승리다. 인정하나?”
아테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학센의 승리가 결정된 순간, 용병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외부인이라지만 마지막에 데미안이 보여 준 한수는 용병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데미안은 여명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용병들의 환호성을 즐겼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단한 용병대야.”
용병들의 발성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단련되어 있는지 말이다.
문득, 데미안은 아테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가 아픈가? 부상을 입었을 리는 없는데?
데미안이 의아한 얼굴로 아테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마, 만점…….”
아테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 합격이야…….”
“뭐가 말이냐?”
“그,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해!”
아테나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서 달아났다.
“이 시기의 아테나는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군.”
데미안은 어이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 *
“허, 허허…….”
환호성 속에서 용병왕은 너무 충격을 먹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테나가…… 내가 낳은 최고의 걸작이…… 졌단 말인가……?”
용병왕은 자신의 혈통이 어디에서 기원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드래곤.
하늘 아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정점.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 그 생명체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렇기에 용병왕은 자신의 혈통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겼다.
자손 중에서 뛰어난 아이들을 모아서 ‘성혈’이라 이름 붙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겼던 성혈들이, 자신의 자식들이 저 한 남자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어도 안 되는 일이고…….”
지금 용병왕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실로 복잡했다.
경악스럽고, 충격적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분노가 타올랐다.
“데미안 학센……! 네 이노옴…….”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감정은 전혀 생뚱맞은 것이었다.
“……탐이 나는구나.”
욕심.
저 끝을 알 수 없는 재능을 소유하고 싶다는 감정이 마구 치솟아 올랐다.
여자도 아니고 자신이 남자를 원하게 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소유욕은 순식간에 커지더니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용병왕조차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본래 드래곤은 집착에 가까운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였다. 그 피를 물려받은 용병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놈을 어떻게 용병대로 끌어들인담…….”
데미안 학센의 성격을 생각하면 절대로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을 터였다.
“뭔가 좋을 방법이 없을까.”
용병왕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그렇지. 그게 있었지.”
용병왕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졌다.
어린 외형 때문일까. 마치 짓궂은 소년이 고약한 장난을 떠올린 것처럼 보였다.
* * *
그 시간, 데미안 학센에게 관심을 표하는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루비아.
용병왕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애첩은 데미안 학센을 향해서 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용의 혈통을 뛰어넘는 천재라고? 이런 게 있을 수 있단 말이야?’
그녀는 일찌감치 용의 혈통을 노리고 용병왕에게 접근했다.
드래곤이 자취를 감춘 현재, 용의 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용병왕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용병왕의 혈통이 가진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그걸 미끼로 판데모니엄의 흑마법사들을 여럿 끌어들였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냥 정신 나간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분께서 데스나이트를 만들기 위해서 뛰어난 영혼을 찾고 계신다고 했지?’
그분께서는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데스나이트를 제작하기 위해 대륙을 돌아다니고 계셨다.
그분이 만족할 만한 영혼을 바친다면 엄청난 총애를 받게 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는 흑마법을 배우게 될지도 몰랐다.
‘남자를 다루는 거야…… 나한테는 쉬운 일이지.’
루비아의 눈동자 속에서 애욕이 반짝였다.